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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L&P코스메틱의 마스크팩 마케팅 전략

관광객 쇼핑 바구니에 꼭 있는… 그 마스크팩 “꼭 맞게 만들어 줄게” 맞춤공략, 中國서도 1위

정지영 | 184호 (2015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L&P코스메틱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쟁쟁한 대기업을 제치고 국내 마스크팩 시장을 제패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광고, 프로모션 등 공격적인 대고객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스크팩 분야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뛰어난 품질, 사업 초기 전문적 파트너와의 협업, 꾸준한 유통망 개발, 유통사를 대상으로 한 배타적 맞춤형 브랜드 전략(exclusive branding), 꼼꼼한 파트너관계관리(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 등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민정(중앙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장바구니에 꼭 들어가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CJ올리브영이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1가 명동본점(라이프스타일 체험센터)에서 2013년 내외국인 매출 상위 100개 제품을 집계해 발표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제품은 마스크팩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 고객 매출의 35.2%를 차지했다. 기초화장품(15.4%), 전기머리인두(10.9%), 샴푸와 린스(5.5%), 피부 건강기능식품(4.8%)이 뒤를 이었다. 마스크팩은 2위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게 많이 팔린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마스크팩 시장 규모는 4조 원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내 마스크팩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4000억 원대 규모에 이르렀다. 국내외에서 마스크팩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명동에는 마스크팩 전문 매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으며 LG생활건강도 올해 2월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디어패커를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팩은 화장품 품목 가운데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마스크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가운데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중소기업 L&P코스메틱이다. L&P코스메틱은 대기업을 제치고 올리브영을 비롯한 주요 면세점에서 마스크팩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 없이도명품 마스크팩으로 불리며 현지 1위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L&P코스메틱은 2013 91억 원, 이듬해에는 532% 성장한 576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에는 이미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선 870억 원을 기록했다. 메르스로 한때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을 때도 한 달 매출액이 1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올 상반기에 팔린 마스크팩만 12050, 올해 2억만 장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L&P코스메틱은 지난해 마스크팩 기업 최초로 무역의 날 대한민국 산업 포장상 및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12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현재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외 마스크팩 시장을 휩쓴 L&P코스메틱의 성공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시행착오 끝에 블루오션을 찾다

L&P코스메틱의 권오섭 대표는 어린시절부터 늘 화장품과 함께였다. 그의 어머니가 화장품 제조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에 집안이나 집 근처 공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 지질학을 전공하며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익숙한 것을 버리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화장품 업계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친척 동생에게 물려준 화장품 업체에서 차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 오너의 아들이기도 했지만 실적이 좋아서 6개월마다 승진을 거듭할 정도로 성과를 냈다. 이곳에서 유통, 투자, 매장관리, 기술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2002년에는 작은 회사를 사들여 직접 색조화장품 회사를 운영했다. 그런데 경영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2008년 회사를 팔았고 다시 월급쟁이가 됐다. 권 대표는화장품 업계에서 월급쟁이도 해보고, 사장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여러 가지로 업무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는데 임원인 것과 사장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사업의 실패가 뼈아팠지만 배운 것도 있었다. 새로운 시장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장, 바로 마스크팩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마스크팩은 싸구려 판촉물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등을 사면 공짜로 끼워주는 아이템이었다. 유료라 하더라도 1000원에 두 장, 세 장씩 팔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마스크팩을 팔아보니 예상 외로 인기가 높았다. 2006명품보감이라는 마스크팩을 업계 최초로 장당 2000원에 내놨는데 월 10만 장 정도가 나갔다. 놀라운 판매량이었다. 제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시장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업을 접고 월급쟁이로 돌아갔는데 마스크팩에 미련이 떠나지 않았다. 화장품과 관련해서는 다해봤다고 생각했는데 마스크팩을 제대로 고급화하는 일은 한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때의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 시장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학계 전문가와 업계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의견을 구했다.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전문가들도 명품보감의 판매 성과에 놀라움을 표시하며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라고 했다. 사업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확신으로 권 대표는 2009 3 L&P코스메틱을 설립했다.

 

 

 

마스크팩의 고급화

권 대표는 오랫동안 업계에서 쌓은 경험, 시장조사, 전문가의 조언을 모두 고려해 고급 마스크팩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 마스크팩에 잘 들어가지 않던 비싼 재료들도 몽땅 넣었다. 부지런히 시장을 돌아보니 피부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분위기가 확 와닿았다. 초창기 제품의 가격은 2000∼3000원 정도로 책정했다. 고급화를 한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비싸게 제품을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고려해야 했다. 주요 제품은 장당 2000, 특별히 비싼 것들은 3000원 이상으로 하기로 했다.

 

콘셉트도 중요했지만 판매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였다. 판매를 잘하려면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신생 벤처기업이 자력으로 제품을 알리기에는 여러 가지로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규 브랜드로 승부하기보다 시장에서 이름이 알려진 다른 브랜드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피부와 관련해 전문성과 인지도가 있던 L피부과를 찾아가당신의 브랜드 이름을 쓰게 해주면 로열티로 매출액의 5%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고가 제품인 만큼 전문성이 높다는 이미지를 주면 판매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L피부과는 이에 응했고 이 병원의 이름을 활용한리더스 클리니에라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L피부과와 계약을 한 이후에는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나이아신아마이드, 감나무잎 추출물, 오배자 추출물 등을 비롯해 피부에 좋다고 알려진 여러 가지 재료를 쓰는 것은 물론 디자인에도 힘을 쏟았다. 천편일률적인 마스크팩 시장에서 튀는 디자인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경쟁우위 요소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 디자인팀 직원이 L피부과와 협업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링거병 모양을 본뜨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단순히 네모난 모양의 디자인이 아니라 길쭉한 사각형 베이스에다 오른쪽 상단에는 살짝 볼록한 원모양이 튀어나오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링거병이 살짝 눌린 모양이었다. 여기다가 제품 특성에 맞는 색과 세부 디자인을 입히면 L피부과와의 협업 시너지도 살리면서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품 구성도 세분화했다. 예전에는 단순히 수분 마스크팩이 주류였다면 L&P마스크팩은 이를 좀 더 구체화했다. 수분 마스크팩 외에도 미백, 탄력, 쿨링, 피지케어 등 용도를 다양화한 것이다. 디자인과 콘셉트에서부터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마스크팩 시장에 대한 권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시장성이 있으며 앞으로도 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피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매일 피부과를 찾아가고 싶지만 이는 재정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 때문에 스스로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마스크팩을 쓰지만 이미 어떤 사람은 매일 마스크팩을 쓰고 있었다. 차별화된 고급 제품이 재구매로 연결된다면 사업적으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나왔다.

 

 

 

 

전략의 실행

권 대표는 콘셉트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사업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유통망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마스크팩 고급화에 대한 그의 확신과 달리 화장품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마스크팩은 판촉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마스크팩의 특성을 고려하면 장당 2000원 이상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많았다. 심지어 일부 화장품 전문점 관계자들은미쳤다” “3000원짜리가 어떻게 팔리냐” “1000원짜리도 잘 안 나간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고가 마스크팩을 받아봤자 잘 팔리지도 않고 재고만 남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권 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래처의 문을 두드렸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거래처를 찾아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시장성도 충분히 알렸다. 기존 거래선을 중심으로 유통망이 뚫리기 시작했다. 유통망이 하나둘씩 뚫리고 본격적인 매출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한 달에 1억 원만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창업 첫해 매출액이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창업 첫해인 2009 15억 원어치의 마스크팩을 팔았다. 2010년은 55억 원, 2011년은 9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매년 빠르게 성장했다. 마스크팩 시장에 대한 권 대표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고급 마스크팩을 사들였다. 한 번에 수십 개의 제품을 사기도 했다.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통망도 크게 넓어졌다. 화장품 전문점, 대리점을 비롯해 올리브영 등 드러그스토어 대부분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었다. 유통망이 점차 확대되자추가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회의를 했다. 그때 영업이사가지금 약국에 염색약을 넣고 있는데 마스크팩도 같이 넣으면 어떻겠습니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얘기를 듣는 순간! 이건 되겠다라는 생각이 권 대표의 머리를 스쳤다. 좀 더 생각해보니 이미 충남대 의학대학에서 모든 의학 관련 테스트를 통과했기 때문에 약국에서 못 팔 이유도 없었다. ‘화장품 가게에서만 화장품을 판다는 통념을 깬 생각이었다. 링거병 모양의 디자인도 약국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 추가 매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L&P로 하여금 약국 유통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권 대표는 L&P코스메틱에 아예 약국사업부를 따로 만들었다. 기존 총판을 통해 전국 약국의 절반 이상에 마스크팩을 납품했다. 경쟁사들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사람들은약국에서 파는 마스크팩을 신뢰했다. 유통이 확대되면서 제품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약국이라는 이미지와 합쳐지면서 제품의 신뢰성도 상승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매출도 증가했다. 사업 초반 한 해 5억 원이 넘는 매출이 전국의 약국에서 이뤄졌다. 권 대표는한국 사람들은 약국이라는 공간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여긴다. 약국 유통이 초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의 안정성 브랜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했다. 약국 유통의 성공은 L&P코스메틱 마스크팩이 다른 유통망으로 확대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통망이 확대되고 매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성장세를 유지하는 게 과제로 등장했다. 이를 위해 L&P코스메틱은 끊임없이 시장조사를 했다. 화장품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는지, 소비자들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직원들이 매일 발품을 팔며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다. 수시로 이탈리아 볼로냐, 미국 라스베이거스, 홍콩, 중국, 일본 등 해외박람회를 찾아다녔다. 또 전문기관에도 여러 가지 조사를 의뢰하는 등 시장조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시장에서 반응이 있다고 여겨지면 여러 가지 테스트 제품을 내놓았다. 남들보다 빨리 시장의 니즈를 알아채 시장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제품 관리에도 힘썼다. 재구매가 중요한 마스크팩의 특성상 불량이 발견된다면 이는 회사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일이었다. 중소·중견화장품 기업들이 OEM으로 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간혹 관리가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공장을 직접 만들어서 운영하면 이런 문제를 없앨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상당한 투자도 필요했다. 고심 끝에 권 대표는 아예 한 공장의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자체 공장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좀 더 효과적인 품질관리가 가능했다. 자체 공장 설립에 따르는 위험도 피해갈 수 있었다. 공장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불량이 발견되면 전격 폐기처분하고 관리과정상의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히 살폈다. 거의 매주 공장을 찾아가 사전 감독과 사후 검사를 실시했다.

 

예상치 못한 위기와 위기 극복 시나리오

 

시장이 마스크팩에 반응을 보이면서 사업 초반에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마치 순풍에 돛 단 듯 모든 일이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2011년 말, 예기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L피부과와 로열티 및 계약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결국 그동안 사용하던 L피부과의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됐다. L&P코스메틱으로는 치명적인 위기였다. 오랫동안 쌓아온 인지도가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새 브랜드를 출시해서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고 새 브랜드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다. 암담한 순간이었다. 권 대표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는 구나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그동안 애써 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지금까지 이뤘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그림4 L&P코스메틱 유통 채널>

 

 

이미 닥친 위기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L&P코스메틱을 하면서 얻은 교훈을 총동원해 스스로 일어나기로 했다. 이제는 다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서기로 한 것이다. L피부과와의 계약이 끝나자 이듬해인 2012 L&P코스메틱은메디힐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기존 이름을 잃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과거에는 홍보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급하게 가수 김범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나름대로 독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2012년 매출은 전년보다 줄어든 75억 원이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중국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수출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전까지 중국 보따리상을 통한 판매량이 상당했다. 그런데 그때 즈음 중국 정부가 나서면서 보따리상이 급감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동시에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권 대표는 이에 대응하고 살아남는 길은 국내 영업 강화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방법은 두 가지로 정했다. 기존 유통망에 더 밀착해 다가갈 것, 면세점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발할 것 등이었다.

 

유통 거래처마다

차별화된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차별화를 할 때마다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략으로 L&P코스메틱은 유통회사의

경쟁 관계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고

자사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너만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 EB전략

먼저 국내 유통 채널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외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었다. 세심하게 시장을 살폈다. 권 대표는 화장품 업체들이 유통망을 개척하기 위한 경쟁 못지않게 유통망끼리의 경쟁도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업을 하면서 여러 군데를 직접 뛰어본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예를 들면 대표적 드러그스토어인 올리브영, 왓슨, 롭스 등은 세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래서 처음에 올리브영에 제품을 납품하면 나중에 다른 드러그스토어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 어렵사리 들어가더라도 매장에서 판촉 행사도 잘 안 해주고, 어정쩡한 곳에 제품을 전시하는 등 제대로 프로모션을 안 해준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드러그스토어 중 한 곳에만 제품을 대는 마스크팩 회사도 있다.

 

그래서 L&P코스메틱은 한 곳에만 제품을 대는 대신당신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주겠다라는 전략으로 다가갔다. 유통매장별로 EB(Exclusive Brand) 제품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 것이다. 올리브영 전용 제품, 왓슨 전용 제품, 약국 전용 제품 등을 각각 만들었다. 각 유통 회사의 주요 소비자층과 이미지에 맞춰 디자인 등을 조금씩 달리해 차별화를 줬다. 모든 매장에 메디힐의 전체 콘셉트나 브랜드는 가져가되, 소비자 혹은 거래처들이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메디힐의 대표 마스크팩인 N.M.F. 아쿠아링 앰플 마스크팩을 보면 어떤 제품에서는 REX라고 적혀 있고, 다른 곳에는 그 문구가 없다. 이 차이를 아는 소비자도 있고 모르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업계 사람은 대체로 안다. 이는 유통 거래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유효했다. 각 유통 채널들은우리 유통채널에만 있는 인기 마스크팩이라고 알릴 수 있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메디힐을 판매하고 나섰다.

 

국내 유통을 비롯해 기내 면세점이나 중국에 진출할 때도 모두 이 전략을 적용했다. 아시아나, 에어부산 등 국내 기내 면세점을 뚫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내 제품에는 마스크팩 크기를 통해 차별화를 뒀다. 마스크팩 크기를 오프라인 매장보다 작게 만들어 휴대성을 대폭 강화했다. 기내에서 사는 제품의 크기가 크면 고객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권 대표는늘 시장을 고민하고, 매출 확대 아이디어를 짜다보면 곳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유통 전략 관련 아이디어도 직접 느끼고 오랫동안 고민한 데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유통 거래처마다 차별화된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차별화를 할 때마다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략으로 L&P코스메틱은 유통회사의 경쟁 관계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고 자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EB전략 덕분에 각 유통 채널에서는 모두 L&P코스메틱을 환영했고, L&P코스메틱의 판매량은 다양한 매장에서 골고루 늘었다. 화장품 업계 전문가는화장품 가운데서도 마스크팩은 소모품에 속하기 때문에 유통업체의 판촉전략이 판매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EB전략은 매우 참신하고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디자인이든, 내용물이든 차별화된 요소가 있으면 그 자체로 유통업체들에는 가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각각의 유통사에 진심으로 다가가는 이런 방식을 통해 L&P코스메틱은 한 달에 많게는 240억 원을 벌어들였다. 메르스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을 때도 월 116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EB전략은 유통거래처별로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고 또 L&P코스메틱의 역량이 이를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기회, 면세점 입점

국내 유통에 밀착하기 위해 더 끈질기게 고민했다. 약국, 할인점, 화장품 전문점, 팬시점 등 국내 유통망을 확대하고 나니 딱 하나 남는 게 있었다. 바로 면세점이었다. 권 대표가 회의에서 면세점 입점 계획을 말했다. 그러자 사내에서 강한 반대 여론이 일었다. 한 임원은면세점은 수수료도 비싸고, 직원 월급도 줘야 하는 등 고정비가 엄청나게 들어간다. 인테리어 비용도 내야 하고, 판촉 프로모션도 해야 하는데 수익 측면에서 봤을 때 도움이 안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될 것이다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새로운 유통망을 확장해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힘들게 만들어놓은 마스크팩 시장에서 입지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 임원의 우려를 이해했지만 권 대표는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지금 반드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적자가 나더라도 우선은 들어가겠다고 주장했다.

 

면세점 입점은 통상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첫째는 면세점 측에서 자사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고 고소득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을 찾아가 입점 제안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면세점 직원들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을 찾아 입점시키는 것이다. L&P코스메틱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두 번째에 해당했다. 아직까지 면세점 직원들이 찾아올 정도는 안 됐기 때문에 직접 면세점을 찾아갔다. L&P코스메틱은 자료를 꼼꼼하게 만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면세점 중 하나인 명동의 롯데 소공동점을 찾아갔다. 미팅에서 권 대표는마스크팩을 우습게 생각하지만 특히 국내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비롯해 중국 현지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강조하고 면세점 입점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면세점 입점(신세계 부산점)

 

 

물론 쉽지 않았다. 면세점 측에서 봤을 때 납품 건으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업들이 찾아와 회사 자랑을 한다. 자사 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바로 인기 면세점에 제품을 대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권 대표가 계속해서 설득하고 물고 늘어졌다. 주변 사람들은저러다 말겠지라고들 했지만 그는 그들보다 더 집요하게 다가갔다. 그래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안 되는구나싶었는데 다른 곳에서 물꼬가 터졌다. 롯데 소공동점이 아닌 코엑스점에서 연락이 왔다. 코엑스점은 롯데면세점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L&P코스메틱은 2012 4월 롯데 코엑스점에서 자리를 잡았다. 기쁜 마음으로 매장 위치를 확인하려고 내려갔다. 그런데 장소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니스프리 바로 옆이 L&P코스메틱의 자리였던 것이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인기 브랜드와 바로 옆에서 경쟁을 해야 했다. 걱정이 컸지만 힘들게 들어간 면세점인만큼 자리에 불만을 제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직원을 교육시키고 진정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첫 달 매출이 나왔다. 모두의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니스프리보다 매출이 적긴 했지만 큰 차이가 안 났다. 이후에도 주변에서 놀랄 정도로 매출이 잘 나왔다. 이렇게 되니 롯데 잠실점 등 다른 매장에서도 속속 연락이 왔다. 여기서도 실적이 괜찮다 보니 결국 처음에 입점하지 못했던 소공동점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롯데를 중심으로 이렇게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니 다른 면세점에서는 먼저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신라면세점, 동화면세점, 워커힐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에 물건을 댈 수 있었다.

 

특히 신라면세점의 경우 L&P코스메틱 자리를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인천공항 내 탑승동 근처에 내줬다. 앞뒤로는 전부 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매장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L&P코스메틱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비행기를 탈 때 무거운 짐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가볍고 들고 다니기 편리한데다 제품력까지 인정받은 제품을 한 번에 대량으로 사 가는 고객들이 많았던 것이다. 깨지지 않는 제품인데다 무겁지 않고 부피도 작아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마스크팩의 특성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어떤 사람들은 커다란 종이가방 두 개를 가득 채워가는가 하면, 아예 기내 캐리어 전체를 L&P코스메틱으로 채우기도 했다. 장당 가격을 생각하면 개인당 수십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이 넘는 마스크팩을 사간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치즈가게에 가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살펴보면 노란색으로 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각 치즈 브랜드의 제품마다 맛이 다르고, 이 중에서도 늘 1위를 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 기업 크래프트가 치즈 시장에서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마스크팩도 마찬가지다. 만약 제품을 써봤는데 품질이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잘 팔라진 않았을 것이다라며 인기의 비결로 제품력을 꼽았다. 외국인들이 제품을 써보니 좋았고 이게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관광객들도 대량으로 물건을 샀다는 의미다.

 

국내 유통에 전력하고 면세점 입점에도 성공하면서 매출액은 곧바로 반등했다. ‘L피부과 없이 독자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이듬해 더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2013년 매출액은 91억 원이었다. 2014년은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0% 이상 상승했다. 그때는 생산이 곧 매출이었다. 한번 써본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글을 올리면 또 다른 사람이 이를 보고 제품을 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국내외에서 제품이 없어서 아우성이었다. 자체 공장에서 생산이 안 되는 것은 OEM으로 대량 추가 주문을 해야 할 정도였다.

 

 

편의점 유통망 개발

면세점 납품에도 성공하면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모든 곳에 제품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서는대단하다고 하면서 권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시장을 살폈다. “아직 못한 일은 없는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때 새로운 타깃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장 많은 곳이면서 마스크팩은 판매되지 않는 곳, 바로 편의점이었다. 사람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찾는 곳이면서 24시간 운영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는 편의점 유통을 뚫기로 했다. 약국 유통처럼 기존에 없던 유통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편의점의 속성을 고려해야 했다.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화장품 전문점이나 백화점에서처럼 물건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따지고 비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지금 배가 고플 때 당장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간다. 시간과 장소에 맞춰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이 편의점의 인기상품이었다. 컵라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3분 카레, 야외 활동에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쓰는 선블록 등을 보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T.P.O 제품

 

제품 콘셉트 단계에서 편의점을 찾는 고객들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온 해답은 다음과 같았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고려해 사용방법이 간단해야 하고 부착 시간이 짧아야 한다. 필요할 때 금방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팩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제품 이름을 ‘T.P.O’로 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야식 먹고 얼굴이 부었을 때 할 수 있는 팩, 숙취를 해소하고 이튿날 피부를 정화시키는 팩,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팩, 사우나에서 열을 식히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팩 등을 만들었다. ‘여행갈 때 한 장으로 OK’ ‘화장이 착 붙는 자석 스틱 아세요?’ ‘TV V라인 연예인 부러우십니까등의 문구를 제품 표면에 적었다.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 편하게 한두 개의 마스크팩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장당 가격도 일반 화장품 전문점보다 낮은 1000원으로 책정했다. 마스크팩에 ‘Thank you’ ‘Congratulations’ ‘Happy Always’ ‘Cheer Up’ 등을 적어서 스스로 사용하기도 좋고, 간단하게 선물하기도 좋은 콘셉트의포유 마스크팩도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32종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새로운 콘셉트로 새로운 유통망에 도전했다.

 

하지만 매출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회사 측은일본 등에서는 편의점에서 마스크팩을 비롯해 여러 가지 화장품을 판매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 같은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물건을 편의점 대신 아트박스 등 팬시점이나 온라인 유통으로 돌려 판매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다시 편의점에 물건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현재 중국 관계자들이 T.P.O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를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비즈니스는 냉정하다고

하지만 그는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한번에 오랫동안 지켜 온 인연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업황이 안 좋아 대리점 및 전문점

사장님들이 힘들어 할 때

미리 선결제를 해주기도 했다.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

L&P코스메틱은 대기업과 같은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약국에서 파는 마스크팩, 링거병 모양의 마스크팩에 끌린 소비자들이 써보고 구전으로 퍼지면서 마케팅이 된 측면이 컸다. 한번 쓰고 버리기 때문에 저관여제품으로 분류되는 마스크팩의 특성상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L&P코스메틱은 품질 및 디자인 등 제품 구성요소에서 성공적인 차별화를 통해 고가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 회사 관계자는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이라는 품질 제일주의 경영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소비자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고 했다. 회사는 회의 단계부터 제품 완성 단계까지 매순간 품질관리에 신경을 쓴다. 제품이 개발되기까지 모든 단계에서제품은 안전한가” “제품이 충분히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디자인, 영업, 개발, 마케팅팀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관점에서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를 꾸준히 신경 쓰고 이상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L&P코스메틱은 대표와 임원을 비롯해 마케팅, 디자인, 영업 등 전 직원이 참여해 매일 회의를 한다. 품질 및 디자인 혹은 신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낸다. 한번은 권 대표가마스크팩은 왜 흰색 시트지만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연상되는 단어들을 내뱉었다. ‘블랙마스크’ ‘참숯’ ‘찜질방’ ‘음이온등의 단어들이 나왔다. 꼭 시트지가 흰색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기 아이템인 ‘WHP 숯 미네랄 마스크팩이 이렇게 탄생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숯 성분을 담은 검정색 시트지의 마스크팩이 나온 것이다. 이 외 회사의 대표 아이템인 N.M.F 아쿠아링 앰플마스크(주름개선 기능성), W.H.P 마스크(미백 기능성), 2Step 마스크(앰플과 시트팩을 같이 제공), 모공톡스 탄산버블시트(모공케어제품, 버블을 생성하는 탄산수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시트지를 얼굴에 붙이고 있으면 거품이 올라옴), 마스크드레스(무도회장 마스크를 쓴 듯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이 포인트) 등도 모두 이런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나온 제품이다.

 

 

이런 식으로 매월 10여 개가량의 신제품이 출시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50여 개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런 전략을 통해 매번 새로운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에게마스크팩은 L&P코스메틱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L&P코스메틱은 2009년 장섬유 마스크, 2010 2Step 마스크, 2011년 팔자주름 패치, 2012년 비장탄() 블랙마스크, 2013년 맞춤 화장품 T.P.O 브랜드 개발, 2014년 피부 밀착 누드겔 마스크 등 매년 업계 최초 제품을 개발하며 스스로 개척한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었다.

 

신제품을 자주 내놓는 만큼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제안제도를 운영한다. 직원들이 언제든 회사에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50만 원씩 인센티브를 준다. 자유로운 회의 분위기에 인센티브까지 더해지자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 최근에 나온 팔자주름 패치, 향기 나는 팩, 크림 마스크팩 등도 모두 직원의 아이디어다.

 

제품이 출시되면 회사 내외부에서 품평을 한다. 우선 내부 직원들끼리 제품을 써본 결과에 대해 의견을 받는다.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지적받은 부분을 보강해가면서 계속해서 품평회를 한다. 평균 4번 정도까지 계속해서 제품을 업데이트한다.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일부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외부 품평회도 한다. 여러 번의 보강 과정을 거치면서 만족할 만한 제품이 나왔다고 확신할 때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다.

 

출시 단계부터 유통에 대해 고민한다. 드러그스토어와 온라인, 마트, 재래시장 등 다양한 채널별 특징에 맞는 제품을 공급한다. 제품의 전체 주 소비자 연령대는 20∼39. 이들을 유통채널별로 구분했다. 대체로 왓슨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20대 중반, 올리브영은 20대 후반부터 30, 마트는 30대 이상, 화장품 전문점은 40대 이상, 재래시장은 50대 이상으로 잡았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제품을 유통 채널별로 중점 납품한다. 이렇게 세분화해서 접근함으로써 재고를 줄이고 좀 더 효율적으로 재구매를 높일 수 있다.

 

평생 지켜온 신뢰의 경영철학

좋은 화장품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공급한다는 경영 원칙에서 중요했던 것이 신뢰였다. 그는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한번도 다른 사람의 돈을 떼먹거나, 남을 속이려 한 적이 없다. 이를 위해 그가 지켜 온 구체적인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는 제품 납품일이나 마감일, 대금 결제일을 어기지 않았다. 둘째, 어려울 때 외면하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냉정하다고 하지만 그는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한번에 오랫동안 지켜 온 인연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업황이 안 좋아 대리점 및 전문점 사장님들이 힘들어 할 때 미리 선결제를 해주기도 했다. 올여름 메르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거래처에도 선결제를 해줬다. 셋째,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거래처별 매출 기록을 일부러 보지 않는다. 사람이다 보니 매출 내역을 보고 실적이 좋은 곳만 우대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사람인지라 자료를 보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번도 거래 내역을 본 적이 없다. 10억 원 이상 하는 거래처도 중요하지만 100만 원 하는 거래처도 소중하다는 게 권 대표의 지론이다. 매출이 적은 곳에서도 L&P코스메틱의 제품을 파는 것이 결국은 L&P코스메틱에도 이익이란 것이다.

 

이런 원칙에 기반해 사업 파트너를 위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대리점 회의다. 어느 정도로 성장한 화장품 기업 중에 아직도 대리점 회의를 하는 곳은 거의 찾기 힘들다. 최근에는 브랜드숍 위주로 유통되고 또 직배송이 편해지면서 기업들이 화장품 전문점에 물건을 대는 대리점을 따로 모아 관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도 L&P코스메틱은 여전히 매월 서울 및 지방의 대리점 사장들과 함께 회의를 한다. 권 대표는시장 환경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대리점 사장들 덕분에 물건을 전문점 및 주요 매장으로 쉽게 유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여전히 그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대리점 회의뿐만 아니라 올 6월 권 대표는 전국 대리점 직원 80여 명의 발리 여행 경비를 전부 대기도 했다.

 

사람을 아끼고 약속을 신뢰하는 권 대표의 경영철학은 L&P코스메틱의 성장에도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거래처 사이에서는 “L&P코스메틱이 잘되면, 우리도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화장품 전문점, 판매점, 브랜드숍 할 것 없이 모두 L&P코스메틱 제품을 팔고 싶어 했고, 일단 물건을 받으면 애정을 갖고 판매에 열을 올렸다. 이렇게 되다보니 거래처의 매출도 늘고 L&P코스메틱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오랫동안 권 대표와 거래했던 많은 곳에서는 L피부과와의 계약 해지로 브랜드를 바꿔야 했을 때에도 제품을 사줬다. 이런 그의 철학은 국내 유통 강화라는 전략을 통해 매출을 반등시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나는투게더란 말을 참 좋아한다.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며 연신 사업 파트너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런 의미로 지난해 창립 5주년 행사를 할 때는 파트너사 150여 곳의 이름과 사업을 도와준 사람들을 전부 차례대로 소개했다. 통상 기업에서 이런 행사를 할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 핵심 파트너 십여 군데만 소개하곤 하는데 권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매출액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들 L&P코스메틱을 위해 일을 하는 마음만은 똑같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는현재는 회사 직원 자녀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상장하게 되면 앞으로는 대리점 회사 직원의 학비까지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런 철학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L&P코스메틱은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비롯한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중국 대표 SNS

웨이보의 팔로어 수도

84만 명이 넘는다.

 

국내 1위에서 중국 1위로, 그리고 세계 1위로

L&P코스메틱의 성과가 놀라운 점은 중소기업으로서 대형 톱스타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마스크팩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한때 가수 김범수를 모델로 기용하기는 했지만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다. 2013년부터 중국 시장 개척도 본격화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스타 마케팅 없이 성과를 내고 있다. L&P코스메틱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고객 밀착 영업이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또 중국 시장의 성과에 대해 국내에서 1위를 하고 중국으로 나가겠다고 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국내에서 1등이 아닌 기업이 외국에서 1등을 하기는 어렵다. 경쟁기업 중 한 곳은 국내 유통망이 제대로 없기 때문에 현재 중국 매출이 많이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온 중국인들이 시장을 살펴보니 자신들이 현지에서 구매했던 제품이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것을 보고 마음이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메디힐은 국내 올리브영에서도 잘 팔리고 있어 오히려 국내를 찾은 중국 관광객들에게 더욱 신뢰를 줄 수 있었다. 그는 국내 1등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1위를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세계 시장에 나아가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L&P코스메틱은 8월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판매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고급 마스크팩을 직접 체험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중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현지 진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L&P코스메틱은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비롯한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의 팔로어 수도 84만 명이 넘는다. 중국의 톱 여자 연예인이 인기 프로그램에 나와 스스로 L&P코스메틱 마스크팩을 사용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홍보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높지만 현지에서 자발적인 팬덤을 모으면서 유사제품만 수십 개에 이른다.

 

이처럼 현지에서 인지도를 쌓은 덕분에 올 4월에는 세계 1 PC업체레노버를 갖고 있는 레전드홀딩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데도 성공했다. 레전드홀딩스 외의 다른 곳에서 더 많은 투자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권 대표는 레전드홀딩스를 선택했다. 세계 250여 개 회사에 투자해 수차례 성공을 거둔 경험에 있는데다 L&P코스메틱의 경영철학을 최대한 지켜주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중국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는 대신 좋은 파트너를 물색해 함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현빈 등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해 마케팅 활동에도 힘을 싣는다. 8월 현지 법인을 설립해 내년을중국 시장 확대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중국 사업을 위해 위생 허가도 받았다. 위생 허가를 받지 않고도 사실상 제품을 판매할 길이 많아 일부 경쟁회사들은 위생 허가를 받는 대신 편법을 택하기도 한다.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올바른 길을 가지 않으면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오랜 경험에서 이미 체득했다앞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했다.

 

네이버의 온라인 메신저라인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앞두고 있다. 라인 측에서 먼저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동남아, 일본 등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라인과의 컬래버레이션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L&P코스메틱은 기대했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전통적으로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그에 기초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 및 고객 중심의 개념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출현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인해 마케팅의 개념 또는 패러다임이 점차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비재를 중심으로 고객으로부터 출발하는 고객 중심의 마케팅(customer-driven marketing)을 추구했고 앞으로도 이러한 마케팅의 지향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하이테크 전자제품에서 시작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IT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서 고객을 이끌어 가는 마케팅 즉, 시장주도형 마케팅(market-driving marketing)으로 그 초점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요즘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O2O(Offline to Online) 마케팅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 기반해 L&P코스메틱의 사례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L&P코스메틱의 성공요인이 시장주도형 마케팅 개념을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시장뿐 아니라 대리점 등을 포함하는 유통구성원을 상대로 하는 B2B 시장에서도 시장주도형 마케팅 개념을 잘 실행했다. 고객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거래처 개발과 새로운 유통망 확대 노력은 기존 관행과 경쟁사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것이며, 충분히 시장주도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고객에게 적절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만족시키고,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들의 공통된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시장을 주도한 L&P코스메틱이 보여준 혁신성과 창의성은 훌륭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마스크드레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고객가치를 잘 파악하고 제품화해서 고객에게 그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시장 및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research)를 통해 고객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파악한 L&P코스메틱은 특히 제품화 부분과 가치전달 부분에서 그들만의 성공 요인을 찾아볼 수 있다. 제품화 부분에서는 경쟁제품 또는 대체제품보다 우수한 품질과 성능이 우선돼야 한다. 마스크팩을 싸구려 판촉물로만 여기던 시장에서 다양한 기능의 제품을 개발하고 꾸준히 개선함으로써 마스크팩의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하는 데 성공했다. 또 마스크팩의 고급화를 추구해 고객에게 이전에 없던 높은 가치를 전달한 점이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품질과 성능의 우수성은 그 제품의 브랜드로 집약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브랜드 가치를 구축함으로써 충성고객층이 형성돼 경쟁 제품보다 가격이 약간 높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될 확률이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친숙한 브랜드 덕분에 소비자는 일상생활에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신뢰하고 주저함 없이 특정 제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L&P코스메틱은 이와 같은 가치 있는 브랜드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그 첫발을 전문적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시작했다. 이처럼 라이선싱으로 시작해서 독자 브랜드를 도입하는 전략은 인지도가 낮은 중소업체에는 위험이 적은 선택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나 여타의 다양한 산업에서 이 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르까프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화승도 처음에는 나이키(Nike) 브랜드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였다. 이후 서서히화승이 나이키의 제조사임을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며 대중성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나이키와 라이선싱 계약이 만료된 후 화승은 비로소 새로운 브랜드 르까프를 출시했고, 이때 나이키와 함께 일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던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라이선싱으로 브랜드를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는 전략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일반적인 중소사업자들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L&P코스메틱의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이 유통관리 전략과 맞물리면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일단 제품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브랜드 개발 및 관리에도 어느 정도 전문성이 확보되고 나니까 그 다음 차례로 유통망 개척과 관리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단계로 스스로가 진화했다. 이때 L&P코스메틱은 각 유통채널별로 배타적 맞춤형 브랜드(exclusive branding)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이 전략은 각 유통채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브랜드를 통해서 이룰 수 있게 했고 동시에 각 유통채널의 L&P코스메틱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일관되게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도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드러그스토어, 면세점, 편의점 등에 차례대로 진출함으로써 경쟁 업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유통채널로 항상 한발 앞서는, 시장선도형 유통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의 혁신성이 제품개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채널의 관리전략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가르쳐준다.

 

유통채널관리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최종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B2C 시장에서의 고객관계관리의 개념을 B2B 시장에서의 유통채널관리에 적용시킬 때, 학계에서는 거래처나 공급업자와 같은 사업상의 파트너관계관리(PRM·Partner Relationship Management)라 부른다. L&P코스메틱의대리점회의등과 같은 유통채널관리는 PRM의 성실한 실행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이 또 하나의 성공요인으로 파악된다.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L&P코스메틱은 중국 진출을 비롯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점도 높이 평가 받을 만하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 및 소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면 지나치게 많은 제품라인과 계열을 갖게 돼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저해될 위험도 있음을 역시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의 위험을 인지하면서 현재까지 해왔던 브랜드와 유통전략을 실행해 높은 고객가치를 제공한다면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L&P코스메틱의 진화는 계속되리라 기대된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김상용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sangkim@korea.ac.kr

 

김상용 교수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경영학 석사를, Duke University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림대와 KAIST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과 대외협력처장을 역임했다. 편집위원장,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한국마케팅학회 부회장, 한국소비자학회 부회장,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마케팅키워드101> <고객지향적 유통관리> <인터넷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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