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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STX그룹

대형 M&A 성공, 10년 새 100배 성장 장기불황 예측못해 매각실패 공중분해

이덕진 |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STX그룹은 창업 후 초기 잇달아 대형 M&A를 성공시키며 급속한 성장을 이룬다. 특히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의 인수는 10년 만에 회사를 100배 이상 성장시킨다. 하지만 아커야즈의 인수와 다롄 조선해양종합생산 기지 구축은 이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그룹의 유동성을 크게 악화시킨다. 그룹 회생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STX에너지와 STX OSV 매각, STX팬오션과 STX다롄 매각을 시도하지만 불리한 협상조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룹은 와해의 길을 걷게 된다. 초기 성공적인 M&A로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낸 STX그룹이었지만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시점에서 사업매각을 위한 M&A에 실패함으로써 결국 그룹의 와해를 막지 못한 것이다. STX그룹의 사례는 구조조정을 위한 M&A가 성장을 위한 M&A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실증한다고 할 수 있다.

 

편집자주

필자의 요청으로 실명 대신 가명을 썼습니다.

 

 

서론

 

2001년 외환위기로 위기에 처한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STX그룹은 대동조선(STX조선해양),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불과 10년 만에 매출 및 자산규모 약 30조 원을 기록하며 재계 12위의 대기업으로 올라섰고, 강덕수 회장은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성장도 잠깐이었다. 2008년 리먼 사태와 함께 몰아닥친 경제위기 상황이 조선, 해운산업의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2013년 그룹이 와해되는 비운을 맞게 됐다. 경제위기 직전 진행됐던 대규모 투자에서 비롯된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STX그룹은 창업 후 초기 10년간 이뤘던 M&A를 통해 급속한 성장을 했다. 강 회장은시너지가 큰 관련 산업 진출을 통해 조선·해운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과감하게 이를 실행해 나갔다. 선박엔진 및 부품 사업을 하다 그 수요처가 되는 조선산업에 직접 뛰어들게 됐고, 배를 만들다 보니 다시 조선의 수요산업인 해운에 관심이 생겼다. 여기에 에너지 자원 개발 분야, 배 제작 산업 등까지 영역을 확대했고 차례차례 기업을 인수해 나갔다. M&A를 통해 STX그룹은 결국 조선기자재, 엔진제조, 선박플랜트 건조, 자원개발, 해상운송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됐다.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 등 3건의 성공적인 M&A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STX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또 다른 M&A와 투자를 준비했다. 2007∼2008년에 진행된 유럽의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아커야즈(Aker Yards) 인수와 중국 다롄에 대규모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를 구축한 일이 그것이다.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시행한 이 계획은 불행히도 투자 직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맞게 된다. 조선해운산업이 급격한 경기불황에 접어들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두 건의 투자는 STX그룹 유동성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 된다.

 

조선해운산업의 불황이 예상외로 장기화되고 그룹 유동성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자 STX그룹은 M&A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했다. 그룹 내 가장 우량한 기업이었던 유럽의 STX OSV STX에너지를 매각하고, STX팬오션과 STX다롄 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그룹 초기의 M&A와 달리 매각을 위한 M&A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룹의 어려움을 알게 된 협상 파트너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끌고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결국 STX OSV STX에너지는 제값을 받지 못했고, 팬오션과 다롄은 매각 자체가 불발됐다.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친 STX그룹은 결국 와해되고 말았다.

 

STX그룹의 성공과 실패 과정은 주요 M&A 사건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5개의 기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쌍용그룹을 인수해 STX그룹으로 탄생한 출범기,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의 성공적 M&A를 통한 고속성장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아커야즈의 인수와 다롄 조선해양종합기지 투자를 진행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모색기, STX OSV STX에너지를 매각하며 그룹 회생을 도모했던 자구 노력기, 그리고 생존을 위해 팬오션과 다롄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불발로 그친 생존모색기가 그것이다.

 

 

이 중 초기의 M&A, STX그룹의 기반을 다진 쌍용중공업 인수와 수직계열화 달성 및 고속성장을 이룩한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 인수는 10년 만에 회사에 100배의 성장을 가져온 성공적인 M&A였다. 불황으로 어려워진 기업을 인수해 조기에 턴어라운드 시키고, 다시 증시에 상장시켜 기업가치를 높였다. 반면 2007년과 2008년에 이뤄졌던 아커야즈의 인수와 다롄 조선해양종합생산 기지 구축은 이후 그룹 해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무리한 투자였다. 경제 위기와 관련한 여러 조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큰 규모의 투자를 해외에서 진행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음에도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한편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고 회생을 위한 자구노력으로 이뤄진 STX에너지와 STX OSV의 매각, 팬오션과 다롄의 매각 시도는 구조조정을 위한 M&A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모든 협상조건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초기 성공적인 M&A로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 낸 STX그룹이었지만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시점에서 사업매각을 위한 M&A에 실패함으로써 결국 그룹의 와해를 막지 못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M&A가 성장을 위한 M&A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실증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에서 각 기간의 주요 내용들을 검토해 보면서 STX그룹의 초반 M&A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구조조정을 위한 M&A를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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