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ssential Cases in Books

슈퍼컴퓨터는 메르스를 막을 수 있다 어쩌면…

서진영 | 181호 (2015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슈퍼컴퓨터나 빅데이터 같은 최신 기술이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IBM이 창사 100주년을 맞아 지난 2011년 만든 슈퍼컴퓨터왓슨은 당시 인기 TV 프로그램제퍼디 퀴즈쇼에서 74연승의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퀴즈왕 켄 제닝스를 물리치고 우승한다. 슈퍼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선 것. 이후 슈퍼컴퓨터의 활용 영역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인간이 풀 수 없는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슈퍼컴퓨터가 이미 연구소를 떠나 의료, 법률, 금융 등의 서비스 현장에서 기술 진화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는 것. 앞으로의 비즈니스 전략은 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해 너무 몰랐다. 무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모두가 허둥대다 온 나라가 속절없이 뚫려 버렸다. 정부는 낙타가 옮긴다고 알려진 이 병을 막겠다고낙타와 밀접한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와 낙타유 섭취를 피하라는 예방법을 배포했다 전 국민의 비웃음만 샀다. 메르스에 대해 모르니 어떻게 메르스가 전파되는지를 파악하는 데만 수일이 걸렸다. 예방법과 치료법을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메르스에속수무책이었다.

 

데이터 홍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필요할 때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방법은 없을까?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 나우>에 따르면 IBM의 슈퍼컴퓨터왓슨(Watson)’이 이런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 줄 가능성이 높다.

 

왓슨은 지난 2011 IBM 창사 100주년을 맞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왓슨은 인간의 말을 이해해 인간 퀴즈왕을 꺾을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 보겠다는 어찌 보면 사소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2004년 여름, 미국 뉴욕 맨해튼 업타운에 위치한 한 선술집에서 IBM의 경영진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쪽 끝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퀴즈쇼인제퍼디(Jeopardy)’에서 켄 제닝스가 또 한번 승리를 거두며 역사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잡학 전문가인 제닝스는 무려 74번 연속이라는 최장기간 우승 기록을 세우며지식의 수호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바로 저거야!”

 

제퍼디 퀴즈쇼에서 1등 하는 컴퓨터를 만들자. 그러려면 인간의 언어로 던지는 질문을 알아듣고 스스로 생각하며 학습해 몇 초 안에 답을 찾아 말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을 닮은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개발 아이디어는 이렇게 시작됐다.

 

5년이 지나 제닝스는 IBM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왓슨이라는 이름의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당신을 이기고 싶습니다.” 퀴즈왕 제닝스에게는 한마디로 미래에 생길 법한 영화 같은 이야기로 들렸다. 호기심이 발동한 제닝스는 컴퓨터와의 대결을 흔쾌히 수락했고, IBM 창사 100주년을 맞은 2011 2월 제퍼디 쇼에서 만난 왓슨과 대결을 벌였다. 74연승의 챔피언 켄 제닝스, 그리고 3255102달러로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챔피언 브래드 러터와 사흘 동안 퀴즈 대결을 펼친 왓슨은 결국 두 명의 인간 챔피언을 누르고 우승한다.

 

 

위대한 2020년을 위한 기업의 미래 생존 전략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 나우

장학만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5

 

IBM은 어떻게 7년 만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왓슨은 전문적인 질의응답 시스템(Question Answering System)이다. 사람이 실제로 대화하는 것처럼 인간의 자연 언어를 이해한다. , 사람이 질문하면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다른 어떤 컴퓨터 시스템보다 심오한 방식으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왓슨의 우승은 인공지능을 포함해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어느 수준까지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까다로운 인간의 퀴즈를 듣고 고도의 연산 과정을 거쳐 퀴즈의 정답을 찾아내는 기술은 그동안 컴퓨터의 능력 밖에 있었다. 하지만 왓슨은 수많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수수께끼나 말장난, 힌트 같은 인간의 복잡한 언어를 이해하고 불과 2, 3초 안에 추리해 정답을 맞히는 능력을 보여줬다.

 

기술적으로 살펴보면, 슈퍼컴퓨터 왓슨은 하드웨어의 빠른 계산능력을 바탕으로 제퍼디 쇼에서 출제되는 문제를 알아듣고 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한 최적의 알고리즘인(Deep) QA’라는 소프트웨어와 1초에 책 100만 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많은 양의 자연 언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왓슨은 신문기사나 백과사전, 각종 저널 등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언어를 담은 2억 건의 문서를 고도의 알고리즘을 통해 빠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조합해 정답을 찾아낸다. 뉴스 기사처럼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와 데이터 테이블 안에 들어 있는 구조화된 형식의 데이터 모두를 활용해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슈퍼컴퓨터인 왓슨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안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메르스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쓰인다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왓슨은 이미 의료 분야에서 첫 고객을 확보했다. 미국의세톤 헬스케어 패밀리라는 병원이 환자 데이터 분석을 위해 왓슨의 기술을 채택했다.

 

사만다 다롄이라는 이름의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고 의사가 그녀의 상태를 살핀다. 환자에게서는 통증과 염증을 동반한 안구 출혈, 몽롱한 기운, 빛에 대한 과민 반응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야 한다. 이때 의사 옆에 왓슨이 있다면 왓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사는 왓슨에게 환자가 보이는 증상들을 설명하고 어떤 질병일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왓슨은 미리 입력된 전 세계 의학 관련 지식 및 임상 실험 결과 등을 분석하고 종합해 환자의 잠재적인 질병 5가지를 내놓는다.

 

 

환자가 포도막염일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의학 저널과 참고 문서의 해당 부분을 바로 의사에게 보여주고, 의사는 왓슨이 제시한 증거들을 보며 직접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포도막염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의사는 왓슨에게 다시 질문한다. 포도막염과 관련된 질병과 질환이 무엇인지 보여달라고 하는 것이다. 왓슨은 다시 수억 건의 의학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베체트병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 염증 질환 같은 다른 여러 잠재적인 진단들을 제시한다.

 

어쩌면 왓슨은 환자의 병원 방문 기록을 통해 이 환자가 관절염 가족력이 있다는 것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한 병명을 진단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검토하게 된다.

 

건강 검진 기록에서 사만다 다롄에게 원형 발진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도 있고 현재의 질병과는 관련이 없어 보였던 몸살과 두통을 호소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추가로 환자가 라임병의 발병률이 높은 지역인 코네티컷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사만다 다롄에게 라임병이라는 진단 결과를 제시한다.

 

이제 의사는 사만다 다롄을 어떻게 치료할지 결정해야 한다. 왓슨은 라임병 치료를 위해 어떤 항생제가 자주 처방되는지 알려준다. 독시사이클린,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왓슨은 다시 환자 기록을 통해 사만다 다롄이 임신을 했고 페니실린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아낸다. 이 같은 특정한 상황까지 고려해 왓슨은 2005년 연구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파렉신이 임산부가 복용할 수 있는 항생제이고 독시사이클린과 아목시실린을 사만다 다롄에게 처방해서는 안 된다고 알려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질병은 메르스를 포함해 수만 종이 넘는다. 어떤 질병들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수년씩 걸리기도 한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전 세계에서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최신 의학 정보를 모두 알고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의학 논문의 수는 7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다.

 

 

매우 복잡한 증상을 진단하는 의사들은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고 잘못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양의 정보가 필요하다. 왓슨은 많은 양의 전자 의료 기록, 각종 의학 저널, 전 세계 의학 전문지에 실린 논문, 임상 시험 및 치료 사례를 비롯해 의사와 환자가 만날 때 만들어지는 음성 기록까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의학 전문지에 실린 각종 논문과 질병 및 치료 사례, 여기에 많은 양의 환자 데이터까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종합해 인간의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한다. 메르스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왓슨의 이런 능력이 빛을 발한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왓슨은 2013년부터는 미국 텍사스 의과대학 MD앤더슨 암센터와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센터 등에서 암 진단과 치료 부문에 도입돼 이용되고 있다. 왓슨은 2000만 페이지 분량의 암 정보를 비롯해 임상 결과와 최신 논문들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해 의사가 작성한 환자의 임상정보와 병력, 테스트 정보 등을 분석해 최적의 처방과 치료법을 의사에게 제안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왓슨이 내놓은 환자에 대한 소견 자료는 보험사에도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IBM은 왓슨의인지 컴퓨팅을 활용, 의학과 과학은 물론 기업들의 다양한 산업조사를 지원하는 기술인왓슨 디스커버리 어드바이저를 내놓았다.

 

IBM은 더 나아가 왓슨의 활용 영역을 스마트 기기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바로왓슨 애널리틱스. 왓슨 애널리틱스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적용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각종 기업의 비즈니스 분석 및 예측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제공하는 기술이다.

 

수백만 건의 과학 및 의학 논문들을 단기간에 파악해 헬스케어, 제약, 과학연구 등에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연구원이나 과학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통찰력을 도출해내는 이 기술은 왓슨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IBM의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미국의 베일러 의대는 이를 활용해 질병 생물학 연구에 나서고 있다. 또 존슨앤존슨 및 뉴욕유전자센터는 IBM과 생명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1년 제퍼디 퀴즈쇼 우승 후 왓슨은 진화를 거듭했다. 왓슨의 크기는 대형 피자상자 4개 크기로 줄어들었고, 대신 성능은 25배나 향상됐다. 방대한 의료 관련 데이터를 더욱 정교하고 빠르게 분석해 처리할 수 있는 왓슨의 기술은 엄청난 의학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하는 분석 능력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왓슨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

빅 데이터

박순서 지음, 레디셋고, 2013

 

왓슨의 활약은 이미 의료 분야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 왓슨은 이미 금융 빅데이터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왓슨은 호주의 ANZ은행과 CLSA증권 등에서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의 투자선호도 조사, 투자 종목 제안 등 금융 부문 자문역을 맡고 있다. IBM 자체와 유통 부문에선 콜센터 상담원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몇 초 내에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고객의 문의에 최적의 답을 제시해줄 정도다.

 

왓슨은 요리 분야에도 진출했다. 왓슨은 세계적인 요리 전문 잡지인 <본아페티(Bon Appetit)〉와 공동으로본아페티와 함께하는 왓슨 요리사앱을 내놓았다. 왓슨의 기술력과 본아페티의 9000레시피 및 요리 지식이 결합된 이 앱은 일반 가정의 요리사들이 지금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게 도와준다.

 

빅데이터와 결합된 슈퍼컴퓨터 왓슨은 지금까지 인간이 풀 수 없는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순식간에 분석해 이미 의료, 법률, 금융 등의 서비스 현장에서 기술 진화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

 

왓슨의 성공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 IBM은 세계 70개국의 최고경영진 4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앞으로 5년 내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요인은시장 환경이 아니라기술’”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은시장 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이젠 미래 발전이 기술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다.

 

2014년 한 해 동안에만 7534건의 특허를 취득해 미국에서 22년 연속 최다 특허 챔피언에 오른 IBM의 로메티 회장도 왓슨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앞으로의 비즈니스 전략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IBM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즉 불황과 침체 등 시장의 불확실성보다는 급변하는 기술을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 전략에 적용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답은 기술이다. 과연 우리는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선도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기업과 국가의 미래는 변화를 이끌 기술과 그 통해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아낌없는 신기술 투자를 하고 있는가?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 서진영 서진영 | - (현)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
    -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운영 -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
    sirh@centerworld.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