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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번제 CEO, 중간 관리자 리더… ‘톱다운’ 리더십 넘어설 길 찾기

175호 (201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HR

 애플의 스티브잡스나 제너럴일렉트릭의 잭 웰치는 전형적인톱다운(top down)’형 리더였다. 이러한톱다운방식은 규모가 큰 피라미드형 조직에서 효율성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영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면서톱다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대안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통신기기 제조사화웨이는 세 명의 부회장이 6개월마다 교대로 회사를 이끄는윤번 CEO’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다이킨공업은 태스크포스의 리더를 맡은 중간관리자가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을 아울러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는미들업다운(middle-up-down)‘식 의사결정법을 쓴다.

 

 

 

리더십은 경영학이 주목하는 화두 중 하나다. 수많은 리더십 스타일이 존재하기에 그중 어떤 것이 더 우월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관심은 항상 뜨겁다.

 

일반적으로는 리더십을 실행하는 경영 프로세스를톱다운(top-down)보텀업(bottom-up)으로 구별한다. 전자는 피라미드형의 계층 조직을 전제로 정점에 있는 최고경영자가 기본적인 사업 콘셉트와 전략을 만들고 아래 직원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만 주력하는 모델이다. 후자는 반대로 아래 직원들이 콘셉트를 만들고 그것을 경영진이 실행하는데 이때 조직 구조는 피라미드형이 아니라 수평형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면 수평형보다는 피라미드형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톱다운형만이 리더십의 답일까?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미국, 유럽에서 제시한 전통적 서구적 리더십과 아시아의 새로운 리더십 사례를 <세계를 제패한 최강경영>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를 제패한

최강경영

김현철 서방계 노나카 이쿠지로 지음,

옮긴이 강성욱, 머니플러스, 2014.

 

이 책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유럽과 미국 기업에 톱다운형 리더십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전형이 잭 웰치가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당시의 제너럴일렉트릭(GE)인데, 웰치는 이런 말을 했다.

 

CEO가 하는 일은 터무니없이 대단하다. 무릇 온갖 종류의 말이 연상된다. 상식파괴, 격렬함, 즐거움, 월등함, 광기, 정열, 끝이 없는 업무, 기브 앤 테이크, 한밤중의 회의, 멋진 우정, 최상의 와인, 축복, 명문 골프코스, 중대사의 과감한 결단, 위기와 중압, 시행착오 반복, 대성공의 홈런, 승리의 흥분, 패자의 굴욕. 이만큼 멋진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여기에서 보면 기업과 관련해 거의 모든 전권을 위임받는과 같은 CEO의 모습이 느껴진다. 또 웰치가 직접 고안해 조직에 실행을 명령한 전략 중에업계에서 넘버 원, 혹은 넘버 투가 될 가망이 없는 사업은 폐쇄하든가 매각하라는 유명한넘버 원, 넘버 투 전략이 있는데 이 전략이 만들어진 것은 피터 드러커와 웰치가 단 둘이 대화를 나눈 것에서 비롯됐다.

 

웰치가 어떤 사업에 대해 묻자 드러커가만일 GE가 이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진출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이 전략에는 후일담이 있다. 1990년대 중반, GE리더십개발연구소에서 한 임원이 웰치의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했다.

 

“자신의 사업이넘버 원혹은넘버 투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업계를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책임자가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폐기해야 할 사업을 존속시킬 뿐 아니라 유망 사업에서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뻔히 보면서 놓치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웰치는 모든 사업 부문의 책임자에게업계 점유율이 10% 이하가 되도록 업계의 정의를 제고하라톱다운방식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점을 CEO가 그 자리에서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다.

 

잭 웰치뿐 아니라 고() 스티브 잡스도 톱다운형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맥,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튠즈 등 애플의 모든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재질까지 간섭을 했는데 아이폰을 개발할 때의 에피소드만 봐도 그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애초에 아이폰 디자인은 알루미늄 본체에 유리 디스플레이를 끼우는 형태였다. 그러나 어느 월요일 아침, 잡스가 개발팀 책임자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이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디스플레이가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알루미늄 본체가 지나치게 눈에 도드라져 보이는 게 단점이라는 지적이었다. 잡스는 책임자와 팀원에게 “9개월간 열심히 일을 해줘 너무나 고맙지만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바꿔야겠다. 이제부터 모두 야근을 감수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만일 참여하기 싫다면 지금 당장 나를 죽일 수 있는 총을 주겠다고 말했다.

 

9개월간의 디자인 결과물을 하루 저녁에 잡스가 독단적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당시 팀원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고 잡스가 시킨 일을 했다. 잡스는 이때를애플이 한층 자랑스럽게 느껴진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톱다운식 의사결정의 전형적 사례라 할 만하다.

 

 

 

 

그간 우리가 실행해온 리더십의 형태는 이러한 서구형 톱다운의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리더십을 실행할 수 있는 경영 프로세스는 톱다운과 보텀업이 아닌 제3의 대안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 실행 스타일은 중국 기업들에서 등장하고 있는 ‘CEO 윤번제도. 중국은 사실 기업뿐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말단의 행정조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조직에서 톱다운 방식이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톱다운의 문제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때로 폭주하거나 후계자 육성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톱의 폭주를 저지하면서 후계자를 육성하는 새로운 CEO 윤번제 리더십 스타일이 통신기기 제조사인 화웨이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1987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화웨이는 세계 14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웨이가 개발한 CEO 윤번제도는 이사회에서 선출된 부회장 세 명을윤번 CEO’로 선정해 6개월마다 한 차례씩 교대로 경영지휘권을 준다.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현 CEO인 런정페이(任正非) 2011년도의 연차보고서에서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CEO는 주주의 기대에 부응해 매 분기, 매년 업적을 올리기 위해 과도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쁩니다. 기업의 장래에 대해 깊이 연구하거나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게 현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CEO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일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웨이의 윤번 CEO는 복수의 경영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회사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의사결정은 상부의 리더 집단에서 내리기 때문에 완고한 한 명 탓에 회사가 경직되는 일도 없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으로 사업이 안정을 잃는 경우도 없습니다.”

 

그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CEO박식하고 세계적인 시야와 넓은 마음, 기술과 업계의 동향을 항상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지만 경영 환경이 눈부시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그런 인물을 단 한 명만 선출해서 모든 경영을 위임하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 그래서 소수의 경영자가 교대로 CEO를 맡는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CEO의 사명과 책임을 세 명에게 순번으로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세 명 모두가 짊어진다는 점이다. 나뉘는 것은 결단과 실행의 최종 책임인데 이것을 분기마다 윤번으로 담당하는 것이다. 당연히 당시 CEO가 아닌 부회장도 다음 번 순번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게 된다.

 

여기에 더해 런정페이가 강조하는 이 제도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CEO에게 가해지는 일의 부하(負荷)가 줄어드는 점이다. 종래의 CEO는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고 매 분기, 매년의 경영수치를 올리기 위해 많은 업무에 쫓긴다. 기업의 미래와 해야 할 일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그저 시간만 흘러간다. 그런데 윤번제도라면 달라진다. 눈앞의 일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과제에 몰두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또 하나, 경영자가 복수이기 때문에 경영에 다양성이 생긴다. 중국의 속담 중일조황제(一朝皇帝) 일조신(一朝臣)’이란 말이 있다. ‘어떤 황제라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모아서 조정을 만드는폐해를 피할 수 있다. 게다가 6개월마다 교대를 하니 환경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장점은 후계자 육성이다. 물론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4년 남짓(2011년 첫 시행)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세 명의 CEO가 모든 결단을 직접 내리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안건일수록 창업자인 런정페이에게 상세하게 보고하고 의논하며 최종 결정은 런정페이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젊은 CEO가 경험을 쌓기에는 참 좋은 제도다. 후계자 문제에 직면한 하이얼도 이러한 장점을 깨닫고 2013년부터 ‘COO 윤번제도’를 도입했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거나 기업이 연공서열형에 기반한 단순 협의체에 그치는 것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경영진으로 구성된 ‘CEO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소개할 리더십은 톱다운과 보텀업 형태를 적절히 조화한미들 업다운(middle-up-down)’식 의사결정법이다. 이는 태스크포스의 리더를 맡은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가 최고경영자(top)와 일반 직원(bottom)을 아울러서 새로운 콘셉트나 전략을 책정해가는 방식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간(middle)이 최고경영자와 제일선의 직원을 연결하는 결절점이 되고 최고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제일선의 직원이 직면한 비즈니스 현장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들업 다운의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다이킨공업이다. 2012 8월 미국 내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가정용 에어컨업체굿맨을 인수해 명실공히 세계 제일의 공조종합회사가 됐다. 세계 90개국에 진출해 해외 매출 비율이 60%를 넘는다. 이러한 약진의 주역은 1994년 사장 취임 이후 수많은 큰 결단을 내려온 이노우에 노리유키 회장이다.

 

이노우에 회장은 사장 취임 6개월 후에공조의 세 기둥’(가정용 에어컨 사업, 업무용 에어컨 사업, 사무실 등의 센트럴 공조사업)에 대한 집중 시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판매 대리점 인수 및 직영화, 중국 진출, 말레이시아 공조 대기업인 OYL 인더스트리즈 인수, 중국에서 가정용 에어컨 대기업인 주하이와의 업무 제휴, 굿맨 인수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수행한 바 있다.

 

‘이런 일련의 결단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노우에는모두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린 것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서모두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이노우에는플랫 앤 스피드(flat and speed)’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직책이나 연차에 상관없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내고 그것을 기초로 냉철하게 토론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회사에서 중요한 결론을 내리는 데 다수결은 있을 수 없고 마지막에는 경영자의 선택과 결정만이 남는다.

 

 

 

 

이를 중의독재(衆議獨裁)형 리더십이라고 한다. ,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마지막에는 경영자가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지면 한눈을 팔지 않고 모두가 함께 실행에 옮긴다.

 

실제로 다이킨의 임원회의에서는 토론 종료 시간이 한없이 연장되는 사례가 많다.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담담하게 안건들을 결재해가는 일반적인 임원회의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모든 회의의 마지막에는 이노우에의 한마디가 울려 퍼진다.

 

“중의독재. 결정권자인 내가 말하는 것이니이것으로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이것으로 진행한다.” 그리고목표는 이것” “기한은 언제까지” “이건 자네가 하게라고 하나씩 결정해간다.

 

임원회의가 끝나면 해당 직원에게 바로 자료를 배포하고 결정 사항을 공유한다. e메일 전달이나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고 담당 임원이 직원을 불러 얼굴을 보면서 구두로 지시한다. 그 후는 관련 멤버가 일치단결해서 목표를 향해 매진한다.

 

이렇게 중의(衆議), 즉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합의된 뒤, 독재(獨裁), 그 의견에 절대적으로 따르는 형태의 리더십은 동양권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듯하다.

 

최근의 경영환경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 중 하나가 복잡다기(複雜多岐)라 생각한다. ‘일이 여러 가지가 얽혀 있거나 어수선해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한 사람의 탁월한 직관보다 여러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합의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 조직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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