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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한국시장 진출 성공 요인 분석

헤어케어 제품은 마트에서만 판다? “NO” 윈윈구조 만드니 헤어숍 황금유통망되다

최한나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마케팅

 

 

로레알이 한국 헤어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선보인 헤어숍 중심의 영업은 헤어디자이너들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낯선 방식이었다. 로레알은 헤어디자이너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개별 헤어숍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동참하면서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얻었다. 한국 소비자만의 니즈를 파악해 특화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고 새로운 방식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인식하도록 만들어 소비자들의 마음도 얻었다. 관계 중심의 영업 및 고객 지향적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는 이유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예슬(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세계 최대 뷰티(beauty)기업 로레알의 헤어케어 브랜드인 로레알프로페셔널파리와 케라스타즈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97년이다. 당시 헤어케어 시장에는 1970년대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던 독일계 기업 웰라가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고 태평양과 소망화장품, 일진코스메틱 등 국내 일부 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세계 시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했지만 한국 시장에서 로레알은 후발주자였다. 웰라가 지배하는 시장에 또 다른 글로벌 브랜드가 제대로 세를 불려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로레알은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헤어케어 시장에서 웰라와 점유율 1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단기 급성장을 기록했다. 이후 거의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을 늘린 결과, 수년째 국내 프로페셔널 마켓 시장점유율 1위를 놓지 않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로레알이 국내에 선보인 헤어숍 중심의 영업 방식은 국내 기존 브랜드들은 물론 한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다른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전략이 될 정도로 국내 헤어시장 업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방대하고 체계적으로 짜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로레알 제품과 서비스에 익숙해진 헤어디자이너들은 자연스럽게 소비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샴푸나 린스를 헤어숍에서, 헤어디자이너의 추천을 받아 구입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던 소비자들은 로레알 제품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인식하고 지갑을 열었다. 이제는 한국 소비자 10명 중 3명이 헤어 관련 제품들을 헤어숍에서 구입한다. DBR이 로레알의 한국시장 진출 전략을 집중 분석했다.

 

사는 이에게도, 파는 이에게도 낯선 방식이지만

로레알프로페셔널파리와 케라스타즈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시장 공략 루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기존 브랜드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던 전통적인 방식의 리테일 판매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 입점해서 다른 헤어케어 제품들과 나란히 진열했다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식(mass market)이다. 하지만 로레알의 핵심 역량은 다른 곳에 있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로레알은 유럽 지역에서 먼저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는데 이때 활용했던 전략이 점판(hair-shop market)이다. 전국에 점조직처럼 퍼져 있는 헤어숍(hair-shop)에 제품을 들이고 헤어디자이너들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보다 헤어디자이너와 고객 사이의 관계가 밀접한 유럽의 경우 이 방식을 통한 매출이 헤어숍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디자이너가 직접 제품을 권유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고 마트에서처럼 대체 가능한 다수 제품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구매 연결 정도 및 관계지속성이 높다. 이런 방식을 통해 유럽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온 로레알은 해외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마다 비슷한 방식을 적용해 왔고 이제 막 진입한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한국 헤어숍들은 크게 삼등분돼 있었다. 우선 일부 유명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내걸고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를 확장해가던 톱클래스 헤어숍이다. 1970∼1980년대 이미 서울 주요 지역에 지점을 갖추고 있던 이가자, 박철 등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규모도 크고 디자이너 숫자도 많지만 지점망을 구축한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미들클래스 헤어숍이다. 이들은 골목 상권과 단골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다른 헤어숍들과의 차별점이나 자체적인 브랜드를 갖지 못했다. 세 번째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헤어숍이다. 운영 및 매출 규모가 작고 주로 1인 운영체제를 가진 곳들이다. 로레알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던 1990년대 말에는 미들클래스 헤어숍들이 프랜차이즈에 편입되거나 새로운 브랜드 구축에 나서면서 시장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던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로레알은 톱클래스 헤어숍을 타깃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을 제품 판매처 및 협업의 대상으로 포섭한다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들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영업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톱클래스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기존 프랜차이즈 안으로 들어가기 원하는 미들클래스 헤어숍들을 잠재 고객으로 삼을 수 있으므로 향후 시장 확대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있었다. 로레알이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헤어시장에 시도되지 않은 낯선 형태라는 점이다. ‘머리카락을 손질하러 간 헤어숍에서 샴푸나 린스 등 헤어 관련 제품을 산다?’ 한국 소비자는 대형마트나 할인점이 아닌 헤어숍에서 디자이너의 조언을 받아 헤어 제품을 구입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온 고객에게 헤어 제품을 판매한다?’ 헤어 디자인이나 서비스 가격에만 신경 쓰던 디자이너들이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디자이너들은 마치 영업사원처럼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에 압박감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심각한 걸림돌을 해결하기 위해 로레알은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고 단계적 접근을 시도했다.

 

 

 

Designer

1) 판매자를 전문가로 키워라

헤어숍에서의 제품 판매가 매끄럽게 이뤄지려면 우선 디자이너들을 포섭해야 했다. 일차 타깃으로 삼았던 대형 프랜차이즈로의 입점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제품 판매를 통해 추가로 마진을 남길 수 있으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로레알이란 글로벌 브랜드가 주는 이점 때문에 점주들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입점 이후였다. 매장에 제품이 깔리더라도 제품과 소비자를 중개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디자이너들은 스스로를 판매자로 인식하지 않았다. 헤어디자이너로서 명성을 얻고 단골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 목표였다. 이들에게 특정 브랜드 제품을 팔라고 강제하면 이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이들은 제품 판매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단골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제품을 권하는 유럽 사람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제품 판매에 나서는 것을 쑥스러워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강했다. 괜히 단골 고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떠나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로레알은 대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 대응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먼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로레알 제품에 익숙해지고 진심으로 좋다고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디자이너들이 로레알 제품에 친숙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써보게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렇다고 매장 몇 곳을 골라 무료로 제품을 뿌린다면 디자이너들이 실제 사용하는지 체크할 방법이 없고 자칫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 있었다. 교육 과정에서 실제로 로레알 제품을 사용해보면서 디자이너 스스로 로레알 제품에 익숙해지고 진심으로 좋은 제품이라고 느끼는 것, 그래서 단골 고객에게도 권하고 싶은 제품으로 인식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헤어디자이너들은 로레알 제품을 고객에게 권해 좋은 효과를 냄으로써 오히려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로레알과 헤어디자이너 모두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두 번째 목적은 교육을 통해 디자이너가 로레알 제품의 전문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헤어 관련 제품들은 특성상 소비자의 두피 상태나 사용법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제품도 적지 않다. 디자이너들이 해당 제품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고객에게 직접 시술하고 사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디자이너에서 소비자로 넘어가는 제품의 전달 경로가 매끄럽지 않고, 디자이너가 아무리 로레알 제품을 선호하고 판매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소비자의 구매로 연결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로레알은 한국 시장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주로 어떤 교육에 목말라하는지 파악했다. 주요 헤어숍을 중심으로 방대한 조사를 실시, 디자이너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헤어숍이 위치한 지역이나 규모에 따라 프로그램 수요가 달랐다. 톱클래스 헤어숍에서는 다음 시즌 유행 컬러나 헤어스타일, 해외 시장 동향 등을 알고 싶어 했다. 일부 선진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로서의 영감을 자극하는 예술 분야 교육을 원하기도 했다. 중소형 헤어숍에서는 고급 기술이나 최신 트렌드,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 등에 관심이 많았다. 로레알은 파악한 니즈들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짰다. 그리고 각 프로그램과 로레알의 주요 제품들을 결합했다. 예컨대 요즘 뜨는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앞에서 시연해보이고 교육생들이 따라 하도록 하면서 새로 나온 로레알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식이다. 수업에 참여하며 로레알 제품에 익숙해진 교육생들은 각자 매장에 돌아가서도 해당 스타일을 시술할 때 로레알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법을 미리 교육받는 과정 없이 제품이나 사용설명서로만 접하는 타사 제품에 비해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직접 사용해본 개인적인 경험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설명은 전혀 모르는 제품을 대상으로 할 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전문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직접 사용을 시도하기 전인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도 및 구매 욕구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실제로 로레알에서 마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을 사용해 본 디자이너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직접 연습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았다. 최신 트렌드나 해외에서 유행하는 컬러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로레알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금방 자리가 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얻은 긍정적 효과는 더 있었다. 최근에는 유명 헤어디자이너들이 방송 등에서 활발하게 활약하며 개인적인 인지도를 높이기도 하고 헤어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우호적이지만 로레알이 한국 시장에 막 진출했던 당시만 해도 헤어디자이너는 사회적으로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했다. 디자이너들이 해외 시장이나 새로운 디자인, 최신 트렌드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로레알 아카데미를 통해 진행된 교육 과정들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특히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신진 디자이너들은 로레알 교육을 통해 배움에 대한 만족을 얻었고 이는 로레알 교육에 참여하고 로레알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일종의 앞서가는 문화로 자리 잡게 했다.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로레알 아카데미 수료 사실을 자신의 프로필에 기재한다. 로레알 아카데미를 거친 디자이너들이 헤어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로레알 제품은 더 많은 점포에 들어가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었다.

 

현재 로레알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매년 약 500, 참여 교육생은 연간 1만 명에 달한다. 대부분은 무료로 진행된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 있는 디자이너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부산과 대전,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에서도 로레알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다. 전국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교육 과정을 통해 수많은 로레알 제품을 써보고 제품에 대한 자체적인 경험을 구축하는 셈이다.

 

2) 비거래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장기적 상생 관계를 구축하라

로레알은 개별 디자이너뿐 아니라 각 헤어숍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 했다. 이는 로레알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이 헤어숍의 이익 증가에 도움을 줘 로레알과 헤어숍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로레알이 헤어숍 운영에 좀 더 깊게 관여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케라스타즈 카운슬러 제도를 기획했다. 상당수 헤어숍들이 미용기술만 가진 개인 자영업자들에 의해 전문적 경영지식 없이 운영되다 보니 최신 헤어스타일이나 컬러, 트렌드 외에 매장 운영에 대한 조언에 목말라하는 곳이 적지 않다. 헤어숍들은 어떤 식으로 고객을 모으고 관리하면 좋을지, 광고를 어떻게 하고 영업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등을 궁금해 하고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싶어 했다. 특히 1곳만 운영하다가 지점을 늘려가는 단계에 들어선 헤어숍들에 이런 고민이 많았다.

 

로레알은 이 점에 주목했다. 헤어 관리 기술이나 로레알 제품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지만 헤어숍들이 가진 경영적 측면의 고민 해결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로레알의 주요 제품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 매장 운영과 경영학적 지식에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카운슬러팀을 발족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헤어숍이 밀집한 구역을 쪼개서 담당 구역을 정하고 주기적으로 헤어숍들을 방문하며 상담을 한다. 제품이나 교육 외에 머천다이징, 재고관리, 판매점검, 프로모션,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의 고민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요즘 뜨는 트렌드가 궁금하다는 헤어숍에는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고, 손님이 줄어서 고민이라는 헤어숍에는 프로모션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프로모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로레알 제품을 지원하기도 하며, 광고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헤어숍이 있다면 개별 헤어숍보다 규모가 크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로레알 이름으로 대신 언론 홍보를 기획하는 식이다. 토털 컨설팅인 동시에 일대일 맞춤형 카운슬링인 셈이다. 1차적인 목적은 헤어숍마다 가진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이런 협업을 통해 관계 친밀도를 높이고 공동으로 기획하는 프로젝트가 늘다 보면 로레알 제품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될 수 있다.

 

국내 톱 헤어디자이너 7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제도 역시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제도다. 포트폴리오는 디자이너로서는 물론이고 사업가로서도 성공한, 한국 헤어업계에서 톱클래스에 위치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로레알 본사에서 새로 출시한 제품이나 한국에 처음 들여오는 제품에 대한 얼리어답터이자 리트머스 시험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본사에서 출시한 제품이라면 한국 소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예측하고 한국에 들여와도 괜찮을지 검토한다. 한국에 처음 들여오는 제품이라면 한국 시장에 어떤 식으로 포지셔닝하고 마케팅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한다. 로레알에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새로 출시하면 좋겠다는 식의 제안도 한다. 일종의 자문위원 그룹인 셈이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그들은 로레알 본사에서 파리나 밀라노 등 패션 중심지에서 개최하는 프로페셔널 쇼나 세미나 등에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다. 각국의 시즌별 트렌드를 모아 전 세계적으로 소개되는 헤어 트렌드 룩 제작에 참여한다. 파리 본사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이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로레알은 한국 헤어산업 리더들과의 네트워크를 쌓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바스티엥 에몽(Sebastien Emond) 로레알코리아 헤어사업부 전무는한국 헤어시장의 리더들이 로레알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로레알은 이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취지에서 운영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로레알아카데미

 

Customer

1) 프리미엄 서비스로 포지셔닝하라

헤어 관련 제품들을 마트나 슈퍼마켓이 아닌 헤어숍에서 구입하는 일은 디자이너들에게만 낯선 형태가 아니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헤어디자이너의 추천을 받아 샴푸나 트리트먼트 제품을 구입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이런 제품이 그다지 비싼 가격군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굳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로레알은 헤어숍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단순 헤어케어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토털 케어 서비스로 정의하고 해당 제품들을 프리미엄 라인으로 구축했다. 특히 모발 관리를 헤어숍에서만 끝낼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직접 해야 할 일로 정의하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로레알은 우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과 헤어숍에서 전문가 권유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제품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해야 한다고 봤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제품과 헤어숍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 사이에 뚜렷한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굳이 헤어숍에서 제품을 살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 로레알은 본사에서 들여오는 제품 선정이나 가격 책정,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을 일반 리테일로 판매되는 제품들과 별도로 기획했다.로레알 관계자는일반 대중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품만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헤어숍에 들어가는 제품은 건조모 라인, 염색모 라인, 손상모 라인 등 고객의 헤어 상태에 따라 좀 더 전문적인 처방을 받는 제품으로 구성했다두 제품군은 원료부터 제조 방법, 패키지 등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로레알 트리트먼트는 1만 원 안팎의 가격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헤어숍에서 구할 수 있는 트리트먼트 제품은 6∼7만 원을 호가한다. 또 헤어숍에서 구입 가능한 제품은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제품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활용한 또 다른 방법은 로레알만의 머천다이징1 이다. 로레알은 헤어숍 전용제품 라인을 론칭하면서전문가가 진단하는, 전문가 처방의, 살롱 전용, 맞춤헤어 프로그램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브랜드별로 전용 점판대를 마련했다. 특히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헤어숍 벽면 중 하나를 전부 로레알 제품으로 채워 넣는 방식을 사용했다. 로레알 제품을 들여놓는 점포마다한 면을 제품으로 가득 채운다색상별로 진열하되 시리즈일 경우 시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열한다고객이 가장 자주 모이는 곳에 전시한다 등을 따르도록 권했다. 한 면을 제품으로 가득 채우면 압도적이면서도 위압적인 느낌을 받는다. 이는 제품에 권위와 전문성을 부여한다. 시선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시리즈별 또는 색상별로 진열하면 전문적인 느낌과 함께 제품의 다양성과 고객의 선택 가능성을 강조할 수 있다. 이런 진열 방식은 고객의 관심과 호기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며 자연스러운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헤어스타일이나 관리법에 전문가인 디자이너의 말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2) 특화된 제품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라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도 고안했다. 일단 로레알은 한국 사람들이 헤어숍을 찾아 받는 서비스의 절반 이상을 파마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럽 사람들은 파마를 잘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본사에서 만들어내는 제품 중 파마 제품의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로레알은 한국인을 위한 파마 제품을 별도로 기획하기로 했다. 머리카락 손상 우려가 크고 집에서 하는 헤어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이다.

 

로레알은 우선 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몇몇 디자이너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들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관심사를 수집했다. 태생적으로 직모가 많은 한국인은 머리카락을 구불거리게 만들기 위해 주기적으로 파마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마는 강한 열 및 독한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머리카락을 인위적으로 둥글게 마는 것이므로 머리카락 손상이 불가피하다. 한국인들은 파마를 좋아하고 자주하면서도 머리카락 손상에 대한 우려를 크게 갖고 있었다.

 

이런 심리를 파악한 로레알은 기존 파마들이 물결이나 웨이브 등 주로 완료 후 어떤 모양으로 컬이 나오느냐에 초점을 둔 것과 달리 머리카락 보호와 개인적인 관리에 초점을 뒀다. 그러면서도 헤어디자이너와 소비자가 좀 더 가까운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고안했다. 로레알 제품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한편 단골 고객 확보라는 헤어디자이너의 관심사와도 연결될 수 있도록 기획한 셈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콜라겐 파마다. 기존 파마 서비스는 헤어숍에서 시술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만 콜라겐 파마는 시술을 받은 후 디자이너의 처방에 따라 별도의 샴푸 및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파마를 하고 집에 돌아간 후에도 처방받은 샴푸와 마스크를 통해 개인적으로 모발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개인 모발 상태에 따라 다른 종류로 받아볼 수 있는 이 샴푸와 마스크는 헤어숍에서만 얻을 수 있다. 파마를을 원하면서도 머리카락 손상을 우려했던 소비자들은 시술을 받은 후 집에서 개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디자이너들은 이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면서 전문성을 강조하고 한층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출시 후 이 제품은 고급 헤어숍마다 제품이 아닌 파마 종류의 하나로 자리 잡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스팀 폿

 

 

스팀 폿(steam pot)도 대표적인 현지화 서비스다. 스팀 폿은 본래 로레알 본사에서 독일 가전제품업체인 로벤타와 손잡고 8년에 걸친 개발기간 끝에 내놓은 헤어컬링 기구다. 뜨거운 스팀을 쏴서 쉽고 빠르게 머리에 컬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유럽에서 출시했을 때는 스팀으로 스타일링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개발된 제품이었다. 하지만 한국에 건너오면서는 머리카락 손상에 예민한 소비자를 염두에 뒀다. 단지 뜨거운 김과 열만 가하면 내부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손상될 수 있다. 로레알은 본사에서 이 기구를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케라틴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을 헤어숍들에 제안했다. 머리카락에 열을 가하면 머리카락 조직이 열리는데 이때 케라틴을 주입해서 빠져나간 단백질을 다시 채워 넣는 방식을 기획한 것이다. 단지 스타일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카락 손상을 방지하는 효과까지 얻기 위함이다. 이 서비스 역시 출시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비자들은 빠르게 스타일링할 수 있으면서도 머리카락 손상이 별로 없다는 점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 기구를 구입해서 자신도 헤어디자이너처럼 집에서도 손쉽게 머리카락을 관리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는 로레알 제품의 판매 증가와 각 헤어숍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이처럼 한국에 특화된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은 로레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분석

로레알이 한국에서 성공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관계 중심의 영업 전략(Relational Selling Strategy)이고 두 번째는 고객 지향적(Customer Orientation) 영업 및 마케팅이다. 관계중심의 영업은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잘 적응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우위 요소를 창출하는 것이고, 고객지향성은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이 반드시 가져가야 할 기본 철학이다.

 

1. 관계 중심의 영업

관계 중심의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은 미국에서 1980년대 고객만족 경영이 도입된 이후 기존 고객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 및 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영업 전략이다. 이 관계 지향적 영업은 관계 마케팅이라는 큰 프레임(frame)하에서 수행된다. 관계 마케팅은 기존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거래를 파워 및 갈등 이론(Power and Conflict theory) 혹은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theory) 등으로 설명한 것을 Morgan Hunt 교수가 판매자와 구매자 간 관계로 설명한 이론이다. 기존 거래비용이론에서는 구매자나 판매자가 거래 상황에서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 등을 고려해 각자의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에 갈등과 배신(기회주의적 행동)을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관계 마케팅은 경쟁이 더욱 심해지는 환경하에 기존 고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호 간 신뢰(Trust)와 헌신(Committment)을 중요시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장기적인 거래를 이어간다고 설명한다.

 

최근 이런 관계 마케팅의 영향으로 기업 중심적 사고나 영업성사, 매출 위주의 목표를 중요시하고 일방적인 소통 및 단기성과를 강조하는 거래 중심의 영업에서 고객 중심의 사고와 영업 생산력(Productivity)을 강조하고 신뢰 형성 및 장기적으로 상호 혜택을 추구하는 관계 지향적 영업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문제와 니즈를 같이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에도 적극 관여하는 추세다. 로레알의 성공 사례도 이 같은 관계 지향적 영업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고 다음의 시사점을 준다.

 

 

헤어숍 내부

 

1)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객을 확보하라

관계 지향적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 및 강화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은 목표로 하는 고객 혹은 집단을 확인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형성 및 유지해서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고자 할 것이다. 고객 혹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가 맺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 즉, 관계의 폭(relationship breadth)보다는 그중 친한 사람이 몇 명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관계의 질(relationship quality)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친한 사람들 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구매 의사결정에서 결정권이 없다면 영향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관계의 구조요인(relationship composition)이라고 한다. 즉 많은 사람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 친한 사람을 만들고 그중 의사결정권이 있거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계 지향적 영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그림1영업관리 방식의 비교

 

 

로레알은 고객의 제품 구매과정에 많은 관련이 있고 구매결정에 직접적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으로 헤어디자이너를 선택했다. 이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제품을 권유하고 판매하는 영업사원의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헤어디자이너들이 부담이나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전문가로서의 교육을 통해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고 이를 고객에게 확고하게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로레알 입장에서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mass selling보다는 헤어숍과 같은 전문점을 타깃으로 삼았고 전문점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헤어디자이너들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이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 및 강화하는 전략은 최종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됐다.

 

2) 유통이 보유한 최종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라

이전의 거래 지향적인 관점의 영업에서 기업은 제품 중심적 영업에만 집중했다. 기업이 갖고 있는 제품을 유통망을 통해 푸시(push)하는 영업에 주력했고 유통망 확보와 고객 확대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고 유통 파워가 커지면서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고객 숫자만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장기적 수익 창출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한 유통이 가진 최종 고객의 정보는 기업의 가치 창출에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런 관점에서 유통과의 관계는 제조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유통이 독점하고 있는 최종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 창출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고객은 과거의 소극적 소통이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고객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기업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객은 기업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문제 해결과 기업의 문제해결능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은 자사 제품의 설명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레알 사례에서 로레알이 관계를 설정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 것은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헤어케어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지니고 있던 불편사항들을 디자이너들과 적극 이야기하게 하고 영업사원들도 이 과정에 개입하도록 해서 신제품을 개발한 것은 한국의 까다로운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제조업체 범위에 국한되지 않고 유통과의 관계를 강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 사례로 볼 수 있다.

 

3) 장기적인 관계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기업이 잘하는 것을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려고 하면 단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워진다. 고객은 기업에서 자신이 원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기업과의 소통을 원하고 기업과의 관계를 가지려고 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많은 제품이 쏟아진다. 비슷한 속성을 가진 제품이 많아지면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복잡해졌다. 이때 기업과 관계를 맺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결국 장기적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보다도 고객인 시대다. 기업은 적극적으로 이런 관계적 요구를 수용해서 고객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에 노력해야 한다.

 

헤어케어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여성 고객의 경우 디자이너들과 친분이 깊고 이런 관계는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로레알은 이 점을 자각하고 한국 시장의 고객들과 헤어디자이너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 창출에 집중했다. 관계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영업 및 마케팅 노력을 병행함으로써 한국 시장에 없었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로레알 사용매장

 

2. 고객 지향적 영업

‘마케팅은 고객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개념은 정확히 서술하자면마케팅은 고객가치로부터 출발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마케팅의 핵심이란 고객가치의 이해라는 의미인데 이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객이 현재 원하는 가치와 고객이 앞으로 원하게 될 가치를 예측해서 그들의 잠재된 욕구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쟁사와는 차별적으로 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또 다른 로레알의 성공요인은 고객 지향성이다. 고객 지향성은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객 니즈가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에서 출발하는지 끊임없이 학습하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은 왕이라는 관점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지만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듯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업이 보여주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Customers don’t know what they want, before we show it). 문제를 인지하고 있더라도 어떤 형태로 해결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로레알 사례에서 고객은 파마를 할 때 머리카락이 손상되는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체적인 해결책은 알지 못한다. 오히려 비전문가인 고객이 원하는 대로 했다가 머리카락이 더 손상되고 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고객이 판매자와 충분히 토론하고 대화를 통해 원하는 형태의 해결을 제시해야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고객 지향성의 관점에서 로레알의 성공 사례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1) 고객의 CNK에 집중하라

헤어디자이너를 통한 제품 판매 및 관계 형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 입장에서 어떤 문제나 니즈가 있는지 찾아내고 이를 충족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기업이 관심 갖는 부분이 CNK(Customer Needs Knowledge). CNK는 고객 니즈가 어떤 문제에서 출발하는지 파악하고 니즈를 구체화하는 세부 구성요인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볼 때 헤어케어는 자신에게 어떤 문제나 니즈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다소 어렵거나 전문적으로 느껴지는 분야일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헤어디자이너다. 과거 헤어디자이너들은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고 전문적인 헤어케어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았다. 로레알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헤어디자이너들에게 헤어케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게 했고, 교육을 받은 디자이너들은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니즈 및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CNK를 제공했다. 로레알이 한국 시장에서 선보인 많은 제품들이 이 CNK를 구체화한 솔루션 지향적인 제품이다. 제품은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CNK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2) 고객은기꺼이지불할 가치를 원한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제품에 부가되는 통합적인 가치 패키지다. 보여지는 제품에 기업이 줄 수 있는 모든 부가적 가치를 같이 제공하는 것이다. 로레알 입장에서는 단순히 헤어케어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헤어디자이너라는 전문가의 지식 및 서비스라는 부가가치를 같이 전달하는 것이다. 이 때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충성고객 형성인데 이를 통해 한발 더 나아가 가격 경쟁을 피하고 프리미엄 가치 및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 가격에 대해 명심해야 할 것은 가격은 고객 입장에서 비용이지만 동시에 기꺼이 지불하는 값이라는 점이다. 로레알의 경우 프리미엄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별도의 기획이나 헤어숍 내 전시방법 등을 활용해 고급이라는 이미지를 창출했고 고객들은 이를 누리기 위한 값을기꺼이지불할 수 있었다.

 

헤어숍이라는 1차 고객에게도 단순한 제품 제공 이상의 사업 모델과 사업 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헤어숍 운영에 대한 노하우 전파 및 프로모션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충성도를 형성하고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꾸준한 판매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고객가치 창출은 기업이 혼자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을 적극 참여시키고 같이 만들어갈 때 고객을 위한 진정한 가치가 만들어진다.

 

3) 고객 지향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라

고객 지향성은 고객 니즈를 잘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 및 고객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포함한다. 고객의 CNK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습 지향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에서 고객 지향성을 오해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을 고객 지향성으로 생각한다. 고객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준다면 해당 영업사원은 얼마 가지 못해 탈진(burn-out)하고 말 것이다. 고객이 왕이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기업의 파트너다. 기업이 잘되면 고객도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고 반대로 고객이 잘되지 않으면 기업도 잘될 수가 없다.

 

기업에서 가장 이직률이 높은 직무군이 영업에 종사하는 영업사원들이다. Franke Park(2006) 연구에 따르면 고객 지향성과 학습 지향성을 가진 영업사원들이 그렇지 못한 영업사원들보다 직무 만족이 높았고 성과도 더 좋았다. 고객 지향성이 낮은 영업사원들은 직무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이직을 고려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 지향성은 학습 지향성과 연결된 개념이다. 고객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학습해 고객에게 가장 좋은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로레알 사례에서 헤어디자이너들의 격을 높여주고 전문가적인 교육을 실시한 것은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디자이너들의 직무 만족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론

고객들은 종종 기존 제품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기업은 기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 새로운 제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기업은 고객 니즈를 확장해 원츠(wants)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존의 고객가치를 발전시키는 한편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반 제품과 서비스 제품의 차이는 유형화 정도다. 그런데 헤어케어 제품은 이 두 가지가 결합한 제품이다. 헤어숍에서 받는 무형의 서비스와 사용되는 유형의 제품이 그것이다. 유형의 제품은 형상화를 통해 고객에게 이미지를 심어주고 특정 속성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 부문은 유형화가 어렵다. 이 부분에서 기업은 역발상을 해야 한다. 제조업체라면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서비스에서 경쟁우위를 찾아야 하고, 서비스업체라면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유형화해서 보이게 만드는 것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해야 한다.결론적으로 기업은 고객 지향적인 기업철학에 바탕을 두고 관계를 통해 고객가치를 차별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새롭게 유형화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최한나 동아일보 기자 han@donga.com

박정은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jepark@ewha.ac.kr

박정은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수료한 후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University of New Hampshire에서 교수로 4년간 재직한 바 있다. <한국마케팅저널> 편집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유통연구>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더불어 한국마케팅학회, 한국유통학회, 한국소비자학회 및 한국마케팅관리학회의 상임이사와 소비자문화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마케팅 전략, 영업 전략 및 B2B 마케팅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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