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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마리오아울렛

강자와 맞대결 피하고 가치소비자 공략…가리봉동을 쇼핑허브로 만들다

조진서 | 134호 (2013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별(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가산디지털단지역은 타 지역 사람들에겐 가리봉역이라는 옛 이름이 더 친숙하다. 가리봉동-가산동 지역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인근의 구로공단(현재는 구로디지털단지)과 함께 서울 서남부의 대표적인 제조업 클러스터였다. 하지만 봉제공장들과 젊은 여공들, 우울한 쪽방촌은 이젠 옛날 얘기다. 역을 나서면 테헤란로와 여의도를 연상시키는 고층 빌딩들의 숲이다. IT업체들이 입주한 아파트형 공장과 오피스텔, 중견기업들의 본사들이 즐비하며 인근에는 LG전자의 휴대폰 연구소도 있다.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난다.

 

이 지역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바꿔놓은 것은 대형 패션 아웃렛들이다. 마리오아울렛(1, 2, 3), W, 패션아일랜드, 하이힐 등 거대 쇼핑몰들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정가 대비 50% 이상 할인해 판다. 백화점처럼 화려한 광고판이 전면을 덮고 있고 매장 앞 인도까지 매대가 설치돼 행인들을 유혹한다.

 

가산동 일대가 대형 패션 아웃렛 밀집지역으로 탈바꿈한 데에는 이 지역 큰 형님 격인 마리오아울렛의 공이 크다. 여성의류 브랜드인까르뜨니트를 운영하던 ㈜마리오가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아파트형 공장을 짓고 저층부에 마리오아울렛 1관을 연 것이 현재의가산아울렛타운의 시초였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몰렸고 마리오는 2, 3관까지 확장했다. 인근에 다른 대형 아웃렛들도 하나둘씩 자리 잡았다. 지금은 서울 서남부뿐 아니라 지하철로 연결되는 부천, 인천, 천안 지역까지 상권이 넓어져 특히 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마리오아울렛은 백화점에 들어가는 유명 브랜드 상품만 취급한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교외의프리미엄 아웃렛들과는 달리 TV나 신문 광고는 하지 않는다. 비용이 적게 드는 라디오 광고, 그리고 알뜰 소비자들이 퍼뜨리는 입소문에 의존한다. 꼭 살 사람만 오면 된다는 생각이다.

 

회사가 밝힌 2012년 마리오아울렛 매출(상품 취급액)은 약 2500억 원. ㈜마리오는 입점업체들로부터 매출의 15% 안팎을 수수료로 받는다. 2012년 실제 수수료 수입은 326억 원이다.1  마리오 3관이 본격적으로 영업에 들어간 2013년은 매출이 3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2년 영업이익률은 7%로 백화점 업계(신세계 11.2%, 롯데쇼핑 5%)에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현재 마리오에는 3개 빌딩, 총면적 132000㎡에 약 5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인근의 W, 패션아일랜드, 하이힐 등 대형 쇼핑몰들과 함께 주말에는 10만 명에서 20만 명의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불러 모은다. 중국 등 해외에서 오는 쇼핑객들도 많아졌다.

 

1관을 지을 때도사람도 안 다니는 곳에서 되겠느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첫해 매출 500억 원을 올렸습니다. 구전(口傳) 마케팅의 힘입니다. 3관을 지을 때도 주변에서는서울 서남권 상권만 보고 3관까지 지어?’라며 걱정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3관 개장 이후 매출이 50% 정도 늘어났습니다. 신규 수요를 성공적으로 창출한 것입니다.” 박용근 홍보부장의 말이다.

 

밤길을 걷기가 무서울 정도로 버려졌던 가리봉동 공장지대를 한국 최대 규모의 화려한 패션타운으로 탈바꿈시킨 마리오아울렛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다.

 

 

IMF 위기에서 기회를 보다

 

㈜마리오는 1987년에 설립됐으며 홍성열 회장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충남 당진 출신인 홍 회장은 가리봉공단 일대에서 만든 의류를 일본과 유럽 등지에 수출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특히 여성 니트 의류인 까르뜨니트 브랜드는 백화점에도 입점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의 단단한 체구와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업무스타일을 보고 일본 바이어들이 붙여준 별명이슈퍼마리오(인기 비디오게임 주인공)’.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구로공단과 가리봉공단의 수많은 사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원가경쟁력이 더 싼 지역을 찾아 빠져나가 동네가 황폐해졌다. 남아 있는 업체들의 불량 재고는 늘어났다. 의류업체들은 공장과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소규모 직영 아웃렛 매장들을 열었다. 외환위기 이후 사람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었고 같은 브랜드 제품을 사더라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멀리 가리봉까지 발품을 파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가리봉 아웃렛 타운도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이렇게 브랜드 상품의 재고처리를 하는 소규모 아웃렛들이 모인 거리는 흔히로데오거리라 불리며 수도권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수출 영업을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던 홍 회장은 아웃렛 사업에서 더 큰 가능성을 봤다. 그는 일본에서 백화점 스타일의 대형 아웃렛들이 대중교통이 좋은 도심 혹은 변두리 지역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미국의 아웃렛들이 멀리 교외로 차를 타고 나가 하루 종일 쇼핑하는개념이라면 일본과 유럽의 아웃렛은 대중교통으로 연결되는 것이 달랐다. 그는 한국에 도시형 대형 아웃렛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홍 회장은 IMF 사태로 공단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틈을 타서 부지를 다수 매입했다. 그리고 그중 한 곳에 자신의 별명을 딴 지상 8층짜리 아파트형 공장을 짓고 하부층에는 까르트니트뿐 아니라 여러 브랜드 제품을 파는 종합 아웃렛 매장을, 상부층에는 의류공장을 입주시켰다. 이 건물은 2001 1월에 문을 열었다.

 

백화점에서 파는 브랜드 상품을 50%에서 80%까지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종합 아웃렛은 알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첫해 500억 원 정도이던 매출이 3년 후인 2004년에는 12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여세를 몰아 홍 회장은 2004년에 1관 바로 옆에 2관을 열었다. 2관 역시 아웃렛과 제조시설이 같이 들어가는 복합건물이었다. 지상 3층까지는 매장과 식당가가, 4층부터 15층까지는 아파트형 의류 공장들과 사무실들을 입주시켰다. 2012 9월에는 13층 건물인 3관을 열었다. 1, 2관과는 달리 3관은 전부가 아웃렛 매장과 식당가다.

 

마리오가 규모를 키워가는 동안 인근에는 비슷한 콘셉트의 대형 패션 아웃렛인 ‘W하이힐’ ‘패션아일랜드등이 들어섰다. 이들은 서로 경쟁을 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이 일대를 수도권 최대의 아웃렛 패션타운으로 각인시켰다.

 

 

 

 

백화점을 자극하지 말라

 

마리오의 성공비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 의류산업의 유통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패션산업은 크게 브랜드 의류와 브랜드 없는 의류로 나뉜다. 브랜드가 없는 의류는 소규모 공장에서 만들어져 동대문 일대의 도매상을 통해 전국의 소매업자에게 팔린다. 브랜드 의류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돼 주로 백화점이나 직영점, 아웃렛 등의 대형 유통망을 통해 팔린다.

 

그중에서도 브랜드 의류의 신상품은 백화점과 소수의 브랜드 직영점에만 깔린다. /여름용 의류는 겨울부터, 가을/겨울용 의류는 여름부터 판매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정가에 팔리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20%를 넘기 힘들다.( 1)

 

10%만 택(tag) 가격으로 팔아도 대단히 잘 팔았다고 합니다. 만일 정가판매 비율이 20%를 넘으면 그 브랜드는 빅브랜드입니다.” 마리오 유통사업부의 김운호 영업1부문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백화점 매출은 세일 기간에 일어난다. 세일은 시즌이 끝날 무렵, 즉 정가판매가 시작되고 3∼6개월이 지난 후에 진행된다. 백화점 세일의 할인율은 20%에서 최대 50%까지다. 이때 생산물량의 60∼70%를 소진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는 할인율을 더 높이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격을 낮춰 팔수는 없다. 또 시즌이 지나면 유행이 바뀌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재고를 임대료 비싼 백화점에 오랫동안 놓아둘 수도 없다. 결국 남는 물량은 아웃렛이나 기타 할인매장으로 넘겨야 한다.

 

아웃렛 단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정가 대비 50% 싼 가격에 팔린다.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할인율도 점점 올라간다. 80%, 90% 할인 상품들도 볼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팔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 대형 의류회사의 경우 출시 후 2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상품은 무조건 수거해 소각한다.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다. 물건이 빼돌려지지 않도록 소각업체를 철저히 감독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형편이 좋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 제조 후 4∼5년이 지날 때까지 유통되도록 놓아두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소각하지 않고 상표를 떼어버리고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옷을 수거하는 수출업자들은 옷 한 벌당 값을 쳐주지 않는다. 무게를 달아 톤당, 혹은 ㎏당 가격을 지불한다. 브랜드의 무덤인 셈이다.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단순한 유통구조로 보이지만 제조업체에는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재고는 최소화해야 하지만 브랜드의 가치는 유지해야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백화점에서 100만 원을 주고 옷을 샀는데 며칠 후 같은 옷이 아웃렛에서 20만 원에 팔리는 것을 본다고 하자. 그 사람은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다시는 비슷한 옷을 정가에 구매하지 않는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제조사와 백화점들은 아웃렛이 백화점의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으려 애쓴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정가 유통과 할인 유통을 구분한다. , 백화점에 전시됐던 옷이 아웃렛으로 넘어올 때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차를 두게 하고, 또 백화점 근처에서 아웃렛이 영업하는 것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막는다. 만일 자신의 상권 안에 아웃렛이 들어왔다고 판단되면 백화점은 의류 제조사가 해당 아웃렛에 입점·납품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롯데, 신세계, 현대 등 소수의 대형 백화점 체인들이 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찍히는 브랜드는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제조업체뿐 아니라 제조업체로부터 물건을 받아야 하는 아웃렛 역시 대형 백화점 업체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명동 등 도심에 아웃렛을 열었지만 곧 문을 닫은 사례가 있었다.

 

마리오의 경영진은 백화점의 상권이 반경 5㎞ 정도라고 봤다. <그림 2>에서 보듯 서울 서남부 가산-가리봉 일대는 이런 면에서 백화점을 자극하지 않고 아웃렛을 열기에 좋은 지점이다. 가장 가까운 대형 백화점은 목동의 현대백화점, 영등포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지만 이들은 모두 5∼6㎞ 이상 떨어져 있다. 또 가산동 일대는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데다가 도심까지 연결되는 도로사정도 좋지 않다. 도로폭도 좁고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따라서 대형 백화점의 타깃 소비자인 중상류층 이상의 자가용 운전자가 잘 오지 않는다. 백화점 업체들이 가산아울렛타운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동기가 크지 않다.

 

한편 파주와 여주 등에 있는프리미엄 아웃렛은 마리오 등의 도심형 아웃렛과는 다르다. ( 2) 프리미엄 아웃렛은 이른바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고가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끈다. 1∼2층 저층 건물들로 공원 같은 분위기를 내며 교외에 있다 보니 자가용 없이는 접근이 힘들다. 따라서 중산층 이상의 자가용을 소유한 가족들이 타깃 세그먼트다. 백화점과 타깃이 다르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 백화점 업체들이 프리미엄 아웃렛도 운영한다.

 

반면 마리오를 포함한 가산동 일대 아웃렛들은 고층 건물들에 들어 있으며 공장시설과 건물을 공유하기도 한다. 열악한 도로사정과 주차공간의 제약 때문에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을 이용한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를 팔지만 고객층은 백화점과 확연히 구분된다.

 

박용근 부장은 마리오의 고객 세그먼트를가치구매, 목적소비층이라 말한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특정 브랜드 제품을 반드시 사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지하철을 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TV나 신문광고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쇼핑을 하러 오는 뜨내기 고객도 별로 없다. 매장 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대부분 물건을 산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격, 그리고 브랜드의 다양성이다.지방에서 올라오는 소매업자들도 많다.

 

실제로 2012년 마리오 포인트카드 회원들의 구매액수를 조사했더니 구로구, 관악구, 금천구, 광명시 등 가까운 4개 지역에서 온 고객의 구매액은 전체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6.8%였다. 나머지는 영등포, 동작, 양천 등 서울 서남부뿐 아니라 부천, 안양, 마포, 강서, 강남, 서초 등 넓은 지역에 주소를 둔 고객들의 구매였다.( 3)

 

마리오도 이런 알뜰 고객들의 특성에 맞게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 구성에서도 거품을 뺐다. 요구조건이 까다롭고 넓은 매장을 줘야 하는 해외 고가 브랜드는 아예 입점시키지 않는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병행수입 매장을 운영하는 정도다. 적립률이 1∼3%인 포인트카드 제도도 운영한다. 조건이 좋아 2013년 초 기준 가입자가 60만 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마리오가 노리는가치소비, 목적구매소비자들이다.

 

 

소송을 두려워하지 않고 규제에 맞서 싸우다

 

2004 2관 개관 직후, 잘나가던 마리오아울렛에 위기가 닥쳤다. 원래 홍 회장은 2관 완성 후 나란한 부지에 3관을 지을 계획으로 14층 높이의 건물 설계까지 마쳤다. 그런데 허가가 나지 않았다. 2관을 만들면서 공장용지 위에 아파트형 공장으로 허가를 받은 것이 문제였다. 이 지역은 산업단지공단 규정상준공업지역으로 건물의 70% 이상이 생산시설이어야 하며 나머지 30% 공간을 판매시설로 쓰더라도 해당 건물 안에서 생산된 물건만 판매할 수 있었다. 서울시내에 얼마 남지 않은 산업 생산 지역인 가리봉과 가산 일대를 디지털 생산단지로 가꿔보겠다는 해당 정부부처의 방침 때문이었다.

 

마리오 2관은 4층부터 15층까지 아파트형 공장과 제조업체의 사무실들이 들어와 있어 생산시설이 70%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은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저층의 판매시설이 문제였다. 아웃렛이다 보니 당연히 외부,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물건도 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산업단지공단법에 저촉된다는 경고를 받았다. 마리오는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영업은 계속했지만 3관 건설은 미뤄졌다. 양측은 법정에서 공방을 펼쳤다. 공단 측은 마리오가 공업단지로 지정된 지역에서 유통사업을 함으로써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리오는 세금이나 전기료 등 다른 유통회사에 비해 특별 혜택을 받은 부분이 없으며 산업단지법은 이미 패션 산업으로 활력을 얻고 있는 가산동 일대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 반박했다. 또 해당 단지 안에서 생산한 물건만 만들어야 한다면 컴퓨터 업체는 키보드부터 모니터까지 모든 부품을 단지 안에서 제조해야 한다는 말이냐는 논리도 펼쳤다.

 

긴 다툼 끝에 2008 1, 1심 법정은 산업단지공단의 손을 들었다. 부지의 원래 용도와는 다른 편법 영업이었다는 판결이었다. 이대로라면 2관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소송이 진행되는 4년간 여론은 마리오의 편으로 돌아서 있었다. 일대의 유동인구는 부쩍 늘었고 패션과 유통은 누가 보기에도 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중심 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마리오아울렛 옆에는 역시 의류업체인 원신에서 운영하는 ‘W패션아일랜드가 들어서 있어서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자체인 금천구청은 아예 패션 산업을 IT산업과 함께 금천구의 주력 산업으로 키우기로 마음먹고 마리오를 측면 지원했다. 홍 회장이 오랜 기간 금천구 지역 상공인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산업단지에서 시민들이 주로 옷을 사고 쇼핑을 한다면 이곳은 이미 산업단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도 국가산업단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당시 한인수 금천구청장이 언론에 기고한 글이다.

 

결국 여론의 힘을 입은 마리오는 산업단지공단을 움직였다. 일부 공간을 기부 체납하는 조건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3관 공사도 시작했다. 3관은 2012 9, 지하 4, 지상 13층 규모로 완공됐다. 1관과 2관이 의류에 집중한 반면 3관은 리빙, 아동용품, 가구 등 일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품목까지 갖추고 있다.

 

홍 회장 개인적으로도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한때 그는 비양심적으로 건물 용도를 변경해 불법영업을 하는 회사의 대표로 불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3관의 완공에 맞춰 2012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제17회 한국유통대상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유통기업 대표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대금 지급은 빨리, 브랜드는 국내 우대

 

홍성열 회장은 DBR과의 인터뷰에서 마리오의 근본은 제조업임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인 까르뜨니트가 백화점들을 상대로생활을 했던 경험이야말로 사업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백화점, 쇼핑몰 입점업체의 고충을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입점업체와 아웃렛 운영자의 윈윈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는 말이다.

 

제조업체들의 협조 없이 대형 건물 3개 동을 쓰는 대형 아웃렛을 채울 수는 없다. 많은 브랜드가 입점해야 하고 또 이들이 좋은 제품을 많이 진열해줘야 한다. 가산-구로 지역에 공장과 물류창고가 많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조업체들에 금전적인 혜택도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백화점에 입점하는 업체들은 판매대금의 30% 정도를 백화점 측에 수수료로 지급한다.2  백화점 형태의 아웃렛들(NC백화점, 뉴코아 등)은 입지조건과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15∼25%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리오는 15%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지만 좋은 물건을 많이 가져와 달라고 업체들에 요청한다.

 

낮은 수수료 못지않게 업체들을 유혹하는 조건은 빠른 대금 결제다. 백화점과 아웃렛 업체들은 상품판매대금에서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금액을 입점업체에 지급하는데 이 과정이 빠르면 한 달에서 최대 두 달까지 걸린다. 지급을 늦출수록, 돈을 오래 갖고 있을수록 현금 흐름도 좋고 이자 수익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간 판매대금이 몇 천억 원 단위에 이르면 대금 지급을 한 달만 늦춰도 몇 억에서 몇 십억 원의 이자가 남는다. 백화점/아웃렛 운영자에겐 짭짤한 부수익이다.

 

하지만 바로 그 한두 달이 당장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중소 의류업체들에는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제조업체가 큰 할인폭을 감수하고 아웃렛에 물건을 가져온 이유는 당장의 현금을 빨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것을 아는 마리오는 판매일로부터 빠르면 10, 늦어도 40일 안에 대금을 지급한다.입점업체들을 관리하는 김운호 부문장은마리오 스스로가 의류 제조업체로 출발한데다가 지금도 까르뜨니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입점업체들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김 부문장도 코오롱 남성복 부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제조업체 출신들의 경험과 인맥을 높이 사는 것이다.

 

또 하나 마리오의 특징은 국내 브랜드 우대 정책이다. 현재 패션산업에서 가장 잘나가는 건 소위 SPA3 라 불리는 유니클로(Uniclo), 자라(Zara), (Gap), H&M 등 해외 중저가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대량생산 체제와 빠른 회전력을 바탕으로 대형 매장을 갖추고 소비자를 끌어모은다. 이들 SPA 업체는 입점 조건으로 매장 1층에 넓은 공간을 요구한다.

 

마리오 역시 이런 업체들과 협의는 했으나 홍성열 회장의 반대로 입점이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 업체 하나 들어갈 공간에 국내 업체 10곳에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SPA 브랜드가 1∼2층에 들어오면 당장 저희 입장에서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내준 국내 브랜드들은 위층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사실 SPA 브랜드가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특별히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질 좋은 상품을 싸게 판다는 우리의 철학과도 맞지 않습니다.”홍보팀 김혜영 주임의 말이다.

 

한 업체에 큰 공간을 줘서 매출을 집중시키기보다는 되도록 많은 업체들에 기회를 나눠주겠다는 마리오의 경영 철학은 남성복 매장에서도 볼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패션업계에서는 아웃도어 시장이 부쩍 커진 대신 남성 정장(양복) 시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다. 대형 백화점 매장의 남성 정장 브랜드 수는 15개 이내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마리오아울렛은 2개 층을 남성 정장에 배정하고 무려 62개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국내에 이만한 가짓수를 갖춘 남성복 매장은 없다. 아동복 또한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백화점은 아동 브랜드 수를 줄여가고 있지만 마리오는 거꾸로 수를 늘리고 있다.

 

“백화점에서 죽이고 있는 브랜드들을 우리는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 브랜드들은 재고가 많이 남기 때문에 우리가 판로를 열어주면 업체에도 좋고 또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좋습니다.” 김운호 부문장의 설명이다.

 

향후 과제

 

아웃렛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마리오아울렛만 놓고 보면 2001년 오픈 당시에 비해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으며 아파트형 공장(제조시설)의 면적과 의미는 점차 줄어들어서 지금은 상징성만 갖고 있다. 반면 가족 단위 휴식 및 레저공간과 식당가는 넓어졌고 해외 유명 브랜드 병행수입점과 유아용품 및 남성복 매장도 확대됐다.

 

2012 9 3관을 개장하면서 마리오는 2013년 매출 목표를 2012년 대비 두 배인 5000억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2013 7월 현재 3500억 원 수준으로 목표를 낮췄다. 이것만 달성해도 40%의 고성장이지만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주변에 유사한 아웃렛 매장도 많이 생겼고 고급(프리미엄) 아웃렛을 표방하는 경쟁자도 생겼다. 또 대형 백화점 업체인 롯데가 자사의 백화점 사업과의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역에 도심형 패션 아웃렛인 롯데아울렛을 열기도 했다. 이것은 단지 마리오의 수요 고객만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의 공급에 필수적인 질 좋은 의류 재고물량에 대한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SPA 브랜드들의 급성장도 위협 요인이다. SPA들은 빠른 유통 속도를 무기로 삼던 동대문 도매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역시 저가라는 장점을 가진 도심 아웃렛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SPA들은 저가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마리오아울렛의 지역 환경은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 서울 변두리이며 특히 자가용 접근이 쉽지 않다.

 

, 상품 회전율이 높은 해외 SPA 브랜드들이 한국인들의 쇼핑문화도 바꿔놓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소 6개월, 길게는 1, 2년 단위로 바뀌던 유행이 이제는 몇 달 단위로 바뀌어버린다. 덕분에 불과 한 달 전에 백화점에 나온 물건이 아웃렛에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다.

 

마리오는 앞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쇼핑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더 교통이 편하고 시설이 좋은 도심상권이나 몰(mall)로 이동하고, 저가와 시간효용을 찾는 소비자들은 인터넷쇼핑이나 모바일쇼핑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내고 확장하기보다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더욱 튼튼히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현재 진행 중인 1관의 리모델링을 통해 보다 다양한 구색과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 그리고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가치소비를 즐기는 중산층을 위한 서울의 패션부도심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는 것이 당면 목표다.

 

마리오는 또한 패션제조업체들에 좋은 거래조건을 주면서 긴밀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하지만 패션산업은 빠르게 바뀐다. 다른 유통사의 압력에 따라 거래선을 변경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혹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분위기에 따라 유통업계의 갑을문화가 변하고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마리오의 이점이 희석될 수도 있다. 경쟁 환경과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마리오아울렛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된다.

 

시사점

 

마리오아울렛의 성장에 대해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다. 하지만 전략적 갈림길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린 마리오의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

 

마리오아울렛은 패션 제조업체 까르뜨니트가 만든 유통점이었다. 경영자의 선견지명으로 IMF 위기 직후 싸게 나온 땅에 건물을 지었다. 일부는 의류공장으로, 일부는 패션 아웃렛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당시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비즈니스 모델은 없었을까? 예를 들어 전문 아파트형 공장이나 주거용 시설, 사무용 시설을 만들어 임대업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통사업이 가져오는 위험요인 없이 좀 더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남겼을 수 있었다. 의류 제조판매만 하던 기업이 새롭게 유통업을 시작하려면 사업을 착수하기 위한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즈니스 관계도 설정해야 하는 등 다양한 사외적 업무가 발생한다. 또 사내적으로도 새로운 직원을 뽑고 교육시키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관리법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마리오는 관련형 다각화(related diversification)4 를 했다. 관련형 다각화 중에서도 이들이 택한 것은 기존의 사업과 고객층을 공유하는, 즉 까르뜨니트를 사던 고객들에게 다른 패션제품도 같이 제공하는 유통업이었다.5  이는 자신들이 잘 아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통업은 물건을 가져다가 판매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물건을 조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리오는 매장을 채울 제품의 공급을 어찌 보면 경쟁사일 수도 있는 국내 패션 제조업체들에 맡겼다. 제조업체들이 유통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재고상품에 대한 합당한 가격조건을 제시해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현재의 아웃렛이 아닌 다른 형태의 유통업도 가능했을 것이다. 동대문 패션타운처럼 도매시장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이태원처럼 보세 상품이나 해외 브랜드풍의 제품을 유통시키는 전문업체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백화점 수준의 고급스러운 시설에 품격 있는 쇼핑몰을 운영할 수도 있었다. 마리오아울렛이 취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전략대안들을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 경쟁사 및 협력사들의 강점과 약점, 또 비즈니스모델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서 결정한 결과물이 마리오아울렛의 현재 모습이다.

 

유통업 의사결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또 있다.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서 목표고객과 공급업체가 달라진다. 공급업체에 대한 결제방법도 달라져야 하고 주차장이나 접근 도로 등 필요한 부대시설도 다르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앞에서 설명한 법정다툼과 같은 것도 필요할지도 모른다. 경영 환경은 주어진 것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사회의 흐름과 회사의 전략에 맞다면 고쳐나가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6

 

 

김주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jkimsg@sogang.ac.kr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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