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setter Interview
대부분의 종이매체가 시장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연 35% 성장하는 매거진이 있다. 영국에 본거지를 둔 매거진인 모노클(Monocle)이다.
웬만한 신문사나 잡지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무료 콘텐츠가 쏟아지는 마당에 모노클의 웹페이지는 닫혀 있다. 기사의 초반 몇 줄은 공짜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상 읽어보려면 75파운드(약 13만 원)를 내고 정기 구독을 해야 한다. 기사 한 건만 따로 구매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매거진들이 제각기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제작 하지만, 모노클은 당분간 이런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 없다. 트위터나 웹을 이용한 취재는 절처히 배제하고 현장 취재만 고집한다. 혹자는 이런 모노클을 두고 현대판 러다이트(Luddite)1 라고 일컫기도 한다. 사람들이 ‘No’라고 말하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노클 대표이자 편집장인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디지털이 대세인데, 왜 굳이 종이 매체에 투자하고 잉크를 낭비하느냐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노클은 4년도 안돼 흑자로 돌아섰고,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고 대꾸한다. 브륄레는 “현재 웹에 과잉투자 됐다”며 “아이패드는 엄연히 콘텐츠를 배달하는 장치다. 아직 수익 모델은 못 찾겠다”고 단언한다. 브륄레는 “모노클은 성장하는 프린트 제품(print product)이다. 우리는 저널리즘에 투자하고, 시장에 도전(challenge market)한다”며 “양질의 퀄리티로 사람들이 수집할 만한(collectible) 매거진을 펴내면 사람들은 그 매거진을 집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노클은 비즈니스와 국제정치, 디자인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각국의 도시를 누비는 비즈니스 맨의 입맛에 맞게 각종 이슈를 감각적이고 현장감 있게 다룬다. 모노클은 매달 50여 개국에 기자를 보낸다. 다루는 내용도 광범위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건축 문화, 헝가리 외무장관이 말하는 EU,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낸 베이징 특사에 대한 시각, 레바논의 패션 디자이너 인터뷰 등을 싣는다.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다른 데에서는 접하기 힘든 ‘오리지널 스토리’를 고수하며 로이터나 블룸버그와 같은 통신사 뉴스는 아예 쓰지 않는다. 동시에 모노클의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의 번화가에 모노클을 위한 독립 상점을 운영한다. 덕분에 2007년 창간된 뒤 구독자 수가 2008년 20%, 2009년 22%, 2010년 35% 등으로 늘고 있다. 현재 발행 부수는 15만 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현대카드의 슈퍼토크 참석차 방한한 타일러 브륄레 모노클의 대표 겸 편집장을 만나봤다.
모노클 창간 배경은?
2005년과 2006년에 매거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그런데 매거진 제작 예산은 오히려 줄였다. 양은 늘어도 질은 떨어졌다. 이들 매거진은 싼 종이를 썼고, 프리랜서 기자들을 많이 고용했다. 이 매거진들은 더 이상 독창적이지 않았고, 단지 ‘열등한(inferior) 제품’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다. 당시 사람들은 매거진을 한 번 읽고 버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종사자들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사람들이 왜 잡지 혹은 신문을 사보지 않지’라고 하지만, 정작 이들은 독자 경험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사업의 기회를 봤다. 기존의 매거진들과 반대의 길을 택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생동감 있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디지털과 싸워 이기려면, 종이 매체를 통한 경험(print experience)을 선사해야 한다. 즉, 넘겨 읽는 손맛이 느껴지고(tactile), 재미있고(exciting), 수집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collectible) 한다.
나는 질이 좋은, 그러니까 심지어 매거진보다는 책에 가까운(bookish) 매체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장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마치 명품브랜드처럼 말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때 어떤 안경을 쓰고 어떤 신발을 신고 어떤 가방을 들지 고민한다. 공항 라운지에서 정말 지루한 미디어를 든 사람과 흥미 있어 보이는 신문을 든 사람이 있다고 치자. 당신은 좀 더 재미있는 미디어를 든 사람에게 다가갈 확률이 높다. 막연하게나마 통하는 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명품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당신이 읽는 미디어가 당신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디어는 정보 전달의 수단(information vehicle)이 아니라 소비자(consumer)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나는 서울이건 뉴질랜드 오클랜드이건, 덴마크 코펜하겐이건,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이건 어디서 사서 보든 똑같은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다. 이른바 ‘싱글 인터내셔널 에디션(single international edition)’ 개념을 쓰면 고유의 독자(audience)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지화에 집중하는 언론들도 많았는데, 이는 독자들이 자신의 이웃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은 잘 알고 있지만, 오클랜드에서 혹은 케이프타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식의 접근이 독자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많은 가치와 깊이를 보태는 데 역점을 두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모노클의 타깃 독자층은?
인터내셔널 컨슈머(international consumer)다. 개인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휴가지를 찾아 보려 할 수도 있고, 새롭게 떠오르는 패션을 추구할 수도 있다. 또 독자들은 친비즈니스(pro-business)적이고, 영감을 주는(inspiring) 스토리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오리지널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모노클은 매년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하고, 모노클 매거진에서도 도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왜 도시인가?
모노클 창간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2006년경은 내가 <월페이퍼*>를 창간했었던 1996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06년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우라늄을 만들었다고 했고, 레바논 전쟁이 발발했으며, 북한은 처음으로 핵실험을 했다. 10년 전보다 분명히 혼란스러운 시대가 왔다. 여러 곳의 정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간 <월페이퍼*>에서 인테리어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 다소 가벼운 주제를 다뤘다면, 이제는 정세가 심각해진 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브륄레는 “여행하면서 세계 각지의 도시나 공항의 뉴스 가판대에서는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다양한 분야를 다룬 매거진이 없었다. 가판대 한쪽은 정치를, 한쪽은 디자인과 여행을 다루는 매거진이 각각 있었다. 그러나 이를 모두 아우르는 매거진은 없었다. 오히려 여기서 시장성(gap in the market)을 봤다”고 말했다. 특히 예전보다 해외 여행의 빈도가 높아졌다. 이런 측면에서 국제 정세와 비즈니스, 문화, 디자인을 아우르는 책을 펴내기로 했다. 잡지 편집도 알파벳 순서에 따라서 A(affairs), B(Business), C(Culture), D(Design), E(Edit)로 내용이 구성된다.
그리고 이들 주제를 꿰고 있는 게 도시다. 도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다. 도시는 상업적이고, 사람들을 연결하고, 때로는 브랜드 역할을 하며, 다방면에서 시골보다 파워풀하다. 특히 최근 도시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전세계 도시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유치하기 위해, 혹은 교육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어디가 살기 좋은 도시인지는 매우 광범위한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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