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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GS칼텍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원유 정제 과정 등 DX 성과 지속적 공유
구성원 자발적 참여로 전 밸류체인 확산

최호진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난 1967년 설립 이후 공정 능력을 고도화하며 지난해 총 58조53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GS칼텍스는 현재 가진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보다 대외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의 DNA를 바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원유를 수입, 정제해 판매하는 기존의 역량에 안주하지 않고 DX를 전 밸류체인에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GS칼텍스의 DX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파일럿 형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3개월 안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하는 등 애자일 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의 효용성을 검증하며 DX에 대한 사내 공감대를 점진적으로 확보했다.

2. 밸류체인의 중심이자 가장 많은 데이터가 나오는 여수 공장을 중심으로 DX를 추진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했다.

3. 현업 업무에서 배제해 풀타임 집합 교육을 진행하는 등 임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리스킬링에 집중해 소수 IT 전문가 집단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DX가 전사에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 GS칼텍스는 59일간의 여수 공장 대정비작업(TA, Turn around)을 마무리했다. TA는 정유·화학 공장에서 진행하는 정기 보수 작업으로 공장이 한창 가동되는 동안에는 진단, 조치가 어려운 영역을 기한 내에 일괄 점검하고 보수하는 과정이다. 여의도 면적 2배에 육박하는 600만 ㎡ 규모의 여수 공장을 보유한 GS칼텍스를 포함해 세계적인 정유·화학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TA를 실시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셧다운(shut down)은 석유 수급이나 유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315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한 이번 TA에서 눈길을 끈 건 다름 아닌 인공지능(AI)과 로봇이었다. 높은 곳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AI CCTV가 이를 감지해 스피커로 경고 메시지를 자동 송출하는가 하면 비계(飛階, scaffolding)를 설치해 사람이 직접 투입됐던 설비 외부 점검과 폭발 사고에 대비한 기압 테스트 등 위험한 작업에 로봇이 동원됐다.

GS칼텍스가 AI와 로봇 활용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1967년 설립 이후 공정 능력을 고도화해 현재 하루 8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추고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부문에서 지난해 총 58조5320억 원의 매출을 낸 우량 기업이다. 그러나 현재 가진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보다 대외 환경 변화에 발맞춰 조직에 디지털 DNA를 내재화하는 DX 전략으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단순히 원유를 수입, 정제해 판매하는 기존의 업무에 안주하지 않고 DX를 전 밸류체인에 확산하는 근원적 혁신(Deep Transformation)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GS칼텍스가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한 DX는 그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여수 공장에 운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50여 개의 AI, 머신러닝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150억 원 이상의 수익성 개선 및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재무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업무 생산성도 높아졌다. 제품 생산 계획에 AI, 대시보드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결과 관련 업무 시간이 30% 감소했다.

스타트업 등 규모가 작은 조직에 비해 몸집이 큰 전통 대기업의 혁신은 더욱 까다롭기 마련이다.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하고, 기존 사업 분야와 강점을 강화하며 오랜 기간 성장해왔기 때문에 전략 방향을 수정하는 데 있어 내부 저항이 큰 편이다. 실패할 경우 안게 될 리스크도 크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GS칼텍스는 지난 2019년 이래 DX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그 성과를 하나둘씩 손에 얻고 있다. GS칼텍스가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며 조직에 디지털 DNA를 내재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GS칼텍스 DX센터, 여수 공장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GS칼텍스의 DX 전략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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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향한 회의적인 시선, 애자일로 극복

GS칼텍스 DX 여정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취임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는 본격적으로 DX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는 IT 기업을 중심으로 DX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DX가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정유사들도 DX 성공 사례를 하나둘씩 발표하고 있었다. 셸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설비 유지 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아람코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전체 정유 설비의 운전 현황을 한눈에 모니터링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허 대표는 취임 이후 DX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2020년 신년사에서 “과거에는 코끼리처럼 큰 규모 자체가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인 ‘마이크로 배틀(Micro Battle)’을 통해 민첩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닌 모든 계층의 구성원이 스스로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추진할 때 이런 도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 아래 GS칼텍스는 DX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DX 전략팀을 신설한 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업무를 개선할 수 있는 후보 과제들을 추렸다. 기준은 크게 두 가지였다. 실현 가능성(feasibility)과 효과성(impact). 관련 데이터가 준비돼 있는지, 현업에서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고 비용이나 업무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지 등 사업적 효과성을 고려해 우선 추진할 DX 과제를 선정했다.

우선적으로 집중한 영역은 업무 효율화였다. 당시 GS칼텍스가 가진 페인포인트는 단일 진실 공급원(SSOT, Single Source of Truth)1 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데이터가 하나의 출처에 저장,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이나 부서별로 가진 데이터 공유가 원활하지 않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보니 소통 과정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했다. 예를 들어 부서마다 데이터를 지칭하는 명칭이 달라 소통 과정에서 재차 확인해야 하거나 어떤 부서에서는 1일 데이터를, 다른 부서에서는 1주일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데이터 관리 주기가 달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다. 전사 데이터를 모두 디지털화하고 이를 관리할 공통의 기준을 만드는 작업부터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SSOT를 확보해 구성원들이 업무 효율을 높이면 DX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전사적인 DX 확산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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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IT가 도메인이 아닌 정유사로 내부 IT 전문가가 소수인 상황에서 DX 과제를 성공시키려면 현업 도메인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일부 임원과 직원은 DX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IT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DX를 왜 해야 하는지, IT가 정유사에 정말 필요한 기술인지에 대해 의심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GS칼텍스가 택한 전략은 애자일이었다. 조직 내 IT 전문가 1명과 현업 도메인 전문가 3~5명으로 소규모 TF팀을 꾸려 개념 증명(PoC, Proof of Concept)2 을 수행했다. 소규모 리소스로 DX 개선 과제를 빠르게 수행해 디지털 기술의 효용성을 검증함으로써 DX에 대한 공감대를 점차 확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DX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가 확보되지 않아 TF팀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이 제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개념 증명을 수행했다. 각 TF팀은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DX 개선 과제를 파일럿 형태로 수행하며 3개월 안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개념 증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과제를 완료해야 했기에 철저하게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했다.

GS칼텍스 조직 내 처음으로 애자일 방식을 시도했기에 초기에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스크럼 마스터라 불리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팀 내 IT 전문가와 도메인 전문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코칭받고, 1주일에 1번씩 스크럼 미팅을 진행하며 DX 프로젝트 진도를 점검했다. 코칭을 바탕으로 애자일을 익힌 뒤부터는 데일리 스크럼을 통해 매일 조금씩 진도를 점검하며 결과물을 리뷰했다. 데일리 스크럼을 진행하니 의사결정 주기가 짧아져 개선 사항이 바로바로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을 구현해 실제 사용해보고 기능을 개선하는 실험을 반복하며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애자일 방식을 활용한 TF팀의 DX 과제 활동이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보텀업 측면의 노력이었다면 허 대표는 리더십을 발휘해 이들의 DX 실험을 지원 사격했다. 임원들에게 DX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한편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DX 활동을 격려했다. 허 대표는 셸 등 DX를 선도하는 정유사들의 관련 기사와 유망 AI 스타트업 사례를 직접 스크랩해 사내 SNS에 게시했다. DX 활동과 관련해 구성원들이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직접 공유하며 사내 DX 활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다. 실제로 사내 SNS에 게시글을 가장 많이 작성한 글쓴이는 다름 아닌 허 대표다. 구성원들의 DX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리더십 차원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리더십의 격려 아래 애자일하게 DX 개선 과제를 수행하던 TF팀들은 하나둘씩 디지털 기술의 효용성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효용성을 검증한 첫 사례는 바로 부두 스케줄링 시스템이다. GS칼텍스 여수 공장 안에는 원유 부두와 3개의 제품 부두가 있다. 수입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나 제품 수출 선박이 접안하는 곳으로 선박들이 쉼 없이 들어오고 나간다. 원유에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휘발유, LPG, 연료유, 등유, 경유 등의 다양한 제품을 빨리 출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각 제품 담당 팀들의 부두 선점 경쟁은 늘 치열한 편이다. 부두 담당자와의 친목을 활용해 먼저 선점하거나 다른 사람이 전화로 이미 예약한 상황을 모르고 부두에 접안해 이중 예약이 발생하는 등 업무 비효율이 큰 상황이었다.

데이터 분석가 1명과 현업 도메인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TF팀은 부두 스케줄링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했고, 그 효과성을 성공적으로 검증했다. 납기일, 제품 생산 계획, 운송선 도착 일정, 지체상금,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AI가 부두 스케줄링을 최적화한 결과, 현업의 전문가들이 짠 계획 대비 체선료3 가 절감되는 걸 확인했다. 계약 위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AI가 부두 운영 계획을 짜주는 덕에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은 것은 물론 기존에 부두 운영 계획을 짜던 인력을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되니 생산성 면에서도 이득이 컸다. GS칼텍스 DX센터 관계자는 “부두 스케줄링 시스템을 시작으로 TF팀이 진행한 2~3개 DX 과제에서 효용성을 확인하면서 DX에 대한 공감대가 사내에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밸류체인의 중심 ‘여수 공장’ 필두로 DX 추진

GS칼텍스에 2020년이 DX의 효용성을 검증한 해였다면 2021년은 ‘DX 확산의 해’였다. TF팀이 진행한 DX 과제들에서 효용성을 확인하자 GS칼텍스는 데이터 분석가, 보안 전문가 등 IT 전문가로 구성된 DX센터를 신설하며 본격 DX 실행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DX 추진 초기에는 비효율적인 일상 업무를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개선하고자 했다면 2021년 GS칼텍스는 밸류체인을 고려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DX 로드맵을 세우고 이를 위한 핵심 영역을 선정했다.

그 핵심은 여수 공장이었다. 장치 산업의 특성상 설비를 잘 관리하고 운전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여수 공장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다면 기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공장 중심으로 DX를 성공하면 공장과 연결된 물류, 판매 등의 다른 영역들로 혁신의 여파가 이어질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가 가장 많기 때문에 DX를 시도하기에 용이하고 기대할 수 있는 산출물도 많았다.

2022년 신년사에서 허 대표가 근원적인 혁신을 의미하는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을 선포한 후 현재 GS칼텍스는 여수 공장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DX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여수 공장을 중심으로 주력하는 DX 핵심 영역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 플랫폼으로 생산 계획 최적화

원유는 보통 ‘3개월물’이라 불린다. 중동, 아시아, 러시아 등 세계 각지의 산유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구매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쯤 공장에 도착한다. 따라서 제품 가격 및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전망, 판매 계획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이를 바탕으로 3~12개월의 제품 생산 계획을 짠다. 유가 변동, 전쟁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적절히 대응하며 생산 계획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 계획이 정유사 업무의 핵심 영역 중 하나인 이유다.

GS칼텍스의 생산 계획은 구매, 물류, 판매, 시장 예측 등 14개 팀이 취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존에는 14개 팀이 각자 관리하는 데이터를 엑셀 파일에 수작업으로 입력해 이를 e메일로 주고받으며 데이터를 취합했다. 팀별로 다른 양식과 구조로 데이터를 관리하기 때문에 이를 매번 공통된 양식으로 취합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됐고, 수작업 및 반복 작업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는 등 오류도 종종 발생했다.

이런 업무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GS칼텍스는 플래닝 데이터 플랫폼(PDP, Planning Data Platform)을 구축해 데이터와 시스템 중심의 업무 체계를 수립했다. PDP는 생산 계획과 관련한 GS칼텍스의 모든 데이터를 망라한 플랫폼이다. 웹 브라우저로 접근 가능한 PDP에서 구성원들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조회할 수 있어 기존에 엑셀 파일을 e메일로 주고받던 과정을 없애 업무를 효율화했다. 또한 e메일로 팀별 자료 송부 일정과 송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PDP 안에 워크플로 관리 대시보드를 만들어 자료 송부 및 컨펌 기한을 명시하고 각 팀이 시스템에 자료를 직접 업로드하는 등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GS칼텍스에 따르면 PDP 도입으로 생산 계획에 투입한 업무 시간은 기존 대비 3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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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데이터 수집 및 가공에 드는 업무 시간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은 PDP 안에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원유 및 제품 가격과 물량 추이를 다차원으로 분석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정제하면 70%는 연료용, 30%는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생산 계획을 바탕으로 운전점을 조정하면 이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GS칼텍스는 PDP 안에 구현된 제품 마진 대시보드를 활용해 시황이 좋은 제품을 분석하며 생산 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시황이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조정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지난 8월 PDP 오픈 후 GS칼텍스가 필수 사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참여자의 약 85%가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직원은 “기존에는 별도의 파일을 열어 제품 가격을 각각 비교했다면 이제는 PDP를 통해 한눈에 비교 분석할 수 있어 편리하다”면서 “생산 계획과 관련한 전 단계의 업무 처리 진행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업무 마감 기한이 명확히 관리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2. 디지털 트윈 활용해 에너지 절감

생산 계획에 따라 산유국에서 수입된 원유는 서울 장충체육관보다 큰 규모의 여수 공장 내 원유 탱크를 거쳐 상압증류탑(CDU, Crude Distillation Unit)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36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되며 끓는점 차이에 따라 가벼운 성분은 증발돼 상승하고 무거운 성분은 하강해 분리되는 증류 공정을 거친다. 여수 공장을 인체에 비유하면 상압증류탑은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분리된 주요 유분4 은 다양한 설비로 이동해 감압, 분해 등의 과정을 거쳐 LPG, 휘발유, 등유 등의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으로 최종 생산된다.

이처럼 CDU 공정은 정유의 가장 핵심이자 기본적인 공정으로 그 과정에서 막대한 열에너지가 사용된다. GS칼텍스는 최근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가장 많은 열에너지가 사용되는 CDU 공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원유가 36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되는 CDU 공정에서 일산화탄소(CO)가 많이 발생하면 불완전 연소, 즉 비효율적으로 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낭비되는 에너지가 있는 셈이다. 이에 GS칼텍스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 센서(Soft Sensor)를 개발해 CO 농도를 예측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가상 센서는 원유 산지에 따른 특성과 온도, 압력, 유량 등의 운전 조건 등 수백 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가열 과정에서 발생할 CO 농도를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CO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운전점을 파악해 조정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그동안 물리적인 분석기를 설치해 CO 농도를 직접 측정했다면 이를 가상 센서 예측으로 대체함으로써 기존 프로세스 대비 비용이 5분의 1 수준으로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GS칼텍스 여수 공장 관계자는 “가상 센서를 통한 예측은 일종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라며 “CDU 등 일부 공정에 적용 중인 디지털 트윈 기술을 향후 다른 공정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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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로 운전 최적화, 로봇으로 설비 관리

CDU 공정을 거쳐 분리된 유분은 이후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탄생하기 위해 반복되는 재증류와 고도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증류된 증기의 액화를 위해 냉각시키고 다시 증류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기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생산 수율 손실,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때론 진공 상태로 압력을 낮추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중간 공정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최적화하는 것은 정유·화학 공정의 핵심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품질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 폭발·인화·유독성이 높은 물질이 가열, 감압, 분해 등의 공정을 안전하게 거칠 수 있도록 관리, 통제하는 것은 성공적인 정유 비즈니스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GS칼텍스는 1967년 설립 이래 정유 능력을 고도화하며 사람의 개입 없이 생산 설비들이 안전하게 운전될 수 있도록 자동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는 운전원이 입력한 운전 조건에 따라 생산 설비들이 자동으로 운전되는 것일 뿐 입력한 운전 조건이 최적임을 의미하진 않는다. 기존에는 수십 년 경력의 운전원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운전 조건을 정했다면 최근 GS칼텍스는 딥러닝, 머신러닝을 이용해 AI를 활용한 운전 최적화를 시도하고 있다.

코크(Coke) 함량 예측 모델이 대표적이다.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고체 부산물인 코크가 공정 과정에서 많이 발생할수록 설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운전을 위해서는 촉매 내 코크 함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엔지니어가 주 2회씩 코크 함량을 모니터링했지만 야간이나 주말, 연휴 등에는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모니터링하던 중 코크 함량이 갑자기 늘어날 때마다 곧바로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GS칼텍스는 코크 함량을 사전에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운전 조건을 최적으로 조정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AI 모델이 코크 함량이 늘어나는 이상 상황을 예측해 4시간 전에 엔지니어에게 e메일, 문자로 알림을 줘 대응 가능한 시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운전 최적화를 위해 AI를 적용했다면 설비 관리에는 로봇을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기존에는 설비 안에 낀 진흙이나 슬러지 등을 제거하는 백그라운드(Background) 작업을 위해 밀폐된 공간에 현장 작업자가 실제 들어가 관리했다면 최근 GS칼텍스는 이를 로봇으로 대체했다. 사람 대신 원격으로 제어되는 진공 로봇이 설비 안의 진흙이나 슬러지를 빨아당겨 관리하는 것이다.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해 업무 효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밀폐된 공간 작업으로 인한 질식, 유독가스 중독 등의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진공 로봇 외에 고소 작업을 위한 로봇도 현재 시범 적용 중이다. 수입된 원유가 저장 탱크에서 출발해 증류탑과 다양한 중간 공정을 거쳐 최종 석유제품으로 생산되는 길목에는 수만 개의 배관이 수직, 수평으로 끊임없이 연결돼 있다. 수많은 공정 설비를 이어주는 일종의 혈관 역할을 하는 배관은 특히 부식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높은 곳에 있는 배관의 부식 여부는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고 GS칼텍스는 대안으로 외벽을 타는 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외벽과 배관을 타고 다니며 초음파를 쏘면서 배관의 부식 여부를 확인한다. GS칼텍스 여수 공장 관계자는 “정상 배관과 부식이 진행된 배관은 초음파의 도달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이 측정값을 토대로 배관을 3D 모델링해 부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 AI, VR로 안전사고 예방

방대한 설비를 갖춘 GS칼텍스 여수 공장은 단일 정제 공장 기준으로 세계 4위 규모다. 여의도 면적 2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안전 관리를 위해 수백 대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이를 사람이 모두 모니터링하며 관리 감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GS칼텍스는 사람 없이도 사고나 위험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AI CCTV를 도입했다. 공장 내 안전모를 필수 착용해야 하는 지역에서 직원이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으면 AI CCTV가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작업장 내에서는 규정된 개인 보호구를 꼭 착용해주세요”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사고 예방을 위해 수십 t의 제품을 운송하는 대형 탱크로리가 오가는 도로에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지 탐지하고, 산업 특성상 화재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원유 탱크 주변 화재나 연기도 감지한다. GS칼텍스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최초로 도입한 AI CCTV의 감지 정확도는 93%로 타 경쟁 업체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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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GS칼텍스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기술을 도입해 안전교육도 고도화하고 있다. 장치 산업 특성상 화재, 감전, 질식, 추락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교육이 필수적이다. GS칼텍스 역시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직원들이 사고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에 방점을 두고 교육을 기획하고자 했다. 실제 상황에서 교육을 진행하면 학습 효과가 배가될 테지만 그렇다고 사고 상황을 재현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GS칼텍스가 선택한 대안은 VR이었다. 여수 공장의 실제 작업 현장을 360도 촬영한 후 3D 모델링으로 구현해 VR 교육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안전교육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VR HMD5 기기를 쓰고 VR로 구현된 여수 공장 현장에서 사고를 체험한다. 밀폐 공간 작업 시 질식, 중독 사고와 배관 작업 시 잔존 오일이 비산되거나, 배관 절단 중 가스가 누출돼 화재로 이어지는 사고를 체험하며 대처 방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화재 발생 시 직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조치는 배관 밸브를 빠르게 잠그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실물 제작한 배관 모형을 VR 교육 콘텐츠와 연계해 직원들이 실제 밸브를 잠그는 훈련까지 할 수 있도록 교육을 구성했다. GS칼텍스 DX센터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공하는 국가 지정 필수 교육에서 나아가 여수 공장 현장에 특화된 VR 체험형 안전교육을 추가 개발했다”며 “교육 대상을 GS칼텍스 신입, 인턴사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임직원들까지 확대해 안전 의식을 제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킬링, 성과 공유로 DX 보텀업 토양 마련

데이터와 기술은 DX의 핵심이지만 성공적인 DX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다름 아닌 구성원들의 태도다. 토머스 H. 대븐포트 뱁슨칼리지 정보기술 및 경영학 교수는 전담 부서와 IT 전문가만이 아닌 조직 구성원 모두가 기술을 이해하고 운용할 때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한다.6 즉, 아무리 리더십의 의지가 강해도 구성원들의 방관적 태도가 만연하면 DX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소수의 전문가 집단 위주로만 DX를 추진하면 인건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실행 속도가 느려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GS칼텍스는 DX를 전사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스케일업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IT 전문가 집단뿐만 아니라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DX에 동참할 수 있도록 리스킬링에 주력하고 있다. IT 비전문가인 현업 직원을 재교육을 통해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7 로 양성하는 것이다. 임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해 도입한 교육 프로그램인 ‘디지털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아카데미의 교육 과정은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DT(Digital Translator) 과정과 CDS(Citizen Data Scientist) 과정이다. DT 과정은 직원들이 로코드 도구를 활용해 업무 자동화 도구나 앱, 대시보드를 개발하고 디지털 전문가와 소통하며 DX 개선 과제를 발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반면 CDS 과정은 실제 AI 모델 개발까지 가능한 데이터 분석가 양성을 목표로 집중 교육을 실시한다. 기왕이면 시간을 과감하게 투자해 구성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자는 경영진의 결단 아래, 현재 DT 과정은 2주, CDS 과정은 3개월 동안 교육 참가자들은 현업 업무에서 배제돼 풀타임 집합 교육을 받고 있다.

GS칼텍스의 디지털 아카데미가 타사의 IT 교육과 차별화되는 핵심은 바로 교육 방식이다. DX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패스트캠퍼스, 유데미 등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임직원 IT 교육을 실시하는 회사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우 플랫폼에서 강의를 듣고 교육 이수 증명서를 발급받는 데 그치지만 디지털 아카데미는 임직원들이 직접 디지털 기술로 업무 개선 과제를 진행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부트 캠프’ 형식으로 진행돼 학습 효과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 참여자는 실제 본인들이 현업에서 가졌던 페인포인트를 실습 과제로 진행하며 직접 솔루션을 만들어낸다.

DT 과정에 참여한 생산기술팀 직원이 만든 창고 관리 앱이 좋은 예다. 주요 자재는 전문 자재 창고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반면 소규모 자재는 작은 창고에서 수기 장부로 관리돼 각 자재의 위치와 재고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불편함을 느낀 직원은 DT 과정에 참여하며 로코드 도구를 이용해 소규모 자재 창고를 관리하는 앱을 개발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며 각 자재의 위치를 사진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가진 앱이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앱 디자인은 조금 투박하지만 현장에 필요한 실용적인 기능을 갖춰 실제 임직원들의 사용률이 높은 편이다. 외부 업체에 외주로 맡기면 최소 몇천만 원이 드는 반면 임직원이 직접 개발하니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더러 추후 필요한 기능을 추가할 때도 DX 부서나 외주 업체에 요청하지 않고 바로바로 직접 개발하다 보니 타임 투 밸류(Time to Value)8 가 단축된다는 장점도 있다.

창고 관리 앱을 포함해 현재까지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해 발굴된 DX 과제는 120개 이상이다.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해 양성된 DX 전문가는 DT 과정 100명, CDS 과정 25명 등 총 125명이다. 이들 중 소프트웨어 전공자는 단 1명뿐이고 나머지는 소위 말하는 ‘문과’ 출신이거나 화학공학 전공자로 디지털 아카데미를 통해 리스킬링한 뒤 현업으로 돌아가 DX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직접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DX가 보텀업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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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DX 활동은 GS칼텍스 구성원들이 볼 수 있는 ‘딥 트랜스포메이션’ 홈페이지에 공유되고 있다. 이 공간에는 DX 활동과 성과, 로드맵, 행사 일정 등 GS칼텍스 DX와 관련된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디지털 아카데미에서 진행된 DX 활동 사례, 현업에서 완수된 DX 프로젝트 등 혁신 사례를 한곳에 모아 공유하고 참여한 임직원들의 이름은 하단에 모두 기재된다. 일반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이끈 임원, 팀장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GS칼텍스는 참여한 임직원 모두의 이름을 적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에 수십 명까지 기재되기도 한다. 모든 구성원의 DX 활동 성과와 기여를 인정하며 자발적인 DX 참여를 북돋기 위함이라는 게 GS칼텍스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이 DX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성과를 즐기면서 공유하기 위한 ‘DX Day’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 7월 여수 공장에서 열린 첫 DX Day에서는 공장 DX 우수 사례 발표 및 시상을 통해 현업의 DX 활동을 격려했다. 또한 4족 보행 로봇개, AI CCTV 등 디지털 기술을 임직원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GS그룹 차원에서 투자하는 신사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직원은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디지털 여정의 방향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공유받는 느낌이었고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자발적 확산과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DX.’ GS칼텍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는 DX가 나아갈 방향이다. 향후 GS칼텍스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DX 성공 사례를 쌓아가며 임직원뿐만 아니라 주주 등 모든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DX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고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서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이 선정하는 ‘등대 공장(Lighthouse Factory)’9 인증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측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지속가능한 DX를 성공적으로 실행해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포부를 밝혔다.

DBR mini box 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조직변화 70 : 데이터 20 : 기술 10’ 법칙의 모범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는 DX 성공에 있어 기술과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기술과 데이터가 DX를 위한 핵심 요소인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는 DX 성공을 담보하긴 어렵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선임 강사 데이비드 C. 에델먼과 보스턴컨설팅그룹 매니징 디렉터 마크 에이브러햄은 DX 성공을 위한 ‘70·20·10 법칙i ’을 제시했다. DX 성공 요인의 20%는 올바른 데이터를 마련하는 것이고, 10%는 AI와 같은 기술, 나머지 70%는 조직 프로세스, 작업 방식, 핵심 성과 지표, 인센티브 등 조직 변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다. 즉, DX 성공에 있어 조직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GS칼텍스는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 등 DX 실행을 위한 조직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직 변화 관점에서 GS칼텍스 DX의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GS칼텍스 DX 성공 요인

1. 최고경영자의 지원

성공적인 DX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디지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방식을 바꾸고, DX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업데이트하며, 관련 직원들의 역할을 조정하는 등 광범위한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 조직은 대체로 ‘변화에 대한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런 저항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이를 비판하기보다 어떻게 완화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저항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최고경영자의 지원(Top management endorsement)이다. 최고경영자가 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면 조직 구성원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 만일 최고경영자가 DX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중요하긴 하지만 유관 부서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관적 태도를 보이면 DX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저항은 거세지고, 결국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최고경영자가 DX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관심을 표하고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허세홍 대표이사가 적극적으로 DX 활동을 독려하고, 외국 경쟁사의 성공 사례를 수시로 공유하는 등 힘을 실어준 것은 GS칼텍스 DX에 큰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2. 성공 사례를 보여라

최고경영자의 지원이 변화를 위한 여건과 분위기 조성 역할을 한다면 조직 구성원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성공 사례다. 실제로 성공 사례를 목격해야 비로소 ‘우리도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구성원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직 구성원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수많은 경영 혁신 프로젝트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였음에도 실패했던 경험 탓이다. ‘이번에도 해 봐야 별 효과 없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변화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작은 규모라도 DX 활동을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 개선을 실제로 경험하면 ‘이번엔 다를 것 같다’는 효능감을 느끼고 조직 구성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GS칼텍스 사례도 마찬가지다. TF팀을 먼저 가동하면서 소규모이지만 실제 성공 사례를 보여준 것이 조직 구성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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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점진적, 그러나 빠른 실행

DX는 적용되는 분야와 기업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소규모 과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 구축과 DX의 차이점에 빗대 설명하면 ERP는 대규모 작업이지만 어떤 일을 해야 할지가 명확하게 정의돼 있다면 DX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아 백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진행해 한 번에 끝내는, 소위 ‘빅뱅(big-bang)’ 방식이 ERP에는 적합하지만 DX에는 적절하지 않다. 일단 소규모 프로젝트로 성공 사례를 만든 후 다른 프로젝트로 점차 확장하는 점진적 실행(Gradual implementation)이 효과적이다.

GS칼텍스의 경우 업무 개선 과제 후보 중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를 선정해 차례대로 실행하고 그 범위를 점차 넓혀나갔다는 점에서 점진적 실행의 좋은 예다. 만일 GS칼텍스가 생산, 관리, 물류 등 모든 분야에서 DX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면 지속가능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실패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때 DX 선두 주자로 언급된 GE의 디지털 혁신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도 너무 많은 분야에 한 번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는 점ii 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사적인 DX 진행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한 프로젝트는 짧은 주기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DX처럼 불확실성이 큰 프로젝트에서는 현재 방식이 최적인지 사전에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빠르게 진행해 결과물을 보고 개선, 수정하며 프로세스를 반복하는 소위 ‘애자일 방식(agile implementation)’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GS칼텍스가 활용한 ‘스크럼 미팅’이나 스프린트를 진행하며 결과물을 개선한 방식이 전형적인 애자일 방식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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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DX의 향후 과제와 전략

GS칼텍스의 DX는 위 세 가지 요인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돼왔다. 현재 성공을 앞으로도 지속하기 위해 GS칼텍스가 염두에 둬야 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메가 데이터 플랫폼 구축

GS칼텍스는 다른 기업에 비해 DX가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된 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상적인 DX와 비교했을 때는 확산할 수 있는 분야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이 예상되는 과제는 전사 데이터를 통합하는 메가 데이터 플랫폼 구축이다. GS칼텍스가 현재 도입한 플래닝 데이터 플랫폼(PDP, Planning Data Platform)은 생산 계획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모은 플랫폼이다. 전사적으로 DX가 진행되면서 다른 부문에서도 유사한 데이터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데이터 플랫폼 각각이 별도로 구성, 운영되면 데이터 활용 효과가 떨어진다.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부문의 데이터를 통합한 메가 데이터 플랫폼(Mega Data Platform)이 필요하다. 데이터는 많이 모으고 유기적으로 결합할수록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iii 메가 데이터 플랫폼을 잘 구축하는 것이 향후 GS칼텍스 DX의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모든 부문별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역할은 물론 전사적으로 발생하는 데이터의 수집 및 가공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다시 말해, 메가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며 단순히 데이터를 통합하고 축적할 뿐만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확립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데이터 관리 방식을 혁신해 큰 성과를 얻은 미국의 한 통신회사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 회사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에 마치 ‘제품’처럼 담당자를 배정하고 데이터 수집과 관리, 가공 등을 해당 담당자가 책임지도록 했다. 제품 개발과 개선을 담당하는 제품 담당자와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다양한 데이터의 저장과 활용은 한 플랫폼에서 이뤄지지만 고객 데이터, 생산 운영 데이터 등을 담당하는 직원은 각각 따로 있고, 이들 담당자는 해당 분야 데이터의 수집, 가공, 배포, 활용에 대한 지원 등을 전담한다. 데이터의 실제 활용은 사내 다양한 부서에서 이뤄지며 데이터 담당자는 구성원들이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기업의 데이터 수집, 가공, 관리가 각각 다른 부서, 담당자에 의해 이뤄지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각 데이터 담당자가 자신이 맡은 데이터 관련 오류를 줄이고 더 많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이 회사는 사내 데이터 활용도를 크게 높였다.

GS칼텍스는 이제 지속가능한 DX를 이어 나가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사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고 잘 활용할지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DX 혁신을 시도하는 다른 기업들 역시 이 회사 사례를 참고해 데이터의 품질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세스 혁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2. 디지털 트윈 도입은 신중히

디지털 트윈은 GS칼텍스와 같은 장치 산업에 특히 적합한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설비에 다양한 센서를 설치해 가상 공간에 쌍둥이와 같은 설비를 구현함으로써 문제를 미리 감지해 대처하거나 다양한 대안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기술이다. GS칼텍스는 방대한 설비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정보를 사용해 디지털 트윈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가상 센서를 사용해 CO 농도를 예측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물리적인 현실과 센서로 구현한 디지털 공간 사이의 차이, 즉 가상 환경과 실제 환경 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트윈은 근본적으로 실측이 아닌 예측 기술로 운전 시 외란이 많아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한 오차는 실제 공정 환경에서 오작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iv DX가 고도화됨에 따라 디지털 트윈에 의존하는 영역이 확대될수록 이런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염두에 두고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도 안전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면밀히 검토해 선별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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