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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 Case: 눈길 끄는 롯데의 HR 혁신

그룹의 혁신을 HR 혁신으로부터
직급 아닌 직무 중심의 평가보상 변화 시도

장선희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의 변화도 결국은 사람 손끝에서 시작된다. 우수 인재를 갖춘 조직만이 격동의 시기에도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조직을 위해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롯데그룹은 그동안의 ‘순혈주의’를 과감히 벗어던지며 HR 분야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비즈니스 성과가 좋지 않다면 HR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계열사 주도의 ‘HR혁신통합TFT’를 꾸려 현재 각종 HR 분야 혁신을 추진 중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의 비율을 전체의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핵심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프로그램 역시 지속적으로 향상시켜갈 계획이다. 한편 직급이 아닌 직무 중심의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나아가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직무 등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 제도를 내년 2월 일부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력대로 공정하게 평가받기 원하는 젊은 MZ세대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 전체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롯데의 고민거리는 왜 매번 반복되는가.”

2022년 8월 31일 열린 롯데그룹의 HR혁신통합TFT 킥오프 현장. 한 계열사 상무의 발표 슬라이드 문구 한 줄에 참석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뒤이은 슬라이드 2장에는 2009년과 2022년, 그룹이 제시한 인사 혁신 중점 추진 과제 목록과 현황이 나열돼 있었다. 놀랍게도 양 슬라이드에는 핵심 직무 후계자들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임원 리더십은 어떻게 향상시켜야 하는지, 주재원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이고, 계열사별 승진 정책은 어떻게 세울지 등 비슷한 주제의 고민거리가 잔뜩 나열돼 있었다. 13년이 지난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롯데의 HR혁신통합TFT는 이렇듯 ‘왜 비슷한 고민이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가’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범했다. 본격적으로 혁신에 나서기 앞서 각 현장에서 인사 개혁 솔루션을 제대로 도출하고 적용해왔는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HR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논의 끝에 그룹과 지주는 혁신 과정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대신 각 계열사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직접 필요한 제도와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만들기로 HR혁신통합TFT의 굵직한 방향성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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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는 그간 인사 정책의 방향을 정한 뒤 계열사에 하달하던 역할에서 물러나 계열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계열사를 전적으로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여기에 롯데인재개발원은 혁신 과제를 분석하고 계열사에 필요한 학계의 다양한 학술 정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들의 혁신을 돕고 있다.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하기로 한 만큼 TFT의 구성 역시 그동안과는 차별화했다. 지주의 임원들이나 구성원들 대신 전 계열사의 HR 임원과 팀장들을 모았다. 현장 계열사의 비즈니스와 사업 전략에 맞게 혁신안이 맞춤형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계열사별 승진 규모도 이제는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정한다.

2023년 1기 TFT는 19개의 핵심 과제를 선정해 14개의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 실천 중이다. CEO 지원제도, GIANTs Track(CEO 후계자 육성 정책), 직무 역량 강화 중심의 그룹 평가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계열사 직무급제 도입, 주재원 경력 관리 프로그램, 리더십 프로그램 등이 현재 준비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신동빈 회장의 뜻이 담겼다. 그간 신 회장은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좋은 인재를 뽑아 제대로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2022년 1월, 그룹의 인재 양성 요람인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를 리뉴얼하는 데 1900억 원을 투자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2022년 하반기에 열린 옛 사장단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 인재 확보에 우리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꾸준히 언급한 것도 그 일환이다.

현재 롯데그룹 인사 혁신의 주요 골자가 되고 있는 신 회장의 4가지 인사 철학은 ①비즈니스 전략과 얼라인한 전략적 HR ②공정하고 투명한 HR ③대외 개방적 HR ④역량 강화 중심의 HR로 요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사에 있어 총체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의 HR 혁신 대상에는 일반 사원부터 그룹의 세부 전략을 진두지휘할 고위 임원까지 모두 포함된다. 헬스앤웰니스 신사업을 주도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부터 근속 연수나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경쟁사에서 이직해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대리급 직원이 스톡옵션 혜택을 누려 사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조직의 변화를 이끌 CEO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여러 직급의 직원들을 위해 혁신안을 실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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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버리고 외부 인재 영입

롯데는 최근 외부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우수한 CEO들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 회장은 “임원의 30% 이상은 외부 인재로 채우고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CEO를 포함한 전체 임원 중 외부 영입 비율을 현재 14%에서 2025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4월 임원HR 전문 조직인 ‘스타(STAR, Strategic Top Talent Advisors & Recruiters Team)’팀을 신설했다. 외부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것부터 그룹을 이끌 CEO 양성까지 인재 관리를 전담하는 ‘임원 HR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스타팀의 존재 이유다.

스타팀을 중심으로 신 회장은 2022년부터 외부 전문가를 수시로 영입하고 있다. 그간 고수해왔던 순혈주의도 과감히 버렸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들을 수혈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8월, 김희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연말 인사에서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대표에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롯데멤버스 대표에는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 롯데렌탈 대표로 SK브로드밴드 대표 출신의 최진환 사장을 각각 영입한 것이 그 움직임이다. 이달에는 빅스비 디자이너로 유명한 이돈태 삼성디자인교육원(SADI) 원장을 롯데지주 디자인전략센터장(사장)으로 영입하며 눈길을 끌었다.

중요한 것은 우수 인재들을 영입한 그‘다음’이다. 영입한 CEO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CEO들은 취임 초반에 소프트랜딩에 대한 고충이 크다. 외부에서 부임하자마자 회사의 모든 직무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인지라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롯데지주 HR혁신실과 인재개발원에서 2023년 5월부터 CEO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온보딩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CEO 대상으로 현장 서베이를 진행한 결과, CEO의 온보딩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제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비즈니스나 조직 운영과 관련한 멘토링과 심신 관리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서 영입된 한 CEO는 “CEO 역할 수행을 위해 롯데의 의사결정 방식이나 분위기에 대한 적응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입사 초반에 롯데의 언어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임 CEO는 “부임 초기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의 직원들 경험만으로 성과 평가를 받는 것은 결과에 상관없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밖에도 “일상적이고 수시로 얘기 나눌 수 있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제도 개선 요청이나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옷부터 말 한마디 모두 조심스럽다”며 업무가 아닌 개인 관점에서의 지원을 바라는 요청도 많았다.

이에 롯데는 취임 초기부터 약 1년까지 CEO들의 성공적인 적응을 돕고 있다. 조직과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역시 CEO 출신의 업계 전문가를 코치로 매칭하고 있다. 당장 당면한 비즈니스 어젠다뿐만 아니라 리더십, 자기 성찰, 개인적인 고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전문가를 매치해 코칭한다. CEO가 원하는 주제에 대해 멘토와 고민을 함께 나누며 시야를 확장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새로 부임한 한 계열사 대표는 본인의 요청으로 동종 업계 대표이사와 전략, 재무, 투자 등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롯데그룹에서도 인사 및 교육을 책임졌던 HR 전문가와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 CEO는 “면담 결과 시장 환경에 대한 통찰력 및 조직 관리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후기를 전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CEO들의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심리 상담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서다. CEO 중 희망자에 한해 심리 상담 전문 기관과 연계해 개인 진단 후 정기 상담도 지원한다. 단순 상담이 아닌 전문 병원과 연결해 진행하고 있으며 정보 보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첫 상담은 부담이 없도록 온라인 진단으로 진행하며 이후 개인 선택에 따라 정기적인 1대1 심리 상담으로 진행한다. CEO들의 상담 내용은 업무 중 스트레스 관리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또한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를 매칭해 CEO 개인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돕는다. 각 CEO별 페이스 및 퍼스널 컬러 분석을 통해 헤어, 피부, 메이크업, 옷 스타일링, 액세서리(시계, 안경, 스카프 등), 자세 등을 컨설팅한다. 이후 프로필 사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인 촬영도 진행한다. 외부에서 우수 CEO를 적시에 영입해 롯데도 혜택을 누리고, CEO도 롯데그룹으로부터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셈이다.


미래의 롯데 이끌 핵심 인재 발굴해 육성

신동빈 회장은 “준비된 인재를 사전에 육성해야지 승진 후에 교육하려면 너무 늦다”는 철학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런 만큼 내부적으로 핵심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CEO 후계자 육성에 GIANTs(Great Innovation And Next Top leaders) 과정을 새로 도입한 것이 그 예다. 앞으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CEO가 될 인재들을 미리 선발해 약 3년간 훈련을 진행하고 검증한다. 그간 계열사 CEO가 추천하는 인원만 1년 단위로 단기적으로 육성해오던 방식에서 강도와 기간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GIANTs는 CEO와 사업군 총괄대표의 현장 평가를 거쳐 지주 HR이 종합 검증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게 선발한다. 선발된 GIANTs들은 각 계열사와 인재개발원에서 비즈니스와 글로벌 역량, 리더십과 조직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현재 CEO에게 GIANTs 육성 책임을 부여하고 주요 회의에도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 이들의 경력은 롯데지주 HR혁신실에서 직접 맡아 관리하고 1년 단위로 자격 유지 여부를 검증한다.

CEO 후보자가 아닌 또 다른 핵심 인재인 임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HiPO리더(Hi-potential Leader)’라는 이름의 중장기 육성 체계를 마련했다. S(차장과 부장), 상무보를 대상으로 한 그룹 차원의 인재 관리는 2018년부터 시작했지만 필요한 역량이 전혀 다른 두 그룹을 함께 묶어 교육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임원 후보자를 세분화해 훈련하는 이 과정은 현재 약 100명의 임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설계됐다. 이들이 임원으로서의 준비를 사전에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내에서 HiPO 인재를 본격적으로 ‘신임 임원의 풀’로 정의 내리고, 그룹 내의 준비된 차기 경영자 양성의 시발점임을 분명히 하자 교육 참여자들로부터 “이전과 달리 동기가 확실하게 부여된다”는 피드백을 얻고 있다.

이들은 선발 즉시 2년 동안 현업에서 멘토링을 받는다. 지정된 멘토와 함께 경력 개발 계획을 세운다. 롯데 지주에서 정기적으로 이행 과정을 점검한다. 경영 역량과 리더 역량, 프로젝트 해결이라는 3가지 요소로 롯데인재개발원이 마련한 6개월간의 교육 과정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 교육 과정은 실습을 동반해 매우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후보자들은 실제 임원이 됐을 때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솔루션을 내놓으며 훈련한다. 이후 관련 분야 교수진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1대1 피드백을 받아 개선 방안을 찾는다. 예컨대 문제 상황을 겪고 있는 직원과의 면담 상황을 가정하는 ‘롤플레이 면담 과제’를 진행할 때 캠코더로 녹화한다. 이후 면담 장면을 전문가, 동료와 함께 시청하며 강점과 개선점을 파악한다. 이러한 조직 관리 외에도 롯데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와 함께 전략 이슈를 리스트업해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그룹의 미래를 고민해보기도 한다.

롯데인재개발원은 전체 과정을 마친 HiPO 인재들에게 30쪽 분량의 자세한 개인 리포트를 제공한다. 경영 역량과 리더 역량,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본인의 평가 점수와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피드백 등 다방면의 정보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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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 기반의 공정하고 투명한 HR

현재 롯데는 ‘직급과 사람 중심의 인사’에서 ‘직무 중심의 인사’로 인사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직무를 중심으로 인사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조직에 어떤 직무가 있는지’ ‘해당 직무별 난이도는 어떻고,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고민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롯데는 그룹 내 섞여 있는 수많은 직무를 130개로 정리하는 표준화 작업을 지난해 시작했다. 현재 이렇게 세분화된 직무에서 직원들이 갖춰야 핵심 역량이나 달성해야 할 목표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평가된 직무별 성취도를 인사 역량 평가 시 50% 이상 비중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직급과 직책에 따라 보상이 결정됐다면 이제는 직무별 업무 난이도를 승진과 보수 등 보상 정책에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더불어 ‘직무급’도 단계적으로 도입해 국내 대기업에서는 처음으로 직무 중심의 인사 체계 로드맵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는 전체 인사 영역에서 직무급 도입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설계 작업을 마무리해 내년 2월에는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직무급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직무 중심의 움직임은 비단 평가나 승진 정책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롯데는 2021년 신입사원 채용부터 1년에 2번 정해진 시기에 진행해온 공채를 수시 채용 방식으로 변경했다. 채용 시기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에 딱 맞는 직무 역량을 갖춘 지원자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전형 절차도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모든 직무를 아울러 채용하는 정기 공채에서 직무와 무관한 두루뭉술한 면접 질문을 던지는 대신 실제 지원자가 맡게 될 직무와 연관 있는 심층 인터뷰가 가능해졌다. 일률적인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 특성에 맞는 선발 과정을 새롭게 설계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직무 중심으로 인사와 업무 체계를 개편하는 움직임은 성과의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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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다양성 확보

최근 몇 년간 젊은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계열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그룹 내 MZ세대의 비율은 60% 수준이다. 2018년 54% 수준이던 MZ 조직원 비율은 2022년 기준으로 62%까지 높아졌다. 그런 만큼 그들이 중시하는 가치관 등을 전 HR 프로세스에 반영함을 통해 업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MZ세대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계열사 35개사는 자체적으로 조직 문화를 진단한 뒤, 주니어보드와 조직 문화 TFT를 구성했다.

2021년 시작한 주니어보드는 현재 35개사 330명 규모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역할은 조직 문화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는 일이다. 각 계열사 주니어들이 개선이 필요한 문화를 정해 토의하고, 각종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그리고 HR혁신통합TFT 주도로 CEO와의 월례 미팅 시간에서 모든 사항을 논의한다. 보상에 민감한 MZ세대들인 만큼 주니어보드 활동에도 수당을 제공하고 업무 시간에 포함시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주니어보드 활동으로 각 사에선 회식 문화를 바꿀 아이디어, 워라밸의 균형을 맞출 아이디어들을 반영해 정책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조직 내 다양성 확보’는 롯데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2013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다양성 헌장’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특히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감소하는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2년 출산 휴가 후 별도의 휴직계를 제출하지 않고도 휴직에 들어갈 수 있는 ‘여성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2년 첫 여성 임원을 배출한 이후 10여 년간 모든 계열사에서 여성 인재 직무 다양성, 여성 리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결과 지난해 기준 여성 임원은 53명으로 전체 임원 중 8.0%를 기록했다.

여성과 더불어 장애인 채용에 앞장서는 것도 다양성 확대를 위해서다. 2022년 그룹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3.16%로 법적 기준 3.1%를 상회한다. 이는 타 대기업 평균(2.37%) 대비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계열사인 캐논코리아의 장애인 고용 비율은 2022년 7.54% 수준으로 타 기업 평균보다 3배나 높다. 현재는 그룹사 내 총 5곳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특히 캐논코리아의 엔젤위드라는 사업장에서는 장애인들이 상담 서비스 업무, 사내 복지 시설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룹의 자산, 글로벌 주재원

“다들 주재원을 안 하고 싶답니다. 현지 사정이 워낙 열악하고 경력 관리도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해외 국가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롯데케미칼, 롯데웰푸드, 롯데호텔 등의 계열사에서는 주재원을 확보하는 데 나날이 어려움이 커졌다. 현장에서는 사업 확장 속도에 비해 주재원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해외 진출국들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리스크도 커지는데 주재원 지원 수준은 옛날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주재원 발령 자체를 꺼리거나 주재원을 다녀온 뒤 여러 이유로 퇴사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해외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은 직원은 회사의 큰 자산인 만큼 주재원 기피나 퇴사 현상은 기업의 중장기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어떻게 해야 롯데그룹 주재원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지 직원들끼리 모여 토론하고 개선 사항을 마련했다. 주재원 복지는 롯데의 해외 사업 경쟁력과도 직결된 부분이라 개선에 나선 것이다.

주재수당, 자녀학자금, 주택수당처럼 현실적인 문제부터 주재원의 경력 관리까지 토론의 주제로 올랐다. 주재원들의 타 기업 주재원 대비 주재수당 및 주택지원에 대한 보상 체감이 다소 낮다는 점, 주재 환경이 열악한 지역(파키스탄, 미얀마 등)에 대해선 더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 자녀의 학비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 주재원 근무 이후 경력 관리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선 사항이 지적됐다.

현재 롯데그룹은 26개국에 350여 명의 주재원을 두고 있다. 기존에는 2년마다 해당 국가의 물가 인상률 수준으로 보수를 인상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실질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계열사 인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재원 설문 조사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열사 담당자들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주재 수당을 상향 조정하고 학비(유치원, 초중고)도 현실화했다. 미국 등 거주 비용이 높은 곳과 파키스탄처럼 신변 안전 이슈가 있는 곳의 주택 지원 한도 역시 한층 높였다.

이러한 기본적인 처우 개선 이후 주재원 귀임 후까지 경력 케어, 파견 전부터 경력 목표 설정, 직급에 파견 기준 유연화, 사업 전문성, 어학, 이문화 이해도 등 자격 강화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주재원 풀을 사전에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육성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설계하고 있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직원들이 주인 의식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그에 맞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사 개혁의 최종 목표”라면서 “향후 3, 5, 10년 단위의 중장기 HR 계획 설계를 통해 그룹 혁신의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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