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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인터넷 형광펜에서 AI 서비스로 성장한 ‘라이너(LINER)’

검색 정확성 높여준 ‘초개인화 데이터’
효과적 리서치 돕는 AI 툴로 자리 잡아

이규열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5년 형광펜 기능을 제공하는 브라우저 앱 및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으로 출시된 ‘라이너(LINER)’는 사용자들의 하이라이트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화된 검색 결과 및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AI 서비스로 성장했다. GPT-4를 적용한 검색용 챗봇 ‘라이너챗’은 사용자 맞춤 답변을 내놓는다. 라이너는 ‘가설 공장’이라는 자체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2주 동안 제품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개발, 실험하며 새로운 기능을 더해나갔다. 별도의 웹사이트에 접속할 필요 없이 구글, 네이버 등 기존의 검색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편리성을 더했다. 라이너는 해외 사용자가 90%에 달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전체 MAU는 1000만 명 이상이다. 미국, 한국 등에서는 구독을, 인도, 동남아 등에서는 광고 수익을 내세워 국가별 사용자 특색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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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상위 검색 결과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유형의 글이다. 필요한 정보는 온데간데없고 알고 싶지 않은 작성자의 내러티브만 듬뿍 담겼다. 블로그 광고가 하나의 부업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에 공급되는 정보의 품질이 낮아지고 있다. 반면, 전문가나 기업이 발행한 정보나 논문은 상대적으로 정확하지만 어렵고 읽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뒤로 가기-클릭’을 수차례 반복해도 적정 내용, 적정 수준의 정보를 바로 찾기 어려워 검색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적정 내용, 적정 수준도 사용자마다 천차만별이다.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챗GPT가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틀린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한계가 남아 있다. 아우름플래닛이 2015년 출시한 ‘라이너(LINER)’는 현재 검색 시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적하며 ‘5~10년 내 구글을 뛰어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라이너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개인화 검색과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해결책으로 삼았다.

구글의 ‘크롬’,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 브라우저에서 라이너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구글, 네이버 등에서 검색을 하면 사용자와 관련성 높은 검색 결과가 큐레이션 된다. 올해 4월에는 GPT-4를 적용한 인공지능(AI) 검색용 챗봇 ‘라이너챗’을 출시했다. 최신 정보까지 소스로 활용하고 사용자 맞춤으로 답변을 제공한다. 라이너 웹 사이트나 앱에 접속하지 않아도 검색 포털과 연동돼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텍스트를 드래그하면 해당 내용을 저장할 수도 있고 번역, 추가 검색도 바로 할 수 있다. 라이너 앱이나 웹 사이트에서는 자체적인 검색 페이지와 라이너챗, 추천 콘텐츠 피드를 제공한다.

라이너가 초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은 사용자들의 ‘형광펜’ 데이터다. 사실 라이너 자체가 인터넷에서 활용 가능한 형광펜 서비스로 시작했다.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듯 라이너는 인터넷에서도 쓸 수 있는 형광펜을 만들었다. 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개인화된 검색 및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 세계 1000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를 모았다. 국내 페이스북 MAU(980만)와 서울시 전체 인구(약 943만 명)를 웃도는 수준이다. 업무 특성상 강도 높은 리서치를 하는 연구원, 대학원생 등이 주 사용자이며 90% 이상이 미국, 인도 등 글로벌 사용자다.

라이너가 MAU 100만 명에서 1000만 명까지 10배로 성장하는 데는 불과 6개월이 걸렸다. 100만 명까지는 마케팅 없이 유기적(organic)으로 성장했고 2020년 8월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이후에 처음 마케팅을 시작하며 급성장을 이뤘다. 최근 일부 스타트업이 초고속 성장을 추앙하면서도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갖추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라이너는 국가별 사용자 특성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22년 9월 스타트업 혹한기에도 시리즈 B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110억 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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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펜 서비스로 시작한 라이너는 어떻게 초개인화된 AI 서비스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압축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기까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아우름플래닛을 창업하고 현재는 미국 법인 LINER Inc.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우 대표를 만나 경쟁력 있는 AI 서비스를 만들고, 스타트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무작정 떠난 실리콘밸리
1주일에 1개씩 서비스 개발해

아우름플래닛은 12년 차 스타트업이다. 연세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김 대표와 같은 학교에서 불어불문학·경영학을 전공한 우찬민 아우름플래닛 대표는 연세대·고려대 연합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함께 창업 공모전에 나가 상도 타오는 등 손발을 맞추고 서로의 합을 확인했다. 그리고 2012년 아우름플래닛을 설립하며 창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동갑내기 두 사람이 21세, 대학교 2학년생인 때였다.

처음 선보인 서비스는 온라인 갤러리 ‘아이노갤러리’다. 국내의 미술 인프라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들을 위한 온라인 개인 전시 공간을 제공했다. 온라인 갤러리를 통해 작가 150여 명의 작품 1000개 이상을 전시했고 오프라인에서도 전시회를 열었다. 굿즈를 팔아 수익도 창출했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레드헤링이 선정한 아시아 톱 100 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순항하던 아우름플래닛은 홍콩에서 열린 레드헤링 시상식에 참여하며 세계 무대로 행보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이때 시상식에서 만난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스타트업의 규모를 보고 크게 놀랐다. 그들의 매출, 사용자 수에는 한국에서 보던 것보다 ‘0’이 한두 개씩 더 붙어 있었다. 그 정도로 시장이 컸단 뜻이다. 이에 무조건 글로벌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한국에서 한 차례 검증된 아이노갤러리의 영어 버전을 출시했다. 그런데 동시 접속자 수는 1, 2명 수준에 불과했다. 이미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된 서비스로 단순히 서비스를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사용자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노갤러리를 정리하고 근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기로 했다.

2015년, 두 창업자는 그간 아이노갤러리를 통해 번 돈 약 4200만 원을 들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혁신이 탄생하는 지역에서 직접 부딪히며 전 세계에서 통할 혁신 아이디어를 찾겠다는 것이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 겸 사무실을 구했다. 예산은 한정돼 있었고 어떤 서비스가 먹힐지는 오리무중이었다. 아우름플래닛은 가장 스타트업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했다. 1주일에 1개씩 서비스를 출시하는 강행군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던져놓은 서비스 중 시장에서 반응이 오는 것들을 키우기로 했다. 김 대표가 개발, 우 대표가 디자인을 맡았던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수는 총 108개에 달했다. 이 중 칭찬 릴레이 커뮤니티 ‘티키타카’, 간단하게 자료를 전달하는 클라우드 ‘아이센드’ 등 8개 서비스를 론칭했다.

라이너는 그중 3번째 서비스다. 김 대표는 평소 활자 중독 수준으로 읽을 것을 늘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다 중요한 내용을 발견하면 바로 바지에서 형광펜을 꺼내 줄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인터넷에는 형광펜이 없는 게 늘 아쉬웠다. 검색 시장에도 불편함을 느꼈다. 과제를 위해 검색하다 상위에 뜬 페이지를 살펴봐도 원하는 정보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문득 누군가 정말 중요한 정보를 형광펜으로 표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광펜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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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5년 7월 형광펜 기능이 탑재된 iOS 브라우저 앱 ‘라이너’를 만들었다. 브라우저에서 정보를 탐색하다 중요한 텍스트를 드래그하면 형광펜 버튼이 활성화되는 식이다. 하이라이트 한 정보들을 한데 모아 다시 검색하는 불편함 없이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사실 라이너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너무 단순한 아이디어라 사업이 될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출시 첫날에 400건이 다운로드됐다. 반짝 사람들의 관심을 끈 줄 알았는데 출시 한 달만 5000건을 달성했다. 라이너의 가능성이 입증된 것이다.

라이너의 다음 미션은 꾸준히 앱을 찾는 사용자의 비율, 즉 사용자 유지율(리텐션)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다운로드한 사람은 많은데 막상 사용하는 이가 없다면 ‘유령 앱’이나 다름없다. 보통 사용자 수가 적을 때는 사용자 유지율이 높게 나타난다. 사용 목적이 뚜렷한 이용자들이 얼리어댑터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꾸준히 몸집을 키우면서도 사용자 유지율을 끌어올려야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접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매일 라이너를 찾게 만들기 위해 택한 것은 다름 아닌 데스크톱 중심 제품으로의 전환이다. 라이너를 처음 출시한 지 2달 만에 구글의 브라우저인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 버전을 출시했다. 확장 프로그램은 말그대로 브라우저에 광고 차단, 번역, 일정 관리 등 부가적인 기능을 더하는 프로그램으로 구글 웹 스토어 등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당시 모두가 모바일을 외치던 때라 시대에 역행하는 시도였다”며 “그러나 미국과 한국에서 정보 탐색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한국에선 사람들이 이동하며 모바일로 긴 글을 읽는다. 반면 차를 더 많이 타고 다니는 미국에선 사람들이 모바일로는 중요한 내용을 잘 찾아보지 않는다. 길에서 핸드폰으로 검색하기보단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펴고 검색하는 게 더 일반적이었다. 사용자 특성을 고려해도 데스크톱 버전이 필요했다. 하이라이팅을 할 정도로 ‘각’을 잡고 정보를 탐색하는 사용자라면 모바일보단 PC 검색을 더 선호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데스크톱 중심 제품으로의 전환은 옳은 선택이었다. 일간 사용자 유지율이 80% 이상으로 고정됐다.

비자상 미국에서 최대한 머물 수 있는 기간 3달 정도를 지냈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미국으로 쥐고 간 4200만 원 중 고작 10만 원이 남았다.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서비스, 라이너를 찾아낸 것이 큰 성과였다.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된 형광펜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AI 연구 보조

이렇게 인터넷 형광펜으로 시작한 라이너는 현재 효과적·효율적인 리서치를 위한 AI 툴로 자리 잡고 있다.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 라이너 확장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검색 결과 중 사용자와 관련성이 높은 페이지를 큐레이션해 선보인다. 라이너 앱이나 웹 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용자가 관심을 보일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피드를 제공한다. 하이라이팅된 웹 페이지를 공유할 수도 있다.

올해 4월에는 오픈AI의 최신 언어 모델 GPT-4를 적용한 ‘라이너챗’을 출시했다. GPT-4 정보를 기반으로 검색 결과와 소스 페이지, 다음 검색어를 제시한다. 구글 검색 결과를 소스로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챗GPT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2021년 이후 정보까지 탐색할 수 있다. 챗봇은 페이지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핵심 내용을 뽑아준다.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문장을 쉽게 풀어주기도 하고 번역도 해준다. 추가 정보도 바로 검색할 수 있다. 사용자들을 통해 156가지 언어를 학습했고, 정교하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20개가 넘는다. 초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학습하고 기억한다.

처음 라이너챗 출시 이후 열흘 만에 다운로드 수가 10만 건을 기록했고 일간 사용자 수는 44%가량 증가했다. 2023년 5월 17일 기준 사용 횟수는 약 3800만 회, 생성 단어는 약 470억 개에 달하며 현재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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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초개인화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는 게 라이너가 주장하는 차별점이다. 라이너는 사용자들의 하이라이트 정보를 기반으로 각자에게 필요한 검색 결과를 선보인다. PBL(Pick By Liner)은 검색 결과 추천 기능이다. 라이너 ‘검색 어시스턴트’를 활성화하면 사용자와 연관성 높은 정보 왼쪽에는 파란색 띠가 표시되는 형식이다. 라이너는 사용자들이 하이라이트한 약 2억6000만 개의 문서를 데이터로 축적했다. 하이라이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로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사용자들이 많이 본 검색 결과를 토대로 해당 페이지나 답변을 제공하는 식이다. 내용이 아닌 사용자 기반의 추천 시스템으로 페이지에 담긴 정보가 텍스트든 영상이든 그 형식에 상관 없이 정보를 추천할 수 있다. 개인에게 알맞은 정보를 제공하기에 챗GPT의 한계로 지적된 ‘헛소리 문제’, 즉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완화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라이너가 그간 개발해 온 추천, 검색엔진은 LLM(Large Language Models, 초거대 언어 모델)을 도약시킬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이다”라며 “검색의 품질과 속도를 사로잡을 수 있는 모델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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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앱에는 전문적인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 AI에 IT 테크, 디자인, 인사/경영 등 여러 전문가의 페르소나를 심었다. 예를 들어, 인사/경영 챗봇은 “안녕하세요, 저는 인사 담당자인 Mr.Ben입니다! 제 페르소나는 회사의 인력을 관리하며 최고의 인재를 모아 함께 일하는 일입니다. 저는 항상 ‘Our employees are our greatest asset!(우리의 직원들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회사의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합니다”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미스터 벤(Mr.Ben)에게 “정리 해고, 구조 조정 등의 문제가 저성과자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고 질문했더니 [그림 3]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제법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구어체 말투와 이모티콘을 통해 친근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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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페이지로 이동할 필요 없이 기존 검색 환경에서 하이라이팅,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라이너의 특징이다. 챗GPT를 이용하기 위해선 챗GPT의 웹 페이지를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라이너는 확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하더라도 라이너의 추천 및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오른편에 라이너 AI의 검색 결과가 함께 제시된다. 현재는 3개의 페이지를 외부 소스로 활용해 답변을 제공한다. 소스가 늘어날수록 품질은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향후 5~50개로 소스를 늘려가며 사용자들이 품질과 속도 측면에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교차점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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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저상에서 바로 라이너챗을 사용할 수 있는 ‘AI에게 질문하기’ 버튼을 띄웠다. 이 버튼은 위아래로 움직여 사용자에게 편리한 위치에 둘 수 있으며 버튼을 클릭하면 브라우저 우측에 라이너챗이 활성화된다. 라이너챗은 챗GPT와 마찬가지로 검색용 챗봇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페이지 내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탐색하기 위한 AI 툴로도 쓰일 수 있다. 예컨대, 현재 띄워져 있는 페이지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거나 핵심 내용 및 키워드를 뽑아서 제시할 수 있다. 웹페이지상 텍스트를 드래그하면 하이라이트, 번역, 쉽게 이해하기, 추가 정보 검색 등의 기능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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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사용자들이 찾아와야 하는 다른 서비스들과는 달리 사용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사용자 경험을 구축한 점이 라이너의 성장에 크게 일조했다”며 “현재는 라이너 앱과 웹을 찾아오게 만들기 위해 사용자 경험(UX)과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주마다 애자일하게 스크럼,
끊임없이 돌아가는 ‘가설 공장’

이처럼 인터넷 형광펜으로 시작한 라이너가 다채로운 기능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짧은 주기(스프린트)로 실험을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제품을 개선하는 ‘스크럼(Scrum)’ 형식의 애자일 프로세스가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1주일에 1개씩 서비스를 출시하던 초기 방식이 현재는 ‘가설 공장’이라는 라이너만의 프로세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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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에선 2주간의 스프린트가 진행되기 전에 어떤 가설을 검증할지 선정하는 가설 공장 미팅이 진행된다. 미팅에는 CEO인 김 대표와 COS(Chief of Staff, 최고보좌관), 프로덕트오너(PO), 데이터분석가(DA), 디자이너가 참여한다. 이들은 미팅에서 1~2달에 한 번씩 공유되는 전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 아이디어들은 가설 공장을 돌리는 원료로 비유된다. 이때 데이터에 기반한 정량적, 정성적 근거들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이후 실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학습에 꼭 필요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과반수의 찬성을 받은 아이디어의 RICE1 점수를 계산해 최종적으로 실험에 나설 리스트를 확정한다. 이후 2주 동안에는 해당 아이디어를 위한 개발이 진행된다. 그다음으로는 10~20% 내외 사용자를 대상으로 A/B테스트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증은 프로젝트에 따라 짧으면 하루, 길게는 한 달간 이뤄진다.

김 대표는 “기능에 대한 의사결정은 돌이킬 수 있기에 빠르게 검증해봐야 한다”며 “최근에는 라이너가 하이라이트 서비스를 넘어 AI 툴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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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형광펜’은 도착점이 아닌 출발점
성장에도 ‘밀당’이 필요해

1. 애플·삼성 픽(Pick) 라이너

라이너는 느리게, 또 동시에 빠르게 성장한 서비스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8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데 작년 2022년 9월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그런데 MAU가 약 100만 명에서 1000만 명까지 약 10배 성장하는 데는 약 6개월밖에(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 사이) 걸리지 않았다. 시리즈 A 투자(2020년 8월)를 받은 지 약 2년 만에 다음 라운드를 완수했다. 김 대표는 라이너 사업 초기 약 5년의 기간을 “모래주머니를 차고 성장하는 기간”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대학생 창업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시드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들과 점심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구글을 뛰어넘는 검색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단언했다가 쫓겨나다시피 한 적도 있다. 라이너가 달성한 지표 자체를 의심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내부 갈등도 있었다. 일부 팀원은 형광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왜 정보 탐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12명까지 커진 조직이 한순간에 창업자 2명만 남게 된 순간도 있었다. 굴욕적이고 비참한 순간에도 선배 창업가들의 말을 되새겼다. 대표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을 버티고 난 후에야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이러한 경험들 덕에 ‘남의 돈’의 무게와 채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에 라이너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투자자와 직원들을 모아 나갔다.

다행인 사실은 창업자들만이 기업가로 성장하고 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라이너의 사용자 규모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라이너는 시리즈 A를 받기 이전까지 전혀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고 약 1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그 과정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구글 웹스토어 등 스토어 플랫폼에서 추천 서비스로 선정되는 ‘피처링’이 큰 힘이 됐다. 이러한 플랫폼에서는 유용한 서비스를 발굴해 플랫폼의 에디터가 직접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플랫폼 페이지 상단에 서비스를 노출한다. 라이너는 미국, 한국, 일본 등 앱스토어에 피처링됐다. 2020년에는 미국 앱스토어 생산성 1위, 2022년에는 구글 웹스토어 ‘글로벌 인기 확장 프로그램 톱 10’에 선정됐다. 미국 앱스토어 메인에 뜨면 하루에 5000만 건에 달하는 임프레션(Impression, 광고를 통해 발행하는 노출 회수)이 발생했고, 3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유입됐다. 그렇게 한 번 피처링에 성공하면 단기간 안에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어 피처링이 되지 않는 때도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훨씬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운이 좋았다”며 “어떻게 라이너가 미국 앱스토어 메인에 걸리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처링이 되기 위한 팁으로는 “제품의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기적으로 앱을 업데이트하며 앱에 신경 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유지율을 관리해 건강한 앱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너가 러브콜을 받은 건 스토어 플랫폼만이 아니었다. 1위 브라우저 크롬에서 라이너가 성장하는 모습을 눈여겨보던 다른 브라우저들도 라이너의 문을 두드렸다. 2021년 9월에는 네이버와 제휴를 맺었고, 웹 브라우저 웨일의 교육 전용 서비스인 웨일 스페이스에 라이너의 프리미엄 멤버십을 제공했다. 팬데믹으로 원격 수업이 보편화되자 학습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으로 라이너를 찾은 것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삼성전자와도 협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탑재된 삼성 인터넷에 공식 확장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확장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사례는 처음이다. 2018년 삼성전자의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1기로 참여하며 삼성 기기 전용 라이너 앱 ‘LINER for Samsung’을 출시했는데 이것이 갤럭시 스토어 1위를 차지하며 그 인연이 발전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 역시 모바일 브라우저 최초로 텍스트, 영상 하이라이트 기능을 갖추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20년 새로운 버전의 엣지를 출시하면서 초기 확장 프로그램으로 라이너를 택했다.

김 대표는 “연구,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 주요 사용자다 보니 어느 기업에나 라이너의 사용자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라며 “그분들의 추천 덕에 라이너가 부가가치 높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늘어나는 동시에 형광펜 기능도 점점 강화됐다. 처음에는 텍스트에만 하이라이팅을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유튜브 영상에도 하이라이팅을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많이 하이라이팅하는 페이지를 살펴보니 뜻밖에도 유튜브 제목이 있었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영상의 제목을 하이라이팅해 둔 것이다. 라이너는 더 나아가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하이라이팅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웹에서만 작동하던 형광펜 기능을 PDF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라이너는 2019년 처음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라이너를 출시하고 5년 만에 처음으로 수익화를 위한 시도가 이뤄진 것이다. 무료 모델에는 하루에 하이라이팅을 할 수 있는 횟수, 색상, 폴더 등이 제한됐지만 월 4.99달러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독하면 무제한으로 하이라이팅할 수 있다. 더 많은 색상, 폴더도 제공됐다. 다행히 사용자들은 라이너에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뜻밖의 성과까지 얻었다. 2020년 6월 손익분기점(BEP, Break Even Point)을 달성한 것. 시리즈 A도 받기 전인 온라인 서비스 기업이 총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매출을 발생시켰다는 건 꽤 이례적이다. 김 대표는 “프리미엄 모델은 꾹꾹 눌러 담은 공깃밥 같은 느낌이었다”이라며 “5년간 차 온 모래주머니를 떼도 괜찮은 때가 왔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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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이너의 소식을 전할 때 이 말로 마무리를 한다. “날아라, 라이너!” 아우름플래닛은 2020년 시리즈 A를 통해 본격적으로 날아오를 준비 태세를 갖춘다. 시드 때와는 달리 시리즈 A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100만 명가량의 글로벌 사용자가 있었고 그중 약 90%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용자였다. 무엇보다 BEP를 달성한 상태였다. 투자처로서 하방은 없는데 상방은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을 향해 있었다. 라이너가 믿음직스럽지 않다며 투자를 거절했던 한 투자자가 시리즈 A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한 경험이었다. 이 투자자는 “대표가 주장한 대로 실제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기능을 구현하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이 아니었다”며 기꺼이 투자에 참여했다. 그렇게 2020년 8월 KB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를 통해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불과 4명의 팀원이 거둔 성과였다.

시리즈 A를 받고 라이너는 처음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도 구글’을 외치는 라이너가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다름 아닌 구글이었다. 라이너의 목표는 단연 폭발적으로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라이너는 늘 미국 시장 안에서만 생각했다. 구글은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영어를 사용하면서 인구도 많고 학구열도 높은 나라를 타깃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등 국가를 추천했다.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라이너는 이들 시장에 마케팅을 추진해보기로 했다.

캠페인을 준비하면서는 국가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예컨대, 과제 마감 10분 전 과제를 처음 시작한 한 대학생이 검색을 했다가 원하는 정보를 끝끝내 찾지 못해 제시간 내 과제를 내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너를 사용해보라는 형식의 캠페인을 만들었다.

캠페인의 효과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100만 명 수준에 머물렀던 MAU가 6개월 만에 10배가량 성장하며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 웹에서 라이너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 사용자가 약 22.4%이며 미국이 약 17.9%로 뒤를 잇는다. 라이너의 폭발적인 성장은 구글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라이너가 성공 케이스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호시절도 잠깐, 벤처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스타트업에 자금이 말라갔다. 구조 조정을 감행하거나 직원들을 내보내는 스타트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리즈 B를 막 시작한 아우름플래닛에는 더욱 치명적인 악재였다. 한국보다 빠르게 자금줄이 끊긴 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 한국 투자자들도 날로 굳어가는 시장 상황을 보며 빠르게 라운드를 마무리하고 싶어 했지만 이전처럼 마냥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팅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미션에 부딪혔다.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은 입증했으나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마케팅을 집행하면서 다시금 BEP가 깨졌고, 무엇보다 새로 유입된 인도와 동남아 사용자들은 구독에는 인색했다. 사용자 수는 인도가 가장 많지만 구독 사용자는 미국에서 가장 많다. 그 뒤는 한국, 영국, 캐나다 등이다. 인도, 동남아 사용자들을 통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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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교통 이용 실태를 보고 데스크톱 중심의 제품으로 전환에 성공했듯 이번에도 문제해결의 열쇠는 현지 사용자들의 행동 특성에 있었다. 김 대표가 이 문제를 타운홀 미팅에서 전 직원들과 공유했더니 몇몇 구성원이 광고 수익을 제안했다. 인도, 동남아 사용자들이 구독에는 돈을 쓰지 않는 건 사실이다. 구독 기반의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OTT 서비스들도 인도, 동남아에선 유독 힘을 못쓴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사용자들은 광고에 대한 내성(tolerance)이 높다. 미국 대비 인도의 광고 단가는 10배 저렴하지만 인도 사용자들에게는 광고를 10번 보여줘도 이탈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바라기 어려운 속성이다.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AVOD(Advertising Video On Demand)는 SVOD와 달리 살아남았다. 곧바로 구글에 연락해 광고를 싣는 수익 계정을 만들고 인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송출했다. 실제 결과를 보니 더 희망적인 신호를 찾을 수 있었다. 라이너 사용자들의 광고 단가가 인도 사용자들의 평균 단가보다 3~4배가량 높았던 것이다. 화이트칼라 사용자의 비중이 큰 덕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라이너는 인도, 동남아 사용자들을 통해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고 그 결과 아우름플래닛은 2022년 9월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시리즈 B 투자를 완료했다. CJ인베스트먼트 주도로 IBK기업은행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고 기존 투자사들도 후속 투자자로 참여하며 110억 원을 확보했다.


3. 개구리는 멀리 뛰기 위해 웅크린다

시리즈 B를 마친 이후 라이너 내부에서도 호황기 스타트업 업계 기조에 따라 ‘무지성 성장’만을 추구하던 것에 대한 반성과 더 책임감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GPT-4를 도입하고 AI 기능을 강화하면서는 기획 과정에서부터 수익화를 고민했다. 구독 모델에도 변화가 생겼다. 형광펜 기능을 확대한 에센셜 플랜과 더불어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 플랜으로 세분화했다. 고부가가치의 기능을 더해 월간 약 19.8달러로 가격을 높였다. 재무적으로 출혈을 일으키는 마케팅은 자제한다. 사용자를 획득하는 데 들이는 비용 대비 수익의 비율을 책정하는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도 약 470%로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즉, 사용자 1명을 얻기 위해 1달러를 쓰면 4.7달러가량의 수익이 돌아오는 것이다. 캠페인도 구독 고객의 비율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만 진행한다.

라이너는 챗GPT를 통해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돈을 벌고 있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서버비 등 챗GPT 사용에 드는 비용이 스타트업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라이너는 GPT-4를 도입하고도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 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김진우 LINER Inc. 대표

“사용자 이해하는 하이라이트 빅데이터가 차별화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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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대표는 연세대에서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 2학년 때였던 2012년 아우름플래닛을 설립했고, 현재는 아우름플래닛의 미국 법인 LINER Inc.의 대표를 맡고 있다. 1998년 교환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거주할 때 실리콘밸리에서 애플, 구글 등 테크 공룡들이 탄생하는 걸 지켜보며 창업을 꿈꿨다. 김 대표에게 생성형 AI(Generative AI) 비즈니스와 라이너의 성장에 대해 들었다.

GPT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내부의 반응은 어땠나.

궁극의 검색이라면 무릇 검색 결과를 리스트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답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는 그 포문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사실 작년인 2022년 3월에 이미 생성형 AI가 검색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라이너 AI의 데모 버전을 만들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에 바로 챗GPT를 적용하지 못했던 것은 기술이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됐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GPT-3가 출시됐고, 2022년 11월에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의 GPT-3.5가 출시됐다. GPT-3.5가 나오자마자 빠르게 적용해 보고 싶어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방식으로 분해했다. 그렇게 AI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후 올해 3월 공개된 챗GPT API를 적용했다.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모두가 한다고 하니 편승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작년 3월에 올린 게시물을 보여주며 GPT가 정보 탐색의 아쉬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니 다들 빠르게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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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기업에서 GPT를 도입하려 한다.

GPT는 생각보다 비싸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라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 피를 보며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뜯어보면 챗GPT에 UI만 갈아 끼운 곳이 많다. 그렇다면 꼭 그 서비스를 찾아갈 이유는 없다. 챗GPT에 들어가 같은 질문을 던져도 답을 구할 수 있다. GPT를 적용하고자 한다면 챗GPT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그 회사만의 해자(moat)를 구축할 수 있다. 라이너에는 사용자 개인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 데이터가 존재한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라이너만의 초개인화된 AI 툴을 제공하는 게 라이너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LG 등도 맞춤형 초거대 AI를 만들고 있다.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LLM을 만드는 작업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간다. 직접 LLM을 만들기보다는 테크 공룡들이 만든 LLM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대신 서비스로는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새로 뛰어드는 시장인 만큼 몸집이 서비스를 좌우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에도 승산은 있다. 우선 라이너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한국 기업들과는 바라보는 사용자 자체가 다르다. 한국 시장에서도 라이너만의 데이터,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해 충분히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포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만든 LLM이 해외에서 만든 LLM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라는 법은 없다. 학습 데이터 안에 한국어가 얼마나 많이 들어 있냐에 따라 해당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도, 반대로 어눌하게 구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자료는 전부 공개된 데이터다. 다음 버전의 GPT가 국내 기업들이 만든 LLM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학습한다면 챗GPT가 한국어를 더 잘하게 될지도 모른다.

라이너는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한 서비스인 것 같다.

개인 성향 탓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남의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억대에 달하는 돈을 받고 허투루 쓰지 않을까 걱정됐다.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망하지 않을 회사를 만들고 투자를 받고 싶었다. BEP를 맞추고 시리즈 A를 시작한 이유다. 현재는 작년까지의 초고속 성장을 이루기 위한 투자로 잠시 BEP가 깨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AI 기능을 더한 프로페셔널 플랜의 구독 및 유지율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조만간 BEP를 다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를 많이 하는 사용자들이다 보니 검색의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AI 기능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듯하다.

투자자들이 빠른 성장을 강요하지는 않았나.

“구글을 이기겠다”는 말을 하면 보통 반응이 싸늘했다. 큰 꿈이어서 그럴 것이다. 초기에 8억 원을 시드 투자해주겠다는 투자자를 만나 잠시 혹하기도 했지만 공격적인 조건을 요구한 탓에 투자를 수락하면 창업자들이 바라는 대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거절했다. 그런데 종종 라이너의 비전과 경영 방식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워낙에 큰 꿈이기에 당장 이룰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해주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라이너는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폭발적인 성장이 없을 때도 꾸준히 몸집이 커지고 있었다. 시리즈 B를 준비하면서는 어려운 투자 시장 환경과 회의적인 피드백으로 인한 마음고생 때문인지 오른쪽 팔이 마비돼 4개월 동안 잘 쓰지 못하기도 했다. 이렇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속으로 되뇌며 시리즈 B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데이터의 힘’… ‘수익성의 저주’는 경계해야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라이너(LINER)는 문서에 대한 하이라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입력한 하이라이트 데이터를 수집해서 맞춤형 정보 제공, 정보 탐색 보조 기능(내용 요약, 번역 등)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라이너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지만 요약해 보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이는 데이터’와 ‘빠른 시장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사용에 따라 데이터가 쌓이는 선순환 모델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에 대한 더 자세한 분석을 하기 위한 고객 정보를 수집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보통은 고객의 온라인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정보가 수집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 이상의 정보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때는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데이터를 얻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에서 데이터를 구매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고객의 온라인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수집되는 정보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은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대표적이었다. 특정 제품 페이지를 클릭하는 것, 쇼핑 카트에 제품을 담는 것, 구매하는 것 등 고객이 쇼핑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해당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거나 다른 고객의 추천에 이용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해서 많은 기업이 데이터 수집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고객들이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을 구매한 후에 제품에 대한 평가를 1∼5점으로 평가하는 간단한 행동도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품 구매 과정에서 어떤 과정이 불편했는지 혹은 구매한 제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를 결정했는지 등의 자세한 정보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구하기 어렵다.

라이너는 고객이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하이라이트 서비스가 자동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는 강점이 있다. 사용자는 라이너가 제공하는 기능이 필요해서 서비스를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쌓인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라이너는 더 정확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도화된 서비스가 다시 사용자를 불러와 데이터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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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장 대응

라이너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사용자의 니즈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춰 서비스를 수정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 미국 사용자의 특성을 반영해서 모바일에서 데스크톱으로 중심을 빠르게 옮긴 것이 좋은 예다. 유료화에 대한 저항이 강한 인도와 동남아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서 광고를 통한 수익 모델을 도입한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라이너와 같이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에 도전하는 경우에는 시장의 반응을 보고 재빨리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라이너와 같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아마존이나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도 새로운 시도를 강조한다.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오랫동안 잘 기획해서 출시하기보다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출시하고 사용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재빨리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A/B 테스트를 통해서 소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서비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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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략

라이너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데이터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사용자들은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해도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정확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너를 선호할 것이다. 즉,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작동한다고 생각된다.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경우 후발 경쟁자는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 매우 어렵게 된다. 그런데 네트워크 효과는 경쟁자가 압도적으로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격을 크게 올릴 경우 약화될 수 있다. 그래서 라이너가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둘째는 유료화를 포함한 수익 모델에 대한 신중한 결정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는 경쟁자가 더 좋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를 야금야금 뺏겨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너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서 새로운 가치를 계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미 라이너는 애자일 방식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보통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러한 혁신의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경계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 발전시키는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수익을 위해서 유료화를 섣부르게 하면 사용자가 다른 무료 경쟁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맞춤형 검색과 같은 부가서비스보다 하이라이트와 같은 본원적인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서 이런 경향이 더 클 것이다. 즉, 수익성을 중시해서 유료화를 시도하다가 경쟁력이 저하되는 ‘수익성의 저주(Curse of Profitability)’i 에 걸릴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라이너는 현재 유료와 무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서비스 격차를 너무 크게 하거나 유료 서비스 가격을 너무 높게 잡으면 네트워크 효과가 약화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자리를 잡는 듯하다가 유료화로 순식간에 몰락한 ‘프리챌’과 같은 과거의 사례를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유료화 외의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광고와 같은 간접적 수익원을 확보하거나 B2B 서비스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회사들과 라이선싱 등을 통해서 해당 업무용 컴퓨터에 사용되는 라이너를 유료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수익원을 빠르게 테스트해서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라이너가 서비스를 테스트할 때 사용하는 스크럼 방식을 수익 모델 검증에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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