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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육아 정보 앱 ‘베이비빌리’ 쑥쑥 크는 비결

“엄빠는 처음이죠? 걱정 말고 함께해요”
MZ세대 사로잡은 ‘든든한 육아 마을’

장선희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그만큼 쉽지 않고, 육아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혹한기에서도 최근 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은 빌리지베이비는 이 속담의 취지에 공감해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베이비빌리는 초보 부모를 위한 ‘든든한 마을’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 베이비빌리는 △신뢰도 높은 육아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육아용품 커머스와 연계하는 것은 물론 △부모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한데 묶어 제공하면서 40만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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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4주 정도 됐는데 아직 태동이 안 느껴져요. 저랑 같은 분 계세요?”

“5개월 된 남자아이가 뒤집기를 못 하는데 괜찮을까요?”

여성들이 모인 온라인 육아 카페에는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초보 엄마들의 질문이 넘쳐난다. 아이가 종일 겪는 크고 작은 일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지만 누구 하나 명확하게 답을 내려주진 못한다. 그저 같은 처지의 초보 엄마들끼리 어렴풋이 어디선가 접한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비단 본격적으로 육아 전선에 뛰어든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갓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예비 엄마들은 머리가 하얗게 될 지경이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무엇을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하는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궁금해진다. 자연히 수많은 육아 카페에는 ‘이런 것까지 물어보나’ 싶을 정도로 사소해 보이기도 하는, 하지만 불안감과 걱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질문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진다.

2020년 7월 첫선을 보인 뒤 현재 40만 명의 유저를 확보한 육아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베이비빌리’를 만든 빌리지베이비는 신뢰도 있는 임신·육아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부모들을 집중 공략했다. 앱을 통해 임신 1주 차부터 시기별로 아기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물론 엄마와 아빠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해야 할 점, 해당 시기에 필요한 육아용품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며 앱 활용에 친숙한 ‘MZ세대 엄빠’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베이비빌리는 현재 출시 3년 만에 일 방문자 수 5만 명을 기록 중이다. 앱 콘텐츠 누적 조회 수는 2000만 회를 넘어섰다. 특히 투자가 위축되며 ‘스타트업의 혹한기’로 불리는 최근에도 삼성벤처투자, 제트벤처캐피탈(ZVC),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등 굵직한 투자사로부터 60억 원을 투자받으며 주목받았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 국가들에서 현지 사정에 꼭 맞는 육아 정보 앱을 선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동남아 국가 ‘엄빠’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베이비빌리의 성공 비결을 DBR이 소개한다.

‘누구나 바보가 되는 시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바보가 된 것 같다니까. 제대로 아는 게 하나 없고, 그렇다고 누가 때맞춰 알려주는 것도 아니라서 막막해.’

2018년 빌리지베이비를 창업하기 전, 이정윤 대표가 이제 갓 임신과 출산을 시작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들었던 소리다. 당시 신혼으로 아이가 없던 이 대표는 도대체 아기가, 육아가 뭐길래 사회에선 소위 ‘잘나가는’ 똑똑한 여성과 남성 지인 모두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다’고 한목소리로 토로하는 걸까 궁금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매사에 최신 스타일을 고집하는 똑 부러진 MZ세대 여성들이 정작 육아할 때 정보를 얻는 방식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발간된 지 십수 년은 된 오래된 육아 서적을 들춰보거나 육아 카페에서 선배 엄마들의 ‘카더라’식의 댓글에 의존하며 정보를 얻고 있었다. ‘맘 카페에서 아이가 아파도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는 가급적 피하라고 해서 약을 늦게 썼다가 병만 키웠다’는 등 잘못된 육아 상식에 혼란스러워하는 지인도 적잖았다. 이들은 정확하면서도 시기별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늘 목말라 있었다.

특히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모든 의식주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해결한다는 MZ세대가 정작 육아에 관해서는 그렇지 못한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시장에 나와 있던 육아 정보 앱 자체가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일본, 미국 등 외국 업체에서 제작한 것들로 국내 임산부들의 실정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임신 중후반기를 맞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산후조리원’이다. 출산 전에 미리 여러 군데 산후조리원을 돌며 매끼 제공되는 식사와 방 컨디션, 산후 산모 마사지 퀄러티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산후조리원 투어’는 이제 산모들의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산후조리 문화가 없는 외국 육아 앱에서는 이에 관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 언제쯤 산후조리원을 예약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 등의 요즘 트렌드에 관한 내용은 웬만한 육아 서적에도 소개돼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일본에서 제작한 한 육아 앱에서는 국내 산모들에게 “기분 전환을 위해 가까운 신사(일본 절)로 산책을 나가보라”는 내용의 조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러모로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은 정보들이 많았다. 그뿐 아니다. 앱에서 제공된 육아 정보에 맞는 육아용품을 사고 싶어도 커머스와의 연계가 전무했다. 정보를 수집한 뒤 다시 육아용품을 찾고, 구매해야 했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 중이던 이 대표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확한 육아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각종 육아용품 커머스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서비스의 주요 대상은 ‘디지털 정보에 익숙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이해력을 지닌 밀레니얼세대 부모’로 잡았다. 주로 맞벌이인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육아에 필요한 정보나 용품을 일일이 찾아가며 준비하기 힘들어 했다. 인터넷상에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육아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정보 자체에 대한 피로도도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이 대표는 “엄마, 아빠가 되는 순간 일상적으로 먹던 것, 쓰던 제품들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두려움이 생긴다”면서 “걱정이 많은 엄마, 아빠들을 위해 정제된 육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와 입소문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인 만큼 신뢰도 높은 육아 정보를 젊은 감각에 맞춰 제공한다면 자연스레 유저들이 유입될 것이고, 이를 앱 커머스와 연계한다면 육아용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정확한 정보에 대한 갈증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육아 정보 앱 ‘베이비빌리’를 개발하는 한편 2018년 ‘월간임신’이라는 이름의 구독형 육아용품 서비스를 먼저 선보였다. 임신 시기마다 어떤 제품을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임신 초기부터 출산 직전까지 매달 태아와 산모에게 필요한 제품을 다양한 가격대로 한 박스 안에 구성해 발송해주는 서비스였다. 직접 뛰어들어 육아 관련 시장 트렌드를 읽고 육아 정보와 커머스를 연결한 서비스가 부모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한 일종의 시범 운영 격이었다.

육아용품 구독 서비스는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범프 박스’1 를 벤치마킹했다. 범프 박스는 임신 초기부터 아기가 3살이 되는 해까지 육아에 필요한 각종 용품을 매달 단계별 구독료를 받고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특히 ‘위험한 화학물질이 없는, 전문가들이 엄선한 안전한 육아용품을 편리하게 배송한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미국 지역 산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서비스가 없었던 터라 역시나 소비자들의 수요는 예상 밖으로 컸다. 별다른 광고도 없이 주변의 소개나 입소문만으로 출시 1년 만에 월평균 1000명 수준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월간임신 서비스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임신 시기를 지나 출산을 한 이후부터는 육아용품이 고루 담긴 박스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들이 점차 특정 브랜드에 대한 호불호가 생기면서 굳이 여러 제품을 묶어 판매하는 구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들에게는 정해진 박스 외에 더 다양하고 폭넓은 제품 선택지가 필요했다.

이때 이 대표는 월간임신 홈페이지에서 꾸준히 인기를 끄는 콘텐츠에 주목했다. 구독자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각종 전문가로부터 검증받은 육아 정보들의 조회 수 자체는 날로 높아졌다. 직접 이 대표가 출연해 전문가들과 여러 궁금증을 나누는 방식의 유튜브 영상은 한 번 업로드하면 많게는 2만∼3만 조회 수를 기록하곤 했다.

실제 빌리지베이비는 육아 정보 앱을 선보이기 전 ‘육아 정보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일에 가장 공을 들였다. 전통적 솔루션인 육아 카페나 온라인의 정보는 광고가 섞여 있어 신뢰성이 떨어졌다. 아토피에 대한 정보를 주는 듯하면서 글 막판에는 특정 제품을 썼더니 피부가 말끔해졌다는 식의 광고로 이어져 부모들의 피로감을 높였다. 또한 근거가 없거나 과학적이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다 보니 검증된 ‘진짜 정보’에 대한 부모들의 갈증이 심해졌다는 게 빌리지베이비의 분석이었다.

이 대표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물론 보건복지부 산하 임산부약물정보센터(마더세이프)와 육아 콘텐츠 협업에 나섰다. 피트니스 전문가들로부터 바람직한 산모 운동 방식에 대한 의견을 들어 소개하기도 했다. ‘임산부들도 즐겨 마시는 무알코올 맥주, 진짜 무알코올일까?’ ‘할리우드 스타처럼 배만 쏙 나오는 임산부 다이어트는 과연 가능할까?’와 같은, 책에서 찾기 힘든 시시콜콜한 정보를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들어 보는 콘텐츠들을 업로드했다.

비단 의학적 지식뿐만 아니다.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유명 유튜버들과 협업해 ‘순산 고수의 30분 출산 비법’을 들어보는 등 생생한 육아 일선의 목소리들을 담아냈다. 진짜 궁금했지만 어디서도 명쾌히 설명해주지 않던 내용들을 콕콕 집어 다뤘다. 의사들이 지닌 전문성을 베이비빌리가 MZ세대 감성에 맞게 트렌디하게 소개하자 전문가들이 먼저 출연 의사를 밝혀오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콘텐츠 제작에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유용한 정보들이 쌓이는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

이 대표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정확한 임신·육아 정보를 제공하되 단순 박스 구독 형식이 아닌 커머스와 유기적으로 연계된 플랫폼을 구축하면 반응이 더욱 클 것이라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7월 본격적으로 베이비빌리 앱을 출시한 직후 월간임신 서비스는 종료했지만 이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육아 정보에 더불어 베이비빌리 앱을 통해 임신 시기별로 추천되는 상품의 종류와 판매량을 확인하고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커머스와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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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로 유인하라

현재 베이비빌리는 자체적으로 시의성 있는 육아 관련 글을 주기적으로 작성해 업로드하는 2명의 에디터를 두고 있다. 육아 경험이 있는 이들 에디터는 ‘엄빠들이 화면을 캡처해 지인에게 공유하고 싶어질 만한 글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엄빠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의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보성 글을 통해 유입된 유저들은 베이비빌리 앱 내에서 각종 육아용품을 쇼핑하며 매출을 일으킨다.

2021년 1월, 베이비빌리의 트래픽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서게 한 것도 육아 게시글 덕분이었다. 어느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에게 젖병을 장치에 꽂아 분유를 먹이는 ‘셀프 수유’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산모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어난 때였다. 이때 베이비빌리는 질식사의 위험 때문에 이러한 수유 방식은 절대 금지돼야 한다는 사실과 해당 수유 방식이 이미 법으로도 금지됐으며 위반하는 조리원을 발견할 경우 신고처와 대응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적은 글을 업로드했다.

당시 이 글은 수많은 맘 카페에서 공유되며 베이비빌리로의 신규 유입과 트래픽이 급증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이 대표는 “엄마들이 보고 싶을 만한 이슈를 캐치해 신뢰할 만한 정보로 정리를 해주면 신규 유입이 자연스레 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매주 콘텐츠 팀과 회의를 거쳐 봄철에는 황사나 미세먼지, 아이 동반 외출 시 주의사항에 대한 글을 올리고, 열감기나 독감이 유행하는 환절기에는 그에 관한 세세한 팁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은 글을 시의성 있게 올리며 유입을 이끌었다.

하지만 앱 출시 초반, 의욕적으로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있었다. ‘임신 시기 바로 누워서 자면 안 돼요!’라는 제목의 글이 화근이었다. 전문가들이 통계 조사를 했더니 임신부가 똑바로 누워 자면 사산율이 올라간다는, 과학으로 입증된 정보의 글을 업로드했다. 그러고는 이 정보를 간략히 요약해 앱에 알림을 띄웠다.

베이비빌리가 저녁에 이런 정보를 제공하고 나자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포털 육아 카페에는 이 내용에 대한 글이 200건 이상 게시되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저 여태 계속 똑바로 누워 잤는데 괜찮은 걸까요?’ ‘갑자기 불안해져서 잠을 설치고 있어요’ 등 잠들기 직전 접한 정보에 불안감을 느낀 엄마들이 걱정을 토로했다. ‘엄빠의 삶을 편하게’라는 서비스 비전이 무색하게 그날 밤 많은 부모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깨닫고는 내부적으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아무리 유용한 새로운 정보를 팩트에 기반해 전달하더라도 정보 수용자들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주요 사용자들이 정서적, 신체적으로 가장 예민한 시기에 있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군분투하며 반성하게 됐던 사례가 이것 하나만은 아니었다. 좋은 취지에서 ‘성평등’ 관련 콘텐츠를 작성했다가 역풍을 맞은 적도 있었다. 베이비빌리는 서울시가 성평등 육아를 위한 단어집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유모차 대신 유아차로,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대신 ‘아빠네 할아버지’ ‘엄마네 할아버지’로 쓰자’는 움직임을 소개했다. 하지만 캠페인 직후 전혀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앱 이탈률이 급증한 것이다. 앱스토어에는 ‘실용적인 육아 정보를 얻으려고 가입했더니 페미니즘적 성향이 반영된 듯한 글을 자꾸 올린다’며 비난하는 리뷰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정확한 정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신 시기 민감한 엄마, 아빠를 위한 감성적인 터치와 배려도 필요하다는 책임감을 느낀 또 다른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이때 이후로는 콘텐츠 회의를 거쳐 산모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불안감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거나, 가치관 또는 사회적 성향의 문제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주제의 글은 꼼꼼하게 검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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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에 민감한 MZ세대 저격

시기별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도 육아 서적이나 맘 카페와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귀여운 아기 이미지였다. 배 속에 있는 아기는 아직 부모에게 어렴풋한 존재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사진을 봐도 어둡고 희미하게 보일 뿐 정말로 아이가 내 배에 있는 것인지, 얼마나 자란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베이비빌리는 일본의 캐릭터 육성 게임 ‘다마고치’처럼 나날이 자라는 아이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화면 속 아기 모습을 터치하면 아기의 크기나 성장 상태에 대한 정보가 피부에 와닿게 제공된다. 5주의 태아는 0.07㎝로 ‘민들레 씨앗 크기’, 35주의 아기는 45㎝로 ‘옷걸이 크기’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더 나아가 이 시기에 임산부가 섭취해야 할 영양분과 더불어 엄마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엄마, 아빠에게 어떠한 정서적 보살핌이 필요한지도 세세하게 조언한다. 시기별로 엄마, 아빠가 아가에게 들려주는 ‘태담’도 별도 카테고리로 제공하고 있다. 앱이 든든한 육아 동반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베이비빌리가 부모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이런 점 덕분이었다. 예비 부모들이 개인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베이비빌리가 제공한 시기별 태아 이미지를 캡처해 공유하는 등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일어난 것이다.

베이비빌리는 그간 2D로만 제공되던 이미지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올 1월부터는 3D 이미지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베이비빌리 앱의 얼굴인 홈 화면 내 빌리에 입체감을 부여해 실제 태아를 마주하고 있는 듯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유대감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커뮤니티를 통해 스노우볼 효과를,
베이비빌리 동기

베이비빌리에서 다른 육아 앱과 달리 유독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베이비빌리 동기(베동)’라고 불리는 앱 내의 육아 커뮤니티다. 이 카테고리를 통해 임신 때는 물론 육아 시기의 부모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앱 출시 후 1년 만에 베이비빌리를 이용하는 유저가 10만 명 이상 모이자 ‘조리원 동기’라는 시기별 커뮤니티를 만들어 선보였다. 같은 개월 수의 자녀를 둔 엄마, 아빠들이 모여서 고민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출산 휴가에 대한 고민부터 동네 소아과에 대한 후기까지 다양한 글이 게시되고 있다.

마침 당시 이 대표 역시 갓 출산을 한 상태였다. 보통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경우 같은 시기 입소한 산모들끼리 퇴소 이후에도 모임을 가지며 각종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조리원 동기’가 생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조리원을 별도로 이용하지 않았던 터라 이런 고민을 공유할 동기가 없었다. 온라인상에서나마 또래를 육아하는 ‘육아 동지’가 절실했다.

역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대형 포털의 맘 카페 게시판들은 거주지나 산모의 나이, 아기의 연령, 보육 형태 등 너무 많은 카테고리로 쪼개져 있다. 비슷한 글들이 여기저기에 분산돼 있고 활성화되지 않은 게시판도 많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베이비빌리 동기는 오직 ‘아기의 출생 시기’라는 강력한 공통점으로 부모들을 한데 묶었다.

그 덕분에 굳이 광고 푸시를 보내거나 SNS를 통해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앱에 점점 더 생기를 불어넣는 눈덩이 효과가 생겼다. 신규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쓰는 마케팅 비용이 일주일에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것도 커뮤니티 덕분이라는 게 회사 측의 분석이다.

실제로 베이비빌리에 지난 한 해 새로 유입된 이용자 수는 20만 명 수준이었는데 유입 경로를 알아 보니 ‘광고’에 의한 효과는 단 8%에 불과했다. 지인의 SNS에서 베이비빌리를 알게 돼 찾아오거나 베이비빌리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 둔 각종 육아 정보를 읽다가 유입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이용자들이 늘다 보니 애플 및 구글 앱 스토어에서도 ‘임신’ 키워드로 검색하면 상단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베이비빌리는 이렇듯 신규 이용자를 모으는 것보다 기존 유저들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유저를 유입시키기 위한 광고를 하기보다는 이미 유입된 유저들이 더 자주 방문할 수 있도록 시선을 끄는 알림톡을 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꾸준한 앱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것이 더 지속력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라이프스타일과 헬스케어 분야의 모바일 앱을 설치한 사람이 30일 이상 해당 앱을 삭제하지 않고 이용하는 비율은 대략 3%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베이비빌리는 이 수치를 50% 이상으로 꾸준히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기존 유저들을 한데 끈끈하게 묶은 결과, 요즘 SNS나 블로그 등에는 ‘베동 오프라인 모임’이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온다. 앱에서 같은 고민을 나누며 친해진 부모들이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서로를 ‘베동’이라 칭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다.

관리 감독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포털 카페의 글들과 달리 베이비빌리 동기 커뮤니티의 게시글은 꾸준한 스크리닝을 통해 꼼꼼하게 관리되는 편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절정에 달했을 때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진짜인 것처럼 업로드하는 글을 빠르게 숨김 처리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글들은 방치하지 않고 삭제한다. 이 대표는 “커뮤니티가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한 결과 ‘베동’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브랜딩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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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와의 연계, 빌리 쇼핑

현재 베이비빌리의 수익 대부분은 앱 내에서 육아용품 판매로 인한 수수료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임신 주 차별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시기별로 필요한 제품을 추천하며 커머스로 연계시킨다.

일반적으로 임신 13주 차쯤이 되면 점차 자궁 크기가 커지며 꼬리뼈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들이 많아진다. 이때 ‘꼬리뼈가 아파지는 이유’에 대한 푸시 알림을 보내며 콘텐츠를 노출한다. 꼬리뼈 통증의 원인이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골반과 척추 사이의 인대를 느슨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원인부터 완화 방법까지 전문적인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는 정보성 콘텐츠를 열람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꼬리뼈 통증을 방지해주는 방석과 허리 쿠션, 수유 쿠션, 임산부 보디필로를 추천하는 식이다. 단순히 나열식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베이비빌리 MD팀이 특정 브랜드들을 직접 써보고 리뷰한 동영상을 연계해 올리며 구매로 이어지도록 한다.

실제 베이비빌리가 임신 1∼20주 차 산모들에게 시기별 맞춤 콘텐츠 추천 푸시 알림을 보냈을 때 3000명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즉각적으로 앱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1500명이 콘텐츠와 관련 있는 상품 추천을 확인하며 커머스에 유입된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푸시당 최대 25%의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용품 판매량 순위’를 나열한 카테고리는 베이비빌리 앱에서 특히 인기다. 막상 육아용품을 사려고 하면 종류나 브랜드가 너무 다양하다. 그럴 때 ‘다른 엄마들은 뭘 많이 샀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활용해 나와 같은 주 차의 엄빠가 최근 1주일 동안 가장 많은 리뷰를 남긴 상품들을 소개하거나 내 아기 연령과 동일한 집에서는 어떤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지 1∼5위로 순위별로 소개한다. 그 덕분에 앱 안에 마켓플레이스를 만든 지 4개월 만에 월 거래액 1억 원을 넘겼다. 현재는 월 2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자체 제작 PB상품까지 선보이며 연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엄마들의 감각에 맞추기 위해 인기 브랜드들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외부 업체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기보다 ‘베이비빌리 에디션’으로 브랜딩한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임산부 손목 보호대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앱 내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의 교육 업체와 협업해 제작한 월령별 맞춤형 발달 교구도 베이비빌리 자체 상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판매하는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전자 기기나 식품군은 물론 온라인 클래스까지 넓혀가고 있다. 출산 시 호흡 방법이나 산후 회복 운동 방법 등에 대한 온라인 클래스를 전문가들과 협업해 개설해 판매하고 있다. 심리상담사의 ‘육아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심리 상담 세션’을 열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베이비빌리는 이를 금융 상품으로도 확장했다. 현대해상이나 롯데카드 같은 금융사들은 매년 열리는 베이비페어의 최대 후원자 중 하나다. 육아 출산 분야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거나 관련한 카드를 발급받는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정부에서 현재 저출산 방지를 위해 엄마들에게 1년에 약 1000만 원씩 바우처를 제공한다. 만약 보험이나 카드 발급을 베이비빌리 앱 내에서 한다면 금융 수수료를 받는 식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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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철저한 현지화

베이비빌리는 앱 출시 초반부터 동남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국내에서 앱을 출시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베트남 현지인 출신의 글로벌 에디터를 채용하며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적잖은 기업들이 ‘돈 먹는 하마’로 여겨지는 기존의 해외 사업을 오히려 철수하던 터였다. 이러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새롭게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두고 회사 안팎에서 모두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이 베이비빌리의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로, 한 해 24만9000명의 아기가 태어난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혀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베트남에서는 한 해 150만 명이, 인도네시아에서는 330만 명이 태어난다. 태국도 매년 70만 명이 출생한다.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셈이다. 더욱이 이들 시장의 젊은 여성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이나 한국 브랜드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빌리지베이비는 지난해 5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9월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출시 1년도 채 되지 않아 태국 및 인도네시아는 각각 2만 명의 MAU(Monthly Active Users)3 를, 태국은 1만5000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3개국 MAU 5만5000명 명을 기록 중이다. 이들 3개국의 한 달 평균 재방문율은 62%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이들 국가에선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활성화된 편이어서 2023년 4월 기준으로 기존의 유저가 베동 커뮤니티(베이비빌리 동기 커뮤니티)에 월 1300개 이상의 글을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누적 콘텐츠 조회 수 역시 높은 인기를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40만 회, 베트남 35만 회, 태국 30만 회를 기록하며 글로벌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100만 회 이상의 콘텐츠가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의 비즈니스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진출한 베트남의 경우 ‘육아 정보 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뭘 하는 앱이지?’ 하며 생소해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통상 우리나라는 다운로드와 가입자 수가 함께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베트남은 100명이 앱을 다운로드하면 고작 20명 정도가 가입하는 수준에 그쳤다. 앱에 유입된 뒤 아기 이미지를 눌러도 보고, 말풍선을 읽으면서 앱 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반응도 크게 없었다. 육아 앱 사용 경험과 문화가 없다 보니 친숙하지 않았던 게 이유였다.

그래서 베이비빌리는 일부러 ‘한국 감성’을 내세우는 전략을 세웠다. ‘트렌디한 한국 앱’임을 강조하기 위해 한글을 메인 화면에 노출하고 귀여운 아기와 엄마들 사진을 활용해 ‘핫한 엄마들은 이런 걸 쓴다’고 홍보했더니 점점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앱 이용 경험이 없는 유저들을 위해 친절한 안내 문구를 덧붙였다. ‘이 귀여운 그림은 저장하세요’ ‘글을 계속 받아보고 싶다면 푸시 버튼을 눌러주세요’ 하고 안내하는 식이다. 현지인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해 베이비빌리 앱을 홍보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가입 전환율이 60% 이상까지 올랐고 최근에는 앱 유입자의 98%가 아기 그림에 제공되는 육아 말풍선을 눌러보며 앱 내에서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현지 맞춤화 전략도 현지 시장에 안착한 비결 중 하나가 됐다. 이용자들이 직접 단 댓글을 분석해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기반으로 현지 엄마들이 관심 있을 정보를 분석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현재 베이비빌리는 이를 위해 진출 국가별로 현지인 에디터를 두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과 태국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매운 음식’과 관련된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 중 매운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정보성 콘텐츠를 작성해서 알림을 보냈더니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푸시 메시지 오픈율이 10%를 기록했다.

정확한 육아 정보나 육아 커뮤니티에 대한 갈망은 국내든 동남아시아든 마찬가지인 만큼 해당 국가의 에디터가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서비스였다. 아기를 키운다는 점은 같지만 나라별로 육아 문화나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국내에서 정리한 정보를 번역만 해서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었다. 애초부터 앱을 언어만 번역해 제공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국가별로 다시 처음부터 앱을 개발하고 최적화해 선보이는 이유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는 모유를 수유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모유보다 분유가 더 균형 잡힌 식사라고 여긴다. 이에 따라 분유 수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국내에서는 모유 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높지만 베트남에서는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가 이러한 문화 차이에 있었다. 국가별 특성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이슬람 종교색이 짙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산타 옷을 입힌 베이비 캐릭터를 노출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는 올해가 ‘토끼의 해’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올해가 고양이의 해4 다. 나라별로 맞춤형 정보 제공이 필요한 것이다. 앱의 내용을 국가별로 동일하게, 하지만 언어만 바꿔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빌리지베이비의 육아 글로벌 에디터들은 출근과 동시에 현지 육아 정보나 이슈들을 검색한다. 그러고는 각국의 문화에 맞춰 글을 작성해 업로드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트래픽이 2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이에 발맞춰 베이비빌리는 해외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커머스 사업을 연계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또한 올해 내에 일본과 중국에서도 육아 앱 서비스를 확대해 선보일 예정이다.

DBR mini box I
육아 앱 전성시대

스타트업의 혹한기라지만 임신 육아 관련 스타트업 플랫폼은 여전히 투자를 유치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부모와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등 8명의 가족이 아이 한 명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에잇 포켓(여덟 명의 주머니)’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저출산 현상 속에서도 관련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베이비빌리처럼 육아 정보와 커머스를 연계한 앱부터 온 가족이 쉽게 아이의 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돕는 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휴대폰 안의 아이 사진과 영상을 AI 솔루션을 이용해 카테고리별로 정리해주고 가족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쑥쑥찰칵 앱을 선보인 제제미미는 올해 1월 기준으로 45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다. 플랫폼에 올라온 아이의 얼굴 사진을 활용한 각종 굿즈를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다.

육아 셀럽을 AI 테크를 기반으로 연결해주는 커머스 플랫폼도 있다. 육아 소셜마켓 모음 앱인 키즈닝은 지난해 2월 정식으로 선보인 뒤 현재 앱 다운로드 수 25만 회, 회원 수 14만 명을 각각 넘어서며 주목받았다. 유·아동 패션부터 식기, 목욕용품, 가구 등을 다룬다. 다양한 셀러가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판매 채널이 부족한 소호 셀러들에게 새로운 판로를 제공하면서 홍보나 마케팅까지 지원해 단기적으로 급성장했다. 키즈닝을 운영 중인 밀크코퍼레이션은 올해 초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씨엔티테크 등으로부터 시드 브리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다방면의 육아 정보가 아닌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호응을 받는 플랫폼도 있다. 베럽은 육아용품 성분을 분석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킨, 보디케어부터 물티슈, 젖병 등 다양한 육아용품의 성분을 꼼꼼하게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성분 정보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육아용품을 사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여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이 업체의 목표다.


DBR mini box II: Interview: 이정윤 빌리지베이비 대표
“두 돌 아기 키우다 보니 뭐가 필요한지 바로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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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기업의 인수 타당성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았다. 기업이 어떤 회사를 인수합병(M&A)할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해 제안하는 역할을 했다. 퇴사한 뒤 본격적으로 육아 정보 앱 창업에 뛰어든 이 대표는 열혈 육아맘으로, 현재 만 두 돌이 넘은 아기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의 시선’으로 필요한 부분을 더해가며 베이비빌리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근 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시장이 안 좋아도 투자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자금 시장이 어려워진 만큼 최근에는 투자사들이 해당 사업 모델이 실제로 실속 있게 크고 있는지 여부를 더욱 꼼꼼히 보는 것 같다. 베이비빌리의 경우 탄탄한 유저 수를 확보한데다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과 달리 당분간 인구가 꾸준히 늘어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크게 평가한 것 같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초반부터 투자사들이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출산 육아 경험이 베이비빌리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시기별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누구보다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 앱 출시 초반에는 따로 에디터를 두지 않고 직접 에디터 역할을 맡았다. 정보성 글과 콘텐츠를 모두 혼자서 제작했다. 엄마의 시선으로 내가 궁금했던 임신과 육아 정보들을 찾아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올리니 같은 또래 육아 맘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베이비빌리 앱 출시를 준비하면서
월간임신을 선보였다.

나를 포함해 모두 5명이 모여서 앱 출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앱이 개발되기까지 마냥 기다리기보다 시장에 뛰어들어 어떤 경험이라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간임신은 ‘엄빠의 삶을 편하게’라는 현재 우리 기업의 비전에 맞는 사업이기도 했다. 예상보다 호응이 커서 육아 정보와 커머스를 한데 묶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을 확인했다. 베이비빌리 앱에 ‘콘텐츠의 즐거움’이 있다면 월간임신서비스에는 ‘언박싱의 유쾌함’이 있었다.

다양한 육아용품 브랜드와 협업 중이다.

0∼3세 부모가 많은 앱이다 보니 임부용품부터 치아 발육기, 이유식기 등 종류가 매우 다채롭다. 부모들은 다들 ‘눈 떴다 하면 새로 살 게 생기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자연스레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육아와 관련된 멋진 브랜드가 정말 많다. 아가드나 돗투돗 같은 브랜드는 특히 현재 캐릭터에 대한 팬덤과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최근에는 특히 영유아 패션업계 쪽에서 ‘베이비빌리 앱에 진입하면 판매율이 높아진다’는 입소문이 났다고 전해 들었다. 그 덕분에 예전보다는 양질의 업체를 소싱하는 게 더 쉬워졌다.

제조업체들과 어떤 시너지가 나는지.

육아용품 제조사들과 미팅을 하면 판매 플랫폼을 부러워한다. 반면 제조 능력이 없는 빌리지베이비는 PB 상품 등을 판매하기 위해선 제조사들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 또한 내구성과 트렌디한 감성까지 갖춘 한국 육아용품에 대한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제조업체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베이비빌리의 플랫폼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길 원하는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베이비빌리 동기’ 커뮤니티에 공을 들였다.

국내 어플의 알림 오픈율은 평균 3% 남짓이다. 100건의 알림을 보내면 3건 정도 앱에 들오는 셈이다. 하지만 베이비빌리가 ‘커뮤니티의 인기글’에 관한 알림을 보내면 이 수치가 크게는 30%까지도 오른다. 내 또래가 쓴, 공감대를 일으키는 글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양질의 유저가 많을수록 좋은 글들이 늘어나고, 또다시 양질의 유저가 유입되는 선순환 효과가 생기는 만큼 ‘베동 커뮤니티’ 는 현재 베이비빌리의 주력 카테고리다.

해외 사업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을 것 같은데

베이비빌리는 사업 시작과 동시에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독특한 케이스다. 처음엔 베트남에서 생각보다 가입자 수가 늘지 않아 초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앱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국내 사업에서의 반응을 보고, 그제야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면 시간이 한참 더 걸렸을 것이다. 초반부터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내부 회의를 자주 열어 해외 진출의 필요성과 과정에 대해 모든 직원과 공유하며 사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기존 타깃인 영유아기 부모에서 연령대를 확대할 계획은.

꾸준히 신규 기능을 추가하며 라이프사이클을 늘릴 계획은 있다. 2020년 시드 투자를 받을 때만 해도 임신 40주가 끝나면 더 이용할 기능과 콘텐츠가 없는 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출산 이후 본격 육아 시기에 앱을 이용하는 유저가 절반이 넘는다. 다만 0∼3세를 넘는 이후 연령까지 무리하게 콘텐츠를 확장하기보다는 잘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되 해외시장에 더욱 전념할 계획이다.

향후 해외 사업 계획은.

올해 일본과 중국에도 진출한다. 지난달에는 본격적으로 일본인 에디터를 채용했다. 일본인 부모들의 감성에 맞는 각종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중국은 해외 소프트웨어에 보수적인 편이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앱보다는 가벼운 기능으로 접근해 위챗 내 미니 프로그램 형태로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특히 중국, 일본은 거리가 가까워 단 5000∼6000원의 택배비로 육아용품을 배송할 수 있다. 이에 베이비빌리는 물론 우리 플랫폼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들 에도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고민 공유와 해결’ 커뮤니티의 핵심 가치 지켜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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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빌리의 초기 성공을 살펴보면 커뮤니티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커뮤니티가 상업적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상황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이 든다. 커뮤니티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을 연구한 논문들은 크게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커뮤니티의 핵심 가치가 공유되고 있는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돼 있는가이다.

베이비빌리 커뮤니티의 경우 영유아기 부모들이 부모로서 처음 겪는 어려움과 애로 사항을 포착하고 이를 공유하고, 해결해가는 것이 핵심 가치다. 플랫폼이 지향하는 가치,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에 대한 솔루션이 플랫폼 내 정보와 서비스, 상품을 통해서도 일관되게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커머스 플랫폼에서 정보 제공자나 상품 제공자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구성원들의 참여도다. 커뮤니티는 구성원들이 만들어간다. 정보나 상품을 일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유지하기는 어렵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호응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티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베이비빌리 입장에서는 커뮤니티 구성원의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멤버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베이비빌리의 확장과 구성, 유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베이비빌리 동기(베동)’라는 커뮤니티가 하나의 브랜드가 돼 구성원들이 계속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커뮤니티가 커머스 플랫폼으로 정착하려면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베이비빌리는 이렇게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커머스 플랫폼으로 정착시켜 수익까지 이어지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베이비빌리가 제공하는 정보를 자세히 읽다 보면 정보 속에 언급된 상품들을 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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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소비자는 생애전환기에 많은 지출을 한다. 그동안 사지 않았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쓰던 브랜드나 품목을 바꾸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소비자들의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관이 변하면서 구매 행동과 패턴도 달라진다. 이에 많은 기업은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 신생아를 낳은 부부, 이사를 준비하는 가구, 자녀를 독립시키는 중년, 막 은퇴하려는 사람 등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프로모션을 펼치곤 한다. 베이비빌리 역시 자녀를 출산한 엄마, 아빠라는 생애전환기(life-transition period)에 놓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주고 이를 상업화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성공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면 기술적 요소와 인적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베이비빌리는 3D 이미지로 태아의 이미지를 제공한다거나 시선을 끄는 알림톡으로 참여를 유도했다. MZ세대 부모들이 앱 사용 시 중요하게 여기는 UX/UI에 신경을 썼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직관적이고 편리한 디자인으로 앱을 설계했다.

커뮤니티 참여가 활성화되려면 멤버 간 상호작용이 지속될 수 있는 시스템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베이비빌리는 앱 내의 서브 카테고리를 만들어 멤버들 간의 유대를 강화해 냈다. 좀 더 강력한 연대를 느낄 수 있게 ‘아이의 출생 시기’를 기준으로 동기들을 묶어줬다. 신생아는 겨우 며칠 혹은 몇 달 내에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발달이 급격히 이뤄진다. 따라서 부모들은 출생 시기에 따라 여러 종류의 고민, 문제, 해결책을 공유하고 싶어진다. 이를 파악하고 소비자들을 ‘동기’로 묶어 긴밀한 상호작용과 소통이 이뤄지게 했다. 커뮤니티 브랜딩으로 지칭할 수 있는 ‘베동’은 앞으로 이 커뮤니티가 지속되고 확장되느냐 혹은 그저 그런 커뮤니티 중 하나로 축소되고 사라질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구성원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유용성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베이비 빌리는 전문가들이 생산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임신 시기별 맞춤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림을 보내 필요한 상품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소비자들은 이 커뮤니티에서 제공되는 정보와 기능이 자신에게 유용하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유용성뿐만 아니라 재미와 의미를 경험하는 것도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고 유지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커뮤니티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나 기능이 필요하고, 참여자들이 스스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역시 제공해야 한다. 베이비빌리는 일본의 캐릭터 육성 게임 ‘다마고치’와 유사하게 소비자들이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가 자라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단순히 외부 제품을 판매하기보다 베이비빌리 에디션으로 브랜딩한 제품을 선보여 멤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커뮤니티와 연동해 표현하고 선택하도록 도왔다.

베이비빌리는 확장을 위해 다음 두 가지 전략을 활용하려 한다. ‘엄마, 아빠들을 위한 든든한 육아 지원군’에서 ‘엄마, 아빠들이 필요한 모든 것’이라는 ‘정체성 기반의 토털 솔루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베이비빌리는 신생아부터 영유아기까지 자녀들을 위해 필요한 상품, 자녀와 우리 가족을 위한 보험과 금융 상품까지 연계한다. 임신부터 영유아기까지 엄마, 아빠가 필요한 욕구면 다 충족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K콘텐츠를 넘어 K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곳이 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인구학은 보통 정해진 미래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부른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에서 신생아 엄마, 아빠만을 타깃으로 삼으면 비즈니스 기회가 제한될 수 있으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 등도 도전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MZ세대는 동일 매체, 동일 콘텐츠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지역성을 넘어 글로벌한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선망받는 문화 콘텐츠 소유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기초로 ‘힙한’ 엄마, 멋진 아빠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베이비빌리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한국을 벗어난 국가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K라이프스타일 역시 사업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각 문화에 녹아 있는 다른 맥락에 대해 얼마나 섬세하고 철저히 이해할 수 있는지, 이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이끌어내는 데 적용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키가 될 것이다

필자는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로 소비행동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와 소비문화이론이며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경영학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며 학계의 발견을 나누고 필드의 질문을 다루는 일에 관심이 많다. 현재 LG인화원, 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연구소, BGF리테일, NH뱅크 등 다양한 기업에서 자문과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DX시대 소비자들의 심리·행동적 특성을 짚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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