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기업 채용 현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일즈포스, 앤스로픽, 링크트인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구글은 ‘AI 증강 업무(AI-augmented work)’를 직원 성과의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했으며, 메타는 AI 활용 생산성을 엔지니어 채용의 필수 역량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AI를 적극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이 기존 대기업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동일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AI를 쓰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끝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시대의 인재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 경제에서는 근면 성실한 사람,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 조직에 잘 동화되는 모나지 않은 사람을 원했다면 AI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인재를 원한다. AI가 기반 기술(Enabling Technology)로서 사회 패러다임 전반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인재상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재상의 첫 번째는 CEO식 사고(CEO-like mind)다. 뛰어난 경영자는 모든 일을 혼자 하지 않는다. 전체 과업의 구조를 파악하고, 무엇을 누구에게 맡길지 판단하며, 세부 과업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맞물리도록 조율한다. AI 시대, 인재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방대한 과업을 잘게 쪼개 어느 단계를 AI에 맡기고, 어느 판단을 사람이 내려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능력, 그리고 그 전체 흐름을 거시적으로 조율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둘째, 사람을 연결하는 협업 능력이다. AI는 데이터와 패턴의 세계에서 탁월하지만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고, 갈등을 봉합하며, 침묵하는 전문가를 설득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가 분석한 인사이트를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 결과로 전환하려면 어떤 전문가와 손잡아야 하는지, 어떻게 조직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모을지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셋째, 창의적 방향성 제시 능력이다. AI는 주어진 문제를 탁월하게 풀어낸다. 그러나 풀어야 할 문제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명확하고 참신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AI의 방대한 컴퓨팅 파워를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사용자다. AI는 방향을 잘 따르지만 스스로 방향을 잡지는 못한다.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잘 던지는 게 중요한 세상이 된 셈이다.
과거에는 부지런히 많은 것을 직접 해내는 사람이 인재였다. 이제는 다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어떤 도구와 사람을 어떻게 엮을지를 설계하는 사람, 다시 말해 ‘똑똑하게 게으른 사람’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AI 시대의 진짜 인재는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묻고, 더 잘 연결하는 사람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왔다. 이제 AI는 일자리의 구조를 넘어 요구되는 인재상 자체까지 바꾸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기업은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다시 점검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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