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는 지정학적 갈등, 공급망 불안정, 사이버 리스크 등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도전적인 환경에 처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변화는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은 수많은 도전 과제에 둘러싸여 있다. 단기적인 위협도 파악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CEO들이 처한 현실이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네트워크 PwC가 매년 실시하는 ‘글로벌 CEO 서베이’가 올해 29회를 맞이했다. 이번 조사에는 95개국 4454명의 CEO가 참여해 전 세계 기업 리더가 바라보는 현재 경영 환경과 미래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는 현재 기업들이 처한 복잡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향후 1년간 매출 성장을 낙관하는 비율이 30%에 그쳐 지난해(38%)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양한 단기 위협에 더욱 민감해진 결과로 특히 ‘사이버 리스크’는 거시경제 변동성과 함께 가장 우려되는 위협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관세 불확실성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경우 향후 12개월간 관세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비율(36%)이 대만(49%) 다음인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CEO들의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각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AI 투자를 지속하고 글로벌 산업 지형 재편에 맞춰 새로운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CEO 10명 가운데 4명(42%)은 지난 5년간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을 시작했다고 답했으며 향후 3년 내 대규모 인수합병을 계획하는 CEO 중 44%가 다른 산업의 기업과 거래를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AI에 대한 CEO들의 접근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기술 변화를 위협보다는 근본적인 기업 혁신의 도구로 받아들였다. 자동화를 넘어 AI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집중했다. ESG 경영도 부차적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을 성장 분야 진출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며 탄소중립을 의무 이행이 아닌 혁신 기회로 바라봤다.
신속하게 혁신을 추진하는 CEO들이 보수적인 CEO들보다 실제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이들의 전략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응답자 8명 중 1명인 12%는 지난 1년간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추가 매출을 창출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고 제품·서비스·고객 경험을 포함해 사업 전반에 AI를 광범위하게 적용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영역에서 더 높은 매출 비중을 창출하는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고 CEO의 성장 전망 확신도 더 컸다. 반면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신규 투자나 향후 3년간 대형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경쟁사보다 성장 속도가 2%포인트 느리고 수익률도 3%포인트 낮았다.
글로벌 CEO들의 혁신 의지는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성공하는 CEO들의 사고방식이 이미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위기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을 우선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변화 자체를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인다. 현재의 어려움에만 매몰되지 말고 불확실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 됐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혁신적 사고, 이것이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리더십이다.
-
윤훈수kr_contact@pwc.com
삼일회계법인 대표이사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후 30년 이상 감사 업무를 수행해온 감사 전문가다. 1994년부터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미국 새너제이 지사에 근무하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감사를 맡았다. 이후 글로벌 서비스 본부장, 복합서비스그룹 리더, 감사부문 대표를 거쳐 2020년 7월부터 삼일PwC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Copyright Ⓒ 동아비즈니스리뷰.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