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 트로스트 공동 기획 ‘직장인 금쪽이’

“동료들 하나둘씩 퇴사… 몸과 마음이 지쳐요”

342호 (2022년 04월 Issue 1)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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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올해에만 벌써 4명입니다. 10명 남짓했던 저희 팀에서 퇴사한 사람들 말입니다. 퇴사의 이유도 제각각입니다.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자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휴식을 위해서라며 선후배와 동기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팬데믹 사태로 약을 찾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실무와 관리 업무 모두를 맡아야 하는 과장 2년 차인 제가 자연스럽게 떠난 이들의 일을 도맡게 됐습니다. 상사들은 이미 막대한 업무량에 허덕이고 있고, 인력 충원을 위해 갓 입사한 신입들은 회사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전 기꺼이 ‘나 말고 누가 해. 내가 좀 더 고생하고 말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지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시간도 입맛도 없어 끼니를 거르다가 늦은 시간 퇴근해 폭식을 합니다. 아침마다 속이 더부룩해 소화제를 끼고 살죠. 스트레스 탓에 안 하던 구토도 자주 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창업을 하겠다고 퇴사를 결심한 후배의 송별회 자리에서는 후배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 때 후배가 좀 더 힘이 돼 주길 바랐습니다. 평소 제가 잘 챙기고, 또 저를 잘 따르던 후배라 더욱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약이 필요한 환자들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처럼 워라밸을 선호하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도 높지 않은 시대에 흔치 않은 일로 보이겠지만 저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게 될지라도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함께 열심히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는 현실을 직면하다 보니 제 스스로가 혹시 무능하거나 미련해서 남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다들 뒤도 안 돌아보고 다른 인생을 개척하는데 저는 왜 이 자리에 목을 매고 있는 걸까요. 이대로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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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우선 상심이 깊으셨겠습니다. 회사 내에서 어쩌면 가족보다 더 오래 마주치며 일했던 동료가 떠나간 자리는 누구에게나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슬픔을 감당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전, 막대한 업무량을 소화해야 해 몹시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퇴사를 하고 그로 인해 회사는 인력을 충원하지만 새로운 인력이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회사에 남은 재직자들이 퇴사자들의 몫까지 맡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어떤 조직에서나 이런 상황은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박 과장님과 같이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도 조직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돌아볼 필요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창업하는 후배를 보면서 아쉬움이 크셨을 겁니다. 업무량이 많아지고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떠난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분노와 아쉬움, 혹시 ‘내가 무능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실컷 분노해도 좋습니다. 단, 어느 순간에는 ‘탁’하고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회사는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게 자연스러운 단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망이나 아쉬움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으면 그 마음이 오히려 병의 원인이 됩니다.

퇴사한 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퇴사를 놓고 꼬리를 물었던 생각을 이제 놓아야 합니다. 퇴사한 사람들은 겉보기에는 부러움이 대상이 되겠죠. 코로나 이후 약품 수요가 높아져 안 그래도 바빠졌을 제약 회사 상황을 상상해보면 당장 격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부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가는 그분들도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 창업이나 육아 등 새로운 모험에 대한 걱정을 안고 나가는 것이기에 마음이 아주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모두가 리스크를 지고 산다, 그리고 어떤 리스크를 지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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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고민과 함께 현재 폭식으로 인한 신체적 건강까지 위협받게 된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우선 점심 식사 시간만큼은 꼭 확보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휴식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에게 단 10분이라도 휴식을 주는 습관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박 과장님은 평소 자신의 일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시고 유능한 분입니다. 왜 막연하게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퇴사자가 계속 생기는 상황이라 그저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요? 누군가가 떠났다고 해서 나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상황과 선택지가 다르니까요. 예컨대 떠난 동료 중 누군가는 회사에서 잘나가는 박 과장님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열등감을 느껴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또 박 과장님이 격무를 통해서도 일의 보람을 느끼는 방식과 달리 워라밸에 방점을 두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현재의 자신의 마음 상태가 불안에서 오는 일시적인 동요인지, 정말 회사를 떠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평소 자신과 대화가 없으셨다면 일기를 쓰거나 친구와 대화를 해보면서 내가 정말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퇴사자들로 인해 잠시 마음이 동요한 것인지, 혹은 단지 현재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많아서 그런 건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퇴사한 사람들은 남은 자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들의 생각입니다. 겉으로 볼 때는 퇴사자의 상황이 나아져서 혹은 나보다 유능해서 회사를 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부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갈 때’가 돼서 나가는 것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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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들의 퇴사로 뒤숭숭한 분위기는 어느 회사에서나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봉 협상이 끝나고 많은 사람이 퇴사하는 연초가 되면 회사에 남는 자와 회사를 떠나는 자가 함께 모여 공기의 흐름에서조차 긴장감이 느껴지죠. 하지만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런 어색한 분위기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은 꼭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어차피 언젠가 사람은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다시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연할 수 있는 겁니다. ‘신입이 들어오면 어서 가르쳐주고, 늘어난 업무량은 프로젝트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조율해야지’ 등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능력 있는 박 과장님도 이런 의연한 태도를 가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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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때문에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면 몸과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할 저녁 시간까지 반납하며 일을 하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희생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 그동안 자신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셨다면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 삼아 약간 느슨하게 살아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결국 누군가가 해야 하니까’ ‘내가 안 하면 안 되니까’와 같은 희생의 마인드가 아니라 ‘이 정도 여유는 있어야 내 몸과 마음을 지킬 수는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업무와 자기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시는 게 좋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근로 환경의 변화로 회사 측도 이런 개인의 고민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무능하고 미련하게 보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과도한 업무량은 문제지만 박 과장님께서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하고 있는 일에 큰 애정과 사명감을 가진 걸로 보입니다. 그러면 더더욱 남의 결정에 동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크게 불만이 없는데도 동료의 이직으로 마음이 흔들린다면 뭔가 마음속에 불만의 불씨 정도는 있을지 모릅니다. 예컨대 회사는 마음에 들지만 급여나 복지 혜택 등의 조건이 불만족스럽다면 관리자와 협상을 시도해보세요. 업무량이 많아 힘이 드는 거면 프로젝트 기한을 늘리면 되고, 기한을 연장하기 어렵다면 현재 인력으론 운영하기 힘들다고 상사와 관리자에게 강력하게 요청해보세요. 이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때 이직을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박 과장님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떠난 동료가 아닌 스스로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입니다.


정리=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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