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Kinsey Quarterly

“연봉보다 유연성과 독립성이 더 중요”달라진 노동관.. 일자리를 재설계하라

246호 (2018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긱(Gig)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긱 경제는 이전에 없던 서비스 영역을 창출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침해하며 우려도 낳고 있다. 기업은 유연하고 독립적인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노동자들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보수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과거에 비해 높은 보수보다 일 자체에 대한 만족감과 자율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도 무조건 신봉하기보다는 좋은 일자리와 바람직한 삶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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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새로운 기술 앞에서 무력하지 않다. 미래의 일자리는 우리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자동화는 직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소위 긱 경제(gig economy, 필요할 때마다 노동자와 계약을 맺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로 일명 ‘임시직 경제’라고도 불린다-역주)는 얼마나 위협적일까? 정부와 기업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최근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 이하 MGI)의 소장인 제임스 마니카와 런던에 있는 왕립기술협의회(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 이하 RSA) 회장인 매슈 테일러가 이 질문들과 관련된 이슈들을 논하기 위해 만났다. 이 대담은 테일러 회장이 주도했던 현대 경제의 고용 관행에 관한 독자적 검토 보고서1 가 작년 초 발간되고 얼마 후에 진행됐다.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핵심 내용만 발췌해 소개한다.

유연한 업무 방식

매슈 테일러: 전반적으로 영국은 다른 시장보다 노동 유연성이 훨씬 높다.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영역 중 하나는 독립형 일자리, 즉 긱 경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됐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긱 경제는 이제 꽤 오래된 현상이 됐는데 카셰어링이나 비슷한 서비스가 통용되는 디지털 역량이 높은 곳에서 특히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영국에서 자영업이 성행하기 시작했을 때는 일할 곳이 없는 사람이 자영업을 선택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경제 상황이 나아진 후에도 자영업 비중은 사실상 떨어지지 않았다. 예전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계속 증가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은퇴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계속 일하는 사람이 많고, 스스로 통제 가능한 방식의 일을 원하는 사람도 더 많이 눈에 띈다. 자영업자들처럼 더 높은 자율성과 유연성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들은 그런 바람을 실현 가능하게 만든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딱 맞게 일하는 게 더 쉬워졌다.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유형의 일을 그들이 원하는 환경에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런 기술적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임스 마니카: 맞는 얘기다. 우리도 독립형 일자리와 긱 경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중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대여섯 개 국가에서 실시한 조사를 보면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사실상 원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테일러: 3분의 2 정도 되는 사람들이다.

마니카: 그런 사람들은 유연성과 독립성을 원한다. 대개 고유한 기술을 보유해서 자신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나 고객들에게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아는 이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독립형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정이란 한두 개로 설명될 수 있다. 먼저 전통적인 고용 형태로는 사실상 직장을 구할 수 없는 경우로 스페인 같은 나라가 그렇다. 아니면 정규직 직업으로 충분한 수입을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를 보충하기 위해 독립형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나머지 3분의 1에 속하는 사람들은 소득의 안정성과 변동성을 불안해한다. 물론 소득의 변동성은 업무 유연성을 위해 혼자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긱과 나쁜 긱

테일러: 사람들이 임시직(gig work)에 대해 갖는 또 다른 우려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주 강력한 공룡 기업이 등장해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하게 되는 상황이다. 둘째는 종종 일의 ‘우버화’라 불리는 문제다. 우리 연구팀이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던 무렵 영국 각처를 돌며 여러 사람들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임시직 고용 체제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이사업체 대표에게 들은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겠다. 그분은 일꾼들을 정식 직원으로 고용하고 그들의 연금도 납부한다고 했다. 늘 그래 왔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그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또 다른 업체는 임시직 노동자들을 쓰면서 마치 자영업자를 고용한 것처럼 행세한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그건 잘못된 자영업이지만 그 업체는 자신들이 자영업자들을 활용한다고 주장하며 그 개념을 도용하고 있다.

마니카: 그 이면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적인 긱 경제에 수많은 독립형 일들이 등장하면서 그 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소비하는 집단도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그게 카셰어링이든, 특정 직무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든 보통 전통적인 메커니즘에서는 가격이 너무 높거나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충족되지 못한 고객 니즈가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서비스들이 아예 제공될 수 없었던 곳에 그 서비스가 새롭게 등장하는 경우를 최근 많이 봤을 것이다. 택시로 갈 수 없었던 곳이나 빈민가 혹은 숙박시설을 찾을 수 없었던 곳이 그 예다.

테일러: 문제의 핵심을 잘 얘기했다. 그런 새로운 기술들은 카셰어링이나 임시직 직무처럼 단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고 잠재적으로는 중개자가 필요 없는 환경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기회를 창출한다.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고유한 플랫폼을 가질 수 있다.

본부나 그와 결부된 모든 요식 체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최근 상호 수혜조직이나 협동조합,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장소와 알고리즘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규모의 경제도 똑같이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을 전체적으로 노동자와 시장에 공평하게 추진해야 한다. 또 정부는 세금이 필요하니까 지속 가능성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이 할 일

마니카: 여기서 고용주에게 던질 질문이 있다. 근로시간이나 근무조건, 근무방식에 있어서 노동자들이 원하는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에 관해 과연 회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플랫폼 중심의 회사를 포함해 기업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사안은 노동자들과 그런 유연한 방식으로 공생하기 위해서는 보수나 수당 책정에 어떤 메커니즘을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회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런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소득의 변동성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테일러: 긱 플랫폼에서는 노동자가 자신이 언제 일할 것인지를 정확히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양방향 유연성이 작용한다. 그런데 양방향 유연성과 일방향 유연성은 서로 다르다. 영국은 일방향 유연성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직들이 리스크를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하기 때문이다. 0시간고용계약(zero-hour contract, 노동이 실제로 제공된 시간에 한해서만 임금이 지급되는 계약-역주)이나 단축 근무계약처럼 말이다. 고용주는 이렇게 말할 거다. “내가 보장할 수 있는 건 일주일에 2시간이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일주일에 30시간 정도 근무했으면 한다.” 이 말은 경기가 나쁠 때는 리스크를 곧바로 노동자에게 넘기겠다는 뜻이다. 결국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권한이 없고 심지어 부당한 해고도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고용주의 결정에 맞서거나 의의를 제기할 수 없다. 나중에는 일할 기회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엄청난 기회들도 존재한다. 영국에 있는 한 대형 슈퍼마켓 그룹에서는 근로자들이 앱을 통해 원하는 매장 어디에서든 초과 근무를 할 수 있다. 매장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자신이 가진 기술에 따라 담당할 수 있는 매장의 다른 업무들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중년의 IT 컨설턴트들이나 누릴 법한 업무 유연성을 소매업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도 부여하는 길을 여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중요성

마니카: 노동의 질은 소득이 결정할까? 아니면 다른 요소들이 결부되나?

테일러: 아주 좋은 질문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일자리란 무엇을 의미할까? 임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중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엄청나게 부유한 사람과 본인 임금을 비교하기보다는 이를테면 자기보다 바로 한 직급 위에 있는 사람과의 임금 격차에 더 관심이 많다. 즉, 근로자에게는 괜찮은 임금도 중요하지만 형평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단 임금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좋은 일자리를 판단할 때 임금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의미 있고, 도움이 되며, 스스로 자긍심을 느낄 만한 것이길 바란다. 그리고 일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을 원한다. 인간은 기계의 톱니바퀴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 걸 지배력이라 부를 수 있겠다. “내가 무언가에 있어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능력을 점점 개선함으로써, 또 지금 하는 일의 결과로 내 인생에 더 많은 선택권도 부여할 수 있다” 같은 느낌 말이다. 자신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정한 조직의 일부임을 느끼는 팀워크나 동료애도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요건을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에 구현하려면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산층에 속하면서 좋은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환경에 익숙하다. 그런데 사회복지, 소매, 보안, 운송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양질의 일자리를 누리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조직을 관리하는 현명한 방법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마니카: MGI에서는 수입 문제를 연구해왔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겪은 극적인 변화 중 하나는 소득증가율이 사실상 정지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 있는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소득 정체나 감소를 경험해 왔다는 거다.

가령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가구를 10년 단위로 비교하면 2005년 이전에는 그 비중이 한 자리 숫자였다. 미국의 경우에는 2%가 채 안 됐다. 반면 2005년부터 2014년 사이를 보면 미국에서 소득이 정체하거나 감소한 가구 비중은 81%나 된다.2 영국은 70%였다. 2005년 이전까지는 소득 불평등이 존재했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까 노동자 절대다수의 경제 사정은 꾸준히 나아졌다.

테일러: 이제 우리 사회에는 작년보다 내년이 나아질 것이라고 관습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세대가 생긴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때문에 탈물질주의가 대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테니까 말이다. “글쎄, 더 이상 개인적으로 부를 꿈꿀 수 없다면, 적어도 시민을 제대로 돌보는 사회에서 사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 필요할 때 언제라도 갈 수 있는 병원이나 학교가 있는 그런 사회 말이야.”

마니카: 그런 측면에서 영국은 미국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미국의 일부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전반적인 생활 여건에 대해 갖는 인식은 분배 후 소득(postdistributional income, 선별적 복지와 소득별 차등 세율이 적용된 후의 소득-역주) 및 생활 수준(세금과 정부의 복지재원 및 기타 재분배 소득이 적용된 가처분소득을 고려했을 때)과는 관계가 적고 오히려 시장 소득(market income), 그러니까 시장에서 무언가를 함으로써 실제로 얻는 가치와 더 관계가 크다.

사회학자들에게 이 연구 내용을 보여주자 이렇게 말하더라.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가능한 결과이다. 미국인들은 부의 재분배 효과를 위해 투표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시장 소득 효과를 중시하니까 말이다. 내 형편이 과연 나아질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평균소득을 올리고,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게 해주는 쪽이 소득 재분배를 통해 생활 수준을 높이는 단순한 해법보다 노동자들에게 더 크게 와 닿는 것이다.

테일러: 이제는 성장의 쳇바퀴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동안 많았지만 그건 소수의 의견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풍요로움이 가져온 여러 가지 폐단들, 예컨대 비만, 정신건강, 불안 등을 확인해왔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뭔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보면 소장님의 말이 맞다. 영국은 미국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계 경제가 해마다 2%씩 나아질 거란 약속은 하지 말아라. 어차피 부질없는 약속이니까. 대신 우리가 살 만한 좋은 사회,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살게 될 거라고 약속하라. 삶의 질이 보장되고, 유연성이 주어지고,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그런 사회 말이다.” 결국 성숙한 민주국가에서는 사람들이 일정 수준의 부를 이루면 부와 복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달라진 기대감?

테일러: 사람들은 생활수준을 말할 때 인플레이션 디플레이터(deflator, 금액으로 표시된 통계량에서 물가상승에 의한 변동을 제외한 실질 지수-역주)를 감안한 가처분소득을 본다. 2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도처에 있는 도서관을 가고, 최고의 영화나 공연을 보고, 또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는 건 상당한 부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가능하다.

마니카: 우리는 기술과 글로벌화 같은 것들이 전반적으로 인간에게 선택권과 유용성, 그 밖의 모든 가능성들을 제공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일전에 한 정치학자는 이런 사실을 상기시켜 줬다. “글쎄,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무언가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로서 지지한다는 점이다.”

만약 사람들이 소비자로서 뭔가를 옹호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고, 인터넷이 있으며, 삶을 한없이 개선하는 모든 것들이 있으며, 교육과 오락거리, 기타 혜택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괜찮을 거다. 문제는 사람들이 유권자로서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때 대부분 노동자 입장에서 표출한다는 점이다.”

기술의 영향력

마니카: 1964년에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이 자동화와 기술이 직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하고자 기술과 자동화, 경제부흥에 관한 블루리본국가위원회(the blue-ribbon National Commission on Technology, Automation, and Economic Progress)에 연구를 의뢰했다. 이 보고서에서 결론을 핵심적으로 담은 강렬한 문구 하나가 생각난다. 기술이 일자리는 파괴할 수 있지만 일은 파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직 우리에게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이다.

테일러: RSA에서는 자동화가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일자리의 약 20∼30%, 아니, 숫자가 어떻게 되든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자극적인 주장들은 사실상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런 예측들은 보통 빗나갔다. 자동화의 영향력은 훨씬 더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자동화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자동화는 변화하는 일의 성격과 관계가 있다.

요즘 좀 걱정스러운 건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AI)에 대한 열띤 대화 속에 기술적 결정론의 함정이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는 로봇과 AI를 통해 가능한 일들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인간이 전부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다. 좋은 일과 좋은 삶에 대한 개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 놀라운 기술이 어떻게 하면 힘들고 단조로운 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정말 흥미로운 영역은 그대로 인간의 손에 남겨둘 수 있을지 고민할 순 없을까?”

어떻게 하면 공공 서비스를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서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RSA에서도 그런 주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보통 숫자와 기술, 그리고 그 가능성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그런 대화를 한 시간씩 해보면, 대화는 거의 늘 정치나 선택에 대한 얘기로 끝나고 만다.

중요한 선택들

마니카: 우리가 하나의 사회라는 관점에서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선택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나?

테일러: 무엇에 투자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굉장히 큰 논쟁거리지만 사람들은 기술적 혁신에 있어서 정부가 역사적으로 담당했던 역할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파트너십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도전과제를 기업가와 혁신가들에게 맡기고 지원하는 데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녹색 에너지나 더 효율적인 사회사업, 더 나은 의료 서비스 같은 영역들이 있을 수 있다. 기계로 무슨 일을 하든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는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또 시장 권력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보통 젊고, 펑키하며, 자선단체에 큰돈을 기부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도 선의로 말이다. 하지만 독점 기업들에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되새겨봐야 한다. 그런 기술은 많은 조직과 많은 사람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극소수의 아주 부유한 기업들만 비축할 필요는 없다.

마니카: 기업의 권력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면, 그게 가령 100년 전에 우리가 권력에 대해 우려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가?

테일러: 예전에 우리가 독점에 대해 걱정했던 문제와 다른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100년 전에는 사람들이 바가지요금을 우려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개인정보에 대해 걱정한다. 개인정보 침해 말이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지금처럼 소비자 개인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갖는 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정 회사에 적대적인 논의가 아니라 우리가 정말 걱정할 게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들이 필요하다.

마니카: AI와 머신러닝 같은 기술들을 통해 가능한 일들을 생각할 때면 편향에 대한 우려감이 든다. 가령 어떤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편향성을 가지니까 말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가져왔던 편향들이 이런 알고리즘적 편향으로 증폭된다면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테일러: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치인들이 국가 차원에서, 심지어는 유럽 차원에서 기업에 진정으로 맞설 수 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부에 대한 우려감도 든다. 그런 기업들이 숨겨둔 엄청난 자금 말이다. 만약 글로벌 경제 위기가 또 한번 불어닥친다면 대중은 이런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제 너희들 돈은 우리 차지야.” 만약 전 세계가 다시 고통 속에 빠진다면 그들이 축적한 돈을 사람들이 과연 그대로 놔둘지 기업들은 고민해 봐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2017년 11월 호에 실린 ‘Rethinking the workplace: Flexibility, fairness, and enlightened automation’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제임스 마니카 · 매슈 테일러

제임스 마니카(James Manyika)는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소장이자 이사이며, 맥킨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의 시니어 파트너다. 매슈 테일러(Matthew Taylor)는 런던에 있는 왕립기술협의회(Royal Society for the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의 회장이다. 두 사람의 실제 대담 영상을 보고 싶다면 McKinsey.com에 실린 본 기사를 참고하라.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