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Kinsey Quarterly
Article at a Glance -운영
책 배달 서비스에서 시작한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은 도요타의 ‘린 경영’ 원칙을 적용해 운영효율과 고객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아마존의 전 글로벌 운영 책임자가 설명하는 린 경영 적용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배송센터에서 기계와 사람의 힘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오토노메이션’ 도입 2) ‘카이젠’ 팀을 운영해 조그마한 문제점들을 하의상달식으로 개선 3) 판매자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제품과 포장상태에서 문제가 세 번 발견되면 거래를 끊음 4) ‘안돈코드’를 적용해 고객서비스 담당자가 특정 제품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줌 고객 만족도 높이고 서비스 직원에게도 동기부여 |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에 실린 ‘When Toyota Met E-Commerce: Lean at Amaz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필자가 아마존(Amazon)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었다. 당시 아마존에는 이미 린 경영(lean management) 정신이 있었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아마존을 설립한 첫날부터 전적으로 고객 중심적인 정책을 펼쳤다. 베조스는 고객들이 불필요한 것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린의 근본적인 개념이다. 아마존의 IT는 항상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올바른 신호를 전달하는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예컨대 소포 운송 방법을 정할 때는 고객에게 약속한 배송 날짜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제시간에 도착할 가능성이 똑같을 때에만 저렴한 운송 방안을 함께 고려한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린 원칙이다.
설립 초기, 기술 기업인 아마존은 기술이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탓에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 일선 직원들을 체계적으로 참여시키지 않았다. 일선 직원, 혹은 겜바(gemba)1 직원들을 지속적인 개선에 적극 참여시키는 것 역시 린 경영의 일부다. 아마존에서는 주문처리센터와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의 숫자가 컴퓨터 엔지니어의 숫자보다 많다. 성공적으로 린 경영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선 직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주문처리센터와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소포를 받고, 적재하고, 가려내고, 포장하고, 발송하는 일을 직접 처리하고, 전화나 채팅, e메일을 통해 실제로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주문처리센터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활동을 자동화하려 했다. 서적을 처리하는 데는 자동화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취급 물품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발 등의 제품을 처리하는 데는 자동화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동화 기기에는 신발을 한데 모아 포장 라인을 향해 가볍게 튕겨주는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신발 상자가 이 지점에 도착하면 신발들이 상자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결국 아마존이 자동화 창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건의 종류는 제한적이었다.
아마존이 서적만을 취급하는 온라인 서점에서 온갖 물건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변신한 만큼 ‘오토노메이션(autonomation, 부가가치가 크고 복잡한 일은 인간이 처리하고 이런 일을 지원하는 일은 기계가 담당하는 방식)’이라는 린 원칙을 따라 자동화를 재창조해야만 했다. 인간은 매우 창의적이며 융통성이 뛰어나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이따금씩 피로를 느끼거나 화를 내고 실수를 저지른다. ‘6 시그마(6 Sigma)’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약 3 시그마 수준이다. 이는 곧 인간이 약 93% 정도의 정확성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불량을 낼 가능성이 7%라는 뜻이다. 오토노메이션은 프로세스 내의 여러 단계 중 기본적이고 반복적이며 가치가 낮은 단계만 자동화해 결함이 없고 안전한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토노메이션으로 인해 인간과 기계의 장점을 더한 업무 방식이 탄생했다. 프로세스를 3시그마 수준에서 6시그마 수준으로 높여주는 기계가 매우 융통성 있는 인간을 도와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린 경영 방식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표준 업무(standard work)’다. 아마존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는 직원들에게 할당되는 과제가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직원 개개인의 몫이다. 직원들의 성과를 개선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할당된 과제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봐야만 했다. 그러자 실제로 이뤄지는 일이 글로 명시된 과제와는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요인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깨달음을 토대로 우리는 명확한 표준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모든 비정상 요인을 추적했다. 그리고 카이젠(kaizen) 팀에게 이런 요소들을 제거할 임무를 맡겼다.2
필자는 주문처리센터 적재라인에서 일하면서 이런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 적재 라인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은 제품과 스캐너가 실린 손수레를 끌고 다닌다. 직원들은 선반에 제품을 쌓아 올리는 동시에 각 제품의 위치를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도록 각 제품과 해당 제품이 적재된 선반 번호를 스캔한다. 표준 업무-생산성 목표에 의하면 손수레 하나를 20분 내에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직접 제품을 스캔하기 시작한 필자는 경우에 따라 스캐너가 제대로 인식하기까지 네 번이나 스캔을 해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탓에 손수레 하나를 처리하는 데 20분이 아니라 45분이 걸렸다. 내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다. 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상 요인, 즉 스캐너의 부실한 성능 때문이었다. 나중에서야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돼 있지 않은 탓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직원들이 보고한 모든 이상 요인을 분석했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스캐너 문제의 근본 원인도 분석했다. 스캐너 배터리 수명이 닳기 전까지 몇 회나 스캔을 할 수 있는가? 스캐너 배터리를 확인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있는가? 현장 관리자들은 이 중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 탓에 스캐너의 배터리 충전이 끝나갈 때마다 몇 시간씩 생산성이 떨어지곤 했다. 근본 원인 분석을 통해 우리는 스캐너를 충전하고 관찰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이제 스캐너 배터리가 부족해서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문 처리 센터의 카이젠
카이젠3 과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는 아마존의 강력한 도구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오래 전부터 모든 고위급 경영진에게 1년에 하루 이상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실습할 것을 요구하는 제프 베조스의 정책도 이런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현장 실습 경험은 경영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이해하고, 해결책 탐색에 동참하는 데 도움이 됐다.
각 카이젠은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카이젠이 누적되면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베조스와 필자가 함께 현장에서 실습을 했던 어느 날, 베조스는 리시빙(receiving) 라인에서 일을 하게 됐다. 리시빙 라인은 주문 프로세스와 배송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불량품들이 도착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이런 모든 문제들을 처리해야 한다. 당시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 사업을 갓 시작한 참이었다.4 일부 판매자들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제대로 라벨을 붙이지 않거나 꼼꼼하게 포장을 하지 않은 채 제품을 발송했던 것이다.
베조스는 샴푸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었다. 샴푸 병이 모두 깨져 있었다. 샴푸가 베조스에게 쏟아져 내렸고 그는 다칠 뻔했다. 병이 깨진 샴푸를 사려는 고객은 없다. 게다가 허술하게 포장된 상자를 여는 사람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존의 주문 처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에게 ‘삼진아웃’ 포장 프로세스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삼진아웃 포장 프로세스란 맨 처음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자에게 포장 규칙을 설명하고, 두 번째로 문제가 발생하면 판매자에게 경고를 하고, 세 번째로 문제가 발생하면 더 이상 아마존과 거래할 수 없도록 관계를 끊는 방식이다. 필자는 삼진아웃 포장 프로세스가 가장 인상적인 카이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제품 적재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생산성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워크스테이션 차원에서도 카이젠을 활용했다. 아마존의 목표는 언제나 일정한 숫자의 일선 직원들을 동원해 일정한 시간 내에 제품을 적재하는 것이었다. 적재 업무가 주문처리센터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수레의 생산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조그마한 책 한 권을 적재할 때는 컴퓨터 모니터를 적재할 때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현장에서 각기 다른 제품을 적재할 때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기록했다. 그런 다음 세 종류의 손수레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각 유형의 손수레에 어떤 제품을 실을지 결정하고 제품을 적재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정의했다. 그런 다음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프로세스를 변경했다. 적재 시간 감소를 통해 표준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카이젠을 활용했다. 상의하달 방식으로 전달된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하의상달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아마존의 카이젠 팀은 현장 직원, 엔지니어, 몇 명의 경영자(미리 아이디어를 생각해 두지는 않고 질문만 던진다)로 구성된다. 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개선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카이젠 팀을 평가할 때는 장기적으로 아마존에 의미 있을 만한 결과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두뇌와 상상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안돈 코드
아마존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직후, 필자는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안돈(andon) 코드5 를 실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베조스는 안돈 코드를 무척 좋아했고 우리는 약 6개월 후에 이를 현장에 적용했다. 아마존으로부터 제품을 배송받은 고객이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아마존의 서비스 직원에게 전화를 걸면 이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고객이 지적한 문제가 반복적인 결함이라면 해당 고객 서비스 직원이 라인을 정지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결함이 해결될 때까지 웹사이트에서 해당 제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서비스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고객 서비스 직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서비스 직원에게 이런 권한을 부여하는 이유는 결함을 해결한 후 라인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런 결함을 찾아내고, 추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배경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안돈 코드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연간 수만 개의 문제점을 해결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자랑한다. 안돈 코드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놀라운 특징은 일선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고객 서비스 직원들에게는 대개 수화기 너머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고객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고객 서비스 직원들에게 라인을 정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곧 이들을 신뢰한다는 엄청난 증거다.안돈 코드가 도입되자 아마존의 서비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구실에서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그와 동시에 서비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제시하거나 환불을 해준다. 고객들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품질 문제로 인해 관리 중인 제품 목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안돈 코드는 아마존의 일선 직원들에게 믿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넣었으며 고객을 위해 좀 더 훌륭한 일을 해내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일선 직원들의 판단은 거의 항상 옳다. 일선 직원들이 안돈 코드를 당겼을 때 실제로 해결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발견된 경우가 98%였다. 훌륭한 프로세스를 도입하면 일선 직원들이 해당 프로세스를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신뢰해도 좋다는 증거다.
새로운 도전
아마도 가장 어려운 일은 복잡하고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 린 경영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아직까지 개발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라인을 정지시키거나 결함을 잡아낼 수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끝나야 소프트웨어를 진짜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할 때는 고객이 베타 테스터가 된다. 필자는 이런 현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탁기의 경우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고객에게 세탁기를 배달한 다음 세탁기에서 물이 새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아마존의 몇몇 컴퓨터 과학 엔지니어들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여전히 린 경영 원칙을 적용하기에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한편으로 필자는 3D 프린팅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좀 더 커다란 의미에서 3D 프린팅 기술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필자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마존은 요즘 3D 프린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바로는 아마존은 아직 필요에 따라 3D 프린터로 실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제조업체들이 3D 프린터로 인쇄한 제품을 유통하고 있을 수도 있다. 더 이상 공상과학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험단계인 것만은 사실이다.
3D 프린터는 매력적이다. 주문형 도서 출판(print on demand)의 개념을 모든 제품으로 확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이미 일부 주문처리센터에 비치된 인쇄 기기를 활용해 고객이 주문을 한 지 몇 시간 내에 서적을 인쇄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3D 인쇄는 이런 개념을 책 외의 모든 제품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고객이 주문하는 바로 그 순간에 해당 고객을 위한 제품을 제조한다는 아이디어는 매우 매력적이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린 경영 방식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항상 꿈꿔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의 극치다.
마크 오네토
마크 오네토(Marc Onetto)는 현재 아마존닷컴의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며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아마존에서 글로벌 운영·고객 서비스 담당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아마존 입사 전에는 GE 메디컬 시스템즈의 운영 책임자로서 다양한 린 프로젝트를 개척했다. 이 글은 맥킨지 시애틀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맥킨지쿼털리> 편집장 앨런 웹(Allen Webb)과의 인터뷰 내용을 각색한 것이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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