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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vard Business Review

고용주와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

리드 호프먼,밴 캐스노차,크리스 예 | 147호 (2014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 6월 호에 실린 링크트인 설립자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기업가 밴 캐스노차(Ben Casnocha), PB웍스 마케팅 부사장 크리스 예(Chris Yeh )의 글 ‘Tours of Du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20세기에는 대개 선진국에서 체결된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협약에서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 대기업의 일자리는 안전했다. 기업의 재정 상태가 양호하고 직원들이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기만 하면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화이트칼라 직종 종사자들은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듯 점진적으로 경력을 발전시켜 나갔다.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예상 가능한 순서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기업에는 그 대가로 직원들의 충성심과 낮은 이직률이라는 보상이 주어졌다.

 

그러다가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가 찾아왔다. 안정성이 사라지고 급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찾아왔다.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적응력(adaptability)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로 인해 미국의 민간 경제 부문에서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의 전통적인 협약이 사라져버렸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고용 협약에 수반되는 출세 경로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다른 곳에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필자들이 이런 사실을 지적하거나 해결방안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안된 새로운 접근방법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좀 더 나은 협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기존의 협약을 최소화해 적응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랬다고 볼 수 있다.)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면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지면 다른 직원을 채용했다. 이와 같이 자유방임적인 협약 관계를 맺고 있는 직원들은 자기 자신이아무데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계약 신분이라고 여긴다. 또한 성장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기업을 기웃거리며 좀 더 나은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할 때마다 직장을 옮긴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승자독식 경제(winner-take-all economy). 최고경영진은 이런 구조가 공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머지 근로자들은 이런 구조에 환멸을 느낀다.

 

최소화된 협약을 도입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조차도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협약이 이직 증가와 직원 생산성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고용 안정성 부족이 간접적으로 직원들에게 적응력과 기업가정신을 키울 것을 장려하긴 하지만 상호 이익이 부족한 탓에 적응력과 기업가정신이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다른 조직을 찾아 떠난다는 것이다. 기업은 약간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지만 혁신과 적응력 측면에서는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한다.

 

필자들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을 위한 새로운 협약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종신 고용을 보장하면 민첩한 기업이 될 수 없다. 물론 최고의 인재들은 평생을 한 회사에 바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자신의 일은 각자 알아서 하는 방식보다는 좀 더 나은 협약을 고안할 수 있다. 이미 이런 협약을 활용 중인 기업도 있다.

 

필자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벤처 커뮤니티, 즉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가 이미 새로운 형태를 띠기 시작한 환경에서 일해 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적응 능력과 위험 감수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개인 기업가들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필자들 중 두 사람(리드와 밴)은 최근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The Start-up of You)>라는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이 책에는 성공한 기술 부문 기업가들의 습관을 본받아 모든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물론 모든 산업이 신생기업처럼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파른 변화와 파괴적인 혁신이 주축이 되는 유사한 환경에서 활동한다.

 

규모가 매우 작은 신생기업들은 자원과 경쟁 지위의 측면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훨씬 규모가 큰 기업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낸다. 설립자와 경영자, 초창기 직원들이 뛰어난 적응력과 기업가정신을 토대로 경쟁 대상들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적극적으로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그 결과로 엄청난 규모의 보상을 얻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고, 가르치고, 이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직원들에게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것을 장려하면 자사를 떠나 경쟁 기업의 품에 안길 수도 있다. 혹은 한때는 자사의 직원이었던 사람이 직접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늘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현명한 관리자들은 조직 내 인재들을 좀 더 잘 파악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 기업가적인 사고방식을 고취시키면서도 직원 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많은 관리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조직을 떠난 직원들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들은 이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고용 협약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유형의 협약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요소들이 관찰된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 깔려 있는 핵심 원칙은 호혜성(reciprocity)이다. 즉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자발적인 관계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옛날 방식의 종신 고용 협약에는 상호 투자가 내포돼 있었다. 양측 모두가 고용 관계가 영구적일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기꺼이 고용 관계에 투자하려 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을 훈련시키고, 때가 되면 승진시켰으며, 암묵적으로 고용을 보장했다. 직원들은 그 대가로 조직에 충성했으며 적정 수준의 임금만을 요구했다. 새로운 협약은 관계가 영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뢰를 구축하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충성심을 바탕으로 하는 엄격한 유대관계를 맺기보다 양측 모두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동맹 관계(alliance)를 추구한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은 동맹자의 입장에서 상대에게 가치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용주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자네가 우리 회사를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면 우리도 자네를 좀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지.” 피고용인은내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나 역시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피고용인들은 기업의 적응 능력에 투자하고 기업은 직원의 고용 가능성(employability)에 투자한다. 베인(Bain) CEO를 지낸 톰 티어니(Tom Tierney)는 새로 채용한 직원들과 컨설턴트들에게자네들의 시장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이와 같은 호혜적인 협약에 감상적인 요소가 배제돼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협약은 여전히 신뢰를 토대로 한다. 새로운 협약 관계하에서 양측은 단순히 시간을 투입하는 대가로 돈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 상대를 찾는다.따라서 조직이라는 테두리 내에서의 고용 관계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좀 더 탄탄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계의 특성 덕에 양측은 단순히 인근에서 가장 뛰어난 동맹 상대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동맹 상대를 찾기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등 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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