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시했지만 사실은 비과학적... 기존 전략 프로세스, 확 바꿔라

128호 (2013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 9월 호에 실린 P&G 전 회장 A.G. 래플리(A.G. Lafley), 로트만 경영대학원 학장 로저 L. 마틴(Roger L. Marti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잰 W. 리브킨(Jan W. Rivkin),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 니콜라이 시겔코(Nicolaj Siggelkow)의 글 ‘Bringing Science to the Art of Strateg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전략 수립 과정을 자랑스레 여긴다. 전략은 숫자와 방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하며 편견이나 판단, 의견 등이 전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스프레드시트가 늘어날수록 조직은 자사의 전략 수립 과정에 좀 더 커다란 확신을 갖는다. 전략의 토대가 되는 모든 숫자와 분석을 과학적인 것으로 느낀다. 또 현대 사회에서는과학적이라는 것이 곧좋다는 것의 동의어로 생각한다.

 

하지만 만일 이런 믿음이 사실이라면 대다수의 대기업 및 중견 기업에서 일하는 운영 관리자들이 매년 진행되는 연례 전략 기획 프로세스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연례 전략 기획 프로세스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림에도 기업 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영 관리자들과 직접 대화를 해보면 이들에게서 한층 심각한 좌절감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는 전략 기획이 참신한 전략을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전략 기획은 현 상태를 영구적으로 지속시키는 역할만을 하고있다.

 

좌절감을 느낀 관리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는 명확하게 반()과학적인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체계적인 수치 처리를 제외하고프레임에서 벗어난참신한 사고를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외아이디어 발굴 행사(ideation event)’나 온라인토론회(jam session)’를 적극 활용하려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매우 참신한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아이디어를 생산적인 활동에 도움되는 전략적 선택으로 연결하기 힘들다. 어느 관리자의 이야기처럼그런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고정관념의 프레임 밖에 머무르도록 내버려두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수많은 관리자들은 불필요하게 높은 수준의 엄밀함을 요구하는 통상적인 전략 기획 절차가 나은지, 아니면 실패할 확률이 있더라도 창의성을 중시하는 대안이 나은지 비교해서 둘 중 하나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필자들은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창의적이지만 현실적인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전략 기획 방식이 실제로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 과학적인 방법의 특징은 엄격한 분석이며 전통적인 전략 기획 과정에는 수많은 엄격한 분석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방법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엄격한 분석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 참신한 가정을 만들어내고 도출된 가정을 각 상황에 맞게 검증할 방법을 신중하게 개발해야 한다. 전통적인 전략 기획에는 이와 같은 두 가지 요소가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다. 현대의 전략 기획이 과학적인 길을 걷기로 결정을 해놓고서 정작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제외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들이 설명할 접근방법은 과학적인 방법론을 비즈니스 전략의 요구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전략적 도전과 기회 때문에 생겨났으며 우리가가능성이라고 부르는가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다음, 이 접근 방법은 각 가능성을 지지하려면 어떤 조건이 뒷받침돼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 후에야 분석가들에게 어떤 가능성이 성공할 공산이 가장 큰지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필자들이 제시하는 접근방법은 이런 방식으로 전략 수립 과정을 단순히 엄격한(혹은 비현실적으로 창의적인) 과정에서 진정으로 과학적인 과정으로 변모시킨다. (‘전략 수립을 위한 7단계참조.)

 

 

 

1단계: 현안에서 선택으로 옮겨가라

전통적인 전략 기획은 미리 정해진 일정에 의해 움직인다. 이윤 감소, 시장점유율 하락 등과 같은 현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조직이 가능성 있는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검증하기보다 현안과 관련한 데이터만을 연구하는 덫에 빠지게 된다.

 

전략가들이 이런 덫을 피하도록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상호 배타적인 성질을 갖고 있는 2개의 방안을 정의해야 한다. 눈앞의 상황을 문제가 아니라선택’(어떤 선택이든 좋다)으로 정의하면 당면한 과제를 묘사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에 분석과 감정을 집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가능성 기반 접근방법(possibilities-based approach)’은 조직이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며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경영팀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변화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1단계는 곧 전략 수립 과정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세계 미용 부문의 주요 업체로 거듭날 방법을 고민 중이던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이하 P&G)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미용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큰 부문은 피부관리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만한 피부관리 브랜드가 없었다. 당시 P&G 연령층이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며 규모가 크지 않고 대중적인 브랜드오일 오브 올레이(Oil of Olay, 이하 올레이)’를 가지고 있었다. P&G는 루비콘강을 건넌 후 2개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먼저, 올레이를 로레알(L’Oréal), 클라란스(Clarins), 라프레리(La Prairie)와 같은 브랜드에 대적할 만한 훌륭한 경쟁 브랜드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둘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기존의 유명한 피부관리 브랜드를 사들일 수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을 재구성하자 관리자들이 얼마나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상황인지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P&G는 바로 이 시점에 현안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신중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2단계: 전략적 가능성을 발굴하라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고려해야 하는 모든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이미 밝혀진 선택 방안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컨대, P&G는 기존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올레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도 있었고, 올레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고급 브랜드로 전환할 수도 있었다. 또한 니베아(Nivea)를 소유한 독일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었고, 에스티로더(Estee Lauder)가 소유한 브랜드 크리니크(Clinique)를 사들일 수도 있었다. 초기에 찾아낸 선택 방안의 범위 밖에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P&G가 자사의 성공적인 색조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Cover Girl)을 피부관리 부문으로 확장해 세계적인 피부관리 브랜드로 육성할 수도 있었다.

 

전략적 가능성(특히 진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비즈니스 부문에서 발생 가능한 가장 창의적인 행위다. 미용업계에서 활동하는 그 누구도 P&G가 올레이를 완전히 쇄신해 대담하게 시장을 선도하는 고급 브랜드와 정면으로 맞서는 길을 걸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창의적인 방안을 생각해 내려면 가능성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또한 뛰어난 상상력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 기반을 둔 팀과 토론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탄탄한 과정이 필요하다.

 

희망하는 결과가능성은 기본적으로 어떤 기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행복한 이야기다. 각각의 이야기는 해당 기업이 시장 내 어떤 영역에서 활동하고 그 영역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 각 이야기는 내부적으로 일관성 있는 논리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논리를 증명해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 논리가 타당하다고 상상되기만 하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간주된다. 가능성을 증거가 필요 없는 이야기로 특징 지어 버리면 사람들은 실행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 어떤 가능성이 성공할 공산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보다 어떤 가능성이 타당한 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훨씬 쉽다.

 

가장 높은 차원에서만 가능성을 설명하고픈 유혹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토(‘세계로 나가자’)나 목표(‘최고가 되자’)는 전략적 가능성이 될 수 없다. 필자들은 전략기획팀에게 달성하거나 추진하고자 하는 우위(advantage), 다양한 우위를 적용할 범위(scope), 가치사슬 전반에서 일어나며 목표한 범위 내에서 의도한 우위를 전달하는 활동(activity)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 밑에 내재돼 있는 논리를 분석하고 그 가능성을 뒤이어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커버걸을 활용하는 가능성을 택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커버걸이라는 강력한 브랜드와 기존의 고객층, P&G R&D 역량, 세계적인 유통망 등에서 우위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범위는 커버걸의 핵심 고객층인 젊은층으로 제한되고 커버걸이라는 브랜드가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는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커버걸을 광고하는 기존 모델과 커버걸을 사용하는 유명 인사들을 활용하는 방안 역시 주요 활동에 포함된다.

 

관리자들은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만족할 만한 이야기가 극소수에 불과한 업계도 있다. 다시 말해서 괜찮은 대안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일부 업계, 특히 변화를 겪고 있거나 다양한 고객층이 존재하는 업계에서는 다양한 방향성을 찾아낼 수 있다. 필자들은 대부분의 전략기획팀이 3∼5개의 가능성을 심도 깊게 고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이 질문과 관련된 한 가지 측면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전략기획팀이한 가지 이상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전략 수립 과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없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은 최선의 행동 방안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어떤 행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옳다.

 

필자들은 현 상황이나 기존 궤도 역시 고려해야 할 가능성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전략기획팀이 차후에 현 상황이 유지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 또한 가능성을 논의할 때최악의 경우 이미 하고 있는 활동을 지속하겠다라는 가정이 암묵적인 토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을 해야 이런 가정을 배제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방안이 몰락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방법을 가능성에 포함시키면 현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고 의구심을 갖고 현재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

 

P&G 전략기획팀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방법 외에 5개의 전략적 가능성을 생각해냈다. 첫 번째, 올레이를 버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부관리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저가의 매스마켓(mass market, 대량판매 시장) 브랜드인 올레이의 기존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동시에 R&D 역량을 토대로 주름 개선 성능을 강화해 연령층이 높은 기존 소비자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것이었다. 세 번째, 올레이를 고급 브랜드로 정착시켜 백화점, 전문 미용실 등 고급 유통 경로에 진입시키는 것이었다. 네 번째, 올레이를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브랜드로 완전히 쇄신해 좀 더 젊은 연령의 여성(35∼50)을 공략하되매스티지(masstige)’를 취급하고 특별 전시 공간을 내줄 의향이 있는 소매 파트너들을 통해 전통적인 매스마켓 유통 경로에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다섯 번째, 커버걸 브랜드를 피부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사람 전략적 가능성을 생각해낼 임무를 맡은 그룹은 다양한 전문성, 배경,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의적인 가능성을 생각해내고 각각의 가능성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기 힘들다. 필자들은 감정적으로 현 상황과 연계돼 있지 않은 사람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유망한 하위급 경영자를 이 그룹에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 사외에서 영입한 사람이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아예 다른 업계 출신을 활용하면 더 좋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에 일반 직원이 아니라 운영 관리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 관리자를 전략 그룹에 포함시키면 실용적인 지혜를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선택된 전략에 운영 관리자를 초기부터 적극 개입시키고 최종 전략에 대한 운영 관리자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략을 계획하는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이 서로 다르면 계획과 실행 결과가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직과 문화에 따라 전략 그룹의 최적의 규모가 달라진다. 예컨대, 참여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전략 그룹의 규모가 커야 한다. 자사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면 전략 그룹을 규모가 작은 여러 개의 하위 그룹으로 나눠 구체적인 가능성을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의 숫자가 8∼10명을 넘어서면 그룹 내에서 자체 검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을 전략 그룹의 리더 자리에 앉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른 구성원에게 평소처럼 보스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룹의 리더는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어떤 방안이 선택돼야 할지에 관해 확고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며 평판이 좋고 직급이 높지 않은 내부자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규칙 가능성을 생각해낼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은 1단계(가능성 생성)를 그 다음 단계(검증 및 선택)와 분리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관리자들은 당연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아이디어가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많은 이유를 제시한다. 따라서 그룹의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차후에 회의적인 의견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이 단계에서는 판단을 유예해야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줘야 한다. 끊임없이 비판적인 시각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판적인 의견 자체를 하나의 조건으로 재구성해 다음 단계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고객이 결코 차별적인 가격 정책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은이 가능성이 실현되려면 고객이 차별적인 가격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바뀔 수 있다. 리더가 초기에 가능성 자체를 외면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만일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가능성이 모조리 외면당할 수 있다. 또한 구성원 중 누군가가 강한 애착을 느끼는 방안을 제거해버리면 해당 구성원이 전략을 기획하는 과정 자체에서 아예 발을 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영팀은 사외에서 열리는 단 한 차례의 브레인스토밍 회의로 전략적 가능성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식의 브레인스토밍도 유용하다. 특별한 장소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해 참가자들이 익숙한 일상과 생각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면 특히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필자들은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과정 자체를 일정한 기간에 진행하는 방법 또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럴 경우, 구성원들이 심사숙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 개개인에게 30∼45분 동안 3∼5(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묘사할 것을 요구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 구성원이 묘사하는 이야기는 개괄적이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 전략을 기획하는 그룹(혹은 여러 개의 작은 그룹)은 최초의 가능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과정의 중심에는 창의성이 있다. 또한 수많은 기법이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들은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이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내부지향적(inside-out) 질문은 먼저 기업의 자산 및 역량에서 출발한 다음 외부적인 요소를 판단한다. (이 기업은 시장의 일부분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이끌어내고 구매자 가치와 비용 사이에서 탁월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어떤 일을 잘하는가?) 2)외부지향적(outside-in) 질문은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찾아낸다. (어떤 요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는가, 고객은 어떤 요구를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가, 경쟁업체들이 어떤 틈을 남겨 놓았는가?) 3)매우 외부지향적인(far-outside-in) 질문은 유추추론을 활용한다. (이 시장에서 구글(Google)이나 애플(Apple), 월마트(Walmart) 같은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사실로 밝혀지면 추가적인 과정을 밟아 나가도 될 만한 여러 개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먼저, 현재 상황이 훌륭한 아이디어처럼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해 기존의 질서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만드는 가능성이 최소한 하나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대부분의 참가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가능성이 최소한 하나 이상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참가자들이 실제로 가능한지, 혹은 안전한지 의문을 품을 정도로 현 상황과 충분히 동떨어진 가능성이 하나 이상이어야 한다. 만일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P&G가 불편하게 여긴 가능성은 앞서 언급한 네 번째 방안이었다. 네 번째 방안을 선택하면 입지가 약한 저가 브랜드를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고급 화장품과 경쟁할 수 있을 만한 호감 가는 브랜드로 변신시켜야 했다. 뿐만 아니라 매스마켓에서 활동하는 소매업체들이 열렬히 지지할 수 있을 법한 완전히 새로운 매스티지 시장을 만들어내야 했다.

 

3단계: 성공의 조건을 명시하라

3단계의 목적은 각 가능성이 훌륭한 선택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이는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지 갑론을박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논리의 타당성을 탐색(혹은 평가)하거나, 각 논리를 지지하는(혹은 지지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데이터를 고려하는 것 역시 이 단계의 목표가 아니다. 이런 과정은 차후에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근거를 고려하면 3단계 과정 자체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구별을 지어두는 것은 중요하다. 가능성에 대한 논의 자체가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가에 집중돼 있으면 해당 가능성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가장 격렬하게 공세를 퍼붓는다. 집중 공세를 퍼부어 해당 가능성을 논쟁 구도 밖으로 밀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맨 처음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 생각해 낸 가능성이 논쟁 밖으로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반대론자의 주장을 막아내며 적극 방어한다. 참가자들의 분노가 점차 커지고, 대화가 점차 극단적으로 변하며, 관계가 불편해진다. 그러는 동안 반대론자의 논리는 상대에게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

 

대신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좋을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 회의론자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제가 이와 같은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려면 먼저 소비자들이 이런 유형의 제품을 받아들일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표현은그 방법은 결코 먹히지 않을 겁니다라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특정한 가능성에 찬성하는 사람이 회의론자가 어떤 의구심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런 의구심을 극복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회의론자가 무턱대고 맹공격을 퍼붓기보다 회의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필자들은 하나의 가능성을 매력적인 전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조건을 알려주는 프레임을 개발했다. (‘전략적 방안의 타당성 평가참조.) 이런 조건은 산업, 고객 가치, 비즈니스 모델, 경쟁자와 관련된 7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먼저 고려해야 할 전략적 가능성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아래와 같이 두 단계로 구성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목록 작성 1단계는 목록 작성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확신이 느껴진다라는 진심 어린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충족돼야 할 모든 조건을 열거한다. , 조건을 명시할 때는 조건문이 아니라 서술문 형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컨대, ‘유통 경로 파트너가 우리를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다유통 경로 파트너가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 각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요소가 부각되면 실제로 조건이 충족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해당 가능성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검토 중인 가능성을 제안한 사람이 대화를 장악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누군가가 제안한 모든 조건은 반드시 조건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 또한 조건을 제안한 사람에게 해당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그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 간단하게 설명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그치되 해당 조건의 진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원하는 조건을 언급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촉진자가 큰소리로 목록을 읽은 후 구성원들에게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이 방안을 옹호하고 지지할지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답을 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어떤 조건이 추가되면 찬성할 수 있을지다시 질문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단계에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에 관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 단순하게 논의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고려 중인 각 가능성에 인지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열정을 느끼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지 찾아내는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전략 역시 이런 식으로 대해야 한다. 몇 해 전, 현 상황을 유지하는 전략을 주제로 이런 식의 논의를 했던 때가 기억난다. 논의가 끝나갈 무렵, 사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빨리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10분 후 사장이 방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사장은 논의를 통해 현 상황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백만 달러짜리 계획을 취소하기 위해 급하게 달려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날 바로 기존 전략을 유지할지, 폐기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목록에서 불필요한 내용 제거 1단계는 지나치게 많은 조건이 등장한다. 또한 1단계에 등장한 조건 중에는반드시 충족돼야 할 것충족되면 좋을 것이 섞여 있다. 조건을 수집하는 과정이 모두 끝났다면 잠깐 시간을 갖고 내용을 검토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것 외에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 가능성을 배제하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그렇다 하더라도 이 가능성을 추진해도 좋다고 생각하는가?’ 전자의 답이 나온다면 해당 조건을 반드시 충족돼야 할 조건으로 분류하고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만일 후자의 답이 나온다면 해당 조건은 충족되면 좋을 조건으로 분류하고 제거해야 한다.

 

이 단계의 목표는 완성된 조건 목록이 구속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조건을 검토하는 과정이 모두 끝났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이 선택 방안을 옹호하고 지지할 것인가?’ 반대하는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있으면 다시 논의 1단계로 되돌아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간과했거나 실수로 삭제한 조건을 덧붙여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찾아내고 반드시 충족돼야 할 조건을 모두 확인한 후에는 최종적인 선택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영자 및 해당 방안을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안이 도출됐는지 소개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각각의 가능성을 설명할 때마다 전략 그룹 구성원들에게 던졌던 것과 동일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이 가능성을 선택하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조건을 추가적으로 덧붙이고 싶은가’라고 물어야 한다. 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선택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이 각 가능성에 대한 전제조건이 제대로 명시된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4단계: 선택을 막는 장애물을 찾아내라

이제 앞서 확인한 조건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4단계에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지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각 가능성을 선택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먼저 구성원들에게 특정한 조건이 충족될 것임을 보증하는 보증서를 구매할 수 있다고 상상해볼 것을 요청한다. 그런 다음 어떤 조건에 그 보증서를 적용할지 물어본다. 구성원들이 선택한 조건은 고려 중인 가능성이 채택되는 데 방해가 되는 최대의 장애물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보증서를 적용할 두 번째 조건은 두 번째로 큰 장애물이다. 보증서를 적용하는 순서에 따라 장애물 조건의 순위가 정해지는 셈이다. 각 가능성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방해되는 정도에 따라 하나의 목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나의 목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2∼3개의 목록을 만들면 복잡해진다. 특정한 조건의 순서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순위를 동일하게 매기면 된다.

 

리더는 특정한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는 데 가장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구성원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해당 방안을 선택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을 뜻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가능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매우 가치 있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참가자들이 염려되는 부분을 숨기기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특정한 조건에 대해 단 한 사람만 우려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장애물 목록에 해당 조건을 남겨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이 최종적인 분석을 묵살할 수도 있다.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회의적인 의견을 이끌어내고 모든 내용을 진지하게 고려했다면 이 과정 및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P&G 미용 부문 팀은 올레이를 매스티지 브랜드로 변신시킬 가능성과 관련된 9개의 조건을 확인했다. 팀 구성원은 다음의 6개의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1) 잠재적인 소비자 부문이 공략해 볼 가치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2) 공략하고자 하는 부문은 적어도 현재 공략 중인 매스마켓 피부관리 부문만큼 구조적으로 매력적이다. 3) P&G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고급 브랜드를 판매하는 주요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좀 더 낮은 가격대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을 투입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4) (소매업체가 P&G의 아이디어를 환영한다면) P&G는 소매업체와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5) 고급 화장품을 판매하는 경쟁업체는 P&G의 전략을 모방하지 않을 것이다. 6) 매스마켓에서 활동하는 경쟁업체는 P&G의 전략을 모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3개의 조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우려를 표했다. 1) 전통적인 시장 소비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새로운 가격대를 용인할 것이다. 2) 전통적인 시장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은 새로운 매스티지 부문을 만들어내려는 의욕을 갖고 있을 것이다. 3) P&G가 매스마켓 소매 경로 내에서 고급 제품과 같은 브랜드 포지셔닝, 제품 포장, 매장 내 홍보 방안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5단계: 장애물이 되는 조건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방법을 개발하라

지금까지 주요 장애물 조건을 찾아내고 방해가 되는 정도를 순서로 나타냈다면 각각의 조건이 유효한지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1000명의 고객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고 단 하나의 공급업체와 대화를 나눠야 할 수도 있다. 수천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수도 있고 데이터 분석이 전혀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단 한 가지 필요조건만 충족되면 된다. 모든 구성원이 검증 방법 자체가 유효하다고 생각해야 하며 사용된 검증 방법이 특정한 가능성을 거부하거나 적극적인 지지를 표현하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특정한 조건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구성원이 검증 방법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일을 주도해야 한다. 이런 인물은 대개 가장 높은 수준의 입증 기준을 갖고 있다. 가장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던 인물이 해당 조건이 검증을 통과했다는 데 만족하면 나머지 구성원들도 모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물론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을 내세울 위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극단적인 회의감을 표출한다.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전형적인 과정하에서는 구성원이 표출하는 염려가 가능한 재빨리 해치워 버려야 할 방해요인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가능성 기반 접근 방법하에서는 우려를 표현하는 모든 구성원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도 모든 사람들이 회의적인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둘째, 상호확증 파괴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X라는 사람이 A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B를 선호한다고 생각해 보자. 반면, Y A에 대해서는 선호하지만 B라는 가능성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X A라는 가능성과 관련된 장애물 조건에 관한 검증 방법을 설계한다. 하지만 Y B라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방안을 설계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X가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Y도 의당 그러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각각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검증해야 가장 현명하게 조건을 채택할 수 있다.

 

 

 

 

 

 

6단계: 검사를 실행하라

필자들은게으름뱅이의 접근방법(the lazy man’s approach to choice)’에 따라 6단계를 구성한다. (게으름뱅이의 접근방법이란 구성원들이 가장 적은 확신을 갖고 있는 조건에서부터 역순으로 검증을 진행하는 방식을 일컫는 것으로 필자들이 만들어낸 표현이다.) 다시 말해서 구성원들이 가장 충족될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는 조건에서부터 검증을 시작한다. 이들의 의심이 옳다면 추가적인 검증 프로세스 없이 해당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다. 만일 그 가능성이 검증을 통과하면 그 다음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낮은 조건을 검증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검사를 진행한다. 모든 과정 중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검증 과정이다. 따라서 게으름뱅이의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상당한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6단계에서는 대개 전략팀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 관련 있는 기능 부서나 지역 담당 부서에서 활동하는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영입해 전략팀이 우선순위를 매겨 놓은 검증 방법을 다듬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긴다. 이들이 오직 검증에만 주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조건 자체를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이 갖고 있는 한 가지 장점은 값비싸고 시간 소모가 많을 수도 있는 외부 자원을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대다수의 전략 컨설턴트는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여러 건의 분석을 동시에 진행한다. 필자들은 이와는 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전략 컨설턴트들은 대개 수많은 (그리고 값이 비싼) 분석을 진행한다. 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의사결정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분석의 폭 때문에 깊이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전반에 걸쳐 심도 깊은 분석을 진행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범위는 넓되 깊이는 없는 결과가 도출된다. 하지만 선택을 하고 구성원들로부터 적극적인 노력을 이끌어내려면 폭은 좁더라도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특정한 방안을 선택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우려사항을 목표로 삼아 구성원들이 제시한 입증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해당 영역을 탐구해야 한다.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그럴 수 있다.

 

P&G 미용 부문 팀의 입장에서는 올레이를 매스티지 브랜드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 조건이었다. 가격 조건을 검증하기 위해 P&G가 설계한 방안을 통해 매우 과학적이고 가설 중심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적인 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올레이의 R&D 관리자 조 리스트로(Joe Listro)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올레이 신상품 가격을 기존의 올레이 제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12.99달러에서부터 18.99달러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매우 달랐다. 12.99달러로 책정하자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구매 의향과 관련해서도 꽤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12.99달러의 가격에 구매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람들은 매스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12.99달러라는 가격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유통 경로 내에서 좀 더 비싼 값에 물건을 팔려고 했다. 가격을 15.99달러로 높이자 구매 의향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하지만 가격을 다시 18.99달러로 높이자 다시 구매 의향이 높아졌다. 사실 훨씬 높아졌다. 12.99달러일 때는 반응이 제법 좋았다가 15.99달러가 되자 문제가 관찰됐지만 18.99달러가 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P&G는 가격을 18.99달러로 책정하면 고급 백화점과 전문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할인점이나 약국, 식료품 가게 등에서 올레이를 구매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18.99달러라는 가격은 아주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는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물건이지만 그래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라는 느낌을 줬다. 매스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는 가격이 높은 만큼 매장 선반에 진열된 다른 제품보다 상당히 좋을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 반면 15.99달러라는 가격은 어느 쪽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했다. 매스마켓 소비자들은 값이 비싸지만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고급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충분히 비싸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차이는 매우 만족할 만했다. 다양한 가격을 검증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검증 방법을 구축하고 적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검증을 한다고 해서 모든 불확실성이 제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아무리 훌륭한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위험 요소가 내포돼 있다. 현 상황과 관련해 검증 가능한 조건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래야만 현 상황 역시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위험이 전혀 없는 방안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존재하지도 않는 100% 안전한 방안과 최고의 가능성을 비교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대신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방안에 내재된 위험과 현 상황에 내재된 위험을 비교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7단계: 선택하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전략을 결정하면 전략을 선택하는 최종 단계가 매우 힘겨울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폭언이 오갈 수도 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외부에서 별도로 만남을 갖고선 여전히 논의 중인 시장 연구 내용을 전략적 방안으로 포장하려 한다.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각 선택 방안과 관련된 논리가 명확하게 표현된 적이 없는 상황인 만큼 이런 회의는 강력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경영자 간의 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런 회의가 끝나고 나면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선택된 방안을 서서히 훼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을 활용하면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 단순해진다. 심지어 처음에만 어렵다가 점차 쉬워지기도 한다. 분석적인 검증 결과를 검토하고 심각한 장애물이 가장 적은 가능성을 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고 전통적인 과정하에서였다면 애당초 배제됐을 가능성이 가장 커보이는 전략이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올레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P&G는 올레이 토털 이펙트(Olay Total Effects)라는 고급 제품을 18.99달러에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서, 한때오일 포 올드 레이디즈(Oil for Old Ladies, 할머니들을 위한 오일)’라고 놀림 받던 브랜드가 백화점 브랜드와 유사한 가격에 판매되며 고급품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매스마켓에서 활동하는 소매업체들은 올레이 토털 이펙트를 환영했고 새로운 부류의 소비자들이 매장에 들러 P&G가 제시한 새로운 가격대에 제품을 구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미용잡지 편집자들과 피부과 의사들은 적절한 가격대와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올레이 토털 이펙트 라인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했다.

 

P&G의 매스티지 전략은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P&G 10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세계적인 피부관리 브랜드만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출시 후 10년이 채 되기 전에 올레이 브랜드의 연간 판매액이 25억 달러를 넘어섰다. 토털 이펙트에서 출발해 리제너리스트(Regenerist), 디피티니(Definity), 프로-엑스(Pro-X, 좀 더 많은 고급 화장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50달러가 넘는 가격이 책정된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부티크제품을 출시한 결과였다.

 

 

 

 

이렇게 종이에 간략하게 적고 보면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접근방법이 무척 단순하게 들린다. 하지만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관리자가 많다. 세부적인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을 활용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가 넘는 근본적인 마음가짐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초반에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 대신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야 한다. 관리자들, 특히 결단력을 자랑스레 여기는 관리자는 본능적으로 전자의 질문을 던지며 후자의 질문과 마주하면 불안함을 느낀다.

 

둘째, 중간 단계에서 관리자들은내가 무엇을 믿고 있지라고 묻기보다내가 무엇을 믿는 것이 좋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상상해야 한다. 또한 이런 마음가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적절한 검증 방법을 찾으려면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은 팀 전체가 중요한 조건 및 검증 방법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관리자들이정답이 무엇일까라고 묻기보다어떤 질문이 적절할까?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필자들의 경험에 미뤄볼 때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탐구(특히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 대한 탐구)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뛰어난 편이다. 가능성 기반 접근방법은 팀의 탐구 능력에 의존하며 이런 역량을 육성한다. 또한 과학적인 것을 목표로 하는 모든 과정의 핵심에는 진실된 탐구가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A.G. 래플리·로저 L. 마틴· W. 리브킨·니콜라이 시겔코

A.G. 래플리(A.G. Lafley) P&G의 회장 및 CEO를 지냈다. 로저 L. 마틴(Roger L. Martin)은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 로트만 경영대학원(Rotman School of Management) 학장이다. W. 리브킨(Jan W. Rivkin)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브루스 V. 라우너 교수(Bruce V. Rauner Professor). 니콜라이 시겔코(Nicolaj Siggelkow)는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 경영대학원(Wharton School of Management) 데이비드 M. 노트 교수(David M. Knott Professor). 래플리와 마틴은 <이기는 게임(Playing to Win),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출판사, 2013년에 출판 예정)>의 공동 저자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33호 Talent Transformation 2021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