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Sloan Management Review
편집자주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2년 여름 호에 실린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전략 혁신 학과장 페르난도 F. 수아레즈(Fernando F. Suarez) 와 동 대학원 박사 과정 학생 재클린 커틀리(Jacqueline Kirtley)의 글 ‘Dethroning an Established Platform’을 번역한 것입니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보화 시대를 플랫폼 시대(Age of Platforms)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드웨어 기기,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클라우드용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크고 작은 기업 중 플랫폼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상호 보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선보인다. 플랫폼 경쟁이 수많은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다양한 업계에서 각기 다른 규모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신용카드, 전화와 같이 거의 전 세계적인 플랫폼에서부터 페이스북(Facebook), 스카이프(Skype), 구글 맵스(Google Maps), 페이팔(PayPal) 등 새로운 인터넷 기반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지난 10년 동안 ‘플랫폼 이론(platform theory)’을 구성하는 여러 핵심 요인들이 등장했다.1 지금은 경영대학원에서 플랫폼 이론 구성 요소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기술 관리자들이 플랫폼 이론 구성 요소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기존의 이론만으로는 애플(Apple)의 아이폰(iPhone)과 같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플랫폼을 무너뜨린 몇몇 주요 플랫폼의 뛰어난 성적을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 아이폰과 같이 기존의 플랫폼을 밀어내고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플랫폼 찬탈자(platform dethroner)’의 경험은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현재 이런 시장에서 경쟁 중인 기업에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다. (‘연구 내용’ 참조.)
플랫폼 이론을 구성하는 몇 가지 핵심 요인
플랫폼이란 다양한 사용자 및 상호 보완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보완 세력’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음)들이 상호 유대관계를 맺고 해당 플랫폼의 기본적인 기능으로부터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제품이나 시스템을 뜻한다. 예를 들어, 게임기는 사용자들이 수많은 기업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게임)를 이용해 서로 어울리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시장 진출을 꾀하는 새로운 게임기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게임을 구입할 게임기 소유주의 숫자가 충분치 않으면 해당 게임기에서 운영되는 게임을 만들려 들지 않는다. 반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특정한 게임기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숫자가 충분히 많지 않으면 게임기를 구매하려 들지 않는다. 선구적인 플랫폼이건, 기존 시장에 도전하는 플랫폼이건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플랫폼 이론이라는 것은 결국 이와 같은 진퇴양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사용자 확보.플랫폼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네트워크 외부성, 혹은 ‘기존 고객층(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비자)’이 느끼는 플랫폼의 매력도다.2
소셜 네트워크를 생각해 보면 현재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그 네트워크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의 숫자도 증가한다. 기존 고객층의 규모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요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기존 고객층의 규모가 가격이나 품질보다 한층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새롭게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수의 고객층을 확보하는 게 넘을 수 없는 장애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은 가능한 신속하게 충분한 숫자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플랫폼 이론은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의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활용하고 기술적인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를 시도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초기에 업계에 진출하는 방법 등을 제안한다.
보완 세력 확보.플랫폼 이론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의 플랫폼(예: 자동차 플랫폼)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 다음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의 플랫폼에 관한 연구로 옮겨갔다. 이와 같은 초기 연구들은 보완 세력(플랫폼에서 사용될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외부의 기업 혹은 기업가를 뜻하는 것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플랫폼의 매력도가 높아진다)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보완 세력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처음부터 보완 네트워크를 지지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할애한다. 가령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출시된 유명 게임기에는 모두 전미 미식축구연맹(National Football League)의 정식 허가를 받은 게임이 깔려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가 제작한 최신판 매든 NFL(Madden NFL)이 장착돼 있었다. 특정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층의 규모는 곧 상호보완적인 제품의 잠재 시장 규모를 정의한다. 따라서 보완 세력은 당연하게도 최대 규모의 고객층을 보유한 플랫폼에 매력을 느낀다. 플랫폼 기업은 소프트웨어 도구, 기술 훈련 및 서류, 기술 지원, 콘퍼런스 등의 형태로 보완 네트워크에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3
경쟁 관계에 있는 플랫폼을 앞서가라.플랫폼 이론은 경쟁 플랫폼을 능가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몇 개의 전략을 제시한다. 그중 한 가지인 기술적 우위는 경쟁 플랫폼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특징이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인터넷 전화 사업에 뛰어들 당시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세션 개시 통신 규약(session initiation protocol)’을 채택하지 않고 자사가 직접 개발한 인터넷 전화 통신 규약을 활용한 스카이프를 생각해 보자. 스카이프는 기술업계 내에서 ‘스카이프 통신 규약(Skype protocol)’으로 알려져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활용한 덕에 사업 초기에 경쟁 인터넷 전화 업체에 비해 뛰어난 통화 품질을 자랑했다.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일 때 또 다른 기존 플랫폼이 갖고 있는 기능을 포함시켜 해당 플랫폼의 시장 가치를 소멸시키는 방법도 사용 가능하다. 해당 플랫폼의 규모 자체가 작고 운영 기업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 이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플랫폼 이론에서는 이런 전략을 ‘플랫폼 포위(platform envelopment)’라고 표현한다.4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공격에 설 자리를 잃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 시스템에 무료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프로그램을 추가하자 윈도 사용자들이 더 이상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 인터넷 서핑을 위해 더 이상 내비게이터를 다운받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플랫폼 찬탈 사례가 주는 4개의 교훈
포위 전법은 후발주자들이 기존 플랫폼을 밀어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방법도 있다. 애플, 구글 같은 플랫폼 후발주자들이 사용한 방법을 근거로 정리한 4개의 추가적인 전략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용자 중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층을 찾아내라.플랫폼 사용자들은 네트워크 효과의 위력 때문에 기존 사용자 수가 많은 플랫폼에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면 고객층이 매우 적거나 고객층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들고 시장에 진출할 때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사용자들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넓은 고객층’이라는 표현 뒤에 숨어 있는 핵심적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눈치 빠르게 대처하는 경우도 있다. 네트워크 효과 이론은 대체로 기존 고객층에 속하는 모든 사용자가 동등하다고 가정한다. 새로운 사용자가 누구건, 그 사용자의 위치가 어디건 사용자가 1명 늘어나기만 하면 네트워크 내의 나머지 사용자에게 똑같은 가치를 안겨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저 네트워크의 규모를 키우는 데만 관심을 쏟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사용자의 숫자가 유사한 욕구와 관심사를 지닌 사용자의 숫자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노인층은 플랫폼 내 전체 사용자의 숫자보다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노인의 숫자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 해당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십대의 숫자가 많다고 한들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전통적인 시장 세분화 방식과 유사하다. 하지만 플랫폼 시장 내 사용자들은 공통된 기술을 활용해 서로 관계를 맺고 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특정한 사용자 집단에 집중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의 위력을 활용해 전체 사용자 가운데 일부의 관심을 자사의 신규 플랫폼으로 돌릴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 사용자 숫자와 비교했을 때 신규 플랫폼 사용자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이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용자 집단에 집중하면 사용자들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략을 활용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자사가 공략하기로 결정한 고객층의 요구가 적극 반영돼 있으며 스스로 생존 및 성장 가능하고 사용자를 위한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을 제시해야 한다.
애플은 맨 처음 아이폰을 출시할 때 비즈니스 시장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 시장에 주력했다. 스마트폰은 정교하고 값비싼 고가품이었기에 초기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을 설계하고 판매할 때 비즈니스 고객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애플은 비즈니스 고객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고가의 기기를 내놓았다. 당시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통신과 생산성을 위한 기기로 묘사하지 않고 ‘애플이 내놓은 최고의 아이팟(iPod)’이라고 홍보했다.5 애플이 최초로 내놓은 아이폰에는 푸시 e메일, 일정표, 연락처 동기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익스체인지 서버(Microsoft Exchange Server) 등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 들어 있지 않았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AT&T는 기업 고객의 아이폰 계약을 허용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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