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cs of Well-Being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2년 1-2월 호에 실린 저스틴 폭스(Justin Fox)의 글 ‘The Economics of Well-Being’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2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의 성공을 측정하는 데 있어 돈은 상당 기간 유일한 기준이었다. (물론 스포츠보다는 낫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국가의 경제적 산출량을 달러로 환산한 GNP(Gross National Product·국민총생산)가 구체적인 기준으로 사용됐고 GDP(Gross Domestic Product·국내총생산)가 그 뒤를 이었다.
국력을 평가하는 데 가장 오래 사용됐던 군사력보다는 한층 발전된 기준이다. 그리고 GNP와 GDP 시대는 전 세계적인 생활수준의 향상 및 부의 증가로 대변된다.
그러나 현재 GDP는 공격당하고 있다. 경제학자와 국가 지도자들이 국가의 위상을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기준으로 ‘행복’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까지 언급된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프랑스 대통령이 GDP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을 연구하라고 지시하면서 2009년부터 관련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는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과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장-폴 피투시(Jean-Paul Fitoussi)가 주도했고 이는 곧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2011년 10월에는 세계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의 행복 지수를 측정한 “당신의 삶은(How’s Life)?”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 레가툼 연구소(Legatum Institute)는 2007년부터 경제지수와 그 밖에 다른 다양한 지수를 결합해 만든 세계번영지수(Prosperity Index)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개별 국가 또한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가장 선두에 선 사람은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다. 그는 자국 행복 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국가적 계획을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미 수십 년 전에 도입된 GDP 대체 기준도 있다. UN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나 부탄에서 GDP와 GNP 대신 내세우며 최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GNH)’ 지수가 그 좋은 예다.
기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 경영은 측정 대상을 관리하는 행위다. GDP 대체 지수에 대한 논의가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 집단이 대체 기준을 논의한다면 이는 결국 경제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경영회의실에서도 성공을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행복을 측정하기 위한 노력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디로 향할지 탐구하는 것은 그만한 의미가 있다. (성과 측정 기준의 확대가 경영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서는 같은 호
행복 계산에서 GDP까지
‘행복’의 개념은 1781년 공리성(utility) 개념을 수립한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에서 시작한다. 벤담은 특정 행동의 유익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 가져온 행복의 양, 즉 공리성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계몽사상이 유행하고 있었고 사상가들은 의사결정과 삶의 기준을 종교에 기반한 사회적 관습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지침으로 바꾸고자 했다. 벤덤은 행동의 결과로 생긴 행복을 측정할 때 12가지 고통(감각적 고통, 어색함의 고통 등)과 14가지 쾌락(친목의 쾌락, 부의 쾌락 등)을 조화시킨 계산법을 제안했다.
공리성의 개념은 널리 전파됐지만 공리를 성취하기 위해 벤담이 내세운 방식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서로 다른 사람의 쾌락과 고통을 계산해서 비교하는 작업 자체가 너무 어렵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에 벤담이 내세운 개념을 가장 열렬히 수용했던 경제학자들은 대신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대한 구체적 표현 방식, 다시 말해 ‘어디에 돈을 쓰고 싶어 하느냐’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1930년대 들어서면서 극에 달했다. 특히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은 행복 경제학을 순수한 수학적 개념과 용어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Simon Kuznets)와 영국의 리처드 스톤(Richard Stone)은 GNP와 GDP의 도출 기반이 된 국가 회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들은 공리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정책 입안자들이 전쟁이나 금융위기 기간에 국가 경제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그러나 단순하고 확실한 지표가 개발되면서 소비 패턴이 경제의 모든 상황을 보여준다는 경제학자의 확신이 커졌고 이것이 갈수록 확대된 경제학자의 영향력, 권위 등과 합쳐지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1940년대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GNP를 주요 경제성장 지수로 채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GNP는 성공과 복리(well-being)를 나타내는 대표 지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단기적 경제 변화를 측정하는 원래 목적만 두고 봤을 때 GDP가 조만간 다른 기준으로 교체될 가능성은 낮다. GDP의 활용처는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와 중앙은행 사이에서 위기 때 인플레이션이 아닌 GDP 성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문제를 두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의 단기 변동을 넘어서 시각을 확대하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GNP는 대기오염과 담배 광고, 고속도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앰뷸런스 출동까지 포함한다.” 로버트 K 케네디(Robert F. Kennedy) 의원이 1968년 대선에 도전하면서 한 연설이다. “대문에 특수 자물쇠를 채우는 일, 이를 부수고 들어간 사람들을 잡아 교도소에 집어넣는 일, 삼나무 삼림이 파괴되는 일, 난개발 속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사라지는 일도 GNP는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건강,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질, 아이들이 놀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GNP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시에는 케네디 의원의 비판이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의 발언이 아주 유명해졌으며 그도 그럴 만하다. GDP에 대해 제기될 만한 비판을 간결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GDP는 자체적으로 결함이 있다. (2) GDP는 지속가능성이나 연속성을 측정하지 못한다. (3) 성장이나 개발은 다른 기준으로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쟁점을 자세히 살펴보자.
측정의 오류. GDP 지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선택할 사항이 많다. 게다가 합리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결과는 왜곡될 수 있다. 통계학자들은 당연히 거래 대상이 된 재화 및 서비스를 계산에 포함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장 가격으로 가치를 쉽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이 지불되지 않는 경제 활동은 그 가치를 추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사 노동이다. 가사 노동은 상당한 경제적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 GDP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의료보험 제공과 같은 정부 프로그램이나 여가 생활의 가치 등은 일반적으로 평가 절하된다. 반면 GDP에 포함되더라도 추산의 기준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지 않을 경우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추산하는 귀속 임대료(imputed rent)는 미국 GDP의 약 10%를 차지하기도 한다.
GDP의 또 다른 불가피한 자의성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GNP에서 GDP로 전환되면서 발생했다. GNP는 한 국가 국민의 소득을 계산했다. 그 사람이 어디에서 돈을 버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글로벌 교역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이나 산업 생산 등 순수 국내 지수와 GNP를 조율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자 자국 내 생산량만 측정하는 GDP로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GDP로의 변화는 상당 국가의 성장 궤도를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외국인직접투자가 높은 개도국의 경우 GNP보다 GDP가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 그러나 GDP 증가의 혜택은 주로 다국적 기업으로 돌아가지 국민에게 가지 않는다.
지속가능성. 케네디 의원의 발언이 명확히 보여주듯 GDP는 국가의 부를 늘리는 경제 활동과 자연 자원 파괴(삼나무 벌목)나 질병, 공해(향후 처리 비용 발생), 재해 및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활동(앰뷸런스)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런 지속가능성(환경 등의 분야)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추정이 필요하다. 녹색 GDP라 불리는 새로운 지수를 주창한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지속가능성 추산이 현재 GDP에 포함된 다른 추산치보다 더 부정확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원 고갈과 지속가능성을 계산하는 일은 꽤 쉬운 편”이라고 최근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에너지 사용이나 공해를 추적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운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기 위한 정치는 아주 까다롭다. 클린턴 행정부는 집권 초기 미국 GDP를 측정하는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에 녹색 GDP 지수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그러나 웨스트 버지니아주 의원이 나서서 이를 제지했다. 지역구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산업이 타격을 받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 또한 녹색 GDP를 추진해서 상당한 진전을 이룰 뻔했으나 반대 세력의 저지에 의해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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