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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 Rules : Six Ways to Get People to Solve Problems Without You

똑똑한 6가지 원칙: 조직이 스스로 작동한다

이브 모리악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9월 호에 실린 이브 모리악의 글 ‘Smart Rules: Six Ways to Get People to Solve Problems Without You’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세계화와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새로운 경쟁업체가 갑자기 나타난다. 다양한 선택안을 가진 고객들의 변덕이 갈수록 심해지고 이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계속 어려워진다.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는 너무 어렵고, 어렵게 잡는다 하더라도 쉽게 사라진다. 오늘 찾아낸 효과적인 해결안은 내일이면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날로 증가하는 복잡성은 기업의 사업 목표에 반영된다. 오늘날 기업들은 <포춘(Fortune)>에서 500대 기업을 처음 선정한 1955년보다 평균 6배 많은 성과 목표를 갖고 있다. 당시 CEO는 4∼7개의 성과 목표만 달성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목표 수가 25∼40개로 늘었다. 게다가 상당수는 서로 모순된다.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은 높아야 하고, 특정 시장에 맞는 ‘맞춤’ 상품을 내놓는 동시에 영업이익률 극대화를 위해 상품을 ‘표준화’시켜야 한다. ‘혁신적’인 동시에 ‘효율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복잡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여러 과제를 안겨주는 동시에 기회 또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이 복잡성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서로 모순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영자들은 조직 구조와 성과 측정 기준, 인센티브를 재설정해 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직원들의 행동을 바꾸려 한다. 새로운 부서가 들어서고 새로운 절차가 도입된다. 그리고 이런 ‘물리적(hard)’ 변화를 원만히 이행하기 위해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고 대인 관계와 협업이 촉진되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갖가지 ‘정서적(soft)’ 과제가 도입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과 유럽에서 100여 개의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문제의 규모와 복잡성을 측정하는 ‘복잡성 지수’를 개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5년 동안 이들 기업에서는 업무 절차 수와 보고 단계, 접촉부서, 조율부서, 필요 결재 수가 50%에서 350%까지 증가했다. 기간을 좀더 넓게 잡고 분석하니 복잡성은 지난 50년간 매년 평균 6.7%씩 늘어났다.
 
그 대가는 엄청났다. 가장 복잡한 조직을 갖춘 기업의 20%에서 관리자들은 업무 시간의 40%를 보고서 작성에, 30∼60%를 업무 조율을 위한 회의에 사용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에게는 팀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결과 직원들은 방향을 올바르게 잡지 못하고 잘못된 곳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이런 조직의 직원들이 다른 부서 직원과 협력하지 못할 확률이 3배 높으며 직장에 대한 불만족이 매우 높은 동시에 생산성은 낮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기업은 복잡성을 관리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효과적인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일선 직원에게 적용되는 공식적인 지침이나 절차를 변경해서 새로 적용하라는 내용이 아니다. 그보다는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근무 환경을 바꿔서 이들이 복잡한 문제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다. 이렇게 하면 조직은 구조나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도 수시로 변하고 서로 모순되는 각종 문제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해결책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똑똑한 원칙(smart rules)’이라고 부르겠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관리자들은 부하 직원을 능숙하고 영리하게 만들 수 있다.
 
‘똑똑한 원칙’은 총 6가지다. 첫 3개는 역량을 부여하는 원칙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적임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원칙이다. 나머지 3개는 추진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활용하고 다른 직원과 협력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원칙이다.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에 직원들을 직접 노출시키는 피드백 제공이 유용한 도구다. 6개 원칙은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혼자 일하거나 협력을 회피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자세보다 훨씬 매력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준다. 제대로 된 피드백 체제가 수립되면 규정 준수 평가에서 범람하는 각종 위원회까지 복잡한 메커니즘과 비용을 없앨 수 있으며 직원들은 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다.
 
다음에서 설명하는 대로 6개의 원칙을 전부 혹은 1∼2개만 활용해도 복잡한 기업은 부분적 혹은 온전한 혁신을 통해 보다 기민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해서는 안 될 일
소위 ‘해서는 안 되는’ 다음의 행동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다음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면 6대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차나 보고 단계를 늘리지 않는다.
: 불필요한 것을 추가하거나 버리지 않는 행동은 필요한 게 없는 것만큼 해롭다.
문제의 원인을 직원의 정신 상태나 마음가짐으로 돌리지 않는다.
: 이는 자신의 분석이 부족했음을 시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직원의 정신 상태 탓으로 돌리지 말고 이들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지원 받는 자원, 마주한 한계를 분석한다.
인센티브에 의존하지 않는다.
: 인센티브는 비생산적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대신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피드백 체제를 체계적으로 만든다.
구체적 행동을 일일이 측정하려 하지 않는다.
: 가장 필요한 행동인 협력은 측정이 불가능하다. 협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소수의 성과 부문에서는 직원 행동이 사업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협력이 필요할 때에는 개개인의 행동을 측정하는 대신 판단력을 이용한다.
원칙 1   동료 직원의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복잡성에 좀 더 영리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직원들은 서로의 업무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직원의 업무 목표나 어려움, 활용 가능한 자원, 활동의 제한점 등이 해당된다. 이런 정보는 문서를 읽어서는 파악할 수 없다. 다른 직원의 업무를 직접 지켜보고 서로 소통해야만 배울 수 있다.
 
관리자는 직원들이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는 학습 과정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직원들은 자원 부족이나 조직의 한계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무능력이나 지식 부족을 이유로 지적한다.
 
여행 및 관광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그룹이 있었다. 그룹 내 자회사 중 하나였던 호텔 체인은 객실 점유율 하락과 가격 하락, 고객 불만족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호텔 매니저 상당수는 접수 담당 직원들의 고객 대응 기술 부족과 ‘성의 없는 자세’를 원인으로 생각했다. 접수 담당 직원들은 연령대가 낮고 경력이 없어 업무에 미숙했으며 제대로 업무를 배우기도 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룹 본사의 영업 관리자들은 호텔 매니저의 생각에 동의했다. 심지어 접수 담당 직원들이 빈 객실이 있을 때조차 객실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서 높은 공실률에 일조한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본사는 객실 점유율 및 매출을 기준으로 접수 담당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고객 응대 서비스 교육에 나섰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노력을 쏟아도 결과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영업팀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1달간 현장에서 접수 담당 직원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그 결과 접수 담당 직원들의 가장 큰 과제는 고객 불만을 달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고객 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객실 청소 및 관리, 룸서비스, 정비 등의 지원 부서와 긴밀히 공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객실 청소부들은 객실 가전제품의 고장 여부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결국 한밤중에 성난 고객의 원성을 들어야 하는 건 접수 담당 직원이었다.
 
협력 부족으로 생긴 빈틈을 메우기 위해서 접수 담당 직원들은 다른 방법을 활용하고 있었다. 성난 고객이 체크아웃할 때 환불해주는 것이다. 회사에서 실시한 직원 연수 프로그램은 접수 담당 직원들이 더 쉽게 객실요금 환불을 제안하도록 했고 그 결과 객실 요금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이들이 활용한 두 번째 방안은 그들이 가진 젊은 에너지를 십분 발휘하는 것이었다. 고객이 불만을 토로하면 이들은 현장에 달려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들이 접수 데스크를 비우고 객실에 가서 고장 난 샤워기를 고치거나 여분의 리모컨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데스크 앞에는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성난 표정으로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세 번째 임시방편은 불만을 토로한 고객에게 객실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빈 객실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했고 이는 높은 공실률로 이어졌다. 새로 도입된 인센티브 제도는 별 소용이 없었다. 지원 부서에서 협조를 받거나 고객 불만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황이 뒷받침되면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 알려주는 존재가 돼서 접수 직원들의 좌절감만 키웠다.
 
지치고 의욕이 꺾인 젊은 직원들은 결국 몇 주 일하다가 호텔을 떠났다. 본사 영업팀이 생각한대로 책임감이 부족해서 이직률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책임감이 낮고 호텔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실정이었다.
 
직원이 처한 상황을 실제로 관찰하면 직원들이 언제 협력해야 하는지, 필요할 때 협력을 잘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한 부서의 전체 성과를 측정하기는 쉬워도 각 팀원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일은 어렵다. 협력이 긴밀해질수록 개인의 기여도 측정은 더 어려워진다. 관리자들이 기존 평가 방식이나 동료 피드백에만 의존하면 협력을 가장 기피했던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관리자가 한 달 정도 시간을 내서 일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일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성과 측정 방식이나 보고 방식이 불가능할 때 관찰 및 판단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많은 경우 현장에서 하루만 서로 다른 부서끼리 협력하는 모습을 지켜봐도 어디에서 무슨 이유로 협력이 되지 않는지 깨달을 수 있다. 진실을 파악하고 간단한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나면 나머지 5개 규칙을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원칙 2 각 부서를 연결하는 직원을 적극 지원한다.
 
고객 대면 부서와 지원 부서 간의 갈등은 당연한 경우가 많다. 지원 부서는 업무 절차와 내용을 표준화해야 하는 반면 일선에 있는 서비스 부서는 다양한 고객 요구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해결 방식 중 하나는 둘 사이를 조율하는 중간 부서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일선 부서와 중간 부서, 중간 부서와 후선 부서 사이에 갈등이 생겨 문제 하나가 둘로 늘어난다. 조직의 수직적인 면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 본부와 지역 자회사 사이에 의견 조율 문제가 생기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본사가 수립되는 식이다. 또 다른 전형적인 해결 방식은 업무 요청을 양식화해서 자동으로 처리하듯이 자동적인 조율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앞서 말한 두 방식보다 나은 방안이 있다. 일부 직원이나 팀에 각 부서를 통합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느 조직을 가든 다양한 이해 관계자(고객 및 타부서 직원들)와 상호 작용하는 특정 부서의 관리자가 한두 명은 있다. 앞서 설명한 첫 번째 원칙을 유념해서 직원들의 근무 상황을 관찰한다면 아마 이런 역할을 하는 직원이나 팀이 누군지 파악했을 것이다. 이들은 각 부서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며 팀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 다른 부서와 협력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다.
 
통합자 역할을 하는 이를 파악했다면 이들의 책임 범위를 넓혀주고 다른 직원에게 중요한 사안에서 이들의 발언권을 강화해서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한다. 일부 공식 규정이나 절차를 없애면 이들의 자율권을 강화할 수 있다. 기업이 커질수록 부서를 통합하는 사람이 더 절실해지기 때문에 공식적인 규칙의 수가 줄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관리자들은 반대로 알고 있다.
 
접수 담당 직원의 비효율적 업무로 골머리를 앓던 호텔 관리자들은 이들이 호텔 직원과 고객을 잇는 통합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둘 사이를 조율하는 공식 절차를 수립하는 대신 호텔은 접수 담당 직원에게 지원 부서, 특히 객실 청소부 및 정비사의 승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했다.
 
그러자 접수 담당 직원의 요청은 힘을 얻기 시작했고 객실 청소부들도 협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객실을 청소할 때 모든 기기와 가전제품을 꼼꼼히 확인했고 정비사들은 근무시간 중 요청이 있을 때 즉시 출동해서 문제를 해결해서 고객이 밤에 겪는 불편이 크게 줄었다. 이 같은 변화는 고객 만족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체크아웃 때 환불해줘야 할 필요가 없어졌고 접수 담당 직원들은 빈 객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변화가 도입되고 18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호텔의 총 마진은 20% 상승했다.
 
원칙 3  재량권을 확대한다.
많은 경우, 타 부서와 가장 많이 협력해야 하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가장 힘이 없는 직원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협력을 기피하거나 자기 부서 안으로 숨어버린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거나 협력을 증진하고 싶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줘서 다른 직원과 협력하고 신뢰하며 스스로 일을 추진하고 투명하게 성과를 공개하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직 내 다른 사람의 권한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적임자가 다른 사람과 기업 성과에 중요한 문제를 책임지도록 해서 새로운 권한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규모 유통업체 사례를 통해 그 방법을 살펴보자. 이 유통업체는 각 매장에서 담당했던 조달 및 인사 업무를 중앙 본사에서 통제해 비용을 절감하고 프로 정신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매장 관리자들은 많은 권한을 잃었다. 매장 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중앙 집중화된 본사 부서에서 담당하게 된 것이다. 매장 매니저는 일부 직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다정하지만 별 도움 안 되는 유모’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객 요구에 즉시 대응하고 상품 배치 및 매장 운영을 혁신하도록 직원들을 이끄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매장 관리자들이다. 조직에서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유통업체 고위경영진이 생각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고객에게 계산대 줄이 특정 길이를 넘어서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계산대 줄은 고객의 충성도 및 매장 방문 횟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장 실적을 좌우했다. 계산대 줄이 한계점을 넘어서려 할 때 즉시 와서 도와줄 직원들을 뽑는 책임이 매장 관리자에게 돌아갔다. 직원이 어디에서 일하든 상관없이 뽑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권한이 주어진 셈이다. 계산대 줄을 없애겠다는 경영진의 당찬 약속 덕에 더욱 당당히 항의할 수 있게 된 고객들을 대면하며 이들의 불만을 달래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산대 지원팀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은 매장 관리자에게 매장 운영 및 혁신에 있어 협력과 근면성을 촉진하는 힘을 부여했다.
 
전문성을 구축하고 지식을 전파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권한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방법은 프로젝트 관리자나 라인 관리자가 더 많은 권한을 필요로 할 때 효과적이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와 관련된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고 라인 관리자는 승진 가능성을 높여주는 관리자 훈련 프로그램에 누가 참여할 것인지를 고르는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원칙 4
 상호 의존의 필요성을 높인다.
생산적인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통합을 주도하는 직원에게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이외의 활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들의 목표를 더욱 풍부하고 복잡하게 만들면 이들은 모순되는 목표를 회피하는 대신 해결 의지를 다지게 된다. 통제할 수 있는 업무만 평가하면 이들은 다른 문제에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해도 잘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항공업체들은 자산 활용률(최대한 많은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을 높이면서도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자산 활용률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기 위해 한 항공업체는 승무원에게 기내 청소 및 지상 서비스 모두를 감독하는 책임을 맡겼다. 승객이 지저분한 비행기나 너무 느린 보딩 절차에 불평을 했을 때 청소 외주업체를 포함한 다른 관계자에게 책임을 돌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들은 기내 청결도와 고객 경험, 운행 간 항공기 점검 시간 감소(다른 항공사의 2배에 달했다) 등 서로 모순되는 목표를 모두 달성해야 했다. 만약 이들이 상황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이미 정해진 절차를 따르거나 그에 따라 평가를 받았다면 결코 달성하지 못할 목표들이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산할 때 더 많은 자원을 지원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원을 줄이는 편이 낫다. TV를 5대 가지고 있는 가족은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 협상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각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각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가족생활은 사라진다. 자원을 줄이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더 많이 의존하고 긴밀히 협조하게 된다. 협조하지 않으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효과적인 업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적으로 가지는 자원을 없애고 함께 사용하거나 활동을 함께해야 하는 자원을 만드는 한편 외부 업체와 제휴 관계를 맺는 방법은 호혜적 행동을 유도하고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이 원칙을 적용하다 보면 달성해야 할 목표가 배로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모순된 목표를 해결해야 할 담당자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목표가 계속 늘어나면 조직 하층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위계질서 위로 올라와 엉뚱한 사람에게 넘겨지는 경우가 많다.
 
원칙 5  직원들이 미래의 ‘그림자’를 체감하도록 한다.
의사 결정의 결과가 실제로 영향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수록 해당 의사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진다. 3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관여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프로젝트가 완료됐을 때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다. 직장을 바꾸거나 다른 지사로 옮기거나 승진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취한 행동과 선택, 협력 지원 등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임 이론가 로버트 악셀로드(Robert Axelrod)의 말을 빌리자면 미래의 ‘그림자’는 이들 머리 위로 드리우지 않는다.
 
미래의 그림자를 느끼게 하려면 우선 그 미래를 가까이 가져와야 한다. 프로젝트나 업무 절차의 시작부터 끝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이는 것이 한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관리자를 일선 업무에 배정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제품 보증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는 산업재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비용 면에서 효과적으로 보증 기간을 연장하려면 엔지니어링 부서에서 수리 및 정비가 손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엔지니어들은 이미 수많은 다른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정교하고 완결성 있게 조합해야 하고,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하며, 부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각의 목표 밑에는 또 다른 세부 목표 및 인센티브가 있고 감독자도 따로 배정돼 있다. 여기에 ‘수리가 쉬워야 한다’는 조건까지 추가됐다. 회사는 기기 및 전기 부서와 수리 관련 의사 결정을 조율할 부서를 신설했다. 그리고 수리 절차를 정의하고 새로운 성과 측정 지표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어떤 변화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미 다른 인센티브가 충분히 많았기 때문에 새로 도입된 인센티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인센티브는 엔지니어 보수의 0.8%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반면 전체 목표는 더욱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들이 ‘완결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품을 정교하게 만들면 기기 및 전기 부품의 정교함 때문에 제품을 수리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비싸진다. 물론 정교함과 수리 용이성 간의 상충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하지만 경쟁 압력이 더해지면서 하나를 충족하는 대신 다른 하나를 희생하는 해결책을 쓸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조율 책임을 맡은 직원들은 제품의 수리를 쉽게 하기 위한 전기 엔지니어와 기계 엔지니어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직원들 사이의 관계나 업무 분위기와 같은 ‘감성적’ 과제들 때문에 전기 엔지니어와 기계 엔지니어들이 상충되는 문제를 논의하는 일을 꺼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협력은 그저 사이만 좋은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협력은 행동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 다른 사람의 목표와 한계점을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그와 같은 실제 협력을 피할 때 사람들은 더 잘 지낼 수 있다.
 
AS팀은 수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고군분투했다. 보증 기간을 늘릴 수가 없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엔지니어 중 일부를 AS팀에 배정해서 수리 보증 예산을 책임지게 한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설계한 제품 디자인이 회사 예산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하게 됐다. 그러자 인간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려고 진정한 협력을 회피하던 태도가 바뀌었다. 엔지니어들은 어려운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혁신적 해결책을 개발했고 덕분에 회사는 수리 용이성과 다른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보증기간을 연장했다. 조율 부서나 절차, 점수표, 인센티브 없이도 충분히 만족스런 결과를 이끌 수 있었다.
 
최종 성과 평가의 빈도를 늘리는 것도 미래의 그림자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서 통합에 어려움을 겪던 한 이동통신 시스템업체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평가 단위를 6개월에서 2주로 줄이면서 큰 효과를 봤다. 이전만 하더라도 각 부서의 엔지니어들은 협력을 회피했고 5개월 29일 동안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책임질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협력을 회피할 수 있는 기간이 13일로 줄었다.
 
원칙 6  비협조적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간격이 긴 활동들이 있다. 일부 연구개발이 좋은 예다. 이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를 알려주는 직접적인 피드백을 전달하기가 불가능하다. 업무 자체가 워낙 동떨어져 있어서 피드백을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업무 분야가 아니라고 협조를 하지 않는 직원에게 명백한 징계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 또 호혜적인 방식으로 협업을 위해 노력한 직원 및 부서에는 보상을 내리는 피드백 체제를 완성시켜야 한다.
 
열차 정시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철도회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철도회사의 정시 운행률은 수년째 80%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영진은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운행 통제 메커니즘을 개선하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했으며, 열차 운행 지연을 감시하는 부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심지어 차량 청소 및 장비 점검 등 기타 활동을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정시 운행률을 소폭 향상시켜주는 대신 비용과 품질, 안전 등 다른 분야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이 회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앞서 말한 원칙 1을 적용해서 운행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부서(정비 부서 및 열차 운행 직원, 역 직원, 차장 등) 간 협업을 증진시키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각 부서는 협력을 통해 다른 부서에서 발생하는 운행 지연 및 각종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하며 상쇄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각 부서 직원들이 운행 지연을 줄이는 것보다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인은 열차 운행의 정확성 개선을 막는 잘못된 규정이었다. 이 규정은 운행 지연의 근본적인 원인과 직접 관련이 있는 부서에만 책임을 물었다. 따라서 A부서에 문제가 생기면 B부서와 C부서는 굳이 도와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A부서가 책임을 다 질 텐데 협업할 필요가 있을까? 대신 이들은 운행 지연으로 잃게 된 시간을 각자 다른 방법으로 보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20%의 경우 그런 노력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았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그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다른 사람들은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도록 보상 기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회사는 한 부서가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협력하지 않은 부서가 있다면 협력을 회피한 부서가 열차 운행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문제 해결에 기여한 부서를 판정하는 일은 협업을 감독하는 역 관리자들이 맡았다. 그러자 4개월 만에 주요 운행 노선에서 정시 운행률이 무려 95%로 높아졌다.
 
이 글에서 설명한 6대 원칙은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기보다 최적의 행동(미리 정의하기는 어렵지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복잡성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들을 적용하면 조직의 다양성이 확대된다. 일선 직원의 자발적 협력이야말로 독창적이고 맞춤화된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6대 원칙을 적용하면 다양성이 확대되면서도 자원 활용의 효율성 또한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직원들의 협업과 기술, 독창성만으로 문제 해결을 돕기 때문이다. 다양성으로 인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다수의 조직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조율 및 협업 프로그램을 버리는 것으로 충분히 상쇄된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좌절하게 하고 효율성을 방해하던 복잡성이 사라지면서 직원 만족도가 상승한다. 수많은 화살표와 부서로 조직도를 어지럽게 하는 대신 ‘똑똑한’ 6대 원칙을 적용해 효율적인 단순함을 구현하는 건 어떨까.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이브 모리악
이브 모리악(Yves Morieux)은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BCG) 파리 사무소 선임 파트너이자 BCG 펠로(fello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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