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5월 호에 실린 노나카 이쿠지로와 다케우치 히로타카의 글 ‘The Wise Lead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불연속성’만이 유일한 진리가 돼버린 시대, 현명한 리더십은 자취를 감췄다.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지식은 3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거나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와 워싱턴뮤추얼(Washington Mutual)의 도산을 예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 세계로 퍼져가는 불경기를 멈출 사람도 없었고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나 서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대규모 돈을 퍼부어도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이렇게 어려울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 정도로 리더십이 절실한 때가 없었고, 이 정도로 실망한 적도 없었다.
CEO를 마비시킨 건 불확실성뿐만이 아니다. 신기술과 인구 변화, 소비 경향에 맞춰 빠르게 기업을 쇄신하는 일은 대부분의 CEO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은 국경을 초월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을 구축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올바른 가치와 윤리관을 가지도록 지도하지 못했다. 오늘날의 기업 환경에서 직원들은 “모두를 위해 옳고 유익하고 공평한 길은 무엇일까” 대신 “내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경영진은 아직도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며 증권거래위원회에 발각되지 않는 한 탐욕은 선(善)이 된다고 믿는다.
기업 윤리의 이론과 실제 사이에 이런 격차가 존재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최고경영진이 설파하는 내용과 일선 직원의 업무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서구 사회는 플라톤 이후로 이론이 의도된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면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조직 혹은 그룹의 일부일 때 덜 윤리적으로 행동한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도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다르게 행동한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명분이나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는 변명거리가 생기면 잘못된 행동을 선택하기가 더 쉬워진다.
부정행위와 기만, 탐욕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사람들은 가치와 윤리를 외면하는 기업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경영대학원과 기업, 지도자들이 CEO를 세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벤트 플뤼비에르그(Bent Flyvbjerg)가 저서 <사회과학 바로 세우기(Making Social Science Matter)>에서 지적한 대로 기업인들은 자연 과학을 모방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윤 및 손해가 어떤 권력 구조에 의해 누구에게 분배되는지, 지금의 발전 방식이 바람직한지,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봐야 했다.
이처럼 수많은 난관에 부딪힌 지도자들을 위해 어느 때보다 지식이 중요해졌다. 16년 전 우리가 <지식창조기업>을 출간한 이후 경영진은 지식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이들은 연속적으로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지식을 찾고 보유하며 분배하는 법을 배워왔다. 그러나 이제껏 지켜본 것처럼 지식창조기업을 이끄는 일은 매우 어렵다.
왜 지식은 현명한 리더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리가 찾아낸 문제는 두 가지다. 많은 CEO들은 지식을 부적절하게 사용한다. 또 올바른 종류의 지식을 개발하지 않는다. <지식창조기업>에서 우리는 지식을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과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으로 나눴다. 경영자들은 명시적 지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화하고 측정하고 일반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상품을 보고 즉각 판단하는 대신 수치와 자료, 과학적 공식을 이용해 보다 큰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자동차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고객의 수요를 이해하기보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의존했다.
명시적 지식에만 의존하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과학적·연역적이며 이론 위주인 방식은 앞뒤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세상을 가정하고 보편적이고 예상 가능한 답을 구한다. 그러나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사회 현상은 앞뒤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사람들의 목표와 가치, 관심사와 권력 관계를 함께 조망하지 않으면 어떤 분석도 무의미하다.
리더들은 지구가 처해 있는 환경, 에너지, 생물 다양성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 의존할 것이다. 또한 좀 더 스마트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적 발전에 의존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범주를 뛰어넘어야 한다. CEO는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기업뿐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것인지를 자문해야 한다. 경영은 좀 더 높은 목적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들이 스스로를 사회를 위해 지속되는 이익을 창출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사회적 존재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낮다.
판단을 내릴 땐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을 알고, 결정을 내릴 땐 모든 상황이 변할 수 있음을 알며, 실행에 옮길 땐 시기가 중요함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을 파악하며 감각을 잃지 않는 동시에 사회에 유익하고 옳으며 공평한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원대한 포부와 세심한 관리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다양한 유형의 조직에서 리더십을 연구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서 기업지도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고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이끄는 다양한 세대의 CEO를 인터뷰했다. 우리의 목적은 기업이 사회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CEO가 체계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리의 연구는 명시적·암묵적 지식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CEO는 종종 간과되는 제3의 지식,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실천적 지혜란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암묵적 지식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실제적 상황을 파악해 가치와 윤리에 입각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 CEO가 조직 전체에 걸쳐 실천적 지혜를 고양시키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될 뿐 아니라 통찰력 있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인격을 가르치는 수업
2008년부터 우리는 실천적 지혜를 적용할 CEO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지식 포럼(Knowledge Forum)’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도쿄 도심에 있는 히토쓰바시대 캠퍼스에서 시작됐다. 지식 포럼은 기업 중역들이 인격과 양심을 수련하기 위한 ‘바(공통된 경험을 위한 만남의 장)’를 제공한다.
도쿄에서 차로 90분 거리에 있는 다카오산에서 30명의 중역을 집합시키면서 프로그램은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하루 동안 함께 운동을 하며 팀워크를 쌓았다. 이후 15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중역들은 직장 생활, 혹은 사생활에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경험, 성공과 실패를 가름했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는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공감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CEO들은 철학 및 역사학, 문학, 정치학, 군사 전략, 경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인문학에 대한 소양을 단련했다. 이들은 피터 드러커의 논문을 논하고 12개 경영대학원 교수진과 매주 만나 지도를 받았다. 중역뿐만 아니라 교수진도 지식 포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후 9개월 동안 참석자들은 자주 모임을 가지며 현안을 논했고 술을 함께 마시거나 골프, 노래방 등의 활동을 하면서 친목을 다졌다. 매달 1번씩 열리는 종일 수업은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기 위해 선술집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중역들은 3일간 정식 모임을 가지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일본의 경영 관행에 대해 에 기고한다는 명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일본에는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다. 20년 전에는 후지제록스의 전 CEO 요타로 고바야시가 나가노시(市) 가루이자와에서 니돔캠프(Camp Nidom)를 시작했다. 일본 경제에 큰 영향력을 가진 20여 명의 CEO가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 이 캠프는 경영과 인문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년 동안 우리 둘은 모두 이 니돔캠프에서 강연을 했다. |
지식에서 지혜로
‘실천적 지혜’의 기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3가지 지식 중 하나인 ‘프로네시스(phronesis)’다. 니코마코스 윤리학(Nicomachean Ethics) 6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프로네시스를 “인류에 좋고 나쁜 것을 고려해 행동할 수 있는 진실하고 합리적인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혜를, 소수의 사람만 이해하는 형이상학적인 지혜와 새뮤얼 코울리지(Samuel Coleridge)가 ‘비범한 정도의 상식’으로 해석하기도 한 실천적 지혜, 두 가지로 구분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실천적 지혜는 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해주는 경험적 지식이다. 이는 일본식 개념인 ‘도쿠(toku)’와 비슷하다. ‘도쿠’는 공동의 이익과 뛰어난 도덕성을 삶의 방식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미덕을 말한다. 이는 또한 인도어 ‘유크타(yukta)’와 비슷한 개념이다. 유크타는 ‘옳은’ ‘적절한’ 등의 뜻을 가진다. 일례로 비즈니스 및 이윤 창출의 목적이 사람들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야 한다고 믿는 기업가는 유크타를 준수하면서 과잉과 탐욕을 경계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편적으로 유의한 과학적 지식 ‘에피스티미(episteme)’와 기술적 노하우 ‘테크니(techne)’의 개념도 함께 정립했다. ‘에피스티미’가 이유를 탐구하고 ‘테크니’가 방법을 모색한다면 ‘프로네시스’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예를 들어 보자. 좋은 차에 대한 보편적 개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에피스티미’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누가, 어떤 이유로 차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고 이마저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테크니’는 차를 잘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식이다. 그러나 ‘프로네시스’는 좋은 차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모두 포괄한다. 따라서 ‘프로네시스’를 가진 경영자는 특별한 시기와 상황에서 어떤 차가 좋은지 결정하고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해 시의 적절한 최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경영자들은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존재 이유(raison d’etre)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서있는 세상을 파괴하는 행동조차 서슴지 않고 하려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에 더 이익이다. 옳거나 시류에 맞는 결정이어서가 아니라 그래야 기업 활동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경쟁기업이 만들 수 없는 미래를 만들며 공공의 이익을 유지하지 않는 한 어떤 기업도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실천적 지혜는 특정 국가나 문화로 한정된 특징은 아니지만 우리는 실천적 지혜의 활용 사례를 일본에서 가장 많이 찾았다. 일본 정부는 여러 실책으로 비난을 받은 적이 많지만 일본 기업은 다르다. 최근 이들은 세계 무대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특히 월스트리트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신뢰 위기는 일본에서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일본 기업은 반대로 자본주의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시 말해 투자자에게 충분한 자본 이익을 주지 못하고, 단기 주주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하며, 신속하게 아웃소싱을 하지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정리 해고를 하지 않으며, 최고경영진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급하지도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뒤집어보면 이들이 사회와 공존하고 돈을 벌 때 사회적 목적을 갖고 있으며 생존의 방법으로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사업체를 운영할 때 윤리적 목적을 염두에 두며 실천적 지혜를 실천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믿음은 앞으로의 경영 이론과 실제에 영향을 준다. 개리 하멜(Gary Hamel)이 2009년 2월 호 기사 ‘경영의 신대륙 개척(Moon Shots for Management)’에서 주장한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기업과 사회를 대립시켰던 낡은 자본주의와 달리 일본 최고의 기업들은 새로운 공동체적 가치를 자본주의에 도입했다. 이는 기업 지도자들이 사회적 목적의식을 가질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지혜로운 지도자의 6대 역량
실천적 지혜는 결코 갖추기 쉬운 미덕이 아니다. 현명한 지도자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회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지보다 고매한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시각은 지극히 개인적 가치와 원칙을 바탕으로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이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6가지 능력이 필수적임을 발견하게 됐다. 이제 그 6가지를 설명하고 이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현명한 지도자는 선(善)을 판단할 수 있다.
실천적 지혜를 갖춘 지도자는 무엇이 옳은지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이를 매 상황에 적용한다. 물론 주주가치 극대화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하며 선(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현명한 지도자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이들은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접목하며 논했던 도덕적 소명의식이 행동에 반영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도요타의 인적 관리(HR) 책임자였던 아키오 마츠바라는 “옳다고 믿는 일을 해라. 선하다고 믿는 일을 해라. 필요할 때 옳은 일을 하는 것은 높은 곳에서 전해져 오는 소명이다. 과감히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라. 네 자신이 돼 행동하라”는 전임 사장 에이지 도요타의 말을 전한다.
판단은 개인의 가치 및 윤리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가치관이 바탕되지 않는다면 경영자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다. 미쓰이(Mitsui)그룹 회장 쇼에이 우츠다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지금 하려는 일이 회사와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인가”라고 자문했다. 가치는 자신만의 것이어야 하지 남의 것을 그대로 빌려와서는 안 된다. 이것이 혼다에서 직원들에게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이유다. 이는 직원들이 회사 및 사회와 관련된 가치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만든다.
경영자는 수익 및 경쟁 우위가 아닌 공동의 선을 지향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일본에서 가장 빨리 성장 중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모 회사 패스트리테일링(Fast Retailing)의 CEO 다다시 야나이는 이렇게 말한다. “기업은 사회와 조화를 이뤄야 할 뿐 아니라 사회가 기꺼이 받아들이는 대상이 돼야 한다. 이는 기업이 사회에 기여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대부분 기업은 이 같은 균형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 우리 모두는 기업의 일원이기 전에 사회의 일원이다. 회사만 생각하는 태도는 결국 실패를 낳는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4가지 방법을 통해 함양될 수 있다. 첫째,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역경이나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은 특히 큰 도움이 된다. 야나이 CEO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그동안 극복해온 시련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골 구석진 곳에서 매장 1개를 열어 고군분투했던 일이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대형 도매업체의 횡포에 압박을 받거나 파산 직전까지 갔던 수많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다양한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자신의 첫 번째 책 제목도 <1번의 성공을 위한 9번의 실패(One Win, Nine Losses)>라고 지었을 정도다.
둘째, 삶의 경험에서 얻은 원칙을 기록으로 남겨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야나이 CEO는 23개의 원칙을 세웠다. 그는 이를 회사의 ‘영혼’이라고 부른다. “영혼이 없는 회사나 인간은 껍데기일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선한 발상을 행동으로 옮겨라, 세상을 움직여라, 사회를 변화시켜라, 사회에 기여해라, 좋은 행동은 보상하고 나쁜 행동은 처벌하라, 사업과 일에서 최고 수준의 윤리 의식을 내세워라 등 그가 내세운 규범 중에는 직접적으로 윤리를 거론하는 것이 많다.
셋째, 탁월성(excellence)을 열렬히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특정 상황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미쓰이그룹의 우츠다 회장은 전임 사장 다츠오 미즈카미의 보좌관으로 일하던 때 겪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다츠오 미즈카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쓰이그룹을 성공적으로 재건한 인물이다. “그때 그분 나이가 80세였는데도 언제나 전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추구했다. 그는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아냈다. 정말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철학이나 역사학, 문학, 미술 등의 인문학에 대한 소양을 쌓는다면 판단력 또한 길러질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말했듯이 경영 또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지식의 근본과 자기 지식, 지혜, 리더십을 다루는 학문이다. 예술은 실행과 적용의 학문이다. 입으로 설파하던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우리는 수년 전 도쿄에서 고위 경영진을 위한 프로그램(자료 ‘인격을 가르치는 수업’ 참조)을 시작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마키아벨리, 하이데거 등의 철학과 기타 고전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2. 현명한 지도자는 핵심을 파악한다.
현명한 지도자는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 상황의 이면에 있는 핵심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이 가져올 결과나 미래를 예상해 비전을 만든다. 그리고 비전을 실현할 행동을 실천에 옮긴다. 실천적 지혜를 통해 이들은 핵심을 파악하고 사람과 사물, 사건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헤아린다.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가면 혼다(Honda)의 창업주 소이치로 혼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오토바이 경기장에서 전속력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기 위해 몸을 낮추고 뚫어져라 오토바이를 쳐다보는 모습이다. 손은 진동을 느끼기 위해 땅에 얹었고 엔진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혼다는 이런 방식으로 오토바이의 핵심을 파악했다. “오토바이를 볼 때면 많은 것을 살펴본다”고 혼다는 후임자들에게 말하곤 했다. “커브 길을 지나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차세대 오토바이는 어떤 모양일까 상상한다. 속도를 더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음 오토바이를 구상한다.”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부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끈기를 가져야 한다. “무언가를 하려면 거침없이 해야 한다”고 야나이 CEO는 말한다. “100% 맞는 일을 하라. 작은 것에 집중하라. 계속 기본을 점검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매일 기본에 충실하는 것, 그게 바로 성공의 비결이다.”
특정 상황이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보편적 진실을 발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특수 상황을 보편적 진실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직관과 객관적 지식 사이에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타타그룹(Tata Group)의 회장 라탄 타타(Ratan Tata)는 직관과 지식을 함께 사용해 2500달러짜리 자동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금은 유명해진 일화다. 어느 날 타타 회장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중에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이 모두 탄 스쿠터가 비가 오는 뭄바이 도로 위에서 위험천만한 곡예를 벌이며 자동차 사이를 달리고 있는 것을 봤다. 타타 회장은 아무리 저렴한 자동차라도 스쿠터 가격의 5배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저소득 계층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저소득층도 살 수 있는 저렴한 보급형 자동차를 개발하자고 결심했다.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경영진은 마음을 훈련시키는 세 가지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첫째, 문제 혹은 상황의 근간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캐묻는다. 도요타 직원들은 문제의 핵심에 이르기 위해 ‘왜’라는 질문을 5번씩 한다. 혼다에서는 ‘A, A0, A00’ 질문을 한다. A는 구체적 사항에 관한 질문이다. “이 엔진은 어느 정도의 마력이 필요한가”가 좋은 예다. A0는 개념에 관한 질문이다. “엔진을 만든 원리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A00는 궁극적 목적에 관한 질문이다. “이 엔진은 왜 필요한가.”
두 번째 방법은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도시후미 스즈키 세븐일레븐(Seven-Eleven)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만 보면 안 된다. 매장 관리자들은 특정 물품을 관리할 때면 그 물품을 관리하는 데에만 신경 쓰는 실수를 범한다. 그러나 해당 물품을 매장에 두고 전체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 작은 곳에서 진리가 발견될 수도 있지만 경영자라면 큰 그림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세 번째는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매장의 모든 직원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이나 가정주부도 예외 없이 어떤 물품을 추가로 주문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매장마다 주요 고객이 다르고 시기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직원들은 본사에서 일률적으로 정한 규칙에 의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매일 기계적으로 같은 제품을 같은 양에 구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주문을 할 때면 직원들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설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음료를 주문할 때면 직원들은 매장이 위치한 동네의 수요를 파악하고 날씨나 근처 학교 일정, 지역 축제, 전력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