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ling By Design

실패는 죽음? NO, 똑똑한 실패가 조직을 키운다

93호 (2011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4월 호에 실린 리타 군터 맥그래스의 글 ‘Failing By Desig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다들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실패를 관리하거나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교훈을 얻는 방식을 설계한 기업은 드물다. 기업 중역에게 실패를 통한 학습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점수(10점 만점)를 매겨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2점 아니면 3점”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대부분의 기업은 실패를 잘 활용하도록 조직돼 있지 않다. 실패를 연구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실패를 숨기거나 이를 처음부터 예상한 것처럼 가장하는 경영진도 있다. 그 결과 실패는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패로 평판이 나빠질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떤 모험도 시도하지 않게 된다.
 
실패 자체가 좋은 일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실패는 좋지 않다. 기업 자원을 낭비하고 직원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고객의 분노를 사고 기업의 명성을 실추시킨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한 책임자의 평판도 물론 나빠진다. 그 결과는 비극적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 잘 관리한다면 실패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실패’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못하면 혁신과 성장을 위한 모험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듯이 행동하기보다는 ‘똑똑한 실패(intelligent failure)’를 설계하는 게 낫다. ‘똑똑한 실패’는 듀크대의 심 시트킨(Sim Sitkin)이 1992년 조직 행동 연구(Research in Organizational Behavior)에 게재한 ‘실패를 통한 학습: 작은 손실을 통한 성공 전략(Learning Through Failure: The Strategy of Small Losses)’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효과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학습에 능숙해지려면 ‘똑똑한 실패’가 필요하다.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분야는?
실패가 용납되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마이크 에스큐(Mike Eskew) UPS 전 CEO는 고객 서비스에서만큼은 실패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실패를 하더라도 고객에게는 절대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래서 UPS는 소포 운송 및 비용 지불, 취급 부문에서는 절대로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모험이 허용되고 권장되기까지 한다. 그 결과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UPS는 진취적 모험을 통해 지금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실패를 활용하라
 
의도적으로 계획한 실패가 있는가 하면 미처 예상을 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실패도 있다. 유형이 어떻든 모든 실패는 귀중한 교훈을 안겨준다. 따라서 통제가 가능한 어느 정도의 실패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다양한 선택안을 마련해둔다.어떤 일을 할 때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면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이럴 땐 시도를 많이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벤처 투자사(성공률 10∼20%)나 제약업체(신약 수백 개 중 판매 가능한 약은 1개뿐이다), 영화 제작(개봉 영화의 1.3%가 전체 수입의 80%를 차지)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에 이런 논리가 특히 더 들어맞는다.
 
안 되는 게 무엇인지를 배워라.성공의 상당수는 실패한 프로젝트를 토대로 발전했다. 애플의 맥킨토시 컴퓨터는 지금은 시장에서 사라진 컴퓨터 리사(Lisa)에서 일부 기능을 가져와 성공을 거뒀다. 오늘날의 컴퓨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마우스 기능은 리사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시장 조사 방식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90년대 사람에게 인터넷 검색 서비스의 적정 요금을 물어본다면 무슨 뜻인지 몰라 다들 어리둥절할 것이다. 쓸 만한 검색 엔진이 개발되기까지는 수많은 실험이 필요했다. 초기 검색 엔진들은 검색 서비스를 유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광고를 수익원으로 삼는 사업모델이 개발됐다. 구글이 광고 기반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한 것도 한참 뒤의 일이다. 앞선 업체들의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알고리즘 기반의 거대 검색엔진 구글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원과 관심을 끄는 환경을 구축하라.많은 조직들은 기존 프로젝트에 내재된 시스템적 문제를 고치기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다가 기존 시스템에서 큰 문제가 터지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와 문제에 매달린다.
몇 년 전 뉴욕시 정부를 위해 일하면서 실패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배우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뉴욕시 정부의 자동화 조달 IT 시스템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만 해도 조직원의 지지를 끌어내고 재정적 자원을 확보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다행히 상사는 정치 게임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하루는 분석 작업을 하다가 IT 시스템의 기존 자료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대응 계획을 세워 상사에게 제출했는데 상사가 나를 잡더니 차분히 말했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말게. 때로는 문제가 커져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네.” 과연 그의 말이 옳았다. 기존 시스템의 대대적인 오류가 드러나자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뒤로 나는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리더에게 기회를 줘라.대부분의 기업 총수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후임으로 뽑는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암묵적 가정과 당연하게 여기는 원칙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순종자’들 때문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사회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가정과 규칙이 옳지 않다는 게 드러난 뒤에야 새로운 지도자를 찾는다. 큰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를 깨닫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지도자는 기업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혜택을 가져올 수도 있다. 보잉(Boeing) 중역이었던 앨런 멀렐리(Alan Mulally)가 포드를 극적으로 회생시킬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직관력과 기술을 강화한다.특정 패턴을 인식하는 발달된 능력이 바로 직관이다. 부정적 결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직관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벤처 투자자들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업가에게는 결코 투자하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도운 엑스박스(Xbox) 360은 3DO 게임기, 웹TV, 애플 비디오 카드 사업, MS 얼티메이트TV(UltimateTV) 등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개발한 제품이다. 너무 많은 실망을 경험했던 팀원들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 신호를 빠르게 포착했다. 그에 따라 경로를 수정해나갈 수 있었다. 일례로 초기 엑스박스는 외부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칩 때문에 2001∼2005년 무려 4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문제를 인식한 엑스박스 360팀은 칩 공급업체를 바꿨다. 칩에 대한 지적재산권도 획득해 제품 출시 초기부터 수익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실패란?
실패 Inc.
공개적으로 이뤄진 당혹스러운 실패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놓은 ‘실패 블로그(FAIL Blog)’가 2008년 1월에 개설됐다. 웹사이트에서 내세운 ‘장려한 실패’ 개념이 인기를 얻으면서 실패 블로그는 개설 5개월 만에 다른 기업에 매각됐다. 2009년에는 온라인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웨비 어워드(Webby awards)에서 2개 분야의 상을 수상했다. 관련 책도 함께 출간됐다.
 
 
 
똑똑하게 실패하는 법
 
모든 실패가 다 유용한 건 아니다. 꼭 피해야 하는 실패가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환경에서 실패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받아들이면 실패를 계획·관리하고 그로부터 배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실패를 실험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실패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우기 위한 7대 원칙을 소개한다.
 
원칙 1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성공과 실패의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를 때가 많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연구사례 중에 신제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던 환경정화장비업체가 있다. 이 회사의 마케팅 부서는 제품이 새로운 환경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엔지니어링 부서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비용 효과성을 제품의 강점으로 생각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환경 기준을 만족하는 기능을 제품에서 빼려고 했다. 부서별로 기준이 달랐기 때문에 회사는 실패할 뻔했다.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였다. 다행히도 회사는 모두 같은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덕분에 큰 재난을 일으킬 뻔한 실수를 바로잡았다.
 
원칙 2
가정을 지식으로 바꾼다.
불확실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잘못된 가정(假定)에서 일을 시작할 위험이 있다. 이 가정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수밖에 없다. 실험을 하려면 먼저 가정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가 발견되면 언제라도 이 가정을 고칠 준비가 돼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골라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를 찾아낼 팀원을 지정해야 한다. 엄청난 노력과 자원을 투입한 게 아까워 잘못된 작업을 계속 끌고 가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정보를 미리 찾아내는 편이 낫다.
일을 추진하기 전에 내렸던 가정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인식 과정 속에서 가정이 사실로 바뀔 수 있다. 회의 중 담당자가 해당 시장의 잠재 매출이 500만 달러라는 가정을 내렸다.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500만 달러라는 잠재 매출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져 다음 해 예산 편성에 그대로 반영됐다! 추측이 기정 사실이 되는 순간, 각종 실패가 발생한다. 추측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둘째, 무엇을 가정했는지를 기록하지 않은 조직은 실패를 하더라도 많은 교훈을 얻지 못한다. 일을 진행하면서 경로를 수정하고 교훈을 도출할 수는 있겠지만 기대치와 실제 결과를 엄격히 비교하지 않는다면 명확한 교훈을 공유할 수 없다. 향후 새롭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어려워진다. 가정을 내리고 수정한 후에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한다. 과학 실험과 마찬가지로 실험은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실험을 끝낸 후에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다.
 
 
 
 
원칙 3
실패는 신속할수록 좋다.
빠르고 결단력 있는 실패는 다양한 이점이 있다. 첫째, 빠른 실패는 가망이 없는 프로젝트에 자원을 추가 투입하지 않도록 막아 준다. 둘째,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신속하게 알게 되면 인과관계를 수립하기 쉽다. 셋째, 가능성이 없는 행동을 빨리 제외해야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찍 실패하면 투자비용이 그만큼 적게 들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억지로 이어가야 할 압박감이 줄어든다.
빠르게 실패하려면 프로젝트의 구성요소를 초반에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 IT 시스템 전체를 순차적으로 설계하는 기존 방식보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agile software development)’이 더 각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자일 개발’은 프로젝트 기간 다양한 프로그래머와 사용자들이 함께 코드를 개발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게 공유해 이를 반복적으로 수정·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이다. 반대로 순차적 방법은 분석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기록하고 이를 프로그래머에게 전달하면 프로그래머가 그때부터 코드 개발에 나서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경우, 문제가 발견됐을 때에는 프로젝트가 이미 수년간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속하게 결과를 내려면 자원 배분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전 기간의 순현재가치(NPV)의 최대화를 추진하는 대신 시간과 비용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소단위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재무평가를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유의미한 운영시스템을 자신 있게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 및 인적 자원에 집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신속한 실패는 직원 관리 차원에서도 좋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다음 프로젝트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거나 해고될 수 있다면 직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의욕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소규모로 많은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또 다른 프로젝트, 그것도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다면 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기술 개발업체 세이젠시아(Sagentia)의 경우 직원들이 한 프로젝트에서 다음 프로젝트로 빠르게 옮겨 다닌다. 직원들은 “‘곧 바빠지겠지만 지금은 프로젝트를 맡을 시간이 있습니다. 제 전문기술이 필요하십니까’라는 내용의 e메일을 이력서와 함께 돌리며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찾아 나선다”고 닐 엘튼(Neil Elton) 세이젠시아 재무이사는 말했다. 이들이야말로 똑똑하게 실험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패란?
 
1936년 공공사업진흥국(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의 
연방 예술 프로젝트(Federal Art Project) 포스터. 
 
 
원칙 4
손실위험을 통제해 실패비용을 줄여라.
이 원칙은 실패를 하려면 빨리 하라는 원칙과 연결된다. 프로젝트는 실패에 따른 피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대대적 투자를 하기 전에 소규모 실험으로 성공 여부를 타진하는 것도 좋다. 일본 화장품업체 카오(Kao)는 플로피 디스크 사업 진출을 결정하기 전에 고객들이 카오 브랜드가 붙은 디스크 제품을 구매할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다른 생산업체에서 품질 기준에 맞는 디스크를 구매해 카오 상표를 붙여 시험판매를 시작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카오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반응이 부정적이었다면 회사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중단했을 것이다.
 
뿌리 깊은 습관을 깨야 할 때도 있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 첨단 기술기업의 최고혁신책임자(CIO)는 새로운 제품 분야에 뛰어들기 전에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소 직원들이 먼저 기술 타당성을 조사하는 회사의 관행에 의문을 품었다. 기술 타당성 조사는 대개 2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고 조사를 한다 해도 사업 타당성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이 방법을 바꾸기로 결심한 CIO는 시제품을 만들어 잠재고객에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회사는 제품의 외관 디자인과 사용 용이성, 기존 시스템과의 합치성 등 고객의 제품 구매를 방해하는 비기술적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제품 제작 비용은 2만 달러 정도였다. 기술 타당성 조사보다 훨씬 저렴했다. 소요 기간도 기존의 9∼12개월에서 수주 이내로 크게 단축됐다.
 
3M은 실패에 관용적인 문화로 유명하다. 그러나 제너럴일렉트릭(GE) 출신의 전 CEO 짐 맥너니(Jim McNerney)는 이런 문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식스시그마 등의 품질관리법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연구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3M 생산 공장 차원에서는 적절한 조치였을 수 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결과를 지나치게 강조하자 3M 직원들은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지 않았다. 2005년 조지 버클리(George Buckley)가 새로운 CEO로 취임했다. 모험을 시도하는 기업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버클리는 연구소에 식스시그마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단, 조건이 있었다. 실패에 따른 피해는 통제 가능한 범위에 머물러야 했다.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적게 생산하고 적게 판다’는 3M의 전통적 경영 철학은 다양한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저렴한 제품을 공급한다는 버클리 CEO의 원칙과 맞물려 경기침체 속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원칙 5
불확실성을 통제한다.
친숙한 사업 분야에서는 굳이 실패를 독려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기업의 현재 역량과 완전히 분리된 분야에서 실패하는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패에서 배운 내용을 아마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앞뒤 맥락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실패로 배운 교훈을 기존 지식과 연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도전적인 기업인 구글도 실험에 실패한 적이 있다. 인터넷과 무관한 라디오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구글은 인터넷 광고처럼 라디오 광고의 가격 책정을 자동화하려고 했다. 방송국이 구글에 광고 가능한 시간 일부(가능하면 전부)를 할당하면 구글은 입찰을 통해 광고주끼리 경합을 시키는 사업 방식을 구상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방송국이 구글에 통제권을 넘겨주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구글이 내세운 입찰 가격은 방송국의 직접 판매가보다 낮았다. 수요가 올라가면 자연히 입찰 가격도 올라간다고 구글은 주장했다. 하지만 선뜻 모험을 하려는 방송국이 없었다. 광고주들도 미리 여러 광고를 묶어 가격을 협상하는 관행에 익숙해 구글과의 거래를 꺼렸다. 결국 2009년 구글은 사업을 접었다. 에릭 슈밋(Eric Schmidt) CEO는 클릭 횟수와 페이지 이동 등을 통해 광고 효과를 측정할 수 있었던 인터넷과 달리 라디오 광고의 효과를 측정할 수 없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라디오 사업 진출로 구글이 투자한 금액은 1억 달러가 훌쩍 넘는다. 물론 구글에는 별로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실패 후에도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점은 치명적이었다. 구글의 핵심 사업과 라디오 사업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서 해소해야 할 불확실성의 수는 최소화하는 게 현명하다. 컨설팅업체 베인(Bain)의 크리스 주크(Chris Zook)는 인접 영역 공략을 통해 불확실성의 수를 줄일 것을 권고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존 제품을 새로운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같은 가구를 판매하는 이케아(IKEA)가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고객에게 기존 제품과 연관된 신제품을 권유한다. 웰스파고(Wells Fargo)는 이런 식의 교차판매로 큰 성공을 거뒀다. 셋째,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기존 역량을 활용한다. 생산공장 관리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한 화학업체 에어프로덕츠앤캐미컬(Air Products and Chemicals)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관건은 기존 사업과 인접한 분야에서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성공사례를 활용하는 것이다. 주크는 중요한 불확실성의 수는 1개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필자가 중요한 불확실성을 시장(가격, 고객 수용, 제품 외관)이나 기술과 역량(표준, 확장성, 인재 활용 가능성) 분야 중 한 곳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불확실성이 두 개의 분야에서 동시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험을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장기 프로젝트를 짧게 나눠 진행하는 것이다. 나노 기술이 상용화되면 물체를 분자 단위로 나누어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나노 기술의 현주소는 어떤가? 주름이 잡히지 않는 바지, 지문이 묻지 않는 휴대전화 화면이 나노 기술의 결과물이다. 지금으로선 이런 식의 절충 방식이 시장에서 더 잘 먹힌다. 신기술을 친숙한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패를 용서하라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통업체는 실패가 용인될 때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 프로젝트에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다.
● 신중히 계획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다면 확실히 믿을 수 있다.
●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추가 조사를 수행하는 게 행동에 나서 실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 투자 비용이 낮다.
● 기본 가정을 문서화하고 기록했다.
● 기본 가정을 검증할 계획이 있다.
● 실패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며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비용 통제가 가능하다.
● 투입 자원은 프로젝트의 진전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 성공 기준을 명확히 수립했고 기회가 충분히 있다.
 
 
 
원칙 6
똑똑한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를 구축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담당한 업무가 잘못되면 경력에 해가 될까 두려워한다. (물론 정말 그럴 때가 많긴 하다!) 따라서 기업의 고위경영진은 ‘똑똑한 모험’을 권장하고 모험이 실패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경영 철학을 수정하면 얻는 혜택도 상당하다. (부속 글 ‘실패를 용서하라’ 참조)
이를 위해서는 CEO가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래플리(A.G Lafley) P&G 회장은 재직 기간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는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뜻은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을 추구한 증거이며 자신은 급진적 혁신을 찾는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CEO 재직시절 출간한 저서 <게임 체인저(Game-Changer)>에서 P&G 역사상 가장 값 비쌌던 11개의 실패사례를 선정한 후 각각의 사례에서 얻었던 교훈을 열거하며 실패를 축하한다. 실패 이유는 ‘상당한 고객 행동 변화 필요(가정용 드라이클리닝 기구)’부터 ‘눈에 띄지 않는 변화(새로운 세탁 세제)’까지 다양하다.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는 조직의 모든 부서가 관여할 때 가능하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는 한 부서장은 직원 평가기간에 팀원들에게 “실패한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뛰어난 직원들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 때문에 실패도 그만큼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똑똑하게 마무리하는 법
 새로운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훈련된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조차도 프로젝트에서 잘 빠져나오는 방법을 모를 때가 많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려면 다음의 단계가 필요하다.
1. 정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점검해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2. 프로젝트로 얻는 편익과 계속 진행할 때의 예상 비용을 비교한다. 초기 예상했던 편익 창출이 더는 불가능하면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
3. 해당 프로젝트와 자원 투입이 필요한 다른 프로젝트를 비교한다. 다른 프로젝트 대비 매력도가 떨어진다면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한다.
4. 프로젝트팀이 중압감에 시달리지 않는지 평가한다.
5.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프로젝트 팀원의 의견만 듣지 말고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객관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외부인을 참여시킨다.
6. 중단 결정을 내릴 때에는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7. 프로젝트 기간에 개발된 결과물과 역량의 활용 방안을 연구한다.
8. 프로젝트가 중단될 때 영향을 받는 사람이 누군지를 파악하고 이들의 실망감을 달래주거나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계획을 준비한다.
9. 팀원들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밤샘 축제, 연극, 기념식 등의 상징적 행사를 연다.
10.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직원에게 이전 프로젝트만큼 흥미로운 기회를 다시 마련해준다.
 
 
 
원칙 7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문서화하고 공유한다.
똑똑한 실패로 얻은 교훈을 팀 및 부서, 혹은 기업 전체가 공유하지 않는다면 실패 경험은 아무 소용이 없다. 교훈을 도출하고 전달하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간중간 사후 점검 및 분석을 실시하고 큰 진전이 있을 때마다 상황을 확인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마무리 회의를 통해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각각의 단계에서 어떤 가정을 했고, 실제로 결과는 어떻고, 가정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며, 이후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의논한다. 이때 잘잘못을 따지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기본 원칙을 ‘예측(projections)’이나 ‘자료(data)’가 아닌 ‘가정(assumptions)’으로 규정하라. 그러면 서로를 비난하려는 유혹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IT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본 대기업과 프로젝트 분석을 실시한 적이 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인터뷰를 했고 각각의 결정이 내려진 시점을 시간표로 작성했다. 회의를 시작할 때 IT 시스템 구축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먼저 설명했다. ‘당신만 실패를 한 게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프로젝트를 처음 계획했던 4년 전에 어떤 내용들을 가정했는지를 점검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사람들은 이 분석 결과를 보고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우리는 프로젝트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던 5개의 결정 사항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당시 어떤 내용을 가정했는지 살피고, 무엇을 고쳐야 하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논의했다. 그리고 2개의 분과 회의를 가졌다. 한 곳에서는 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를 논의했고 다른 한 곳에서는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 가능한 교훈을 이끌어냈다.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분과 회의를 통해 실패의 교훈을 확정한 뒤 이를 기록해서 다른 부서에 전달할 책임자를 지정했다.
 
글 도입부에 했던 얘기로 되돌아가보자.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실패가 불가피하다. 이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패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관행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똑똑한 실패를 추구할 것인가?
 
고위경영진이 모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CEO는 실패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실패를 축하하는 상징적 의식(symbolic rituals)을 도입해서 실패에 개방적인 문화를 조성한 기업도 있다. 계약 및 다른 수단을 통해 모험 감수의 기본 원칙을 밝히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실패를 자주 이야기한다면 직원들도 부담 없이 실패를 논하게 된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원만하게 마무리하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간다면 피치 못할 실패를 잘 견뎌낼 수 있다. 실패에서 배우며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공을 구가하며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리타 군터 맥그래스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다. 변동성 높은 경영 환경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혁신을 추진하는 법을 연구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8호 The Rise of Flexitarians 2022년 0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