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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ing the Co-Creative Enterprise

고객과의 공동 가치창조 성공하려면 이해당사자의 경험을 전략에 녹여라

벤캇 라마스와미 | 80호 (2011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0년 10월 호에 실린 벤캇 라마스와미와 프란시스 귈라트의 글 ‘Building the Co-Creative Enterpris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경험에 대해 고민한다. 이들 기업 중에서 소비자 경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다른 이해관계자들, 이를테면 자사 직원과 협력업체, 유통업체, 비정부기구(NGO), 규제기관의 경험까지 신경을 쓰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 단순히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신경을 쓰는 기업 말이다.
 
물론, 기업들이 오랫동안 이해관계자와 믿음직한 관계를 수립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 이들을 적극 개입시키려고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과거 일본식 참여 경영,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 품질 분임조, 린(lean) 생산, 식스 시그마 등이 도입됐고,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와 기업 웹사이트에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도록 하는 경영 방식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고객을 제외한 이해관계자의 경험은 여전히 찬밥 신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들의 의견 자체가 대폭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창조적 본능을 발휘해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고 정해진 생산 절차를 묵묵히 따르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요즈음에는 양방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들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 이들은 위계질서에 매달리고, 이해관계자가 제품 및 서비스로부터 얻는 경험이나 이를 결정짓는 요소보다 자신들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더 연연한다.
 
다행히도 이해관계자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일부 선도 기업이 제품 개발 과정에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레고(Lego)다. 소비자들은 레고 장난감 로봇이나 건축 모델을 설계하는 기회를 얻었고, 원하는 로봇을 신청하거나 자신이 설계한 로봇 등을 레고 웹사이트에서 다른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게 됐다. C.K. 프라할라드 교수와 이 원고의 공동필자 중 한 명인 벤캇 라마스와미는 이렇게 달라진 기업-고객 관계를 지칭하기 위해 ‘공동 창조(co-creation)’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지난 10년간, 시스코나 델, 프록터앤드갬블, 소니, 스타벅스, 유니레버 등의 기업들은 고객과의 공동 창조 개념을 수용하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최종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려면 먼저 내부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업무 절차 분석에서 종종 간과됐던 점이기도 하다.
 
예전에 유럽 대형은행의 저가 변액 생명보험 상품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해당 은행의 생명보험 부서는 상대적으로 신생 기업이었던 네덜란드 ING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었다. ING는 보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유통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영업 방식을 고수하던 기존 은행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전통적인 프로세스 디자인은 “비용 및 상품 출시 기간을 최소화하면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제품 개발 및 판매 절차를 어떻게 재설계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고객 인터뷰를 통해 기본적 요구 상황을 파악하고, 기존 상품 개발 및 출시 절차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 단계나 인수인계의 수를 감축시켜 보다 효율적이고 조직화된 절차를 수립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경험에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소한의 고객 경험만을 보장하는 정도에 그친다. 예를 들어 다른 은행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금리, 고객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잘 훈련된 자문 인력, 이해하기 쉽고 포괄적인 상품 브로셔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공동 창조 방식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먼저 새로운 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거나 이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모든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필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 유럽은행은 보험상품 관리자, 계리사, IT 담당자, 은행 보험 전문가, 지점장, 지점의 선임 상담사, 하급 상담사 등 7개 유형의 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이들은 워크숍에서 과거 내놓은 상품에 관해 고객 및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은행은 하급 보험 상담사의 경험이 바뀌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급 상담사의 업무는 계좌 개설, 상품 안내서 전달 등 창구 업무로 제한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대부분은 25∼35세였다. 이들은 자신의 직업에 별다른 희망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상황이 더 나아질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많은 하급 상담사들이 수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뒀다. 은행에서 경력을 개발하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투자 상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했다. 하지만 지점 책임자나 선임 상담사들은 투자 위험이 있는 상품을 ‘자격 없는’ 하급 상담사에게 맡기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면 하급 상담사들은 새로 나온 생명보험 상품을 복잡한 투자 상품을 익히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식스 시그마 프로젝트라면 하급 보험 상담사들의 경력 개발 욕구를 하나의 요인으로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 창조를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경험 공유를 통해 자신과 상호작용을 하는 상대방의 상황을 잘 이해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새롭고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유럽 은행은 워크숍을 통해 하급 보험 상담사와 신규 상품의 목표 고객 사이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규 보험 상품은 자산이나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고객층, 다시 말해 하급 상담사와 같은 연령대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이들 목표 고객층은 하급 상담사처럼 재테크 노하우를 익히고 싶어했다. 하지만 복잡한 투자 이론이나 위험, 수익 등과 관련된 전문용어에 위축돼 있었다. 그리고 돈을 잃을까 두려워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하급 상담사와 고객이 선임 상담사나 본부 투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투자의 기본을 함께 익힐 수 있다는 게 자명해졌다.
 
 
해당 은행은 실험적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본사에서 투자 전문가를 파견해 지점의 하급 상담사와 고객들에게 신규 상품을 설명해 주는 설명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설명회는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에 비공식적으로 열렸다. 주중 영업 시간에는 하급 상담사들이 고객과 은행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선임 상담사가 이들의 요청에 따라 전문 지식을 제공했다.
 
설명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급 상담사들은 신규 상품의 영업 방식을 공유할 수 있는 사내 인트라넷을 요청했다. 은행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트라넷을 개설했다. 인트라넷의 결과가 좋자 나중에는 고객들을 위해 비슷한 웹사이트를 열었다. 이 곳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일상에서의 절약(고객이 원하는 주요 재정 목표 중 하나였다) 노하우를 공유하고 상담사의 조언을 들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새로 선보인 보험 상품은 은행의 생명보험 사업 역사상 최대의 성공(출시 2년 간의 매출 기준)을 거뒀다. 은행은 하급 상담사와 고객을 위한 비공식적 모임을 열고 웹사이트 등을 개설해 신상품의 영업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젊은 고객층의 충성도도 크게 상승했다. 또 경력을 개발할 수 있는 상품과 절차가 도입되면서 하급 상담사의 높은 이직률도 크게 감소했다. 공동 창조 절차는 은행의 비용을 낮춰주며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선사했다.
 
공동 창조의 4대 원칙
지난 5년간 십여 개 기업의 공동 창조 프로젝트를 연구하거나 지원한 우리는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기업에도 적용 가능한 4대 기본 원칙을 도출했다.
 
고객과의 공동 창조 프로젝트에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할 사람은 없다. 이 ‘합당한 가치’란 개인의 입장에서 심리적 가치(직업 만족도, 능력을 인정받는 느낌, 자부심)나 경제적 가치(수입 증가, 새로운 직업 능력 연마, 자기계발 기회)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적 가치 창출(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매출 증가, 자산 및 자본 기준 완화)이나 사회 발전에 기여할 만한 기회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공동 창조 프로젝트의 좋은 사례가 바로 프랑스 국영 우체국 라 포스트(La Poste)다. 라 포스트 경영진은 인터넷 상용화로 주력 사업이던 우편물 배달 사업이 빠르게 침체되자 금융 및 택배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첫째, 기계적으로 주어진 업무만 소화하는 창구 직원들은 대부분 강성 노조에 가입해 있었다. 둘째, 지점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 셋째, 지점 관리자들은 근로 의욕이 없는 창구 직원과 지시만 내리는 지역 본부 및 본사 사이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라 포스트 경영진은 우선 전사 차원의 서비스 목표를 설정하고, 각 지점의 창구 직원과 관리자가 서비스 목표 달성 방안에 관해 지역 고객과 의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창구 직원을 설득하고 이들의 참여를 얻어내기 위해 경영진은 근무 시간표를 결정할 때 창구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지역별 지점 직원들이 참석하는 워크숍에서 창구 직원과 고객, 지점 관리자들은 각 지점의 영업 시간과 사무실 공간 배치까지 결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체국 공간을 재설계하고 근무 시간을 조정하면서 고객 대기 시간은 무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오랫동안 하락하기만 했던 고객 만족도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점 관리자와 창구 직원의 업무 만족도도 크게 증가했다. 불경기로 다른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1년간 우체국 택배 사업과 금융 사업은 고성장을 거듭했다.
 
공동 가치 창출을 위한 최고의 방안은 모든 이해 관계자의 경험 개선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경제적 가치 창출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공동 가치 창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조직은 이와 반대로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기타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경험 창출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관계자 자신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근무 방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일례로, 직장에서의 근무 경험은 우리가 동료나 상사, 부하 직원, 인사부, 고객, 협력업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기업이 이러한 근무 절차를 결정하고, 직원은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직원의 근무 경험은 평범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직원을 위해 최적화된 방식도 아니고 직원이 이를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에게 자신이 일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준다면 직원들은 스스로 근무 경험의 질을 높이며 보람을 느낄 것이다.
 
이런 공동 창조 개념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해관계자에게 그들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 무질서나 재정 파탄의 지름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공동 창조는 무한대의 자유가 아니다. 경영진이 결정한 전체적 전략 방향과 범위 안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객 지원 서비스 아웃소싱 업체 ‘24/7 커스터머(이하 24/7)’는 주요 사업을 콜센터 및 비용 절감 서비스에서 미국 및 유럽 고객사의 서비스 절차를 원격 재설계해주는 사업으로 바꾸는 전략을 세웠다. 인도에서는 이처럼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대졸 인력을 모집하려면 단순히 높은 연봉 이상의 것을 구직자에게 제시해야만 한다. 능력 있는 대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했기 때문에 24/7은 이들에게 더 나은 근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꾀했다. 신입사원이 스스로 팀을 조직해 팀별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4/7이 모집하려 했던 대졸 구인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방식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방갈로르와 같은 대도시에서 야간 근무를 하다가 퇴근길에 강도를 만나거나 공격을 당할까 걱정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다. 또한, 팀별로 근무 일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었기 때문에 팀원 한 명이 사정이 생기거나 휴가를 내게 되면 알아서 대체 근무자를 찾거나 근무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다.
  
 공동 창조를 위한 문제 해결 절차
기존에는 업무 절차를 수립할 때 명확히 규정된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기존 절차를 정리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불필요한 단계와 업무 이관을 줄여 효율성을 증대하고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전체 이해관계자보다 자사 및 고객의 이익에만 신경을 쓰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러나 공동 창조 과정은 그 반대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기 위해 노력한다. 공동 창조는 모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출 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도 고려한다. 다음은 공동 창조를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절차다.
 
1.해당 절차와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직원, 고객, 협력업체, 유통업체, 지역사회 등)를 파악한다.
2.각 이해관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파악한다.
3.이해관계자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할 워크숍을 조직한다.
4.새로운 상호작용을 위해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대화를 지속시킬 방법을 개발한다.
 
공동 창조의 장점
기업: 사업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매출 및 수입원을 확장하는 동시에 비용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해관계자: 더 나은 경험을 얻고, 경제적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수입 증가, 새로운 기술 습득, 자기계발 기회). 심리적 가치 또한 증가한다(업무 만족도 및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느낌 강화, 자신감 배가).
 
 
팀별 모집 방식이 대졸 구직자의 호응을 받으면서 24/7은 역량 있는 대졸자들의 지원을 다수 받을 수 있었다. 그룹으로 모집한 직원의 이직률은 개별적으로 채용된 직원보다 낮았다. 또한, 팀별로 근무 일정을 결정하는 권한을 주었기 때문에 팀의 생산성 또한 다른 직원의 생산성보다 10% 높았다. 기존 부서에서는 대체 근무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10%에 이르렀지만 팀에서 대체 근무자를 찾지 못해서 근무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해관계자는 반드시 서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업무는 위계질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생한다. 누군가 명령 혹은 주문을 받아 이를 넘기면 그 다음 사람이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개인이 함께 의사소통 할 기회는 사라진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큰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사업 운영상의 문제는 복잡했고,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은 게 다반사였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성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뭐가 문제인지 논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 참여할 사람들을 한 번에 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단 모든 관련 당사자를 한자리에 모아 이들이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한 다음 참여가 필요한 다른 이해관계자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스타벅스가 그 좋은 예다. 스타벅스 웹사이트의 고객 의견란(My Starbucks Idea)에는 갓 구운 샌드위치 같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매장에서 판매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꽤 많이 접수됐다. 회사는 먼저 ‘영양가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고객은 이 음식에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생산비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결정해야 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 부서는 고객 의견란에 고객뿐 아니라 사내 영양사와 잠재 협력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토론방을 만들었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한 고위 경영진은 매장에서 갓 구운 음식을 판매할 때 음식 냄새가 커피 향을 덮어버려 ‘커피숍의 느낌’이 손상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 사이에 많은 토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해관계자가 상호작용하고 경험을 공유할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IT부문의 발전 덕분에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경험을 공유하고 상대편의 문제나 우선순위를 이해하도록 돕는 IT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일례로, 주요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특정 제품의 납기 배송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치자. 대개의 경우 이러한 위급 상황을 알려주는 수치 자료는 기업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저장된다. 그러나 부품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영향을 받게 될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는 경우가 많다. 모든 관계자는 부품 부족을 인지하고 다른 부서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웃돈을 얹어서라도 다른 공급처로부터 해당 부품을 구매하거나 고객사의 양해를 구하고 납품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고객 의견란은 이러한 종류의 대화를 유도하는 공동 창조의 공간이다. 프랑스 텔레콤의 대표 브랜드인 오렌지가 마련한 업무 절차 개선과 상품 재설계, 근무 조건 최적화를 위한 직원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인트라넷 ‘아이디클릭(IdClic)’도 이와 비슷한 예다. 아이디클릭은 단순히 직원 의견만 취합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알리도록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댓글을 달면 포인트를 줘서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오렌지가 해당 사이트를 개설하고 3년이 지난 2010년 초까지 약 9만3000개의 의견이 접수됐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 이상이 의견을 게시하거나 댓글을 달았다. 이 결과 7500개 프로젝트가 실행됐고, 회사는 6억 유로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이거나 비용을 절약했다.
 
이렇게 포괄적 범위에서 이해관계자와의 공동 창조가 이뤄지면 업무 과정에 대한 이들의 참여가 증대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창의성이 강화된다. 또한 이직이 줄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전략
가치:특정 고객 경험을 목표 고객에 전달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목표:시작부터 전략 목표를 확고히 수립하고 이를 바꾸지 않는다.
우선순위: 기업의 이익에만 집중한다. 가치가 창출되면 경쟁기업 혹은 가치사슬의 다른 주체와 비교해 자사의 몫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쟁우위:대규모 투자, 인수, 자기 자산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을 경쟁업체보다 먼저 단행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업무 설계 및 전략
공동 창조는 운영 및 전략에 대한 기업의 사고 방식을 변화시킨다. 기존 방식에서는 기업 활동 및 업무 절차가 사업 설계를 위한 기본 바탕이었다. 가치사슬의 연결 고리나 각 단계는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되고, 기업은 비용이 가장 낮은 방안을 선택해 생산에 돌입하거나 시간 및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업무 절차의 일부를 과감히 생략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쟁우위나 사업 모델을 창출해줄 관계자의 경험은 대체적으로 무시했다.
 
구조 혁신 또한 시스템상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제한적이고(문제의 영향을 받는 개인이 아닌 기업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절차를 결정한다), 부정적이며(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방법이 가장 쉽다),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구조 혁신 프로젝트는 업무 절차와 단점을 ‘기존’ 시각으로 분석해서 변화의 폭을 스스로 제한한다) 문제 영역 진단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공동 창조에는 이런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업무를 재설계하는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자신을 위해 새롭고 긍정적인 경험을 상상한다. 유럽 은행의 보험 상담사와 신규 상품의 목표 고객이 제안했던 비공식적 만남이나 웹사이트처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고안해내기도 한다. 또한, 공동 창조는 기존 전략 구성 방안의 단점을 모두 피할 수 있다. 사업 설계와 전략에 관한 기존 사고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한계점이 있다.
 
첫째, 기업과 산업의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한다.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기업은 자사가 속한 산업 및 가치사슬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기 위해 경쟁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도록 도와주는 경쟁우위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한다. 경쟁우위는 당연히 각 기업의 사업 범위 내에 위치한다.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기존 전략은 인수 혹은 신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처럼 그 규모가 크거나 가시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경우 경쟁업체는 다른 업체를 인수하거나 동일한 신기술에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감행해서 격차를 없앨 수 있다. 반면, 이해관계자와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경험 사이의 상호작용을 신중히 조합하는 공동 창조는 전통적 전략가들이 쉽게 간파할 수 없는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상호작용과 경험은 관찰과 모방이 어렵기 때문에 공동 창조를 통해 만들어지는 경쟁우위는 장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하다.
 
둘째, 협력을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생태적 환경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와는 반대로 공동 창조를 위한 패러다임에서는 전체 환경에 초점을 두고 전략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기존 방식과 달리 전체 환경에서 개별 기업이 가지는 위상은 중요하지 않다. 공동 창조는 기업을 비롯한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새로운 가치사슬 창출에 주력한다. 우선순위는 전체 파이의 크기를 키우고 기업 생태 환경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해당 파이에서 기업의 몫을 극대화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셋째, 불확실성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데도 초기에 전략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공동 창조를 위한 패러다임에서 전략은 기업의 각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경험을 개선하면서 서서히 구축된다. 기업은 전략 목표를 수립하는 동시에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대상 고객을 결정하고, 기업 생태환경에 속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운명과 기업의 운명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전체 전략은 기업이 조직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지만, 그 상세 내용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이해관계자들이다.
 
가치 및 경쟁, 전략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시각은 빠른 기술 발전과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기존 사업 모델의 유효성이 상실된 현재의 기업 환경을 정확히 반영한다. 신흥 시장이 그 좋은 예다. 많은 기업 경영진이 깨달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선진국 시장에 맞춰 구성된 사업 모델을 신흥 시장에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신흥 시장에서는 제품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활동 비용이 선진국 시장보다 10배는 낮아야 그나마 다른 기업과 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60억 달러 규모의 인도 대기업 ITC가 증명해 보인 것처럼 협력을 통한 창조는 개도국 시장에 적합한 효과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도록 도와준다.
 
 
인도 시장에서 협력을 통해 기업 생태환경 구축하기
ITC는 2000년에 2개의 사업부문에서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하나는 콩을 비롯한 1차 상품 수출 시장에서 자사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새로 시작한 가공식품 사업을 위해 양질의 농산물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인도의 농산물 품질은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농가 생산성도 매우 낮아 ITC의 빠른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문제의 원인은 명확했다. 농작 효율성이 낮은 소농들이 농작물의 대부분을 생산했고, 정부가 운영하는 농산품 시장은 구조가 불투명하고 부패가 만연했다.
 
ITC는 기존의 전략 방식과 공동 창조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기존 방식은 조각조각 갈라진 농지를 인수하거나 임대해서 대규모 농장을 만들고, 훈련받은 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기는 미국과 유럽의 방식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농장에서나 가능한 농작법과 농산물 품질, 생산성 기준을 내세우며 엄격한 구매 계약을 강요해서 소규모 독립 농가들이 다른 농가와 합병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다른 경쟁기업이라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아무 망설임없이 이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고, 농부들의 경험과 소망, 애환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ITC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인도식 가치관을 지닌 ITC 경영진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규모 농가의 애환을 이해하고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강한 의지에 공감했다. 경영진은 농부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ITC 경영진은 농가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려면 농부들이 더 나은 농작법과 관행을 배우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ITC는 ‘각 농부의 경험 향상’을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
 
ITC는 NGO나 인도 정부를 포함해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모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워크숍에서는 생산량 증가 및 품질 향상법을 농부들에게 가르쳐주는 포럼을 개최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농부들은 농작물의 효과적 저장 방법과 수입이 극대화되는 판매 시점을 알고 싶다고 했다.
  
 공동 창조 전략
가치:모든 이해관계자의 경험을 끊임없이 개선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목표:시작할 때 정한 전략 목표는 기본틀이 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전체 전략을 다듬어 나간다.
우선순위: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며 전체 파이의 크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기업의 상대적 몫을 늘리는 일은 그 다음이다.
경쟁우위:이해관계자의 참여 확대와 새로운 상호작용 및 경험 형성으로 생산성과 창의성을 촉진하고 비용 및 위험을 줄여 경쟁우위를 확보한다.
 
 
의견을 수렴한 ITC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간이 스탠드 ‘e-추팔(choupal)’을 설치했다. (추팔은 힌두어로 ‘만남의 장소’를 의미한다.) 각 마을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4∼5km)에 위치한 e-추팔의 컴퓨터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면 지역 방언으로 작성된 일기 예보, 농작물 가격 등의 농사 관련 소식과 농작물에 대한 조언을 볼 수 있고, 농부들이 농업 대학 과학자나 ITC 기술 전문가,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 다른 농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농지에 대한 기록 문서 열람, 보건 및 교육 서비스와 함께 가축 사육이나 작물 파종 등과 관련된 최신 소식을 NGO로부터 받아보는 일도 가능하다.
 
ITC 현장 직원들은 마을의 대표 농부, 힌두어로 ‘산찰락(sanchalak)’을 선정해 e-추팔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겼다. 산찰락은 e-추팔을 운영하면서 농부들의 단체연수 과정을 조직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이들은 ITC의 대리인이나 영업 중개인과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농부 대표로서 산찰락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같은 마을의 다른 농부들이었다. 산찰락은 농부들이 ITC에 농산물을 판매하면 그에 대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았으며,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부들은 산찰락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문제와 걱정을 알리고 해결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산찰락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비교하고, 다른 농부 및 ITC 직원들과 e-추팔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농부들이 제기한 문제 중에는 ‘만디스(mandis)’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전통적 농산물 시장인 만디스는 비효율성과 부패로 악명이 높았다. 아직도 많은 만디스들이 이 같은 문제로 농부들에게 괴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만디스 상인들은 걸핏하면 중량과 가격을 속였고, 물건을 사 놓고도 당일에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분명 정부 규정을 위반하는 관행이었다.
 
워크숍에서 ITC는 산찰락, 농부들과 함께 이들이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하고도 편안한 시장 유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장만 있다면 양질의 농산물 직거래가 가능했고, 취급비용 또한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ITC 시장 네트워크다. 중심시장이라 할 수 있는 추팔 사가(choupal saagar)는 40∼50개의 e-추팔을 포함한다. 추팔 사가에서는 만디스와 달리 전자 저울을 사용하고 객관적으로 품질을 테스트하며 농부들에게 현장에서 즉시 모든 가격을 지불한다. 깨끗한 화장실처럼 현대적인 시설도 갖추고 있다. 현재 ITC는 10개 주에서 6500개의 e-추팔과 150개의 추팔 사가를 운영하고 있다. 4만 개 이상의 마을에서 400만 명의 농부들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ITC의 조달 관련 거래비용은 25∼30% 감소했다. ITC가 시작한 변화 덕분에 회사는 양질의 농산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조달하고 있다. 덕분에 수출 사업과 가공 식품 사업의 규모는 계속 확장될 수 있었다.
 
ITC의 공동 창조는 결코 끝나지 않는 노력이다. 농부와 산찰락, 추팔 사가 관리자, ITC 직원들은 대화와 토의를 통해 비료와 종자, 살충제, 기기 등을 판매하면서 토양 테스트와 농경법을 지원하는 시설을 추팔 사가에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ITC는 이를 즉시 실행에 옮겼다. 제품을 대량 구매할 수 있는 센터는 농부들이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당연히 ITC에 새로운 수입원이 됐다. ITC는 추팔 사가에 유통 매장을 열어 식료품 및 소비자 제품을 판매하다가 지금은 금융 서비스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현재 출시 중인 휴대전화용 애플리케이션은 시골 주민을 포함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월 1달러에 다양한 농사 정보와 기타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ITC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동안 ITC 경쟁 기업들은 기존 전략을 고수하며 소규모 농장을 인수해 통합하고 기업형 농장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 중 성공을 거둔 기업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공동 창조 방식을 택하면서 ITC는 최초의 영업 목표를 모두 달성함과 동시에 다른 목표 또한 추가로 이뤄냈다. 인도 시장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업 모델과 경쟁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농부들의 생산성은 대폭 상승했고, 농작물의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농가의 수입은 증대됐고, 농부들은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가지게 됐다.
 
 
공동 창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에 엄청난 기회를 선사한다. 개인들은 오래 전부터 공동 가치 창출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이제는 기업이 반응할 차례다. 영업 절차의 효율성이나 기존 가치사슬 내에서의 경쟁우위 유지에만 집중하던 기업의 관리자들은 이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상호작용을 설계하고 이들의 개입을 유도할 새로운 장을 만들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야만 한다.
 
관리자가 공동 창조를 시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그 동안 유지해온 행동 및 태도를 먼저 바꿔야 한다.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인재 모집 및 성과 측정 업무에 다른 부서 직원이 참여하면 인사부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기업이 협력업체의 경험을 관리하겠다고 나선다면 구매 관리자는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생산공장 관리자들은 공장의 운영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시정을 요구하는 환경 운동가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해 질색할지도 모른다. 기존 절차의 끝에서 남이 정해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사람들이 그 절차를 구축한 전문가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겸손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두세 명의 주요 이해관계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신제품을 위한 고객 요구사항을 모집한다거나 수주 개선, 혹은 신상품을 위한 최적의 영업 전략을 파악하는 등의 구체적 목표를 정해도 좋다. 이렇게 시작한 다음에는 공동 창조의 범위를 자연스럽게 확장시켜 더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도록 노력하면 된다. 각 단계에 이를 때마다 기업은 새로운 경제 이익을 실현할 것이며, 이를 통해 공동 창조 노력을 지속하고 전략을 개발할 이유를 얻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공동 창조는 인간의 경험을 기업 전략 설계의 중심에 놓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경영진과 함께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민주적 문제 해결의 시대가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벤캇 라마스와미 • 프랜시스 귈라트
 
벤캇 라마스와미는 앤드 아버에 위치한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마케팅 교수로 일하며 정부지원을 받는 전자상거래 프로젝트 홀맨 펠로로 활동하고 있다. 프랜시스 귈라트는 매사추세츠 주 콘코드에 위치한 경영 교육 및 컨설팅 기업, 공동 창조 파트너십(Experience Co-Creation Partnership)의 사장이다. 이들은 공동으로 ‘공동 창조의 힘: 성장과 생산성, 수익 향상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손을 잡아라(The Power of Co-Creation: Build It with Them to Boost Growth, Productivity, and Profits)’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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