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과거의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

69호 (2010년 11월 Issue 2)

지난 십여 년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몇몇 기업이 몰락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석가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몰락의 이유들을 언급하곤 한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 탐욕, 무능한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월급을 받는) 경영진, 미적지근한 규제 환경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몰락한 기업과 살아남은 기업을 분명히 대비시켜주는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위험 관리 접근 방법의 폭과 깊이다.
 
위험 관리가 유일한 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몰락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곤경에 처한 보험회사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위험 관리 부문의 선구자였으며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따로 두고 있었다. AIG의 전 CEO 모리스 R. ‘행크’ 그린버그(Maurice R. ‘Hank’ Greenberg)는 AIG가 ‘보험업이라는 빌어먹을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위험 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arns)는 ‘위험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동급 최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도 베어스턴스를 ‘건전한 위험 관리에 관한 명성을 쌓아 온’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연방전국모기지협회(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인 패니매(Fannie Mae)는 ‘뛰어난 신용 문화와 위험 관리 역량’이 있다고 자랑했고,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Lehman Brothers Holdings)는 경영진이 ‘사내 모든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위험 관리 문화’라 칭할 만큼 뛰어난 위험 관리 문화를 갖고 있다며 자부심을 표현했었다.1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을 비롯해 그에 필적할 만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자부했던 다른 기업들의 위험 관리는 형편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필자들은 엉뚱한 곳에서 위험을 찾으려고 하는 전통적인 위험 관리 개념 및 방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단순히 입으로만 위험 관리를 떠들어대거나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존경 받는 대기업들이 몰락한 이유는 위험 관리 접근 방법에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위험 관리 접근 방법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믿음 하에 지나치게 큰 위험을 떠안아 몰락하게 됐다. 필자들은 전통적인 위험 관리에 대한 의존도가 클수록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되며 회사가 망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고 생각한다.
 
필자들은 이 논문을 통해 좀 더 정교한 위험 관리 방식인 베이지안 접근방법(Bayesian approach)을 활용해 전통적인 위험 관리 방식이 안고 있는 중요한 단점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 데이터의 한계
그 동안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2개의 위험 평가 방법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 객관적 관점, 혹은 빈도주의적 관점(frequentist view)이라 불리는 첫 번째 관점에 의하면, 위험이란 물리적인 세상이 갖고 있는 객관적인 특성 중 하나며, 마치 산소에 원자 번호가 있는 것처럼 위험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달라진다. 확률을 계산할 때에는 반복적인 과거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예(주로 확률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활용)로 동전 던지기, 주사위 굴리기, 날씨 패턴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빈도주의자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전을 던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 자료를 수집한 다음 일반적인 동전을 던져서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이 0.5라고 설명할 수 있다. 혹은 지금껏 수집해 놓은 방대한 양의 과거 기록을 근거로 2011년 7월 4일 뉴욕의 최고 기온이 화씨 95도에 이를 확률이 0.3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두 번째 관점은 주관적 관점, 혹은 베이지안 관점(18세기에 이 접근 방법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영국의 수학자 겸 목사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의 이름을 딴 표현)이다. 베이지안들은 위험이란 물리적인 세상이 갖고 있는 하나의 특징에 불과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위험이 관찰자의 판단, 혹은 관찰 과정으로 인해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거의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다른 정보를 보강해야 한다고 믿는다.
 
동전 던지기와 같은 대표적인 확률 사례는 주로 빈도주의적 맥락에서 언급된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활용해 빈도주의적 관점과 베이지안 관점을 대비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술사가 일반 동전과 똑같이 생긴 동전을 꺼내 들고서 상대에게 10번을 던져볼 것을 부탁했다고 생각해 보자. 앞면이 나온 횟수는 총 5번이었다. 이번에는 마술사가 동전을 한 번 더 던지면 앞면이 나올 거라며 내기를 제안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빈도주의자는 (다른 정상적인 동전을 던진 경우와 더불어) 마술사가 꺼내 든 동전을 던졌을 때 나타났던 ‘과거’의 데이터를 근거로, 앞면이 나올 확률이 0.5라고 답할 것이다. 베이지안은 과거의 데이터를 고려할 뿐 아니라 마술사가 얼마나 똑똑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며, 마술사의 재정 상황이 어떤지를 판단한다. 베이지안이 내놓는 답은 0.5와는 매우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어쩌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1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판단을 근거로 전혀 다른 확률을 내놓을 수도 있다.
방대한 양의 반복적인 데이터가 존재하는 날씨 패턴도 유사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도주의자는 과거 수십 년간 수집해 놓은 데이터를 보고 2011년 7월 4일 뉴욕의 최고 기온이 화씨 95도에 이를 확률이 0.3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만, 베이지안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분석한 다음 같은 날 뉴욕의 최고 기온이 화씨 95도에 이를 확률이 0.3보다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물리적인 세상에 관한 과거의 기록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 세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 확률도 달라진다.
 
베이지안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베이지안 관점은 아직 위험 관리 세계에까지 침투해 들어가진 못했다. 빈도주의적 관점에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특성상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3개의 중대한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위험 관리 접근 방법은 빈도주의적 관점을 활용한다. 빈도주의적 관점의 단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의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과거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을 때에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둘째, 경험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공식적이며 엄격한 역할은 아예 주어지지 않는다.) 셋째, 빈도주의적인 관점을 채택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과학적 진실이 반영돼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빈도주의적 관점으로 안전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생겨나고, 경우에 따라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기업들은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결정(편협한 빈도주의적 패러다임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음)을 내리면서 좀 더 정교하고 포괄적인 베이지안 접근법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외적인 4분기
전통적인 위험 관리 방법의 핵심이랄 수 있는 VaR(Value at Risk)은 빈도주의적 관점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특히 VaR을 통해 전통적인 위험 관리 방법이 과거의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VaR의 기본 개념은 정해진 시간(대개 하루) 내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산출하는 것이다. 계산이 끝나면 산출된 손실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방안이 투입된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4분기가 시작될 무렵 자사가 감수할 수 있는 최대 일일 손실금액이 1500만 달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생각해보자. 4분기 동안 손실이 1500만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은 얼마일까?(‘일일 수익(13분기)’ 참조)
 
빈도주의자는 2008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약 200여 일간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일 수익의 범위가 평균값이 100만 달러, 표준편차(혹은 변동성)가 500만 달러인 정규분포의 형태를 띤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일 손실 금액이 1500만 달러를 넘을 가능성은 0.1%를 하회할 정도로 매우 적다.(‘과거의 기록만을 근거로 산출한 일일 수익 확률’ 참조) 다시 말해 1000분의 1보다 확률이 낮다. 뿐만 아니라, 일일 손실이 2500만 달러를 상회할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베이지안 접근법에서는 다른 종류의 위험과 마찬가지로 일일 수익 또한 판단의 문제라고 여긴다. 판단을 내릴 때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거 데이터를 반영하긴 하지만 과거 데이터만을 잣대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베이지안은 지난 3분기 동안(혹은 그보다 더 긴 기간)의 데이터를 볼 때 표준편차가 500만 달러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반드시 과거와 동일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여느 분기와는 달리 4분기에 ‘연말’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과거와는 다른 (그리고 훨씬 강력한) 사회경제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광범위한 현상의 기저에 깔려 있는 반복적인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베이지안은 자신의 판단을 수량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로 대립되는 현상이 동시에 관찰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시장 상황 악화로 4분기의 변동성이 증가할 (혹은 2배로 늘어날) 가능성과, 새롭게 실시된 규제 정책으로 변동성이 감소될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베이지안은 4분기에 변동성이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30%, 변동성이 2배로 증가해 1000만 달러가 될 가능성이 30%, 변동성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250만 달러가 될 가능성이 40%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이미 예상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주관적인 정보와 빈도 데이터를 결합하면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한 것보다 분포의 폭이 넓어진다.(‘일일 수익 확률 수정’ 참조) 베이지안은 수정된 분포를 바탕으로 일일 손실이 1500만 달러를 넘을 확률이 약 2%(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을 택했을 때보다 20배 이상 큰 수치)이며, 일일 손실 금액이 2500만 달러를 넘을 확률은 작긴 하지만 극미하진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VaR에 대한 베이지안 접근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7년이다. 이후 2000년과 2004년에 최초의 아이디어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적인 아이디어가 등장했다.2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얻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금융 분석가 리카도 레보나토(Riccardo Rebonato)가 2007년 발표한 저서 <점쟁이의 역경: 금융 위험을 다르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Plight of the Fortune Tellers: Why We Need to Manage Financial Risk Differently)>3 는 베이지안 접근 방법을 강조하는 몇 안 되는 위험 관리 서적 중 하나다.)
베이지안 접근 방법을 택하면 손실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베이지안이 상황이 악화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베이지안 접근 방법을 택할 때 손실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이 세상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라는 깨달음과 빈도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역할이 독점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 이 접근 방법에 명확하게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베이지안 관점에는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베이지안 관점은 판단과 과거의 데이터를 동등하게 통합하기 위해서 판단을 수량화하며, 불가피하게 남아 있는 불확실성을 인정한다.
 
두 가지 접근 방법의 손실허용 한도가 99.9%인 상황에서 2008년 4분기의 실제 일일 손실은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과 베이지안 접근 방법을 택했을 때 각각 1500만 달러와 2700만 달러에 이른다.(‘1년 동안의 일일 수익’ 참조) 손실허용한도가 정확하다면, 손실이 허용한도를 넘을 가능성은 1000분의 1이 돼야 한다. 4분기에 약 50번 가량 ‘실험’을 진행한 후, 필자들은 4분기 동안 손실허용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08년 4분기는 매우 격동기였다. 손실이 급격히 증가했고 빈도주의적 관점보다는 베이지안 관점과 일치할 때가 훨씬 많았다.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에 따라 설정된 손실허용한도를 초과한 사례가 15회에 달했으며, 베이지안 접근 방법에 따라 훨씬 높게 설정된 손실허용한도를 초과한 사례도 6회에 이르렀다. 물론, 이는 베이지안 관점이 훨씬 포괄적이며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필자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사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사례가 제시하는 전반적인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의 판단에 반영돼 있는 현실 및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위험 관리가 사실이라는 환상을 바탕으로 하는 위험 관리보다 뛰어나다.

달라진 강우 패턴?
날씨를 통해서도 위험 평가시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과 베이지안 접근법이 명확하게 대비되며, 베이지안 접근 방법에는 데이터와 판단이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다. 회사의 성공 여부, 심지어 존폐 자체가 강우량에 달려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는 식수 공급업체일 수도 있고, 수력 전기를 바탕으로 하는 에너지 회사일 수도 있으며, 농업 관련 회사일 수도 있고, 강우량에 따라 투자금액이 달라지는 금융회사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00mm의 강우량이 이 회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 보자. 즉, 주기적으로 연간 강우량이 1000mm에 이르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최소한 5년에서 10년을 주기로 강우량이 1000mm에 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향후에 강우량이 1000mm 이르지 않을 위험을 평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을 택하면 확률 계산을 위해 데이터만을 활용하며 널리 통용되는 통계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즉, 강우량 패턴이 평균 880mm, 표준편차 166mm의 정규분포를 나타낸다. 이런 분포에서 연간 강우량이 1000mm를 넘을 확률은 약 23%다. 따라서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연간 강우량이 1000mm를 넘지 않을 확률은 (1.0-0.23)5, 즉 약 27%다.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연간 강우량이 1000mm를 넘지 않을 확률은 약 7%, 30년 동안(19762005년) 단 한 차례도 연간 강우량이 1000mm를 넘지 않을 확률은 0.04% 미만, 즉 2500분의 1 이하다. 이와 같은 빈도주의적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필요한 강우량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항상 그렇듯이, 베이지안 접근 방법을 택하면 활용 가능한 데이터와 함께 좀 더 포괄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을 동시에 활용하게 된다. 이때 강우량에 영향을 미치는 포괄적인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 변화가 강우량에 미치는 영향(상당한 논쟁 및 논의의 주제)이다. 따라서 베이지안은 기후 변화가 강우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데서부터 확률 계산을 시작한다.
 
필자들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해 기후 변화가 강우량에 미치는 효과의 범위가 연간 200mm 감소에서부터 연간 100mm의 증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필자들은 전문가 평가와 과거 데이터를 종합해 과거의 데이터만을 활용했을 때보다 범위가 넓고 높이가 낮은 연간 강우량 정규분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새로 얻어낸 강우량 정규분포에서 평균은 830mm, 표준편차는 200mm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총 강우량이 1000mm를 넘을 가능성은 16%로 줄어든다. 따라서 특정한 기간 연간 강우량이 1000mm를 넘지 않을 가능성 또한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을 기준으로 산출했을 때와 달라진다. 연간 강우량이 1000mm를 넘지 않을 확률이 5년 기준 42%, 10년 기준 17%, 30년 기준(1976년부터 2005년까지) 0.5%에 이른다. 베이지안 접근 방법으로 산출한 강우량 위험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과거의 데이터만을 기준으로 한 2500분의 1만큼 낮지는 않다. 사실, 확률이 10배 이상 높은 편이다.
 
1976년부터 2005년까지의 실제 연간 강우량은 과거 100년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19762005년 30년 동안 강우량이 1000mm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첫 번째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사례도 두 접근 방법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조하기 위해 필자들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베이지안 접근 방법이 훨씬 포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은 앞서 그랬던 것처럼 전반적인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으로 데이터와 판단을 통합해 위험을 평가하면 좀 더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수정하라
빈도주의적 접근법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한계점은, 위험을 정의하거나 측정하는 방식에 관한 게 아니라 위험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키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위험을 평가할 때 과거의 기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이 기록은 계속해서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위험 관리 활동은 대개 고정돼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할 때에는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설사 조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매우 느린 속도로 아주 미미한 정도로 이루어질 뿐이다. 과거의 빈도 데이터를 수집하는 까닭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단 과거에 일어난 사실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면 광범위한 규칙이 만들어지고 규제가 생겨난다. 심각한 실패나 참사가 나타나기 전까지 한 번 도입된 규제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하지만 심각한 실패나 참사가 생겨났을 때에는 이미 때가 너무 늦다. 이 과정은 융통성 없이 엄격하게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건을 감시하고, 그런 사건들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얻고, 통찰력에 따라 적응해 나가기 위한 자연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베이지안 관점을 택하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정이 이루어진다. 베이지안 접근 방법에 따라 위험을 평가할 때에는 데이터와 관찰자의 판단을 모두 활용한다. 따라서 새로운 데이터가 도착하거나 새로운 판단이 내려지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엄격하게 평가 내용을 수정하게 된다.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바로 베이지안 접근법을 택하면 위와 같은 학습이 이루어질 때 자연스럽게 위험 관리 행동을 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 사례를 통해 위험 관리를 실제 관리할 때 2개의 관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지난 20년 동안의 석유시장 가격’ 참조) 항상 불안정한 패턴이 나타났으며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가령, B라는 기업이 변동성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전형적인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을 택할 경우 유가 데이터를 가능한 한 많이 수집한 다음 가격 행동 모형을 매개 변수로 표현하게 된다. 이 경우 사용하는 모형은 전형적으로 많이 쓰이는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처럼 단순한 모델일 수도 있고, 평균회귀 과정인 오른스타인-우렌벡 과정(Ornstein-Uhlenbeck process)처럼 복잡한 모형이 될 수도 있다. B기업은 어떤 것이든 선택한 모형에 기반해 미래의 변동성과 노출을 추정한 다음 적절한 헤지 전략을 실행한다.

베이지안 접근법을 택하면 과거의 유가 데이터와 더불어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판단도 활용하게 된다. 가령, 베이지안은 세계적인 경제 상황과 기후 정책이라는 2개의 중요한 구조적인 요인이 유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2개의 요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면 유가 위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고 결국 헤지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최근의 경험을 통한 학습’ 참조) B기업은 과거의 데이터와 미래 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탕으로 2010년의 헤지 전략을 시작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2010년의 경제 상황, 기후 정책, 유가 등 과거에 내렸던 미래에 대한 판단이 옳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0년의 정보는 2011년의 경제 상황, 기후 정책, 유가에 대한 판단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사용된다. B기업은 지금껏 드러난 2010년의 상황 및 업데이트된 2011년의 판단을 바탕으로 2011년의 헤지 전략을 수정한다. 이후, 2011년의 실제 상황이 드러나고 나면 그에 걸맞게 2012년의 헤지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업데이트 및 조정 과정은 2013년을 비롯해 이후에도 지속된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과 베이지안 접근 방법은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은 방대한 양의 과거 데이터에 의존한다. 빈도주의적 접근 방법은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더딘 속도로 수정될 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수정 내용은 위험 관리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반면, 베이지안 접근 방법은 데이터와 판단을 모두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판단이 달라지거나 상황이 변화할 때 변화된 내용을 신속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베이지안 접근 방법은 본질적으로 역동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학습과 수정이 내부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베이지안에게도 기회를
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판단을 통해 보완된 데이터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거의 데이터만을 통해 얻어낸 사실에만 근거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빈도주의적 관점은, 실패한 기업들의 실수 및 그로 인한 몰락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만을 바탕으로 하는 방법과 사실과 판단을 더하는 방법 간의 차이가 이토록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사실만을 바탕으로 하는 관점을 선택하면, 빈도 데이터가 거의, 혹은 전혀 없는 경우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못한다. (심지어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데도 효과적인 지침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기도 한다.) 마치 어두운 곳에서 열쇠를 잃어버리고선 불빛이 밝다고 가로등 밑에서 열쇠를 찾는 일과 다름없다. 둘째, 과거 데이터에 대한 무한한 믿음은 지나친 자신감과 과도한 위험 감수로 이어진다. (데이터의 양이 많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데이터만을 기존으로 하는 시스템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베이지안 관점을 택하면 한층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베이지안 관점은 위험이 데이터와 판단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위험을 찾아내고,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와 판단을 엄격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관련 데이터가 방대한 경우에는 데이터 자체가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데이터와 더불어 판단을 활용하면,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사용했을 때에 비해 확률을 한층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다. 관련 데이터가 없거나 매우 적은 경우에는 판단이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판단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통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했을 때보다 결과가 우수한 게 사실이다.
 
베이지안 접근 방법을 택하면 데이터의 양과 질이 어느 정도든 위험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베이지안 위험 평가 방법은 관찰되는 세상에 전적인 관심을 쏟기보다 관찰자의 일관성, 신뢰도, 정확성 역시 반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판단이란 건 완벽하지 않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할수록 판단력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따금씩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좀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빈도 데이터가 아닌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확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확률에 관한 판단을 내릴 때 인지(의도하지 않은) 편향 및 동기(의도적인) 편향이 개입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4  예를 들어 사람들은 확률에 대한 자신의 평가에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즉, 분포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진다. 또 즉각 활용할 수 있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정보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도, 전문가 인터뷰,5 예측 시장’6 등 확률 계산을 위한 기존의 방법 및 새로운 방법들을 활용해 이와 같은 편향을 줄여나갈 수 있다.

빈도주의적 관점이 갖고 있는 단점(사고의 편협성,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능력 부재)들이 최근의 금융 위기에 중대한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시티 그룹(Citigroup), 메릴린치(Merrill Lynch) 등과 같은 기업들은 주택시장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노출 수준을 늘려나갔다. ‘주택 시장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할 무렵, 모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채무불이행률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은행과 신용평가기관은 미래의 채무불이행률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을 평가 모형에 반영했다.’7  이런 기업들은 초기에 나타난 경고 신호들을 무시했으며, 너무 늦어서 손쓰기가 힘든 상황이 될 때까지 비현실적인 채무불이행률을 조정하지 않았다.
 
베이지안 관점을 도입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포괄적이고 현실적인 위험 평가, 좀 더 역동적이며 적응력이 뛰어난 위험 관리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상당히 줄여나갈 수 있다. 실패를 딛고 위기 예방에 도움이 되는 좀 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위험 관리를 고집하는 대신 베이지안 위험 관리 방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애덤 보리슨(Adam Borison)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NERA 경제 컨설팅(NERA Economic Consulting)의 부사장이며, 그레고리 햄(Gregory Hamm)은 NERA 경제 컨설팅의 수석 경제학자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2107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로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0년 가을호에 실린 애덤 보리슨, 그레고리 햄의 글 ‘How to Manage Risk(After Risk Management Has Failed)’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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