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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수명주기까지 고려한 똑똑한 가격 전략

월트 L. 베이커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1990년대 말, 세계 3대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생산업체는 4년 동안 연구개발(R&D)에 무려 6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10년 동안 드라이브의 표면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은 바이트를 기준으로 수천 배로 폭증했다. 하지만 드라이브 표면의 단위 면적당 가격은 70% 하락했다. 이들 3대 업체는 고객에게는 큰 가치를 창출했지만, 제품 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는 데는 실패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중대한 혁신을 달성하고도 8억 달러 가까운 순손실을 봤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에 걸친 가격책정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업종 자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소비자 가전, 소비자 내구재,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의료장비, 제약 등 혁신 집약적인 업종에서 많이 나타나며, 오늘날은 과거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기 때문에,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수년이 아니라 수개월인 경우가 많다. 외부적으로는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소비자들로부터 압력을 받는다. 내부적으로는 제품을 출시할 당시의 가격 책정이 성패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기업이 동시에 여러 개의 관련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가격 책정이 복잡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효과적인 가격 책정을 위해서는 두 가지 사항이 중요하다. 첫째, 기업들은 가격과 물량 간(또는 이익과 시장 점유율 간)의 상충관계(trade-off)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출시 후 고객 가치 개념 및 가격 민감도를 검증하지 않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가격과 물량 간의 중요한 상충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둘째, 기업들은 더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맥락에서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시장에 여러 세대의 제품이 동시에 출시돼 있을 경우에는 한 세대 제품의 가격이 다른 세대 제품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고, 제품 또는 서비스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출시단계, 중간단계, 말기단계의 3가지 중요한 단계에서 가격 결정이라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제품 라이프사이클 초기단계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시 가격을 적절하게 책정하면 시장에서 기대하는 가격을 변경함으로써 이들 제품 및 서비스 라이프사이클 잔여 기간의 이익을 높일 수 있다. 출시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출시가격을 책정한다.
둘째, 구 제품의 기준점 효과(anchor effect)를 피한다.
셋째, 회사에 유리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출시 가격을 책정하려면 먼저 다양한 가격 모델, 예상되는 소비자와 경쟁사의 반응, 이익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분석도 이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행해져야 한다. 이런 접근을 통해 기업들은 출시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한다든가, 출시 직후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등, 일반적으로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의 가격을 신중하게 조정한다면, 이들이 신제품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논의의 범위를 확대하자면, 기업들은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의 맥락 속에서 신제품에 대한 가격책정을 평가해야 한다.
 
한 의료장비 제조업체는 618개월 간격으로 모든 주요 제품의 새로운 버전을 출시했다. 각 버전이 중대한 혁신을 달성했건 약간의 개선을 이뤘건 이 회사는 기존 제품보다 불과 몇 퍼센트 정도만 인상된 가격을 책정했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에서 신제품으로 이전하기 쉽게 하고, 이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일부 소비자의 지속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한편, 신제품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대체재를 제공하려고, 기존 제품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판매하면서 가격을 2040% 가량 큰 폭으로 내렸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은 오히려 신제품의 가격만 끌어내렸다. 기존 제품과 비교할 때 신제품이 창출하는 가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의 R&D 투자는 수억 달러에 달했지만 모든 제품라인의 평균 가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했다. 다시 말해, 회사가 자기 혁신을 거듭할수록, 시장 선도업체의 지위에서 떨어져 평균적인 성과 밖에 내지 못했다. 회사는 실상을 파악하고, 기존 제품에 대한 ‘폭탄세일’을 없앴다. 또 새로운 제품 라이프사이클 및 가격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게 영업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방식을 바꾸고, 신제품에는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출시했다.
제품 라이프사이클 중간 단계
제품이 출시돼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한 뒤에는 라이프사이클의 중간 단계로 들어선다. 이 단계는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 기업들이 이 단계에서 제품으로부터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지만, 동시에 ‘유사’ 제품이 등장하고 가격 경쟁이 가장 극심하다. 이 단계에서 가격-물량의 상충관계나 밸류맵을 다시 따져보거나, 시장 기반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하는 기업은 가격-물량 상충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미세조정하고, 내외부의 가격변동 요인을 예상하며,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격결정 모델을 파악 및 채택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기업들은 미세조정을 실시하고, 가격변동 요인을 예상하며, 게임의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가격결정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은 라이프사이클 중간 단계에 들어선 제품의 가격을 변경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관리자들은 가격 변경이 적합한지(예: 가격 인하를 통해 라이프사이클 전체의 이익이 상승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또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면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개인용 컴퓨터 회사는 매주 시장 가격 조사를 실시해서, 가격 인하로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가격을 내렸다. 무작정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기보다는 라이프사이클 중간 단계에 이런 식으로 가격을 관리함으로써, 대부분 컴퓨터 모델의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수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올릴 수 있었다.
 
제품 라이프사이클의 중간 단계에는 가격 결정 요소가 많다. 내부적 요소로는 새로운 모델의 출시 또는 비용 포지션의 변화 등이 있다. 외부적 요소로는 가격 변동, 경쟁업체의 제품 출시, 고객 수요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이 이런 사건을 예측할 수 있도록 시장을 모니터하지 않으면, 경쟁사의 행동 변화를 이용할 기회를 놓쳐 손실을 입는다. 앞서 예로 든 의료장비 업체의 경우, 제품의 독점적 판매 기간을 누린 후에는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는데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것이 표준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사 두 곳에서 유사한 제품을 훨씬 높은 가격에 내놓았을 때, 이 회사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회사는 가격을 올려 마진을 높이거나 최소한 유지하는 대신, 할인을 계속함으로써 동종업계의 가격과 마진을 낮추면서 정작 자사의 시장 점유율도 높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고성과 기업은 가치를 창출할 방법을 항상 모색하며, 새로운 라이프사이클 중간 단계의 가격 모델로 제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제트기 엔진의 유지보수 서비스는 서비스 업체를 방문할 때마다 지불하는 표준적인 ‘시간 및 재료’ 가격 모델을 사용하는 엔진 제조업체가 맡았다. 외부위탁 서비스 공급업체가 저가로 시장에 진입해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 엔진 제조업체가 엔진의 마모에 영향을 미치는 비행 시간을 바탕으로 장기 서비스 계약을 도입한 것이다. 항공사들은 서비스 비용을 예측하기가 쉬운 이 새로운 모델을 선호했다. 제조업체의 수주 물량과 마진도 크게 늘었으며 업계 전체의 가격 위축현상도 둔화됐다.
 
제품 라이프사이클 후기 단계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제품 라이프사이클의 후기 단계는 가격을 내리기보다는 올리기에 더 좋은 시기일 수 있다. 이는 각종 비용이 늘었거나, 다른 제품으로 갈아탄 고객보다 기존 고객에 대한 내재가치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부 사용자에게는 가치가 상승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는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의향이 있다. 회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시장을 상대하는 데 드는 진정한 비용 및 아직도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세그먼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기업들은 다음의 세 가지 제품 라이프사이클 후기 단계의 과제를 유념해야 한다.
 
첫째, 지불의향이 있는 고객이 지갑을 열게 한다.
둘째, 차세대 상품과의 경쟁을 최소화한다.
셋째, 불리한 제품 증식(product proliferation)을 적극적으로 줄인다.
 
어떤 고객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데, 기존 제품에 익숙해져 있거나 기존 제품 속에서 더 큰 가치를 찾거나 전환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기존 제품에서 신제품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한 반도체 제조업체는 고객들이 신제품을 채택하기를 원했지만, 일부 사용자에게는 기존 제품이 여전히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 제조업체는 신제품을 출시한 뒤 라이프사이클의 후기 단계에 들어선 기존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후 여러 분기에 걸쳐 기존 제품을 큰 폭의 마진으로 계속 판매해 추가적으로 2억5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후속 신제품이 출시됐다고 해서 기존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는 평소의 관행을 따랐다면, 이런 이익을 추가로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직관적으로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후에 기존 제품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이 나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가격 인하는 기존 제품이 오히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신제품 판매에 방해가 된다. 기존 제품으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을 앞당기고 남아 있는 매출로부터 더 높은 이익률을 확보하려면, 앞서 예로 든 반도체 업체처럼 기존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쓸 수 있다. 물론 가격을 올리면, 기존 제품의 재고가 쌓일 위험은 있다. 또 다른 접근방식으로는 기존 제품을 없애버리는 것으로, 공급사슬, 서비스 운영, 고객 서비스 상의 불필요한 복잡성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을 상대로 하는 많은 회사들은 제품 확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은 “우리는 절대 우리 회사 제품을 단종시키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라이프사이클의 후기 단계를 중심으로 자사 제품의 경제성을 신중하게 평가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모든 회사에 성가신 일이기는 하겠지만, 표준 제품 원가에 표준 마진을 적용해 가격을 결정하는 원가 가산법(cost-plus methodology)을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특히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산업장비 제조업체는 라이프사이클 상의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제품에 걸쳐 비용을 안분해서 기존 제품에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마진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라이프사이클 별로 회사의 비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기존 제품의 생산원가는 예상보다 높았고 실제로 수익성이 낮은 경우도 많았다.(그림 참조) 이런 결과가 나오자 회사는 수익이 낮은 기존 제품을 없애고 다른 제품의 가격을 올림으로써 제품 생산 및 보관 비용을 적절히 보상받을 수 있었다.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수익률 유지하기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가격 우위를 점하는 기업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 이들은 가격을 근시안적 시각으로 보지 않고,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고려해서 그 프레임워크 안에서 문제의식을 도출하고 분석을 실시한다. 관리자들은 잠재적인 트리거 이벤트(trigger event)에 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기업 안팎의 상황을 주기적으로 살핀다. 이들은 다른 회사들보다 에너지와 활력, 즉 깊이 있는 고객 조사를 신속하게 실시하고 다양한 변수를 통찰력 있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간단히 말해 회사가 제품 라이프사이클을 관리할 때 작용하는 역동적이고 상호의존적인 가격환경을 반영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업들이 제품을 관리하고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채택할 수 있는 조치는 다음과 같다.
 
초기부터 라이프사이클 상의 가격을 조사한다 똑똑한 회사는 신제품의 가격책정을 수동적/임기응변적으로 하지 않고, 상품개발의 초기 단계에 수행하는 핵심 역량으로 본다. 이런 회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안이 될 수 있는 가격(alternative price)-물량 상충관계(volume trade-offs)와 전략을 고려해서 각 시나리오가 다양한 고객 세그먼트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예상한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 걸친 가격 변동을 프로세스에 포함하며, 회사의 가격 인상이나 인하를 유발하는 내외부의 요인을 분석한다.
 
종단적 관점을 유지한다 회사가 포트폴리오 내 제품의 가격을 관리할 때, 시간이 지나면서 부주의하게 고려되지 않는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된다. 가격우위를 확보하는 기업은 신제품을 출시했을 때 ‘출시 후 잊어버리기(launch and forget)’라는 가격 함정을 피해나간다. 이들의 리뷰 프로세스는 라이프사이클 가격 성과를 철저히 모니터하며, 제대로 정렬된 인센티브를 통해 직원들이 적절한 기회를 포착하게 한다. 라이프사이클 가격결정의 많은 부분은 가격과 매출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에 대한 예측과 관련이 있다. 똑똑한 회사는 이런 가정을 추적하고, 이를 기준으로 성과를 정기적으로 측정한다.
 
라이프사이클의 가치를 높일 방법을 찾는다 라이프사이클 가격결정을 잘 관리하는 기업은 역동적이고 적응력이 강하다. 이런 자질을 갖추려면 가격결정 부서를 넘어선 여러 부서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상품개발, 마케팅, 정보, 영업, 운영부서가 모두 참여해야 할 수도 있다. 이 회사들은 제품을 라이프사이클이 끝날 때까지 관리하기 위한 하이 레벨 계획으로부터 시작해서 시장여건, 경쟁사의 움직임, 내부 운영 상의 변화, 고객 인식 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서 자신들의 접근방식을 개선한다.
 
똑똑한 기업은 제품 라이프사이클의 3단계인 출시기, 중기, 말기에 걸쳐 제품 가격결정을 마스터하며, 포트폴리오 내 인접 상품을 감안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들 기업은 이러한 방식으로 자사에 유리한 가격 우위를 창출함으로써 자사의 혁신에 대한 보상을 완벽하게 받는다.
 
월터 베이커(Walter L. Baker)는 맥킨지 애틀랜타 사무소의 대표, 마이클 만(Michael V. Marn)은 클리블랜드 사무소 대표, 크레이그 자와드(Craig C. Zawade)는 캘거리 사무소 대표다. 이들은 <가격우위(Wiley, 2010년 6월)> 제2판의 공동저자다.
 
편집자주 이 글은 <맥킨지 쿼털리> 10월호에 실린 ‘Do you have a long-term 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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