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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평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外

새뮤얼 쿨버트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성과 평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직원이 자신과 회사에 대해 솔직해지지 못하게 만들면서 회사 수익에도 악영향을 주는 업무 관행이 있다고 해두자. 게다가 그 관행으로 회사에 어떤 이득이 생겼다는 증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책임자들은 과연 어떤 조치를 취할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그게 답이다.
어느 기업에나 있는 성과 평가는 업무에 전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관리자들은 왜 성과 평가에 연연하는 걸까? 직원들에게 마음 편히 터놓으라고 말하면서 성과 평가로 재갈을 물리고, 자신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 믿는 이유는 뭘까?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1.머리를 쓰기 귀찮아서다.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나는 항상 옳다는 점을 부하직원한테 각인시키는 편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2.자존심 때문이다. 나는 항상 옳은 말만 해야 하고 부하직원에게 ‘틀렸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3.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동료나 경쟁자, 상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다. 이는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4.내부 절차 상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성과 평가를 통해 특정 직원의 잘못으로 돌리는 일이 쉽기 때문이다.
5.현재의 기업 환경에서는 잘못된 업무 관행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 무능력한 리더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업무에 책임을 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 평가는 오직 일반 사원에게만 책임을 지운다. 상사가 내린 결정은 틀릴 리가 없기 때문에 일이 잘못된 책임은 오로지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부터 일반 사원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치고 자신의 업무에 대해 결과를 책임지는 문화가 확보되어야 한다.
 
다행히 대안은 있다. 바로 성과 예측 평가다. 이는 기업의 내부 권력관계를 바꾸어 상사와 부하직원이 함께 팀으로 일하고 결과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지도록 한다. 한 배를 탄 상사와 부하직원은 상대편의 업무 방식을 이해하고 서로를 도와야 상호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성과 예측 평가를 제도화하려면 기존의 성과 평가제를 없애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려면 우선 리더들부터 성과 평가제의 해악을 인정해야 한다.
 
새뮤얼 쿨버트(Samuel Culbert)는 미국 UCLA 경영대학원 교수다. 로렌스 로트와 함께 「성과 평가를 멈춰라(Get Rid Of The Performance Review)」를 공저했다.
 
CEO의 연봉이 높을수록 성격은 가혹해진다
 
CEO 연봉에 관한 케케묵은 논의는 잠시 접어두고 조금 다른 관점의 질문을 해 보자. 경영자에게 엄청난 고액 연봉을 주면 그는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할까? 아니면 부하 직원을 가차없이 대할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스리드하리 데사이는 후자라고 주장한다. 데사이는 유타대의 아서 브리프, 라이스대의 제니퍼 조지와 함께 발표한 논문 ‘경영진 연봉과 직원을 대하는 태도의 상관관계’에서 “연봉이 올라갈수록 경영진은 위계질서의 하층부에 위치한 직원을 가혹하게 다룬다”고 주장했다.
 
데사이는 기업의 직원 처우를 평가하기 위해 종업원 관계(employee relations) 자료를 활용했다. 그는 직원에 대한 잘못된 처우로 벌금을 납부한 기업의 점수는 차감하고, 수익을 직원과 공유한 기업에는 추가 점수를 줘서 점수를 집계했다. 이후 ‘약점’ 점수에서 ‘강점’ 점수를 차감했다. 이렇게 산출한 기업의 ‘가혹함 지수’를 다수의 변수를 제거한 후 통계 자료를 활용해 각 기업 경영진의 연봉 수준과 비교했다. 그 결과 경영진 연봉이 높을수록 ‘가혹함 지수’ 또한 높다는 뚜렷한 경향이 드러났다.
 
데사이는 다음 단계로 실험을 통해 상관관계를 검증했다. 참가자에게 다른 사람과 결과를 비교한다고 말해주고 낱말 퍼즐을 풀게 하는 실험이었다. 그러나 실제 비교 대상이 될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퍼즐을 다 풀면 가상의 파트너보다 한 개를 더 맞췄다고 말해줬다. 하나를 더 맞추기는 했지만 참가자의 실력이 눈에 띄게 출중하지는 않음을 은근히 암시했다. 참가자에게 65점의 점수를 준 연구진은 참가자를 절반으로 나누어 한 쪽에게는 상대편이 60점을 받았다(낮은 연봉 격차)고 알렸다. 다른 한 쪽에게는 상대편이 15점을 받았다(높은 연봉 격차)고 말해 줬다.
그 다음 연구진은 참가자를 가상의 파트너를 관리하는 상사로 임명했다. 이들에게 상대 부하 직원이 새로운 퍼즐을 풀고 그 결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참가자들은 부하 직원의 점수가 평균치였으며, 이들을 해고할지 여부를 결정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결과는 확실했다. 데사이는 “연봉 격차가 높을수록, 참가자가 자신의 권력을 더 강하게 인지할수록 평균 수준의 성과를 낸 직원을 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씁쓸한 결과긴 하지만 그리 경악할 만한 일은 아니다. 권력 이론을 살펴보면 권력자는 자신이 저지르는 비인간적, 비윤리적 행동과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분리하는 법을 익힌다. 돈 또한 권력의 한 유형이지 않은가.
 
비닛 나야르(Vineet Nayar)는 HCL 테크놀로지의 CEO로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 다음(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 : Turning Conventional Management Upside Down)>의 저자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에 실린 새뮤얼 쿨버트의 글 ‘Why Corporate Leaders Won’t Abolish Performance Review’와 비닛 나야르의 글 ‘The New CEO’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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