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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과거의 기록만으로 충분치 않다

애덤 보리슨 | 69호 (2010년 11월 Issue 2)

지난 십여 년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몇몇 기업이 몰락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석가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몰락의 이유들을 언급하곤 한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 탐욕, 무능한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월급을 받는) 경영진, 미적지근한 규제 환경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몰락한 기업과 살아남은 기업을 분명히 대비시켜주는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위험 관리 접근 방법의 폭과 깊이다.
 
위험 관리가 유일한 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몰락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곤경에 처한 보험회사 AIG(American International Group)는 위험 관리 부문의 선구자였으며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를 따로 두고 있었다. AIG의 전 CEO 모리스 R. ‘행크’ 그린버그(Maurice R. ‘Hank’ Greenberg)는 AIG가 ‘보험업이라는 빌어먹을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위험 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었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arns)는 ‘위험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동급 최강’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도 베어스턴스를 ‘건전한 위험 관리에 관한 명성을 쌓아 온’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연방전국모기지협회(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인 패니매(Fannie Mae)는 ‘뛰어난 신용 문화와 위험 관리 역량’이 있다고 자랑했고, 리먼 브러더스 홀딩스(Lehman Brothers Holdings)는 경영진이 ‘사내 모든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위험 관리 문화’라 칭할 만큼 뛰어난 위험 관리 문화를 갖고 있다며 자부심을 표현했었다.1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을 비롯해 그에 필적할 만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자부했던 다른 기업들의 위험 관리는 형편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필자들은 엉뚱한 곳에서 위험을 찾으려고 하는 전통적인 위험 관리 개념 및 방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단순히 입으로만 위험 관리를 떠들어대거나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존경 받는 대기업들이 몰락한 이유는 위험 관리 접근 방법에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위험 관리 접근 방법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는 믿음 하에 지나치게 큰 위험을 떠안아 몰락하게 됐다. 필자들은 전통적인 위험 관리에 대한 의존도가 클수록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되며 회사가 망할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고 생각한다.
 
필자들은 이 논문을 통해 좀 더 정교한 위험 관리 방식인 베이지안 접근방법(Bayesian approach)을 활용해 전통적인 위험 관리 방식이 안고 있는 중요한 단점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 데이터의 한계
그 동안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2개의 위험 평가 방법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 객관적 관점, 혹은 빈도주의적 관점(frequentist view)이라 불리는 첫 번째 관점에 의하면, 위험이란 물리적인 세상이 갖고 있는 객관적인 특성 중 하나며, 마치 산소에 원자 번호가 있는 것처럼 위험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달라진다. 확률을 계산할 때에는 반복적인 과거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대표적인 예(주로 확률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활용)로 동전 던지기, 주사위 굴리기, 날씨 패턴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빈도주의자는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전을 던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 자료를 수집한 다음 일반적인 동전을 던져서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이 0.5라고 설명할 수 있다. 혹은 지금껏 수집해 놓은 방대한 양의 과거 기록을 근거로 2011년 7월 4일 뉴욕의 최고 기온이 화씨 95도에 이를 확률이 0.3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두 번째 관점은 주관적 관점, 혹은 베이지안 관점(18세기에 이 접근 방법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영국의 수학자 겸 목사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의 이름을 딴 표현)이다. 베이지안들은 위험이란 물리적인 세상이 갖고 있는 하나의 특징에 불과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위험이 관찰자의 판단, 혹은 관찰 과정으로 인해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과거의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다른 정보를 보강해야 한다고 믿는다.
 
동전 던지기와 같은 대표적인 확률 사례는 주로 빈도주의적 맥락에서 언급된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활용해 빈도주의적 관점과 베이지안 관점을 대비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술사가 일반 동전과 똑같이 생긴 동전을 꺼내 들고서 상대에게 10번을 던져볼 것을 부탁했다고 생각해 보자. 앞면이 나온 횟수는 총 5번이었다. 이번에는 마술사가 동전을 한 번 더 던지면 앞면이 나올 거라며 내기를 제안한다. 이런 상황에서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빈도주의자는 (다른 정상적인 동전을 던진 경우와 더불어) 마술사가 꺼내 든 동전을 던졌을 때 나타났던 ‘과거’의 데이터를 근거로, 앞면이 나올 확률이 0.5라고 답할 것이다. 베이지안은 과거의 데이터를 고려할 뿐 아니라 마술사가 얼마나 똑똑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며, 마술사의 재정 상황이 어떤지를 판단한다. 베이지안이 내놓는 답은 0.5와는 매우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어쩌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1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판단을 근거로 전혀 다른 확률을 내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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