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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과도한 신뢰가 혁신을 망친다

알레시오 카스테요(Alessio Castello),프란시스 비도(Francis Bidault) | 62호 (2010년 8월 Issue 1)

다임러-벤츠와 스와치의 합작 개발로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소형차 스마트. 도발적인 디자인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지, 이 초소형 자동차의 주문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푸조와 피아트가 공동 개발한 미니밴(푸조 806 및 피아트 율리스라는 이름으로 출시)은 양사의 우호적 관계 속에서 개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그냥 미니밴, 그 뿐이었다.
 
이런 결과는 우리의 상식이나 대다수 학술 연구 결과와 맞지 않는다. 공통의 비전, 문화적 유사성, 공정성과 공평성, 상호 신뢰에 기반한 우호적인 관계가 성공으로 이어지고, 신뢰를 상실한 허약한 협력 관계는 재앙을 낳는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높은 신뢰를 유지했음에도 혁신에 실패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파트너십이 오히려 성공한 경우 역시 부지기수다. 인정컨대, 파트너십의 창의성과 혁신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신뢰 말고도 많다. 하지만 신뢰야말로 가장 핵심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1
 
하지만 신뢰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신뢰가 때론 혁신의 진짜 걸림돌인 경우도 있지 않을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최적 수준의 신뢰’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까?
 
핵심 요소로서의 신뢰 정직하고 기회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남을 신뢰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대의 태도와 역량이 약속한 대로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신뢰의 기반이다.2  예를 들어 욕실 수리를 하는 배관공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가 바가지를 씌우지 않고,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잘 끝내는 데 필요한 역량(지식, 통찰력, 도구, 부품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뢰란 대인 관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기도, 혹은 깨지기도 한다. 조직 사이의 신뢰 관계에서도 신뢰를 구축하고 파괴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양사의 핵심 경영진들이다. 이들이 상대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신뢰에 의지할 생각이 있는가가 조직 간 신뢰 관계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따라서 경영진 간 신뢰가 돈독할수록, 조직 사이 ‘관계의 질(質)’이 높아진다.3
 
각 기업은 혁신을 목표로 점점 더 타사와의 합종연횡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급사슬의 파트너십 구축, 경쟁 단계 이전의 제휴 등은 아주 흔한 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외부협력 또는 ‘공동 혁신’ 프로젝트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R&D 비용의 상승, 개발 기간 단축, R&D 과제의 유연성 확보, 신규 시장 진출, 매출 증대 등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4  이 중에서도 특히 기술제휴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기술분야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94%의 응답자가 기술 제휴가 회사 사업 전략을 좌우한다는 데 동의할 정도다.5
 
GP TIP연구소개
 
2명으로 짝지어진 각각의 팀에 200개의 컬러 플라스틱 블록을 가지고 소형 스탠드 형 옷걸이를 주제로 디자인하고 만드는 과제를 주었다. 참가자들에게는 다른 참가자들이 기능 및 심미적 측면에서 결과물의 독창성과 신선함을 평가할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작품을 제외한 모든 결과물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팀 당 20개의 토큰을 주어 각각의 작품 앞에 비치된 상자에 넣는 방식으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우리는 점수를 모아서 이를 표로 만들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게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단계에서 참가자 각각에게 가상의 300유로를 주고 이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기 팀의 다음 번 작품 순위에 베팅하게 했다. 참가자들이 더 진지하게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실험이 끝난 후에는 한 팀을 임의로 정해 베팅한 금액을 실제 돈으로 바꿔 줄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
베팅 후에는 다시 파트너와 함께 앞의 단계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같은 주제의 작업을 위해 400개의 블록을 주었고, 다 끝난 후 이전처럼 다른 팀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투표하게 했다.
참가 인원은 한 번의 실험에 30명 이내로 한정했다. 모두 18회의 실험을 실시했고,총 364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는 직장 경력이 있는 최고 경영자를 위한 MBA 과정 학생들로, 평균 연령은 28.2세였다.
실험에 더해 각 참가자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첫 설문은 실험 수행 전에 실시했다. 이전에 파트너와 함께한 경험(업무, 학업, 여가 등)의 정도, 파트너로서의 신뢰 정도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에 더해 참가자가 일반적으로 남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의 성향을 측정할 수 있는 질문들도 포함시켰다. 두 번째 설문은 실험 후에 조사했는데, 과제 자체와 파트너 간 역할 분담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에도 참가자의 성향, 즉 타인에 대한 신뢰, 개성, 자존심 등에 대한 질문들이 포함됐다. 최종적으로 개인의 신뢰 경향(남을 신뢰하는 성향 및 남에게 믿음을 주는 성향)과 개성을 연계시키기 위해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추출했다.
물론 이 실험 방법으로는 참가자 행동의 편향성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참가자 수가 30명으로 제한돼 친소 관계 등 외부 요인에 상관없이 독립적, 객관적으로 최고의 디자인에 투표했다고 확신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편향을 배제하기 위해 외부 참관인으로 하여금 실험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러 결과물들을 평가하도록 의뢰 중에 있다.
다소 한계가 있으나, 우리는 이 방법론을 통해 R&D 관리에 관심이 있는 학자 및 공동 개발팀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 의미 있는 방법론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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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레시오 카스테요(Alessio Castello)

    알레시오 카스테요(Alessio Castello)

    Alessio Castello is adjunct professor of management at the Institut d’Administration des Entreprises, l’Universite de Nice, in Nice,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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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시스 비도(Francis Bidault)

    프란시스 비도(Francis Bidault)francis.bidault@esmt.org

    Francis Bidault is a professor of management at the European School of Management and Technology in Berlin,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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