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는 합병으로 몸집이 두 배나 불어난 은행의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다. 그녀는 최근 함께 일하게 된 로스의 인사 평가를 앞두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사내에선 로스가 실력이 좋은 감사인이긴 하나, 동료들에게 깔보듯이 말하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 때문에 로스의 감사를 받는 부서에선 불만이 많았다. 게다가 로스는 자부심이 커서 누군가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면 바로 반박에 나선다는 말도 들었다.
재키는 로스의 이 문제를 지적한 상사가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사실 부하 직원과의 대결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재키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렇지만 그녀는 부하 직원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일 로스가 승진을 원한다면 동료들과의 대화를 좀더 능숙하고 발전적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었다. 재키는 로스의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할 생각도 있었고 로스의 이전 상사와는 달리 로스에게 ‘월등함’이라는 평가를 남발하지도 않았다. 재키는 부하 직원에 대한 평가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로스의 평가 자리에서 벌어진 일
재키는 로스에게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로스,감사인으로서 당신의 능력에 정말 감탄했어요. 과거 성과가 훌륭하더군요.전임 상사들이 당신을 높이 평가했답니다.” 로스 역시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쁘네요”라고 화답했다. 뒤이어 로스는 최근 1년간 자신의 주요 성과를 일일이 설명했다. 재키는 로스의 설명에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로스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로스의 설명이 잠깐 중단된 틈을 타서 재키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어요.” 그렇지만 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얘기를 마저 이어갔다. 결국 재키는 ‘좋은 상사’의 얼굴을 포기하고 곧이곧대로 말했다. “그런데 동료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당신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신이 ‘거만하고’ ‘명령조’의 태도를 가졌다고들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신은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해요. 이번 평가를 통해 향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로스의 ‘개선점’에 포함되는 내용이기도 해요.”
로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는 재키의 지적을 인정하려 들지않았다. 로스는 반박하고 나섰다. “저를 평가하시지만 저를 매일매일 지켜본 건 아니잖습니까?” 로스는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재키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렸다. “합병이 되고 나서, 매니저님이 관할하는 부하 직원이 더 늘어난 걸로 압니다. 감당하기에 좀 벅찬 수준 아닌가요? 업무를 너무 과중하게 맡으신 거 아닌가 해서요.”
로스의 뜻밖의 반격에 깜짝 놀란 재키는 자기 방어에 나섰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재키는 이렇게 말했다. “로스, 우리는 지금 본론에서 벗어나고 있는 거 같군요. 우리 의견이 서로 좁혀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서로에게 득이 될지 생각해 보기로 해요.” 로스의 눈엔 재키의 이런 태도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듯 보였다. 이에 로스는 더 강한 태도로 나왔다. “왜 제가 매니저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해야 하는 거죠? 매니저님은 제 임무를 전혀 모르시는데 말이에요.”
로스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태도를 보이자, 재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른 직원들을 윽박지르고 괴롭히는 당신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해둬야겠군요. 그리고 당신이 그동안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오늘 이 대화만 봐도 충분히 알 것 같네요.” 로스도 주저 없이 맞받아쳤다. “제가 사람들을 윽박질렀다고요? 매니저님이 지금 제게 하듯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