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분의 대화로도 생산성 높일 수 있다

53호 (2010년 3월 Issue 2)

다른 사람과 단 5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주간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까?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 교수인 아담 그랜트는 특정 근무 환경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콜 센터와 통신 판매 약국, 수영장 구조 요원팀에 이르는 다양한 근무 환경과 직군에서 동기부여 요인을 규명했다. 그 결과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감상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랜트 교수는 일련의 논문 발표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 논문에는 대학 기금 마련을 위해 잠재적 기부자에게 전화를 거는 콜 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포함됐다. 이들은 많지 않은 급여를 받는다. 식사 시간을 방해받아 불쾌해하는 사람들에게 요청을 거부당하는 이들의 일은 분명 고되고 힘들다. 당연히 이직률이 높고 근무 사기도 낮다. 그렇다면 이들이 계속해서 전화를 걸고 기부금을 모집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바로 자신의 노고로 도움을 받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2007년 그랜트와 엘리자베스 캠벨, 그레이스 첸, 데이비드 라페디스, 키난 코톤으로 이뤄진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실험의 일환으로 콜 센터 직원들과 학교 장학 기금 수혜자인 장학생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만남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직원들이 장학생의 공부나 연구 성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5분 정도 줬을 뿐이다. 그런데 다음달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콜 센터가 직원의 통화 시간과 모집 기부금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눴던 직원들은 한 달 뒤 이전보다 2배나 더 오래 기부자들과 통화했다. 모집된 기부금도 대폭 증가했다. 185.94달러에 불과했던 주간 모금액은 한 달 만에 503.22달러로 급증했다.
 
“최소한의 짧은 접촉이었지만 학생들과의 만남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줬다.”
 
학술 저널인 <조직 행동 및 의사결정 과정(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게재된 논문인 ‘동기부여 유지의 기술과 영향: 수혜자와의 만남이 행동에 미치는 지속적 영향’에서 연구진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의욕이 높아진 구조 요원
그랜트 교수는 전문 연구자가 되기 훨씬 전부터 동기부여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시작하기 전 그는 배낭 여행객을 위한 여행사인 ‘렛츠고’에서 광고 기획자로 일했다. “당시 여행 안내 책자를 발간했다. 수백 명의 직원과 함께 여행자들이 외국에서 안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도왔다”고 그랜트 교수는 말했다. “당시 편집진 중 아무도 독자와의 만남을 갖지 않았다.” 그랜트는 직원들이 자신이 발간한 책자의 도움으로 여행하는 독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의 기회를 가지면 근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를 실행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그랜트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논문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며 콜 센터, 스포츠 센터, 교실 등을 연구소로 삼고 이 주제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고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논문 검증을 위해 지역 스포츠 센터 구조 요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집단은 동료 구조 요원들이 생명을 구한 사례를 읽었고, 대조군에 속한 두 번째 집단은 구조 요원들이 자신의 직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기술한 사례를 읽었다. 그 결과 자신들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첫 번째 집단의 근무 시간은 4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일이 개인 생활에 가져다준 즐거움과 보람에 대해서만 들은 대조군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근무 태도를 보였다. 실험 결과는 <응용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업무 의미의 중요성: 근무 성과 효과, 관계 메커니즘, 경계 조건’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보는 것이 믿는 것
수혜자와 직접적인 만남을 가진 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근무 성과도 크게 향상됐다. 그랜트 교수가 2007년 실시한 두 번째 연구는 학교 취업 센터에 이력서를 낸 구직자의 이력서 소개 글 편집을 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첫 번째 그룹은 이력서를 내러 온 대상자와 잠시 만나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력서를 제출한 당사자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이 자신의 글을 다듬는 것을 모르는 상황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대조군으로 선정한 두 번째 그룹은 이력서 당사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같은 글을 수정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서류를 내러 오는 길에 잠시 만나서 별 의미 없는 대화만 나눴을 뿐이지만, 구직을 원하는 당사자와 만났던 학생들은 만남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이력서 수정에 할애했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수혜자들을 직원 눈앞에 무작정 들이밀기 전에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 그랜트 교수는 대학 취업 센터를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구직 중이라는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조작해서 제공했다. 즉, 이력서는 동일하게 주고, 학생이 취업 센터에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다르게 해서 보여줬다. 실험군인 첫 번째 그룹에는 세금도 제대로 못 내고 있어서 취업이 급하다는 호소가 들어간 자기소개서를, 대조군인 두 번째 그룹에는 그냥 평범한 자기소개서를 주었다. 그리고 실험군은 해당 학생과 직접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눴고, 대조군은 학생과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구조 요원 실험과 마찬가지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읽은 경험, 다시 말해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실험자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효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 가장 컸다. 다시 말해, 수혜자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수혜자와 직접 만남을 가졌을 때 동기부여 수준이 극대화됐다. 해당 학생의 재정적 곤경을 알지 못한 편집자들은 총 27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학생의 곤경을 알았지만 직접 만나지 않은 편집자들은 26분을 할애했다. 그러나 학생의 곤란한 상황을 알게 되고, 학생을 직접 만나본 편집자들은 그를 돕기 위해 30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며 평균 20%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랜트 교수는 실험 결과로 ‘업무 의미의 중요성’이 동기부여의 핵심이며, 아무리 피상적이더라도 수혜자와의 직접 대면은 업무 중요성을 확실히 각인시켜준다고 강조했다. 다른 연구에서 그는 엔지니어, 영업 사원, 관리자, 고객 서비스 대표, 의사, 간호사, 의료 기술자, 보안 요원, 경찰, 소방수들도 자신의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게 되면 더 높은 업무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수년에 걸친 실험과 설문을 통해 그랜트와 동료 연구진은 수혜자와의 직접적인 대면으로 얻게 되는 변화가 어떤 요소들로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지 발견했다. 일례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은 나에게 중요하다’는 식의 사회적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을 때 변화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여부를 상관하지 않고 항상 성실히 근무해왔던 근로자는 수혜자와 직접 만난다고 해서 갑자기 성과가 좋아지지 않았다.
 
정보화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근로자는 최종 소비자와 어떤 접촉도 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직원들이 ‘누군가를 돕고 있다’고 인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랜트 교수는 말했다. “기술은 진정 흥미로운 양날의 검이다. 서로 멀리 떨어진 직원과 최종 사용자를 쉽게 연결해줬지만, 서로 얼굴을 맞댈 필요는 없게 만들어버렸다.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지 않더라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기업은 자사 직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노력을 더 이상 기울이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는 큰 실수라고 그랜트 교수는 말했다. 지금은 기업들도 이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랜트 교수는 직접적인 만남을 상시적으로 마련해주는 업무 절차 수립에 관해 많은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자문을 구하는 기업 중에는 통신 주문 제약 업체도 있는데, 이 기업은 약사를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약국에 정기적으로 순환 배치한다. 또 서류에 이름으로만 표시된 고객을 ‘인간화’하기 위해 주문 파일에 고객의 사진을 첨부한다. 직원들이 업무 성과를 개선하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한 번의 실수라도 발생하면 치명적인 약제 배달 업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과 상관없는 산업이라 할지라도 직원과 조직 내 수혜자와의 만남은 충분히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그랜트 교수는 말했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영향을 받는 최종 사용자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 이 최종 소비자는 같은 조직 내에 있을 수 있으며, 동료나 다른 부서 직원, 또는 경영자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직원과 최종 사용자 사이에 정기적인 만남 통로를 어떻게 만들어주느냐는 것이다. 다른 부서 직원과 매주 전화 회의를 가지도록 할 것인가, 월간 점검 시간을 가질 것인가?”
 
기업 자선 활동도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미국 <포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연구를 실시한 결과 자신의 업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도 않고 최종 사용자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자선 활동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중요한 봉사 활동을 책임지게 하고 기업이 이를 후원한다면, 직원들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변화를 만들어간다’고 믿게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WHARTON>에 실린 ‘Putting a Face to a Name: The Art of Motivating Employe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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