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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nering: 피인수 기업의 친구가 되자

프라샨트 케일,하비어 싱,아난드 P 라만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는 행복한 결혼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두 사람이 얼마나 뜻이 잘 맞는가’가 아니라 ‘뜻이 맞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가’라고 얘기했다. 결혼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은 신흥시장의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채택한 새로운 인수합병(M&A) 접근 방식에 깔려 있는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인수한 해외 기업을 통합하기 위해 서두르는 대신, 피인수 기업에게 독립적인 운영을 허락한다. 마치 소유권에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은 각자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우리가 무간섭 접근 방식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인 파트너링(partnering)을 택하면 피인수 기업은 독립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자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고위 경영진,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내보내지 않고 인수 이전과 같은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해준다. 인수 기업은 자사의 가치관을 하나의 지침으로만 제시할 뿐이지만 피인수 기업 내에 새로운 목적의식을 심어준다. 인수 기업은 제한된 일부 분야에서만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며, 피인수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너지 효과를 추구할 분야를 세심하게 선택한다.
 
 

 
요컨대,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을 전략적 동맹 관계에 놓여 있는 파트너로 대한다. 이를 통해 신흥시장의 다국적 기업들은 선진국 피인수 기업이 갖고 있는 조직적인 추진력을 전혀 위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다. 통합으로 생기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지식과 최고의 관행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인도의 AV 비를라 그룹, 마힌드라 그룹, 타타 그룹, 터키의 얼커 그룹, 중국의 뉴소프트, 브라질의 암베브 등 여러 개발도상국 출신의 대기업들은 이런 무간섭주의 M&A 방법을 사용한다. 타타 그룹이 한국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했던 지난 2004년, 타타 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타타는 대우차를 한국에서 한국 기업처럼 운영하고, 한국인들에게 경영도 맡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대우차는 인도의 타타 자동차와 함께 글로벌 파트너링업체의 일환으로 활동할 것이다.”
 
이런 파트너링은 최근 M&A의 특징으로 굳어지고 있다. 신흥시장 출신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을 두고 펼쳐지는 인수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터키의 얼커 그룹은 그간 세계 비즈니스계에서 그다지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얼커는 2007년 세계적인 식음료 업체 캠벨 수프(Campbell Soup)의 계열사이자 프리미엄 초콜릿의 명가인 고디바를 인수했다. 얼커 그룹의 뮤랏 얼커 회장은 고디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을 동안 왜 고디바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이미 많은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내게 고디바는 초콜릿 시장의 스푼메이커 다이아몬드(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에 있는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다. 그 다이아몬드가 더욱 반짝이도록 윤을 내고, 펜던트도 만들고, 세계 곳곳에서 그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얼커 회장은 인수를 추진할 때부터 벨기에와 미국의 합작회사인 고디바를 사사건건 간섭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 덕에 얼커 그룹은 고디바를 인수할 수 있었다.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품 부문 해외 인수 기획자인 헤만트 루스라도 파트너링 접근 방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마힌드라 그룹이 인수한 유럽 기업의 경영 팀은 마힌드라 그룹 최고의 대변인이다. 우리가 인수를 시도하는 기업의 경영 팀이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면, 이미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기업의 경영 팀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만 마련해주면 된다.”
 
이런 접근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장담하기에는 아직 지나치게 이를 수도 있다. 역외 기업 인수는 성공 가능성이 낮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고무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총 204개 해외업체를 사들인 인도업체들의 재정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중 많은 인도업체들이 파트너링 방식을 사용해왔고, 상당한 주가 상승도 이뤄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역외 기업 인수를 추진한 인도업체의 주가는 인수 후 평균 1.76% 상승했다. 다른 주요 요소들을 조정한 후의 수치인 만큼 역외 기업 인수가 주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역외 기업 인수가 주주 가치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히 예외적인 결과였다. 1998년 독일 다임러는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무려 360억 달러에 미국 3위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 하지만 다임러는 애초에 기대했던 결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2007년 74억 달러에 크라이슬러를 매각하고 말았다.
 
역외 기업 인수를 추진한 인도업체의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인수 결과에 만족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설문조사 방식은 7점 만점(‘강력하게 동의’할 때 7점) 중 주어진 문장에 동의하는 정도를 점수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이 인수를 실행하여 목표 중 대부분을 달성했다’는 문장에 대한 동의 수준은 평균 5.69점이었다. ‘인수의 결과 및 성과에 만족한다’는 문장에 대한 답은 5.47점이었다. 피인수 기업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최근 인도업체에 인수된 미국과 유럽의 10개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에서 응답자 중 50% 이상이 새로운 기업 소유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M&A가 진행된 후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최고 인재가 유출되는 사례가 흔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 결과 또한 무척 놀라웠다. 이는 신흥시장의 대기업들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인수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2년 동안 세계 경제가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의 다국적 기업들은 파트너링 방식을 고수했다. 이들은 비용 절감 및 효율성 개선에 관해 피인수 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았다. 피인수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상당한 경영 재량권을 줬으며 재정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선택한 재미있는 이 전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M&A 후에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 평가해봐야 한다.
 
 
파트너링,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인수를 진행한 후 기업들은 총 5가지 문제에 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M&A를 진행한 후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택해온 통합 방법과 비교하면 파트너링 방식은 5가지 요소 모두 기존 방식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1) 조직 구조 인수가 끝나면 대부분 두 조직은 하나가 된다. 물론 목표, 절차, 보고 체계를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영업비용 및 간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사실 이는 대부분의 M&A가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당수 신흥시장 출신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에서 사들인 피인수 기업들을 흡수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피인수 기업들이 별도 조직을 유지하도록 허락했다. 심지어 자사와 유사하거나 관련이 있는 사업 부문에 속해 있더라도 거의 완전한 운영 자율성을 보장했다. 타타 그룹이 인수한 테틀리, 코러스, 얼커 그룹이 매수한 고디바, 브라질 직물회사 코테미나스가 사들인 스프링스 인더스트리즈는 소유주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 이상 독립 사업체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피인수 기업의 독립성을 유지시키면 획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인수 사례를 망쳐온 실수를 피할 수는 있다. 대개 두 기업이 통합될 때, 통합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운영 및 비즈니스 활동에 혼란이 발생한다. 공통된 절차 및 보고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 과정 자체도 매우 복잡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사기가 떨어지고 이직률이 급증할 때가 많다. 즉 작은 돈을 아끼려다 큰돈을 손해 볼 때가 많은 셈이다.
비용 절감이 신흥시장 출신의 다국적 기업이 M&A를 추진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이들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브랜드 및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추진한다. 신흥시장 출신의 다국적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피인수 기업의 정체성을 십분 활용하고 자사가 피인수 기업이 갖고 있는 기존 브랜드에 누가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고디바나 재규어처럼 성장세를 거듭하는 명품 브랜드, 버드와이저처럼 상징적인 브랜드를 인수할 때는 특히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도 최대의 여행용 가방 제조업체인 VIP 인더스트리즈는 지난 2001년 영국의 고급 여행용 가방 제조업체 칼톤 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VIP 인더스트리즈는 인도에서 칼톤 라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매우 다른 형태의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칼톤이라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영국적인 특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2) 비즈니스 활동 개발도상국 대기업들이 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선별적, 단계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할 뿐이다. 개발도상국 대기업들은 서로 잘 조화시킬 경우 양측 기업의 핵심 사업에 전혀 손해를 끼치지 않고서도 비용을 절감하거나 매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을 찾는다. 이들 기업들은 전략적인 동맹에 관한 교본에서 교훈을 얻어 합동 팀, 경계를 연결하는 인재와 같은 연결고리를 활용해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한다.
 
원자재 구매는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쉬운 부분이다. M&A 후에 전통적인 통합 과정을 거치면 2개 조직이 하나로 더해지기 때문에 조달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의 피인수 업체와 구매 업무를 조율하기 위해 관련 팀을 발족했다. 타타 티가 영국 차()업체 테틀리를 인수한 직후, 양쪽 업체의 관리자들은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조달 및 물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분야인 공개시장 차() 구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타타 티와 테틀리는 같은 수의 관리자를 파견해 구매 팀을 신설했다. 그 결과 서로의 품질 기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얼커와 고디바도 코코아나 개암열매 구매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타타 스틸과 코러스도 아연과 고철을 함께 구매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운영 노하우 공유가 될 때가 많다. 주의할 점은 ‘공유(sharing)’라는 단어다. 일반적으로는 인수 기업에서 피인수 기업 쪽으로 지식이 흘러간다. 하지만 개발도상국 다국적 기업들은 동급 최강의 철학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 즉,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팀이 모여 최고의 관행, 공정, 아이디어를 살펴본 다음 어떤 걸 택할지 선택하는 방식을 취했다. 타타 스틸과 코러스는 아이디어가 쌍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다양한 포럼을 만들어 직원들이 기술 노하우 및 최고 관행을 논의하고 공유했다. 그 결과, 타타 스틸은 코크스 제조가마의 가열 시간을 24시간에서 9시간으로 줄여주는 기술을 포함해 코러스의 기술 중 일부를 실행할 수 있었다. 반대로 코러스는 고온의 철 생산 과정에서 고철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 등 타타 스틸의 기술을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대기업들은 해외의 피인수 업체들에게 직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만 피인수 기업의 기획 및 예산 수립 일정은 자사의 계획과 일치시킨다. 전략 기획 과정을 일치시키면 계획을 조화시키고 이를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도의 M&M 그룹은 유럽과 중국에서 인수한 기업들에게 ‘신속하게 마힌드라의 연간 기획 주기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M&M 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부사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해외에서 인수한 업체들에게 가능한 단기간 내에 마힌드라 연간 기획 주기에 맞출 것을 부탁했다. 그래야만, 서로가 보조를 맞추고 공통된 언어로 얘기를 할 수 있다.”
 
시너지 효과를 찾아낼 책임을 중간 관리자들에게 맡겨버리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고위 경영진은 중간 관리자보다 이 기회를 찾아내기 유리하다. 시너지 효과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타타 그룹의 몇몇 임원들은 피인수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하며, 피인수 기업의 임원들도 타타 그룹의 이사회에 참여한다. 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정보를 창출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파트너링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파트너링,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라
 
터키의 식음료 그룹 얼커는 2007년 12월 고디바 쇼콜라티에를 인수한 후 무간섭주의 접근 방식을 택했다. 고디바의 CEO 짐 골드만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얼커 그룹의 접근 방식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얼커 그룹의 참신한 M&A 기법에 대한 골드만의 생각을 들어봤다.
 
얼커 그룹이 고디바의 우선 입찰자가 된 까닭은?
“사실 얼커 그룹이라는 이름을 입찰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조사를 해봤지만 얼커가 고디바의 새 소유주가 된다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얼커는 우리와 포지셔닝 자체가 매우 달랐다. 얼커도 초콜릿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소매 부분은 아니었고, 지리적으로 겹치는 부분도 없었다. 하지만 뮤랏 얼커 회장을 만난 후 회의적인 생각이 관심으로 바뀌었다. 고디바에 대한 얼커 회장의 포부, 장기적으로 고디바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 고디바가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얼커 회장의 열망 등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그는 우리의 바람대로 고디바의 독립성을 인정해준다고 했다.”
 
인수 후 얼커 그룹은 고디바에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가?
“얼커 그룹에게 고디바는 매우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얼커 경영진은 우리 이사회 및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만, 최종 결정은 우리가 내린다. 2008년 2명의 고위 경영진이 고디바를 떠났을 때 우리는 재빨리 우수한 인재 2명을 채용하려 했다. 당시 얼커 그룹의 고위 경영진도 후보자를 만났다. 하지만 얼커는 내가 경영진 채용과 같은 핵심 결정에 대한 권한을 지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존중해줬다. 한마디로 고디바는 얼커로부터 전혀 간섭을 받지 않았다. 얼커는 간섭을 하지 않는 대신 강력한 지원을 해준다. 얼커의 접근법은 매우 현명하다. 얼커 그룹이 보여주는 신뢰에 걸맞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고디바의 직원들에게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도 우리한테 투자할 의향이 있는 모기업이 있다니 얼마나 큰 행운’인지 얘기한다. 얼커에게 큰 빚을 졌고, 이를 갚기 위해 최선의 노력과 책임을 다할 생각이다.”
 
고디바의 최고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했는가?
“인수 후 얼커가 내린 결정 중 최고는 고디바의 경영진을 신뢰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고디바의 경영 팀 및 전략이 갖고 있는 장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얼커는 고디바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디바의 경영진을 유지하겠다는 얼커의 결정은 두 조직 간에 신뢰와 존경을 형성하는 토대가 됐다. 양측의 신뢰와 존경은 M&A 후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디바와 같은 선진국 기업이 얼커와 같은 개발 도상국 기업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얼커는 고디바가 갖고 있지 못한 역량과 기술을 갖고 있다. 고디바는 요즘 얼커의 뛰어난 협상력을 배우고 있다. 얼커는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하는 그룹이지만 극도로 기업가 정신이 발달한 기업이기도 있다. 고디바는 얼커의 기업가 정신도 배우고 있다. 얼커는 세계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며 고디바가 더욱 세계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얼커는 고디바가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에 관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준다.
 
얼커 그룹은 M&A 후 자사에서 취하는 접근 방식의 성공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얼커 회장은 똑똑한 사업가다. 그는 투자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원하지만,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 내에 수익을 얻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얼커 그룹이 “우리 회사는 위대한 브랜드를 인수했고, 그 브랜드를 한층 더 나은 것으로 키워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얼커 그룹 직원들은 고디바 매장으로 걸어 들어가 고디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 즉, 고디바 제품을 보고 고디바가 혁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원한다. 또한 고디바가 지금껏 진출하지 않았던 나라에 새롭게 진출하고 고디바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질적으로 고디바를 성장시키기를 열망하고 있는 셈이다. 고디바가 이를 이뤄내면 수익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는 사실을 얼커는 잘 알고 있다.”
 
3) 최고 경영진 인수 기업들은 대개 통합의 첫 번째 단계로 피인수 기업의 최고 경영 팀을 교체한다. 경영진을 교체하면 변화를 추구하려는 인수 기업의 의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2개 업체의 비전과 전략, 운영 방식을 정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많은 전문가들조차 피인수 기업의 경영 팀을 내보내고 좀 더 노련한 자사의 관리자들을 그 자리에 앉히기만 해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다국적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해야 피인수 기업, 피인수 기업의 전략, 피인수 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인재의 우수성에 대한 자사의 신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피인수 기업 직원들이 ‘부실한 성과 때문에 다른 기업에 인수당했다’는 생각을 버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인수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인재 및 사회적 자산, 피인수 기업의 경영 팀이 보유한 특정한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지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을 양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알루미늄 재가공업체인 미국 노벨리스를 인수한 인도 기업 힌달코의 데부 바타차리아 CEO도 이 점을 인정했다. “우리는 노벨리스의 인재와 자산을 획득하는 대가를 지불했다. 노벨리스의 직원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는 유명 인사들이다.” 익숙한 사람들이 회사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M&A가 진행된 후에 고객, 공급업체, 직원들 사이에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수 후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과연 이 전략이 실현 가능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피인수 기업의 CEO를 그대로 남겨두는 데 성공한 개발도상국 대기업 수로 미루어볼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브루너 몬드의 존 케리건, 고디바 쇼콜라티에의 짐 골드만, 노벨리스의 마사 핀 브룩스, 냇스틸 싱가포르의 우순희, 스프링스 인더스트리즈의 톰 오코너, JECO 홀딩스의 토마스 쾨르너는 모두 자신의 회사가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에 인수된 후에도 CEO 자리를 고수했다.
 
짐 골드만의 설명을 들어보자. “얼커 그룹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얘기해주었다. 얼커의 고위 경영진이 내게 찾아와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다.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 당신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계속해서 고디바를 이끌어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어왔다. 나는 얼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얼커와 고디바의 관계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나도 3년째 이 자리에 앉아 있다.”
 
HBR TIP 타타 케미컬은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어떻게 활용했는가
 
2005년 12월, 타타 그룹의 계열사인 타타 케미컬은 1억7000만 달러를 주고 영국의 대형 소다 회(soda ash·브라운관 등에 사용되는 화학 기초 재료) 제조업체 브루너 몬드와 케냐에 위치한 부르너 몬드의 자회사 마가디 소다를 인수했다. 타타 케미컬이 파트너링 접근법을 실행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즉각적 조치
인수 직후 타타 케미컬의 고위 경영진은 브루너 몬드와 마가디 소다의 핵심 관리자들과 1:1 회의를 갖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시켰다.
 
- 브루너 몬드와 마가디 소다의 모든 고위 경영진 및 직원들을 그대로 남겨둔다.
- 브루너 몬드와 마가디 소다의 이름, 정체성, 보고 체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 브루너 몬드의 연금으로 인한 채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겠다. 당시, 이 문제는 브루너 몬드 직원들의 주요한 걱정거리였다.
- 인수 후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3개 중 최고’를 선택한다는 평가 철학을 바탕으로 3개 업체의 최고 관행, 공정, 아이디어를 고려하겠다.
 
인수 후 첫 100일
2006년 2월, 3개 업체의 고위 경영진은 인도 뭄바이에서 만나 100일 계획을 수립했다. 3개 기업에서 파견된 관리자들로 구성된 여러 팀에서 35개 주요 해결 과제를 찾아냈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전략 기획 과정 일치
- 세계 최고 고객을 상대하기 위한 계획 개발
- 인사와 관련된 최고 관행 및 정책 공동 적용
- 보도 및 홍보에 관한 기준 수립
 
타타 케미컬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자사 경영진에게 대화에 관한 지침을 전달했다.
-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타타의 행동 수칙 및 경영 혁신 모델에 대해 얘기하라.
- 타타 그룹의 핵심 비즈니스 가치 및 사회 공헌 내용을 전달하라.
- 타타 케미컬 직원들하고만 교류하지 말고 새로운 동료들과 어울려라.
- ‘인수’ ‘소유권’ 등의 단어는 피하고 ‘단결’ ‘모기업으로서의 역할’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라.
- ‘그쪽’ ‘우리’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라.
 
장기 방안
타타 케미컬은 100일이 지난 후 몇 가지 조직적인 단계를 밟아나갔다.
 
- 타타 케미컬은 글로벌 케미컬 자문 협의회를 설립했다. 타타 케미컬 사장이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3개 업체에서 선발된 8명의 고위 경영진이 참여하여 전략과 정책에 대한 조언을 제시한다.
- 타타 케미컬은 3명으로 구성된 사업 수뇌부 협의회를 구성했다. 협의회 회장은 3명의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이 협의회는 운영, 판매, 마케팅 전략을 조화롭게 조율할 책임을 맡고 있다.
- 타타 케미컬, 브루너 몬드, 마가디 소다는 데이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시장의 고객에게 접근할 때 더욱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했다.
- 타타 케미컬은 브루너 몬드와 마가디 소다가 인도 공급업체들로부터 장비를 조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인도에 위치한 타타 케미컬 혁신 센터와 브루너 몬드의 신규 벤처 팀은 유럽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4) 운영 자율성 많은 피인수 기업들은 인수 후 대부분 운영 자율권을 얻지 못한다. 시스코에 인수된 여러 기업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충분한 재량권을 얻는 일조차 쉽지 않다. 어떤 쪽이 인수자이고 어떤 쪽이 피인수자인지 분명한 선이 그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특별한 요청이 없다면 인사, 가격 책정과 같은 주요 문제에도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피인수 기업의 경영 팀이 자사의 고객, 조직, 라이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피인수 기업에 자유를 주면 변화의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명확한 이점도 있다. 독립성을 보장해주면 인수 후에 피인수 기업이 부진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줄어든다. 인수 기업이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으면 피인수 기업의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독립성을 보장해주면 관리자가 인수 기업의 기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의사결정 마비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 자율성을 부여하면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은 더 나은 성과를 올리려는 강력한 동기도 얻는다. 우리가 만난 많은 CEO들이 피인수 기업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모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무척 다행이라고 느꼈다. 특히 인수 기업의 기대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막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일부 기업은 피인수 기업에 자사의 고위 경영진 한두 명을 배치시킨다. 이들은 피인수 기업의 CEO를 감시하거나 비판하는 게 아니라 교량 역할을 한다.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에게 그들의 새로운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물론 피인수 기업에 대한 인수 기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얼커는 고디바에 이런 역할을 담당할 경영진 1명을 배치했다. 짐 골드만은 “고디바에 배치된 얼커의 임원은 얼커가 고디바에 간섭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얼커의 임원은 얼커 회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얼커가 이해할 수 있도록 양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얼커의 임원 1명이 이스탄불에서 뉴욕으로 옮겨온 건 좋은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HBR TIP 전통적 통합과 파트너링의 5가지 차이점
 
파트너링 접근은 전통적인 M&A 통합 방식과 크게 5가지 차이점을 지닌다.
 

 
 
5) 비전과 가치관 많은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M&A 후에 특유의 문화와 가치관을 통합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소프트’한 요인들은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가장 먼저 시너지 효과 창출에 집중한다. 반대로 신흥시장 출신의 다국적 기업들은 인수 직후 가치관, 윤리, 기업 철학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파트너링 접근이 제 기능을 하려면 적극적인 의견 교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인수 기업이 모기업의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타타 그룹의 예를 보자. 피인수 기업들은 타타 경영 혁신 모델 및 타타 행동 수칙에 기재되어 있는 원칙에 즉시 서명하고 관련 내용들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타타 그룹의 사티쉬 프라단 인사 담당 부사장은 “그룹 내의 모든 기업들이 타타 그룹의 철학과 가치 체계를 염두에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파트너링 접근하에서 중앙 본부는 가치관과 비즈니스 원칙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요 부문에 관한 개괄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기업 간의 우수 관행 공유를 장려하고, 성과도 살핀다. 하지만 중앙 본부가 언제나 피인수 기업들에게 자사의 관행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피인수 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모기업에서 채택한 관행의 장점을 높이 평가하도록 돕는 한편 주요 관행을 실행하도록 격려한다. 타타 그룹의 R 고팔라 크리쉬난 전무이사는 “타타 그룹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정복자처럼 굴지 않는다. 협조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타타 그룹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도록 격려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피인수 기업이 조직적으로 분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M&M은 초기에 피인수 기업의 지배주주가 되어 51%의 지분을 보유했다. 대신 나머지 지분은 피인수 기업의 전 소유주가 갖도록 내버려 두거나, 스톡옵션을 통해 관리자들에게 지급했다. 이후 M&M은 모든 피인수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개 기업을 출범시켰다. 피인수 기업의 경영진을 포함한 주주들은 이전에 보유했던 주식 대신 M&M이 새롭게 설립한 기업의 주식을 받았다. 그 결과, M&M 그룹에 속한 기업들 간 협력 관계가 한층 공고해졌다. 뿐만 아니라 피인수 기업의 고위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더욱 세심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HBR TIP 어떤 기업이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택해야 하는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파트너링에 좀 더 적합한 기업이 있다.
 

 
모든 기업에서 파트너링 접근법을 활용할 수 있는 이유
파트너링 접근 방식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일도 재미있다.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택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도상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강력한 브랜드, 최첨단 기술, 우수한 경영 팀을 보유한 선진국 기업을 인수할 때가 많다. 따라서 피인수 기업들이 정체성과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락하는 게 자연스럽다. 둘째, 개발도상국 출신 다국적 기업들의 자원 및 해외 피인수 기업의 자원이 대체 가능하지 않고, 보완적인 특성을 갖고 있을 때가 많다. 선별적인 조정만으로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개발도상국의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복잡한 해외 통합을 관리할 만한 역량이 부족하다.
 
물론 M&A의 주변 상황도 중요하다. 하지만 파트너링 접근을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등장한 또 다른 호기심 정도로 치부하지는 말라. 그 전에 선진국의 일부 기업들도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시스코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에 오랫동안 투자해왔으며,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파트너링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했다. 디즈니도 픽사에서 많은 걸 얻어내기 위해 같은 방법을 택하고 있다.
 
파트너링 접근법이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는 두말할 필요 없이 르노와 닛산이다. 1999년 르노는 닛산의 지분 36%를 인수했고, 보유 지분을 44%로 늘렸다. 당시 르노의 고위 경영진은 르노가 닛산을 무작정 인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르노는 자사 임원인 카를로스 곤을 닛산의 CEO로 임명했지만 르노와 닛산의 관계가 파트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닛산과 르노가 갖고 있는 독특한 관행과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상대의 문화와 개성을 존중한 결과는 탁월했다.
 
닛산과 르노는 상호 결합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몇 가지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 우선 정책 문제와 유행 전략을 결정하기 위한 파트너링 위원회를 구성했다. 각 기업의 고위 경영진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상대 기업으로 파견하여 상대 기업이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는 기능을 살펴보는 방법도 활용했다. 서로 협력할 분야를 찾아내기 위해 양쪽 업체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으며 다양한 직급을 갖고 있는 직원들을 선발해 새로운 팀도 설립했다. 르노와 닛산은 제품 설계, 원자재 확보, 제조 등의 부문에서 우수 관행을 공유했고, 점진적으로 공급망 및 제조 플랫폼을 공유해나갔다.
 
2006년까지 르노와 닛산의 판매, 시장점유율, 효율성은 모두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불과 27% 상승했지만 르노와 닛산의 시가총액은 각각 300%씩 증가했다. 물론 최근에는 세계 모든 자동차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르노와 닛산도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르노와 닛산이 서로 힘을 합치지 않았더라면 한층 불운한 운명을 맞이했을 게 틀림없다.
 
물론 파트너링 접근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그 장점이 실현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에 거의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을 이뤄내는 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자리 감소, 직원 해고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역량에는 상당한 제약이 가해진다. 따라서, 이 접근 방식은 인내심을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큰 기업에 매우 적합하다.
 
필자들이 고위 경영진과 토론을 할 당시에도 이 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많았다. 필자들이 만나본 개발도상국 출신 다국적 기업의 고위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이 접근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한 각오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마디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도입하기에 좀 더 적합한 기업이 있다. 협조적이고 포괄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조직은 위계질서가 뚜렷하며 명령과 통제가 주를 이루는 기업에 비해 파트너링 접근법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인수 기업의 고위 경영진은 통제가 아닌 영향력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취하려면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이 평균 이상으로 모호성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파트너링 접근 방식을 택하는 인수 기업의 경영진은 피인수 기업의 강점을 인정하고 자사의 업무 방식을 강요하고픈 욕구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존중할 줄 아는 태도도 중요하다. 일부 조직은 DNA에 이런 특징들이 새겨져 있고, 일부 기업은 이런 특성을 직접 키워나가야 한다.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해본 기업들은 이미 이 DNA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파트너링 접근 방식은 동맹과 인수가 갖고 있는 최고 장점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프라샨트 케일(kale@rice.edu)은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대 존스 경영대학원 교수다.
하비어 싱(singhh@wharton.upenn.edu)은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다.
아난드 P 라만(araman@harvardbusiness.org)은 보스턴에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선임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12월 호에 실린 미국 라이스대의 프라샨트 케일 교수, 펜실베이니아대의 하비어 싱 교수, HBR의 선임 에디터 아난드 P 라만의 글 ‘Don’t Integrate Your Acquisitions, Partner with Them’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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