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umn : Behind Special Report

삼촌 리더십

286호 (2019년 12월 Issue 1)

“형은 무서울 것 같고, 아버지도 엄한 이미지다. 삼촌은 오라고 하면 ‘가기 싫다’고도 할 수 있고, 용돈 준다고 하면 또 오기도 하고. 그런 이미지가 좋을 것 같아서 ‘삼촌’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정정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수평적 리더’가 존재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자칭’이다. 꼰대 소리를 듣기 싫어서 수평적 리더인 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상사가 시키면 해야지 무슨 변명이 이렇게 많지’라고 생각한 적 없었는지 스스로를 돌이켜보자. 이들에게 정정용의 ‘삼촌 리더십’을 추천하고 싶다.

그의 리더십은 공감과 진정성을 핵심으로 한다. 지시하고 명령하는 ‘갑질 리더십’이 아니라 자신보다 낮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끈다. 정 감독은 자신을 삼촌으로 낮추고 선수들(조직원)에게 다가갔다. 이후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의견을 주고받는 것에서 한 차원 뛰어넘어 마음을 움직이려고 애썼다. 미드필더 고재현은 대회가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선수들끼리 운동장에서 ‘감독님을 위해 뛰어보자’고 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도자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권한을 나눠준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정 감독은 ‘나 혼자는 못 한다’며 중간관리자인 코치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권한을 나눠줬다. 이를 통해 각자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이끌어냈다. 그만큼 코치들의 책임 의식과 충성도는 강해졌다. 대신,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줬다. 건강한 조직일수록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수없이 충돌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각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결과로 인해 비판이 쏟아질 때는 ‘내 책임’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리더십이 꼭 필요할까.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직 밖으로 나가버리는 ‘Z세대’ 때문만은 아니다. 리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다. 기자가 만난 한 금융사의 CEO는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솔직히 무서울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리더로 성장하면서 배우고 경험했던 것과 현재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조직원들의 도움이 필수”라며 “이들의 조언을 얻으려면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좋은 조직원을 모으고, 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표출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선호한다. A부터 Z까지 모두 관여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독불장군 리더를 꺼린다. 부서장의 성향을 보고 부서 이동을 결정하는 직원도 많다. 구글, 애플 등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은 회사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비결로 조직원과의 협업을 꼽는다.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가 직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정 감독처럼 자신을 낮추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한 기업이 다른 곳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CEO가 직원들을 섬기면, 이들도 같은 마음으로 고객을 섬겨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고 수익률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한동안 국내에서도 이러한 리더십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런데 방향이 잘못됐다. 당시 회사마다 리더가 직원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한다고 난리였다. 전형적인 보여 주기식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면 어떨까. 직원들과 돌아가며 식사 자리든, 캐주얼한 미팅이든 잡아보자. ‘삼촌’처럼 올 사람만 편하게 부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주제를 정하지 않고 수십 분간 듣는 데 주력해보자. 진정성을 느끼면 직원들도 다양한 의견을 꺼내 놓지 않을까. 일단 직원들 속내부터 들어보자는 이야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만약 미팅 동안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면 리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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