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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라면… 직원에게 지고, 시장에서 이겨야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사장으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수많은 월급쟁이에게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지 모르지만 월급을 주는 사장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다. 리더는 사실 외로운 자리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혼자 어려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다수에 맡기는 것은 자칫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사장은 남을 이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항상 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똑똑한 체하기 전에 스스로를 낮춰야 한다. 또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빠져 있고 직원들에게 일을 믿고 맡겨야 한다. 직원들이 못 미덥다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을 노출할 뿐이다. 사장의 길을 꿈꾸고 있다면 그 무게를 견딜 준비가 돼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직장생활 하는 이들은 누구나 독립을 꿈꾼다. 남의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쓸데없는 잔소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비상하길 원한다. 하지만 막상 사장이 되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고민들이 생겨날 것이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장으로 산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이 책에 몇 가지 힌트가 있다. 독립을 꿈꾸는 사람, 자유를 원하는 사람, 지겨운 직장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리더는 외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참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에는 아누아크라는 부족이 있다. 아누아크 족의 왕에게는 지켜야 할 계율이 있는데, 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고독(孤獨)’이다. 왕은 자신의 거처에서 혼자 지내고, 식사도 혼자 해야 하며, 부족민과 함부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아파도 아픈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리를 떠나 독립해야 한다. 독립 후 1년쯤 지나면 절반이 사라진다. 방랑사자들은 3∼4년, 길게는 4∼5년간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 시간은 보약과 같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단단한 몸을 갖게 되고, 싸우는 기술 또한 일취월장하게 되며, 제왕의 후보가 가져야 할 자격도 갖추게 된다. 초원의 제왕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영화 ‘라이언 킹’의 주인공 심바는 삼촌과 하이에나에게 쫓겨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금의환향한다. 늑대도 마찬가지다. 무리를 지어 살지만 과감하게 무리에서 나와 나 홀로 거친 황야로 들어가는 늑대가 있다. 몸이 약해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개성이 강해 자의 반 타의 반 떨어져 나온 황야의 늑대들도 있다. 늑대 사회에서는 대장 부부만이 새끼를 낳을 수 있다. 각자 새끼를 낳아 자기 새끼만 위하다 보면 분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무리를 가지려면 무리를 떠나야 한다.



자기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황야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다. 종교를 창시한 성인들도 그렇다. 부처는 29살에 왕자라는 자리와 가족을 떠나 6년 동안 방랑한 끝에 득도를 했다. 예수는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했고, 모세는 광야를 40년간 헤맸다. 마호메트는 40세가 되던 해부터 매년 한 달 정도 황량한 동굴로 들어가 기도한 끝에 계시를 받았다. 공자는 55세라는 늦은 나이에 조국이던 노 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천하를 떠돌았다. 유람이 아닌 유랑이었다. 황야는 고통스럽지만 피해야 할 곳이 아니라 거쳐야 할 곳이자, 자신을 담금질하는 곳이다. 태평양 뉴기니섬에 사는 다니족은 어른이 되려는 소년들에게 특별한 의식을 요구한다. 먼저 사흘 동안 혼자 외딴집에서 지내게 한다. 이 시간을 통과한 소년만이 전사로 인정받고 어른과 함께 사냥에 참여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에서 참가자에게 미션을 주고, 이 미션을 해결하면 계열사 사장직을 준다고 공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가자들이 한 명씩 떨어져 나갔다. 한 번은 어려운 미션을 받은 어느 팀장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 뒤 다수결로 결정을 하려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바로 해고당했다. 결정은 리더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이자 멍에인데 리더가 해야 할 일을 다수결이란 이름으로 팀원들에게 떠넘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사장은 혼자 있는 능력, 혼자 견디는 능력, 혼자 결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세상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세상의 의견을 좇아 살기 십상이고, 혼자 살면 자기 생각에 빠져 살기 쉽다.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은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만의 독립성을 완벽하고 즐겁게 유지하는 사람이다.” 미국 사상가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이다.

리더는 자기만의 시간, 자기만의 장소, 자기만의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혼자 밥 먹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야구의 신 김성근,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과 술은 물론 밥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감독과 선수의 만남은 질투를 유발하고, 질투는 불행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자리를 만드는 순간 의도치 않은 일이 생긴다. 그래서 조용히 혼자 먹기를 택하고, 혼자 있는 것을 견딘다. 리더가 조직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 한 끼는 그냥 밥 한 끼가 아니다. 정치에 능한 사람에게는 기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부러운 자리다. 자칫하면 누군가를 소외시킬 수도 있다. 질투와 시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문과 불공정의 기원일 수 있다. 리더의 고독은 나누는 게 아니다. 아니, 결코 나눌 수 없다. 나눌 수 없는 고독을 나누려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고독을 뜻하는 단어인 ‘solitude’는 태양을 뜻하는 ‘sole’에서 시작된다. 하늘의 태양이 둘일 수 없다는 의미다.

사장은 때때로 직원에게 질 수 있어야 한다. 사장이 너무 똑똑하면 문제가 된다. 어느 회사나 사장 보고 시간은 엄숙하다. 사람들은 사장이 알고 싶거나 알아야 할 것은 죄다 거르려 한다. 다시 하나하나 캐물어야 한다. 사장은 “나는 모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사장이 모르는 걸 채워주려 한다. 직원들의 웃음도 잘 해석해야 한다. 그들은 당신이 재미있어 웃는 게 아니라 상사이기 때문에 웃어주는 것뿐이다. 할 수 없이 웃을 때도 많다. 직원들은 솔직하지 않으며, 뭘 물어도 감탄하고 박수칠 게 뻔하다. 솔직함을 유도하려면 똑똑한 체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어수룩해 보여야 한다. 채근담에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이란 말이 있다. 매는 조는 듯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든 것처럼 걷는다는 말이다. 매섭게 앉아 있고 당당하게 걷는 건 어렵지 않다. 아니, 그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 쉽게 살수록 잘사는 건 힘들다. 노련한 매는 조는 듯 앉아 있다 쏜살같이 덮치고, 경험 많은 호랑이는 병든 듯 걷다가 전광석화처럼 달려든다. 매섭게 앉아 있고 당당하게 걷기가 힘든 것이 아니라 조는 듯 앉아 있고 병든 것처럼 걷기가 더 힘들다는 의미다. 자연의 강자들은 평소에는 늘 지는 것처럼 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긴다. 허허실실 전략의 고수들이다.

이긴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승부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무조건 이기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상처뿐인 영광이다.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져주면서 이겨야 한다. 직원에게 져주는 건 시간과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작게 져주고 크게 이기는 게 진짜 능력이다. 사심 없이 허리를 숙일 수 있어야 한다. 아무나 할 수 없고, 자신감과 자긍심이 충만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은 무게도 없고 향기도 없다. 져주는 것과 끌려가는 것은 다르다. 져준다는 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품어주고, 낮아지고, 물러나는 일이다. 반대로 끌려가는 건 남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일이다. 이 경우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 져줄 수 있는 건 그럴 만한 힘이 있고 용기가 있다는 의미다. 능력이 없고 실력이 부족해 져주는 게 아니다. 약한 사람은 져줄 수 없고, 져주는 힘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큰 능력이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다. 직원에게 지고, 시장에서 이겨야 한다. 대부분의 사장은 직원에게 이기고, 시장에서 진다.

‘머니볼’이란 영화를 보면 구단주는 경기를 잘 보지 않는다. 경기를 보다 보면 감독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고 자꾸 간섭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회의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는 사장도 있다. 사장들의 금기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매사 ‘내가 해낸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여기가 내 한계’임을 몰라서는 안 된다. 이런 사람들은 아랫사람에게 뭔가를 맡겨 놓으면 담배를 끊었을 때 금단현상을 겪는 것처럼 불안해 한다. 그러나 회사는 혼자 경영할 수 없다. 회사가 작으면 혼자 이끌 수 있겠지만 커지면 절대 그럴 수 없다. 사장이 술자리에서 알아서 빠져주듯이 일에서도 알아서 빠져줘야 한다.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영의 달인’ 잭 웰치 전 GE CEO는 퇴임을 선언한 뒤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훗날 당시 심정을 고백하면서 “회의실로 달려가 문틈으로 귀를 대고 듣고 싶을 정도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을 지켰다.

사장의 확신이 강할수록 직원들의 확신은 사라진다. 탁월한 리더들이 가진 무기는 두 가지다. 첫째, 먼저 행동하는 능력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쓰는 무기다. 작게 주고 크게 받는, 져주고 이기는 무기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고 앞서 나간다. 남들이 놀 때 먼저 고민하기 때문에 남들이 고민할 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먼저 시작했기에 유유자적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리한 상황을 선점하다 보니 부와 지위도 먼저 가져갈 수 있다. 둘째, 주는 능력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일과 관련된 능력이지만 남들과 주고받는 쌍방향 상호작용은 관계에 있어서의 능력이다. 사장은 먼저 다가가서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는 일이 가능성 있고, 미래로 향하는 확실한 길이란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먼저 남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가자고 해야 한다. 직원들과 하나라는 증거를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능력만 가진 사장은 회사를 크게 키울 수 없고, 관계 능력만 가진 사람은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리더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누군가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믿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사람은 중요한 자원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 많다는 건 사장의 복(福)이자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독재자는 누구도 믿지 않기에 비밀경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한다. 힘과 공포로 통치한다. 믿을 사람이 없다는 건 자기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믿음은 희귀한 자산이다. 어디서 살 수도 없고, 어딘가에 묻혀 있지도 않다. 믿어달라고 믿어줄 수도 없고, 갖고 태어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물려줄 수 없으며, 한 번에 만들 수 없고 조금씩 축적해야만 한다. 이렇게 힘들게 축적해도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대부분의 사장은 수없이 발등 찍혀 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도 하는 수 없다. 그게 곧 사업의 일부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은 사람을 어떻게 키우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데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는 투자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사람보다 그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이 더 힘들다. 사장은 그런 자리다.

또 리더는 나쁜 힘이 자라는 걸 억제하고 생산적인 힘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난초처럼 힘을 가져야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다. 미리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외나무다리 결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싹이 노랄 때부터 알아보고 대비해야 한다. 어떤 게 노란 싹일까? 능력 부족을 욕심으로 메우는 사람부터 우선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필요한 능력과 의지를 욕심으로 채우고 포장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주변의 희생을 먹고 사는 무서운 포식자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으려 한다. 등반 도중 부상을 당한 한 사람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 불량 직원은 위장에 능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이들은 일이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며, 일과 관계없는 사생활이나 도덕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이들이 “혹시 그거 아세요?”라며 말을 걸어올 때 대처 방법이 있다. “실제 있는 이야기인가?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가? 내게 유익한 이야기인가?” 질문을 한 번 던져보라. 늘 하소연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자기 능력을 펼치도록 도와달라며 회사 생활의 고충을 토로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하소연은 자신을 인정해달라고 감정적으로 떼를 쓰는 것에 가깝다. 고충은 회사 사정을 알게 해주지만 하소연은 사람의 진을 빠지게 한다.

아프지만 사람을 내칠 줄도 알아야 한다. 일의 추진을 번번이 반대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설득하고 돌파해야 한다. 가장 힘든 건 능력은 있는데 가치관이 안 맞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쳐야 한다. 무엇보다 변화를 시도할 때 물밑에서 조용히 불만 세력을 모으거나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내는 저항 세력은 반드시 내쳐야 한다. 이런 사람은 절대 밖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항하기 때문에 발견하기도 어렵다. 최악의 리더십은 사람을 내치지 못하고, 결정할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형이다. 소선(小善)은 대악(大惡)이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이다. 정에 이끌려 자꾸 선을 베풀면 조직을 망치고, 개인도 망친다. 이게 대악이다. 정말 큰 선은 비정이다. 냉정할 때는 냉정해야 한다. 특히, 사람 문제에 있어서는 엄격해야 한다.

사장은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혼돈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다른 사람 눈에 안 보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이들은 가능성을 사업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관행에 도전한다. 하던 일을 반복하면서도, 한편으론 항상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작은 성공은 남보다 잘하는 것에서 나오고, 큰 성공은 미친 짓과 손가락질에서 시작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하지 않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 속의 불확실성과 부딪치며 뭔가 만들어내야 한다. 이들은 대개 끊임없이 요동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계에 서 있다. 경계에 서서 한계를 넓혀가야 한다. 영역을 넓혀가는 나라일수록,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이런 경계의 이동이 활발하다. 반대로 성장이 끝난 회사는 모든 주요 자원이 중심에 몰려 있다. 경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활기는 사라지고 동력은 식어간다. 경계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두 소재가 만나는 경계, 인터페이스에서는 기존에 없던 물리화학적 특성이 나타난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경계를 멀리하고 중심에만 머무는 회사는 그 반대다. 사업은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일이고, 위험하지만 의미 있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지금 위험하게 살아야 미래가 덜 위험해진다. 위험하게 살수록 덜 위험해지는 게 세상의 이치고, 이게 진짜 잘사는 길이다.



세계 최초의 유정 굴착자인 미국의 에드윈 드레이크는 철도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원이었다. 은퇴 후 조명용 램프 재료를 얻기 위해 땅을 파다가 석유 시추를 떠올렸다. 그 시절은 아무도 땅에서 석유를 얻겠다는 생각을 못하던 때였다. 땅을 파고 있는 드레이크의 모습은 흡사 미치광이를 방불케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석탄 채굴 방식을 벤치마킹해 땅을 파 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석유 채굴에 성공하면서 당대 최고 갑부가 됐다. 이처럼 리더는 조직 비전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이라도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디고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 돼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먼저 불확실성 속으로 기꺼이 뛰어드는 자가 곧 사장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있다. 누구나 사장이 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외로움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의 길을 가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자유다.

필자소개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5호 AI on the Rise 2019년 1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