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 인터뷰

“연봉과 야근이 기업 평판을 좌우?
경영진의 리더십이 가장 큰 영향”

273호 (2019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 평판 관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불필요한 야근과 차별을 참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며, 신뢰할 만한 경영진을 원하는 ‘까다로운 인재’들이 구직활동에 앞서 전·현직 임직원들의 후기까지 꼼꼼히 챙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등이 노출되기라도 하면 공들여 쌓은 평판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설픈 입단속은 자칫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2014년 채용 정보 플랫폼으로 시작한 잡플래닛에는 국내 30만 개 기업의 전·현직 임직원이 남긴 생생한 후기 2800만 건이 누적돼 있다.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는 이 빅데이터가 기업 평판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위기 징후를 말해줄 수 있으며 기업 이미지 변신의 단서까지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에이스프로젝트, KSS해운, 한국MSD, 한국가스공사 등 잡플래닛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특징과 나쁜 평판을 가진 기업들의 특징을 통해 평판 관리의 해법을 들여다봤다.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상사 앞에 사표를 내던진 직원이 얼마나 솔직하게 퇴사 사유를 말할 수 있을까. 진짜 속마음과 거리가 먼 적당한 논리로 둘러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직을 위해 들어간 직장 평판 사이트 ‘잡플래닛(Jobplanet)’에서 가입 조건으로 전 직장에 대한 평가를 남기라 한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뒷이야기를 쏟아내도 거리낄 게 없기 때문이다. 구직자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의 적나라한 ‘민낯’을 엿보기 위해 이런 사이트를 참고하는 이유다.

2014년 4월 채용 정보 플랫폼으로 시작한 잡플래닛에는 수년간 이런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기업의 고급 정보들이 차곡차곡 쌓여 왔다. 기업 문화의 실상과 치부가 낱낱이 담긴 빅데이터가 누적된 셈이다. 실제 기업에서 근무해 본 전·현직 임직원만 후기를 남길 수 있기에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채용설명회나 취업박람회 홍보 부스에서는 듣기 어려운 근무조건이나 조직문화 등 기업의 이면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비공식 정보 행위는 구직자들의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잡플래닛의 월간 방문자는 300만 명, 월간 페이지 조회 수는
1억 뷰에 달하며 기업에 대한 누적 정보만 2800만 건이 넘는다.

그동안 확보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 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는 잡플래닛의 황희승 대표(35)는 최근 DBR과 만나 “평생직장이란 말이 어색할 정도로 이제는 이직이 자연스러워졌고, 기업 내부적으로도 우수 인재가 귀해지고 있다”며 “경영자들도 인재를 유치하고 붙잡아두기 위해 임직원 만족도나 기업 내부 평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글래스도어로 불리는 잡플래닛의 창업자로부터 기업 평판을 결정하는 요인, 평판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면면에 대해 들어봤다.



많은 기업이 평판을 관리하고 싶어 하지만 익명의 힘을 빌린 전·현직 임직원들의 신랄한 평가와 독설까지 막지는 못한다. 익명성에도 불구에도 잡플래닛 안에서 좋은 평판을 가진 기업들이 있나.
그렇다. 아무래도 임직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업들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가능케 하는 곳들이 평판이 좋다. 같은 업계여도 얼마나 직원들에게 자기 계발 시간과 워라밸을 보장해주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가령, 모바일 게임 회사들은 대체로 잦은 야근과 촉박한 개발 일정으로 임직원 불만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에이스프로젝트란 기업은 게임 회사지만 직원들에게 일정 선택의 자유와 시간적 여유를 최대한 보장해 임직원 만족도 등 전반적인 평점이 높게 나타난다. 자기 계발 시간 확보도 가능하다. ‘공부 중’이라는 팻말만 세워 놓으면 업무 시간에도 언제든지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라 야구 경기를 보는 일도 공부에 포함된다. 또한 보통 직원들은 ‘이유 없이 갈려 들어가는 문화’에 반감을 가지는데, 이 회사는 입사 단계부터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선택해 지원하도록 해 직원들이 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게끔 도와준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평판을 가진 기업들은 대기업, 혹은 모든 면에서 완벽할 것이라고 오해한다. 무조건 연봉이 높아야 하고, 무조건 정시에 퇴근해야 하는 줄 안다. 그러나 좋은 기업의 조건에는 정답이 없다. 젊은 직원들은 야근 많은 회사를 무조건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만족도가 높은 기업에도 야근하는 직원들이 많다. 불필요한 상사 눈치 보기, 강압에 따른 야근이 없을 뿐이다. 이런 회사들은 주로 자발성에 기초해 자기 성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를 갖고 있다. 평판이 좋은 기업들의 특징은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시스템,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 근무 자율성과 구성원에 대한 상호 존중 등 매우 다양하다.

다만, 이런 다양한 요인 가운데 기업 만족도와 가장 관련이 깊은 요인을 꼽자면 단연 ‘경영진’ 만족도다. 이는 데이터가 말해준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경영진의 5개 만족도 영역 가운데 경영진 만족도가 기업에 대한 총 만족도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 경영진의 리더십과 직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 더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이 내부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진이 평판에 미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나.
보통 경영 승계를 하는 기업에서 경영진의 중요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 예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는데 승계를 기점으로 잡플래닛 기업 총 만족도 점수가 3.6점에서 2.3점(5점 만점)으로 1.3점이나 떨어진 기업도 있다. 리뷰에는 ‘공감할 수 없는 의사결정’ ‘사장님 놀이 하는 대표이사’ ‘혼자 결정하고 삽질은 직원들이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번복’ ‘야근하고 있으면 갑자기 나타나 캔 커피 주고 가시던 회장님이 그립다’ 같은 거침없는 평가가 등장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보다 경영 승계 과정에서 회사 내부를 챙기지 않아 안쪽부터 곪아가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이런 특징은 두드러진다. 기업이 작으면 경영진과의 스킨십 수준이 높아지고 임직원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리더십이 교체될 때마다 기업 성과가 크게 흔들리기도 한다.


대기업에 비해 제도나 문화 등 시스템이 없는 중소기업이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면 경영진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사실 국내 중견 중소기업 같은 경우 대개 경영진이 구성원과의 ‘약속’만 잘 지켜도 기업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 KSS해운이 그런 사례다. 이 회사는 “미래의 CEO를 찾습니다”를 채용 카피로 내세우며 실제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많은 회사가 겉으로는 일반 직원도 CEO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경영진이 오너 일가나 특수 관계인으로 내정된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런데 KSS해운은 오너가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말 그대로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높은 급여와 훌륭한 복지제도가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당연한 몫이 아니라 직원에게 주는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회사는 직원들이 일하고 성장한 만큼 승진과 처우로 보상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흔히들 회사가 주인의식을 강조하면서 열심히 일하라고 직원을 채찍질하면 평판이 나빠지고 다니기 싫은 회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사례처럼 경영진이 신뢰를 기반으로 제도와 문화를 운영하면 충분히 직원과 회사가 ‘윈윈’할 수 있다. 물론 내부 불만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KSS해운도 모든 직급에서 반드시 시험에 합격해야만 승진시켜주는 제도를 시행해 직원들이 자기 계발을 게을리할 수 없고, 이런 제도가 때론 단점으로도 언급된다. 그러나 직원들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주고, 이익 공유(profit sharing) 제도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전 직원과 나누며, 더 나은 복리후생을 위한 기금도 운용하기 때문에 평판이 유지되는 것 같다.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직원을 배려한다는 게 이 회사의 돋보이는 점이다. 잡플래닛 후기에 나타난 KSS해운 전·현직 임직원들의 CEO 지지율은 무려 100%다.


DBR minibox: 잡플래닛에서 좋은 평판을 가진 기업들





KSS해운(중소중견기업)
- 한국 해운업계 LPG선 최대 보유,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 이익 공유(profit sharing)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
- 연차 등 복지제도 수준이 높고 사용이 자유로우며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로 지정해 칼퇴, 해상직 등 직원에 대한 배려가 경쟁사 대비 돋보임
- 오너가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아 일반 직원도 사장이 될 수 있음. ‘미래의 CEO를 찾습니다’가 채용 카피이며 실제로 누구나 CEO가 될 수 있음
- 복지제도: 직원 자기 계발 교육비 전액 지원, 해외 연수 기회 다수, 휴가 보조비 지원, 사내 복지 기금을 통한 복리 후생 정책, 우리사주 조합을 통해 매년 무상 주식 증여 등


한국MSD(외국계 기업)
- 연차를 사용할 때 회사의 눈치를 많이 보시나요?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다 88%, 눈치를 보지 않는 편이다 12%
- 본인의 역량과 성과에 대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매우 인정받고 있다 40%,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60%
- 일주일에 야근을 몇 번 정도 하시나요? 전혀 없음 75%, 1∼2회 25%
- 일 평균 근무시간은 얼마나 되시나요? 8시간 미만 33%, 8∼9시간 17%, 9∼10시간 50%


한국가스공사(공기업)
- 회식 문화가 매우 좋고 점심 회식도 많이 하는 편. 공기업 중 드물게 잔 돌리기 문화가 없음
- 청렴을 엄청 강조해서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 여직원에게 조금이라도 성적인 농담을 하면 조심하라고 주위에서 눈치를 많이 줌
- 교대 업무로 안정적이고 쉬운 일만 할 수도 있겠지만 원한다면 공사감독, 공급, 생산, 해외 등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 수평적이고 점잖은 기업 문화가 큰 강점, 에너지 공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이런 부분이 장점에 언급되는 것은 한국가스공사가 유일




외국계 기업이나 공기업처럼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신의 직장’의 경우 내부 평판도 좋은 편인가.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항상 평판이 좋은 것은 아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이 좋은 평판을 받으려면 소위 ‘한국화’되지 않고 기대 수준을 유지하며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성장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MSD란 외국계 제약회사는 ‘한국 회사들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기업 문화의 총집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양호한 근무 환경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기업 리뷰를 살펴보면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 유리 천장이 안 느껴지는 성 평등, 점심 회식, 재택근무, 유연 근무제 등 워라밸을 위한 각종 제도가 잘 갖춰 있고 제도 활용에 제약이 없다는 내용이 많다. 연차를 사용할 때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답한 임직원이 전체 응답자의 88%에 달하고, ‘눈치를 보지 않는 편’이라는 답까지 합하면 100%일 정도다. 무엇보다 해외 연수와 근무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이 외국계 기업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공기업도 다 좋은 회사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안에서 편차가 있다. 특히 공기업 하면 떠오르는 단점, 동종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리뷰 내용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공기업에서 나타나는 안 좋은 점을 예민하게 관찰하고 예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공기업은 보수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한국가스공사 리뷰를 보면 탄력근무제 적극 활용, 연차 사용에 대한 부담 없음, 수평적인 구조, 젠틀한 동료들이 자주 거론된다. 공기업, 동종 에너지업계의 단점인 문제가 이 회사에서 도리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혁신도시 이전으로 공기업 직원들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는데 근무지가 주로 대도시인 한국가스공사는 비교적 그 영향을 적게 받았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반대로 나쁜 평판을 가진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나.
먼저, 기업 평판이 나빠지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높은 계약직 비율과 낮은 전환율이다. 대규모의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같은 경우 일시적으로는 직원 만족도를 떨어뜨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부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회사에 큰 문제가 없는 한 평판은 금방 회복된다. 그러나 정규직보다 계약직 비율이 높고, 정규직 전환 없이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속 다른 직원으로 대체하는 기업들은 다르다. 물론, 모든 퇴사자가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리뷰를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채용 구조 자체가 직원을 바라보는 회사의 인식을 엿보게 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져온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기업들의 리뷰에서는 대부분 ‘직원을 소모품처럼 다룬다’ ‘쓰고 버리면 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둘째, 회사가 부정행위나 비리를 조장할 때도 평판이 나빠진다. 보통 리뷰 내용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 직원 만족도는 지나치게 낮은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왜 이유 없이 평판이 나쁜지 의아하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을 잘 보면 CEO 지지율이 현저히 낮고 평가 내용에 ‘믿을 수 없는 경영진’ ‘시키면 해야 하는’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잡플래닛의 비공개 제보 채널인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어김없이 이 기업의 부패나 비리에 대한 임직원 제보가 올라오곤 한다. 정부 지원금을 횡령한다든지, 대표가 부정행위를 권장한다든지, 비리가 있음에도 방치하다 사내에 알려졌다든지 하는 식이다.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내부 제보가 들어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이 직원을 갑과 을의 관계로 본다든지, 아랫사람처럼 부릴 수 있는 대상으로 보면 평판은 나빠진다. 경영진이 직원을 ‘선민사상’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도 좋지 않다. ‘회사가 이만큼은 해줘야지’ ‘회사에 대해 모르는 직원을 가르쳐주자’ ‘내가 잘 돌봐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의도가 선할지라도 직원과의 관계에 있어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대체로 좋은 평판을 가진 회사들은 직원을 ‘함께 회사를 만들어 가는 파트너나 동료’로 본다. 어떤 관점에서든 상하관계가 되는 순간 평판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임직원들의 부정적 평판을 전하면 기업들은 다 받아들이는 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의 대표님들이 작성자를 깎아내리거나, 부정적 평가에 대해 자기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해 가끔 씁쓸하다. 사무실까지 찾아오거나 전화로 항의하는 대표님들도 있다. 특정 리뷰를 지목하며 “3개월 일하고 나간 직원이다” “일을 굉장히 못해 모두가 힘들어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르지 않았던 무능한 직원이다”는 식으로 작성자를 특정인으로 추정해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해당 리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당장 삭제하라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작성자가 이 기업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이 맞고, 주장에 허위 사실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면 리뷰를 숨기거나 비공개로 돌릴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발끈하는 예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야근이 많다’는 평가에 대해 “우리나라에 야근이 없는 기업이 어디 있냐” 또는 “나는 야근을 시킨 적이 없는데 자기가 일을 못 해서 야근하는 걸 어쩌라는 거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중소기업 대표님의 반응 중 하나는 “본인 능력이 안 돼서 중소기업에 왔으면서 왜 불만이냐. 지금이라도 대기업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잡플래닛의 무료 기업 회원으로 가입하면 자사 리뷰에 댓글을 달 수가 있는데 이런 내용의 댓글이 실제 달린 적이 있어 조금 놀랐다.

또 최근에는 기업에서 작성자를 색출하기 위해 인사팀이 회사를 돌면서 전 직원을 잡플래닛에 로그인시킨다는 제보도 잦은 편이다. 어떤 기업은 결국 작성자를 찾아내 고소했다면서 작성자만 볼 수 있는 마이페이지 화면을 캡처해 우리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기업 문화와 관련해 잡플래닛에서 자주 접수되는 임직원들의 불만은 무엇인가.
최근 1년간 잡플래닛에 등록된 기업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점 키워드는 바로 ‘야근’이었다. 우리나라 근로 환경의 고질적인 문제, 절대적으로 긴 근무 시간에서 오는 불만이 많다. 야근과 함께 언급되는 키워드를 집중 분석하면 과도한 업무뿐 아니라 눈치 주는 상사, 근무 시간을 승진이나 평가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분위기 등 비합리적인 기업 문화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야근 수당 미지급에 대한 불만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기업들의 불법적인 행태도 심심치 않게 제보되고 있다. 야근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 트렌드나 제도적 변화가 맞물려 더 큰 이슈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차별’이란 키워드도 단골로 나온다. 차별의 양상은 다양하다. 성별, 근로 형태, 학력, 학벌, 지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임금이나 승진, 평가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제보들이 많다. 차별은 최근 제정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데 아직 기업들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만 심각하게 받아들일 뿐 그 외의 차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니냐’라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업들이 잡플래닛에 올라오는 임직원 정보 행위에 대해 과거보다 민감해진 것인가.
그렇다. 예전보다 높아진 관심을 체감할 수 있다. 컨설팅 고객사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리뷰를 추적 관찰하면서 다수의 임직원이 공통으로 언급한 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가령, 주간 회의를 출근 시간 전에 소집하는 것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든지, 복지가 부족하다든지 등 비슷한 평가가 반복되면 회의 시간을 늦추거나 복지 혜택을 늘리는 식이다. 자사 리뷰 댓글을 통해 단점을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 적극 설명하는 등 잡플래닛을 기업 발전의 채널로 활용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사실 비즈니스는 시장에서 끊임없이 검증받지만 인사(HR)는 서서히 망가지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내부에서 이를 문제로 인식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막상 의지를 갖고 구성원의 평판에 귀 기울이면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시장 전반적인 트렌드, 경쟁사나 비슷한 기업 집단(peer group)과 비교할 수 있어 절대적인 현실 인식과 상대적인 위치 파악이 모두 가능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기업 활동을 개선한 사례가 있나.
한 번은 30년 업력을 가진 건실한 중소기업이 데이터 분석을 의뢰한 적이 있다. 경영 승계가 계기였다. 회사 경영진은 임직원들이 지배구조 재편 이후 회사의 변화나 쇄신 노력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궁금해 했고, 어떻게 하면 이런 노력을 구직자에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우리는 채용 브랜딩(Employer Branding) 설계 작업에 착수했고, EVP(Employee Value Proposition) 설문 조사를 통해 임직원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회사의 강점이 ‘주니어가 성장하기 좋은 회사’라는 점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상당수의 직원이 ‘회사가 젊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우리는 창업한 지 30년이 넘어 자칫 고인 물처럼 느껴질 수 있는 회사가 ‘주니어가 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이미지 변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채용 페이지마다 회사의 브랜딩 포인트를 담은 문구와 정보를 노출했다.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열린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 ‘젊고 역동적인 회사’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신입 직원과 저년차 직원 주도로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게 했다. 동영상을 통해 주니어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내 시스템과 복리 후생도 소개했다.

그 결과, 다음 경력직 공채를 진행할 때 잡플래닛의 해당 기업 정보 조회 수가 전월 대비 4363%나 증가했다. 팩트를 기반으로 브랜딩을 하면서도 현재 잡마켓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게 구직자들의 눈길을 끈 것 같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B2B 기업의 경우 채용 공고가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공고를 조회하는 트래픽 증가 수준을 결정하고 인재 선발의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이 ‘뇌피셜(뇌(腦)와 오피셜의 합성어로,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검증된 것처럼 말하는 행위)’로 채용 브랜딩을 정하는데 이는 높은 확률로 기업 실체나 구직시장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 임직원의 비공식 소통을 잘 들여다보면 구직자와 임직원이 기대하는 회사의 강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간극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 리뷰를 바탕으로 기업의 위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리스크를 포착하나.
잡플래닛 콘텐츠상에 관련 키워드가 언급되는 빈도나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위기 징후를 감지한다. 우리는 기업이 당면하는 여러 문제를 크게 기업 문화, 경영 이슈, 채용의 세 가지 측면으로 분류한다. 그런 뒤 분류별로 기업 리스크 진단을 위한 키워드 묶음(set)을 구성했다. 가령, 기업 문화에 문제가 없는지를 성희롱, 괴롭힘, 워라밸 등의 키워드가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식이다. 경영 이슈는 불평등, 하청, 갑질, 접대 등의 키워드로, 채용은 호구 조사, 가족관계, 낙하산, 비리, 음서제 등의 키워드를 가지고 이상 징후를 찾는다. 각 분류 내 키워드의 위험 지수 가중치에는 차이를 둔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이나 국가의 기업 정책으로 인한 리스크도 키워드에 바로바로 반영한다. 이 묶음이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나 정책 방향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것이다. ‘주52시간 근무’같이 최신의 제도 변화와 맞물려 있거나 횡령, 폭언, 폭행 등 법 위반 등의 사유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내용은 가중치를 부여해 더욱 예의주시한다.


오너를 비롯해 임직원 비위와 관련한 내부 제보나 폭로가 과거보다 늘어난 편인가.
그렇다. 직장 내 신체적, 성적 괴롭힘이 제보된 사례가 2016∼2018년 3년 새 3배 늘었고, 제보가 접수된 기업의 수 역시 2배 정도 늘었다. 특히 2017년 10월 한샘의 여직원 성희롱 및 성폭행 사건이 터진 뒤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규모가 있는 기업 중심으로 제보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미디어를 통해 미투 행렬이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중소기업 제보량이 급증했다. 기업 군상도 더 다양해졌다. 성희롱, 성폭행, 성추행, 얼평(얼굴 평가), 허벅지, 성접대, 음란물 등의 키워드로 본 ‘성적인 괴롭힘’만 따지면 더욱 두드러진다.

오너 리스크 관련해 생성되는 정보의 양도 늘었다. 보통 오너 리스크는 오너, 2세, 3세, 가족경영, 황태자, 후계, 대물림, 족벌경영, 세습, 회장, 창업주, 창업자 등의 키워드로 추적된다. 이런 오너 관련 키워드와 함께 얼마나 부정적인 내용이 나오는지를 통해 리스크를 짐작한다. 확실히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사건 전후로 눈에 띄는 ‘점프’ 구간을 보였다. 2017년 오너 관련 제보는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30여 건 정도가 유입됐었는데 조현민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일주일에 500여 건 정도로 뛰었다. 그리고 직원들을 폭행해 논란이 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엽기 행각이 알려진 이후에도 기존보다 제보량이 급증했다.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잘 포착해 관리한 기업 사례도 있나.
사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의 위기 징후를 들춰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 레벨에서는 해결도 못 할 일을 알게 돼 짐만 늘어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잡플래닛과 함께 성희롱 실태 설문 조사를 시행한 A사의 경우 관련 이슈가 터지기 전에 빠르게 내부 점검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지도가 있는 회사라 문제가 언론에 먼저 노출됐다면 이미 많은 사람이 성희롱 기업으로 낙인찍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A사는 잡플래닛 위기 징후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성희롱이라는 키워드가 포착되자마자 대응에 나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부 기관과 진행해서인지 설문 조사 응답률이 꽤 높았다는 것이다. 민감한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A사가 이전에 자체 진행했던 설문 응답률을 몇 배나 웃도는 약 40%를 기록했다.

설문 결과는 전 임직원에게 공유됐다. 처음에 경영진은 ‘우리 회사에 성희롱이 있다’는 사실을 전사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다. 행여나 외부로 유출되면 어쩌나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공포였다. 염려와 달리 평판이 악화되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이를 방조하거나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 내부 평판이 개선됐다. ‘회사가 나를 외면하지 않겠구나’ 하는 믿음은 잠재적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잠재적 피해자에게는 용기를 심어준다.

이처럼 정보 공유는 실보다 득이 크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곧 회사에 대한 로열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설령 외부로 소식이 새어나간다 해도 회사가 신속하고 책임 있는 태도만 보이면 여론도 잠잠해진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잘못 돌아가는 시스템을 비난하지, 실수를 비난하지 않는다. 또 문제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상급자, 관련 부서, 그리고 구성원 전체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어 책임감이 커지고 사건이 빨리 해결된다. 실무자들도 혼자 비밀을 떠안고 해결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어 눈치 보지 않고 조치에 임할 수 있다.


익명이나 비공식 커뮤니케이션이 실명 기반 공식 커뮤니케이션과 구별되는 특징은.
익명이냐 실명이냐, 혹은 비공식이냐 공식이냐의 차이로 일반화할 수 있는 특징은 없다. 회사 안이냐, 밖이냐 하는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구성원들이 실명 기반의 사내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통해 제보해도 달라질 게 없고, 최악의 경우 내부 고발자에게 피해가 돌아온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쌓이다 보니 외부 채널을 찾는 것이다. 잡플래닛에는 월평균 10만 건의 기업 이야기가 유입된다. 그러나 이런 정보의 흐름을 단순 익명성이나 비공식성의 영향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에 수많은 기업이 실명 기반의 사내 공식 소통 채널을 ‘악용’하고, 신뢰할 수 없는 상태로 운영하거나 아예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난 반작용일 뿐이다. 실제로 잡플래닛의 기업별 정보 유입량은 대체로 근로자 규모에 비례하지만 예외적으로 재직자 수가 상당히 많음에도 기업 리뷰가 현저히 적은 경우가 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잘 구축돼 신뢰받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내부의 목소리를 잘 들으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