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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위기관리

카리스마 리더의 시대는 갔다 ‘성공의 덫’ 넘어 비전을 보여라

신동엽 | 15호 (2008년 8월 Issue 2)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 시위로 촉발된 사회적 혼란, 국회의원 공천을 둘러싼 여권의 갈등, 연이은 외교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급박한 세계정세를 고려할 때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현 정권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나라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리더십 위기의 원인이 역설적이게도 이 대통령의 과거 ‘성공’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다. 과거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성공 신화의 기반은 카리스마적인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난날 성공을 불러온 리더십 스타일이 현재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과거의 리더십 스타일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즉 리더십 스타일의 시대적 ‘부적합성(misfit)’이 결정적 문제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당면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과거 ‘성공의 덫(success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 대통령의 과거 리더십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왜 부적합하게 됐는지 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21세기가 요구하는 리더십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네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기업 경영에는 잘 통했지만 나라와 정부를 이끌어 가는 데에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경영리더십과 정치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기업경영 리더십이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인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고정 관념에 불과하다.
 
경영리더십은 정치에 부적합한가
최근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역대 최고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군대 리더십을 갖고 있었지만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군 출신이지만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유례없는 포스코 성공 신화를 이끌었다. 미국 대통령 중 뛰어난 정치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은 배우 출신이고, 체코 민주화를 이끈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은 문학인이다. 좌파 진영에서도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킨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과 쿠바의 체 게바라는 의사 출신이다. 최근 러시아 부흥을 이끈 블라디미르 푸틴은 리더십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비밀경찰인 국가정보국(KGB) 출신이다.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은 광복 직후 독립투사 출신이 많았고,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군인·법조인·기술관료·운동권 출신이 늘었으며, 최근에는 학계와 신문·방송 등 문화계 출신들의 진출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치 리더십에 독립투사 리더십이나 법조 리더십, 군인 리더십, 운동권 리더십, 학술 리더십, 문화 리더십 등은 통하지만 기업경영 리더십은 안 된다는 말인가.
 
오히려 필자는 경영자로서의 경험이 정치인에게 필요한 리더십 역량 구축 측면에서 다른 어떤 경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자는 주주·경영진·종업원·노동자·채권자·소비자·규제기관 등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지닌 다양한 집단을 한 방향으로 이끌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자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운동권·법조계·문화예술계·군대 등 다른 어떤 조직에서도 이런 경험과 역량을 쌓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에 비해 정부조직의 경영은 오히려 너무 단순해 보일 지경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경영자 출신이 정치인이 된 사례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를 비롯해 무수히 많다. 실제로 선진 각국에서는 1990년대 이래 정치 패러다임을 과거의 ‘관료주의적 통치’ 개념에서 ‘국가 경영’ 개념으로 바꾼 지 오래다. 기업경영에서 사용되던 ‘국가경쟁력’ 또는 ‘국가브랜드’ 등의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은 현실이다. 기업 경영의 프로세스·툴·개념 등이 국가 경영에 대부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Don’t Work Hard! Work Smart!
그렇다면 오랜 기업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이 대통령의 노련한 경영 리더십이 왜 갑자기 문제가 된 것일까. 원인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있다. 필자가 동아비즈니스리뷰 2호(2월1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자세히 소개했듯이 1990년대 중반을 전후해 △세계화 확산에 따른 기존 경계의 파괴 △상시 기술혁신 △디지털 지식경제 확립 등으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경쟁 환경의 ‘불연속적 변화(discontinuous change)’와 이 결과 도래한 21세기 ‘글로벌 초경쟁(hyper competition)’ 환경은 모든 기업과 국가의 경쟁 환경을 본질적으로 바꿔 놓았다. 신경제(New Economy)·신경쟁(New Competition)·지식경제(Knowledge Economy)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은 단순히 경쟁이 심해진 것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이래 100여 년간 지속된 ‘대량생산-대량소비’ 중심의 현대 산업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환경의 출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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