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否定의 늪에 빠져 있는 리더들

리처드 S. 테드로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부정(denial)이란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자신이 보고자 하는 세상 간의 괴리는 엄청나다. 한마디로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듯이 자신이 보고자 하는 세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에 관한 전기를 집필한 피터 게이의 표현에 따르면 프로이트는 부정을 “적합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성적인 이해”라고 생각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부정이 문제가 될까? 물론 그렇다. 업계 최고의 회사를 운영하는 독자가 있다면 과연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물어볼 때가 됐다. 어쩌면 여러분은 망각으로 가는 특급 열차에 올라타 있는지도 모른다. 다우존스 공업주 평균 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 rage)가 처음 생겨난 1896년 주식시장에 이름이 올라 있던 기업 중 아직도 주식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경제학자 폴 오메로드에 따르면 매년 평균적으로 미국에 있는 모든 기업 중 10% 이상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끝없이 실패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정이다.(부정이 가장 크고 유일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역사를 살펴보면 기업이 몰락하는 데 부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고객 수요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포드는 1908년에 모델 T를 출시했고, 이후 20여 년이 넘는 기간동안 1500만 대가 넘는 모델 T를 판매했다. 하지만 1927년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지자 헨리 포드는 모델 T의 후속 작품인 모델 A를 생산하기 위해 모델 T 생산 라인을 폐쇄하고 공장을 정비했다.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포드는 약 2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감수하고 여러 달 동안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포드에는 재앙과도 같았다. 포드가 생산을 중단한 동안 크라이슬러의 플리머스가 시장 점유율을 키웠고,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차 업계의 선두업체가 됐다.
 
자동차 업계가 처음 탄생할 당시만 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았던 헨리 포드가 모델 T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으며, 무리 없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무렵 포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모델 T의 매출 하락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포드는 경쟁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모델 T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보여 주는 매출 관련 수치를 무시했다. 포드의 한 고위 중역은 헨리 포드에게 자세한 내용이 담긴 비망록을 제시하며 포드의 암울한 상황을 경고했다. 하지만 포드는 그 중역을 해고했다.
 
포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기본적인 이동수단이라 확신했고, 이 맹신으로 인해 포드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포드는 이 같은 고객의 욕구가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포드가 가장 좋아하던 모델 T에 관한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모델 T는 여러분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데려와 드립니다.” 이 슬로건은 포드의 근시안적 사고방식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포드는 모든 제품 및 서비스에는 핵심(제품의 주목적)과 강화(추가적인 기능 및 특징)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어떤 업계에서든 이 두 가지 요소의 경계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핵심 제품 및 강화 제품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테오도어 레빗의 ‘마케팅 상상력(Marketing Imagination)’ 참조)
 
1908년에는 자동차에 거의 핵심 기능만이 요구될 뿐이었다. 즉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가 되자 세상이 변하는 데도 모델 T는 변하지 않았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더 많은 돈과 여가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의 의미를 넘어 지위를 상징하게 되었다. 당시 GM 사장 앨프레드 P.슬로안 주니어는 이런 변화를 알아채고 강화된 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변화에 대응했다. GM은 다양한 색깔의 자동차를 출시했으며, 매년 자동차 모델에 변화를 줬다. 슬로안은 소유주의 사회적 자위를 대변할 수 있는 여러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 무렵 포천지에 실린 기사 내용처럼 포드는 “일반 대중을 위한 시보레, 가난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을 위한 폰티악, 안락한 삶을 살지만 사리분별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위한 올즈모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뷰익,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리치” 등 다양한 모델을 생산했다.
 
1927년에 자동차 부문의 핵심 제품과 강화 제품 간의 경계가 눈에 띄게 달라졌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두 제품 간 경계가 또 한층 달라졌다. 포드의 한 중역은 이런 얘기를 남겼다. “미국은 덩치가 큰 사람과 몸집이 큰 개가 많은 거대한 나라다. 미국 구매자들은 유모차가 아니라 바퀴가 달린 게리 쿠퍼를 원한다. 미국 소비자는 가슴에 털이 있는 자동차를 원한다.” 1950년대 중반이 되자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전투용 비행기의 테일핀을 가진 커다란 크롬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자동차는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으며, 엄청난 양의 기름을 먹어치웠지만 많은 기능이 있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 듯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어 오일쇼크와 함께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오자 미국 소비자들은 다시 기본적인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원하게 되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인 포드, GM, 크라이슬러는 또다시 핵심 제품과 강화 제품의 경계가 변화하는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인이 원하는 바로 그 자동차, 즉 안전하고 저렴하게 원하는 곳으로 데려갔다가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는 자동차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미국의 자동차업계 전체가 부정의 구덩이에서 허우적대면서 더 이상 거대한 8기통 자동차는 최후의 자동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어디에도 완전무결한 ‘결정판’은 없다. 소비자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자동차업계만이 예외의 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K마트, 디지털 이퀴프먼트, 파이어스톤, 베어스턴스 등의 성장 정체 사례만 보더라도 똑같은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업체는 부정으로 어려움을 경험한 기업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부정에는 기술 변화 및 인구 변화와 같은 외적 요인을 무시하는 것에서부터 한 국가의 역량이나 자원을 과대평가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프로이트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 관한 묘사를 하기 위해 종종 사용한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하는 상태’의 희생양이 되었다. 프로이트는 구강암 진단을 받고 나서도 담배를 계속 피웠다. 포드와 프로이트는 둘 다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 둘은 현실을 부정하는 바람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여러분도 현실에 대한 부정이 회사를 망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8년 7월호에 실린 을 번역한 것이다. 필자인 리처드 S.테드로(rtedlow@hbs.edu)는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경영학 교수로, 내년에 신간 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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