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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德은 바람… 모두를 어루만진다

이치억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한비자(韓非子)라면 법()과 세(), ()을 이용하라고 할 것이다. 즉 법을 엄밀하게 집행하고, 강력한 권력을 구축하며, 은밀한 정치술로 사람을 조종하라는 것이다. 강력한 권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이 필요하며, 지지기반은 권력자와의 상호작용(give and take)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리더는 자기 사람이 충성을 거두지 않도록 잘 챙겨야 하고, 자기 사람이 아닌 구성원이 잘 복종할 수 있도록 힘과 권위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른바 지지파와 반대파를 나누어 지지파만 열심히 챙기고 반대파는 소홀히 하거나 적대시하는 방식은 자리 지키기라는 반쪽자리 목적에는 효율적인 전략일지는 모른다. 이는 특히 선거민주주의제도하의 정치판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며, 크고 작은 조직의 운영에서도 종종 그러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옳은 일이 아니다. 지지파만 챙기고 반대파를 소외시키는 것은 분열과 갈등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리더는 한 명이라도 희생되거나 낙오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록 나를 반대한다 하더라도 리더라면 내가 먼저 그를 챙겨야 한다. 그래야 그가 나를 따라오는 법이다.

 

기업이나 국가, 각종 비영리단체 같은 조직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은 각각의 설립 목적이 있겠지만 궁극을 파고 들어가 보면 거기에는 결국사람이 있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려는 목적, 어떤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유, 각종 단체들의 설립 정신, 이 모든 것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을 잘 살게 하는 데 있다. 어떤 사람이 권력을 잡고자 한다면 정상적인 이유는 자신이 세상을 이롭게 할 적임자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일 것이며, 우리 회사가 이윤을 얻어야 하는 이유는 그로써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무리를 만들어서 하는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진리(?)에 도달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는 이 근본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윤이나 권력 획득 같은 표면적 목적을 위해 사람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사람 살리기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힘써야 한다. 이는 과거 공자를 비롯한 많은 위대한 리더들의 정신이었다.

 

공자는무도(無道)한 사람들을 제거해서 질서 있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어떠한가를 물은 한 실력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대는 정치를 하면서 어떻게 죽이는 방법을 쓰려고 하는가? 그대가 선하고자 하면 백성들은 선해질 것이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으니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돼 있다.”<논어·안연편> 맹자는 탕()임금의 명신(名臣)이었던 이윤(伊尹)과 고죽국(孤竹國)의 왕자로서 절개를 지키며 생을 마감했던 백이(伯夷), 그리고 공자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방 100리 정도 되는 땅에서 임금이 되면 제후(諸侯)들에게 조회를 받고 천하를 소유하여 천자(天子)가 될 수 있겠지만, 하나라도 불의를 행하지 않을 것이며,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이를 죽이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맹자·공손추 상>

 

차라리 그 표면적 목적을 포기할지언정 한 사람이라도 소외시키거나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정신. 훌륭한 리더라면 구성원 모두를 챙기는 이 정신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입맛 맞는 사람끼리의 그들만의 화합이 아닌 조직 전체가 하나 되는 진짜 화합이 가능할 것이다. 분열과 갈등을 넘는 유일한 길은 여기에 있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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