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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而不同: 오케스트라를 기억하라

이치억 | 188호 (2015년 11월 Issue 1)

 

 

세상은 다양한 존재들의 복합적 공존처다. 다양한 사물과 다양한 생명체가 있고, 그 안에서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일이 생겨난다. 거기에 삶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고, 그것이 쌓여서 역사가 만들어진다. 따지고 들어가 보면 애초에 다름은 존재의 전제조건이었다. 하늘과 땅, 낮과 밤, 여름과 겨울, 팽창과 수축, 시작과 완성, 음과 양처럼 서로 짝이 되는 것이 있어야 존재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짝이 되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철학과 종교에서 말하는 절대자나 신을 제외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다양성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다양성만이 존재의 필수요건인 것은 아니다. 무작정 다름만을 추구해서는 다양성을 넘어선 분열로 치닫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같음의 바탕이 있어야 한다. 가령 인체에서 각각 다른 세포와 기관들은 몸이라고 하는 하나의 통일성 안에 있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각각의 다양한 존재들은 하나의 큰 통일성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조화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다양한 것들이 하나가 되는 조화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조직의 운영에서다름보다하나를 강조하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조화’는 똑같음이나 획일성과는 다르다. 바로 공자가조화롭되 똑같지 않아야 한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주창한 이유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조화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했을 때 진정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춘추좌전>에 등장하는 일화를 참고해 보자. 양구거(梁丘據)라는 아부하기 좋아하는 신하가 홀로 사냥에서 돌아온 제나라 경공(景公)을 맞이하러 나오자 경공이오직 양구거만이 나와 화합[]하는구나라고 칭찬한 일이 있었다. 경공을 모시고 있던 재상 안영은 양구거는 단지 뇌동[]하는 자일뿐이라며 화()와 동()의 차이를 말한다. “조화[]는 물과 불을 조절해 국을 끓이는 것과 같습니다. 식초와 간장, 소금과 매실로 어육을 조리하는데 불을 때어 익히고서 요리사가 간을 맞추어 맛을 알맞게 조절하여 모자라면 첨가하고 지나치면 줄입니다. …… 군신 사이도 이와 같아서, 임금이 가하다고 하더라도 그중에 불가한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 불가한 점을 말하여 그 가한 것을 이루게 하고, 임금이 불가하다고 하더라도 그중에 가한 점이 있으면 신하는 그 가한 점을 말하여 그 불가한 것을 버리게 합니다. 그러므로 정치가 화평하여 서로 침범하는 일이 없고, 백성들도 서로 다투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덜어내면서도 본래의 맛을 유지한 채 어우러지는 것이 조화다. 이는 마치 다양한 악기들이 각각 자기의 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음으로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서로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에 그것이 조화를 이룬 소리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반면 뭉뚱그려 똑같은 것이 되는 것은 단지 뇌동일 뿐이다. 이와 같이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성을 추구하는 것은 독재와 독단의 전형적인 행태다. 리더의 독재와 독단으로 경영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조직은 없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자기의 의견을 내세우고 권위를 이용해 구성원들이 따라오도록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다고 구성원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뜯어고치거나 시행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우리는 자기를 버리고 전체를 조화로 이끌어간 대표적인 리더 순임금의 지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용>은 말한다. “순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다. 순임금은 묻기를 좋아하고, 일상적인 말을 살피기 좋아하되, 잘못은 숨겨 주고 좋은 것은 드러내며, 양 극단을 잘 살펴 가장 알맞은 것을 사용했다.”<중용 6> 맹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순임금은 위대한 것이 있었으니, 다른 사람과 잘 조화를 이루어 자신을 버리고 남을 따르며, 남에게서 취하여 선()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맹자·공손추 상>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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