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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혹은 잠재적 리더십

한만현 | 176호 (2015년 5월 Issue 1)

한국 축구는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했다. 여기에는 리더십 신드롬을 일으킨 네덜란드에서 온 벽안의 감독 거스 히딩크가 그 중심에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그런데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 더 놀라운 일을 하나 했다. 그저 축구의 변방에서 평범하게 생활을 하다가 은퇴했을 수도 있었던 박지성 선수를 유럽 최고의 축구 명문 클럽 주전으로 키워내고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냈다.

 

이와 비슷한 스토리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겨울 호주에서는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렸다. 중요한 고비마다 결정적인 골을 성공시키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최전방 공격수를 우리는 눈여겨봤다. 그는 당시 군복무 중이었는데 그의 잠재력을 인지한 감독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선수 생활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이정협 선수 얘기다. 독일인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가 한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국내 프로축구 경기를 섭렵하면서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한 덕분이다. 히딩크나 슈틸리케 감독 같은 리더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그들의 잠재력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인사고과에서 실적을 매우 중시한다. 하지만 단기 실적만 강조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 잠재력 있는 인재들이 실적만 중시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빨리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금융사인 A사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이 회사의 오너는 외국계 컨설팅사의 도움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벌였고 이어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컨설턴트들이 구조조정을 통해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로 가져오자 오너는 크게 감동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는 기존 직원들로부터 희망 퇴직을 받으면서 인력을 감축했고, 젊고 세련된 컨설턴트들을 좋은 조건으로 영입했다. 새로운 조직 문화를 기대했던 오너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장래가 촉망됐던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해버렸고 새로 영입된 컨설턴트 출신들은 기존 임직원들과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회사를 떠났다. 결국 이 회사의 오너는 훌륭한 인재들을 대거 잃고 말았다.

 

회사에 인재가 없다고 말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기존 성과평가에만 의존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리더십은 임직원의 기존 성과(performance)뿐만 아니라 성장성(trajectory) 또는 잠재력(potential)을 일깨워줘야 한다. ‘잠재력 리더십 경영은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 모든 임직원들에게 발전과 성공을 위한 동기부여의 기회를 줌으로써 희망이 있고 긍정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잠재력 리더십 경영은 조직원들의 자기 발전을 위한 자발적 행동을 유발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투자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개인 능력 향상의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코칭 또는 멘토링 체제의 확립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많아지고 조직에는 시너지가 만들어질 것이다. 잠재력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면키워내는 일’ ‘발굴하는 일의 가치도 동시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경영자는 외부에서 더 똑똑하고 더 유능할 것 같은 인재만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그 잠재력을 키우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잠재력은 혼자 발휘되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언자나 리더에 의해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나 성과는 무시하고 잠재력만 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실적만 보는현재의 리더십과 인사 시스템은 인재를 놓치는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철저한 실적 위주의 인사 정책을 폈다. 그러나 자기 후계자를 선정할 때에는 다른 기준을 갖고 있었다. 45세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잭 웰치는너무 젊은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는 물론 젊습니다. 젊은 그를 회장으로 선임한 이유는 그에게 실패할 경험을 충분히 주기 위함입니다.” 과연 우리 회사의 진정한 차세대 리더는 누구일지, 더 나아가 제대로 된 후계 경영자는 누구일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한만현 LEK컨설팅 대표

필자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했다. 금성정보통신의 연구원을 거쳐 인터넷벤처 창업을 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모니터그룹의 한국 대표를 지냈으며 현재는 약 20년의 전략컨설팅 경험을 살려 영국계 글로벌 컨설팅사인 LEK 한국법인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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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만현

    한만현

    -(현)시그니엄 한국법인 대표
    -금성정보통신 연구원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그룹, 엘이케이컨설팅,이곤젠더의 한국 공동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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