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짐머 최소한 두 번의 기회는 줘라
인재가 기업의 미래이고 경쟁력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세계적 기업으로 명성을 얻은 곳에는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이 견고하다. 세계적 기업은 아니지만 맨스웨어하우스 설립자인 조지 짐머 회장의 경영 방침도 흥미롭다. 그는 ‘우리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가진 가능성의 가치를 믿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종업원 지주제도 도입, 내부 승진 우선 원칙, 교육 예산의 무제한 지원 등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매장 물건을 훔친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다른 매장에 배치해 개선의 기회를 주는 경영 방식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에서 시작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그 잘못을 수정할 힘이 있다는 믿음이 신선하다.
인간 존중을 개념이나 슬로건으로 강조하기는 쉽다. 그만한 조건이 되므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란 존재의 본질을 인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인간이 가진 성장욕구, 공정함에 대한 선망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경영하는 것이 제대로 된 인간존중이다. 기업 이미지나 평가를 위해 학력이나 경력을 중시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업무 수행에 필요한 조건보다 너무 높은 학력과 경력자를 뽑아 조직 부적응자를 양산하는 것은 인간 존중에 배치된다. 짐머 회장은 소매업체라는 특성을 고려해 우수한 인재보다 평범하지만 기업 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자 했다. 기업 이미지보다 직원들의 자기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조직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믿을 수 있어서 믿는 것은 리더의 할 일이 아니다. 믿음의 가치를 아는 리더는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을 믿어서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사람조차 독려하고 격려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만든다. 참된 믿음은 사실(Fact)과 사실 사이, 결과와 결과 사이의 공간(Space)을 볼 줄 알아야 생겨난다.
이토신고 “재미는 창의적인 생각을 불러온다”
창의적 사고는 몰입의 순간에 작동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을 할 때 쉽게 몰입의 상태에 다다른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비유는 적절하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명석함과 천진난만한 엉뚱함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재미와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식품제조 분야에서 기발한 엉뚱함으로 대박을 터뜨린 이토 신고 사장의 이야기도 그런 면에서 흥미진진하다.
그는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봐야 두부는 두부일 뿐이라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에 맞서 두부에 개성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남자와 두부를 이종 결합시켜 ‘오토코마에(남자다운)두부’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키면서 일약 히트 상품 제조자로 등극했다. 덕분에 일반 두부와 오토코마에 두부로 자연스레 시장이 구분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가 했던 시도들은 본인 입으로도 ‘생뚱 맞고 시건방진 차별화 전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발하고 독특했다.
마케팅 전공자가 아니었음에도 그가 추구한 마케팅과 영업 방식은 마케팅 전공자들의 사례 연구 대상이 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그의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시도들은 학습에 의한 ‘앎’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과 관점에서 출발했으므로 아이디어 창출에 한계가 없어 보인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을 새롭게 비틀어 보는 습관 덕분이다. 그의 생활 모토가 ‘재미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일 정도로 장난치듯 새로운 재미를 찾아냈다.
오랜 세월 두부 회사를 경영한 아버지를 끝까지 설득해 보겠다는 고집을 피우지 않고 독립한 뒤 자기 회사를 차린 것도 옳은 선택인 듯하다. 창의적인 개인을 보호하는 방법은 기존의 조직과 분리해 독립된 조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기존 상식으로 무장된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게 하기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적으로 실현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낫다.
진지한 사람들에겐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실없고 불편한 사람일 수 있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은 비평가들의 평가 때문에 오염되고 흐려질 수 있다. 프레임이 다른 사람들의 비평에 대응하느라 창의적인 사람들의 진을 빼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sunkcho@deloitte.com
필자는 국제 비즈니스코치와 마스터코치 자격을 갖고 있으며 2002년 국내 최초로 임원 코칭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600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코칭했다. 현재 딜로이트컨설팅에서 리더십코칭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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