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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자청하는 미국 기업들

고성삼 | 9호 (2008년 5월 Issue 2)
필자는 공인회계사로서 회계법인 10여 년, 그리고 대학의 회계학과 교수 30년을 합해 총 40여 년 간 회계 및 세무에 관한 실무와 이론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회계 및 세무학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탐구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기업은 주가 유지와 경영자 보상, 부채로 인한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분식회계를, 그리고 비자금 조성과 탈세 등을 목적으로 역(逆)분식을 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회계감사 보고서의 감리결과 지적비율은 2006년 30.6%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분식회계로 인한 폐해는 기업의 다른 부정행위보다 심각하다.
 
우리는 기업의 분식회계로 인해 국가 신인도가 하락해 나라 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진 사례를 이미 경험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투입한 공적 자금 167조 원 대부분은 분식회계로 인한 것이었다.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증권집단소송제도’까지 도입했다.
 
이제 기업경영의 글로벌화로 회계투명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건이 됐다. 따라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기업들의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최근에는 내부 직원들의 탈세 제보와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던 한 기업이 내부 직원의 탈세 고발로 코스닥 등록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고발한 직원은 물론 탈세 포상금을 받았다. 이런 일이 생기면서 기업 보안솔루션 업체들은 내부 정보의 유출을 막아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내부 고발’은 기업들의 말 못할 고민거리가 됐다. 내부 고발에 놀란 대기업들은 아예 민감한 내용은 구두로 보고하고 있다. 인재를 채용할 때도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삼성 사태 이후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있으며 기업 고위 인사에 대한 충성도를 점검하는 시스템도 가동중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선진 기업들은 이와 다르다. 미국의 씨티은행과 GM 등의 본사에는 미국 국세청 직원을 위한 사무실이 따로 마련돼 있고 일년 내내 세무조사를 받는 게 관행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세무조사를 자청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자 혼자 회계 장부를 관리하고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직원들의 부정을 적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에 따라 공짜로 세무조사를 받아 회계를 점검하려는 기업도 나오는 것이다. 또 엔론 사태 등으로 회계법인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훨씬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자청, 대외 신인도를 높이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내부 고발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크나큰 피해를 봤다. 하지만 이런 일을 토대로 교훈을 얻는다면 결과적으로 ‘약’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도 미국 기업들처럼 세무조사를 자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기업이라도 부정한 일이 터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현실적인 대안은 원칙대로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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