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특정 아이디어를 지지하면, 변화가 빠르게 올 수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매년 세계경제포럼(WEF)과 협력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참신한 솔루션 10개를 제안한다. 생산성 향상부터 나라 만들기, 헬스케어, 해킹까지 아래에 기술된 모든 아이디어들은 전폭적인 지지가 있을 경우 한층 널리 퍼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 아이디어를 지지할 것인가.
01 리더십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 업무 진전(progress)의 힘을 이해하라
문제 관리자들에게 직원들의 업무 열정을 북돋는 데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 하나같이 확신에 찬 답을 내놓는다. 최근 우리는 관리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목적은 인정(recognition), 인센티브, 대인관계 관련 지원, 업무 진전 지원, 명확한 목표 등 5개 요인이 직원의 동기 및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훌륭한 업무 결과에 대한 인정(공적인 경우나 사적인 경우 모두 마찬가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생각은 틀렸다.
우리는 수년간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지식 근로자 수백 명을 상대로 일상 업무 활동, 감정, 동기부여 수준을 관찰했다. 그 결과 우리는 직원들의 성과를 독려하는 최고의 동기 부여책이 ‘업무 진전(progress)’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설문에 참가한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동기부여 효과가 가장 낮은 요인으로 ‘업무 진전’을 꼽았었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진전이 있다고 여기거나 장애물 극복에 도움을 받은 날 직원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느끼며 성공을 향한 의욕이 최고조에 달했다. 반대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좌초됐다는 생각이 드는 날에는 감정과 동기부여 상태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년간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지식 근로자들에게 매일 필자들에게 일기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었다. 지식 근로자들이 보내온 일기를 살펴보면 이런 내용들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어느 정보 시스템 전문가는 하루를 마감하며 적은 일기에서 “그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문제를 드디어 해결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일기에는 “오늘 성과는 내게 있어 작은 이정표와 같기 때문에 안도감과 행복감이 느껴진다. (중략) 특정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 ‘90% 완성’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일기 작성자들이 매일 자신의 동기 수준과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점수를 매기게 하고, 약 1만2000건에 이르는 일기 내용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그 어떤 일보다 업무상의 진전(점진적인 진전 포함)이 긍정적인 감정 및 높은 동기부여 수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고의 날’로 표기한 일기의 76%에는 업무상 진전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반면 업무상 진전과 관련된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날’로 묘사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사람을 다스리는 관리자 입장이라면 이런 결과를 좋은 소식으로 여겨야 한다. 동기부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자신의 통제권 안에 있으니 말이다. 또 동기부여 정도가 인센티브 시스템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참가자 가운데 일기장에 인센티브에 관한 내용을 언급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관리자들은 업무상 진전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미 있는 목표와 자원을 제시하고 격려할 수 있으며, 직원들을 업무와 무관한 요구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혹은 그 반대로도 행동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독단적으로 목표를 수정하거나, 우유부단하게 굴거나, 자원 배분을 지연시켜 직원들의 업무 진전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건은 긍정적인 사건에 비해 사람들의 감정, 인식, 동기 수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업무 차질만큼 의욕을 잃게 만드는 일이 없다. 업무 차질은 지식 근로자들이 최악이라고 꼽는 날의 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전망 관리자는 적극적으로 업무 진전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내고 실제로 업무 진전 기회를 줄 수 있다. 고위급 관리자는 전반적인 목표를 명료하게 정의하고, 직원들이 노력을 기울일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 과도하게 시간상의 압박을 가해 직원들이 사소한 문제를 학습 기회가 아닌 위기로 느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도움을 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좋다. 사내에 이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좀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업무 진전을 촉진할 수 있다. 즉 관리자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노력들은 직원들이 열정을 느끼며 업무를 진행하고 한층 빠른 속도로 업무를 완수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인정은 어떨까. 일기 내용을 볼 때 인정도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기분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비록 점진적인 진전에 불과한 경우라도 직원들이 달성해낸 진전을 축하해줘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진정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인정할 거리가 없다.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매일 모든 직원들을 인정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업무상 진전은 매일 발생한다.
테레사 M 애머빌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교수이다. 스티븐 J 크레이머는 매사추세츠 웨이랜드에서 집필을 하며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02 의학
헬스케어 부문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기술
- 정답은 높은 비용도 하이테크도 아니다
문제 의료 부문의 기술 혁신이라 하면 사람들은 대개 차세대 MRI 기기나 수술용 로봇과 같은 하이테크(그리고 많은 비용이 드는) 혁신을 떠올린다. 이상하게도 헬스케어의 질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다시 말해 ‘의료 서비스 공급자와 환자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필자는 1998년 의대를 졸업한 뒤 이메일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주치의가 된 이후부터 필자는 이메일이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훌륭한 방법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들에게 집에서 혈압을 잰 다음 그 결과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내고선 환자가 보내온 수치에 맞추어 처방을 수정했다. 하지만 환자에게 이메일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경영진이 간섭하기 시작했다. 병원 경영진은 이메일을 이용해 접촉한 환자에게는 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메일을 그만 보내라고 요구했다.
또 이메일을 이용해 얻은 정보는 환자 진료 기록에 입력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필자의 환자 중 항암 화학 요법(chemotherapy)에도 불구하고 암이 전이되어 고통 완화 치료를 받은 돈(Don)이라는 환자가 있다고 치자. 필자가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를 이용해 격주로 진찰을 하며 돈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는데도, 이 환자의 진료 기록을 살펴보는 사람은 생애 마지막 4달 동안 돈이 의사와 전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