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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리더의 연착륙 도구, 어시밀레이션

김성완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부문장 선임을 축하드립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
 
“제가 오늘 찾아뵌 것은 부문장님께 우리 회사의 인적 자원 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HRD)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리고, 신임 부문장님과 구성원들의 만남의 장(場)인 어시밀레이션을 제안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어시밀레이션이 뭡니까? 구성원들과의 만남이라면 팀별 면담 일정을 잡아놓은 게 있는데요.”
 
“물론 팀별 면담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시밀레이션은 팀별 면담과 달리, 부문장님께서 조직 구성원 전체와 대화를 하시는 자리입니다. 구성원들이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고, 부문장님께 기대하는 것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며, 부문장님께서 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래요? 재미있겠네요. 우리 부문의 직원들이 모두 몇 명이지요?
 
“540명 정도 됩니다.”
 
“540명과의 대화라, 한 번에 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네요. 좋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일정을 잡아 실시하도록 합시다.”
 
이 내용은 필자가 몇 년 전 신임 A부문장과 어시밀레이션에 대해 나눴던 대화다. ‘어시밀레이션(assimilation)’은 우리 말로 ‘동화(同化)’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동화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 또는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의 태도 혹은 감정을 취득해 경험이나 전통을 공유(共有)하기에 이르는 사회적 과정, 또는 이런 사회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사회관계의 균형 상태’다. 기업에서의 어시밀레이션은 리더가 조직원과 상호작용을 해 새로운 업무와 조직에 잘 적응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이 글에서는 신임 리더의 성공적인 정착과 구성원과의 신뢰 형성에 도움을 주는 어시밀레이션의 필요성과 운영 방법, 기대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신임 리더에게 어시밀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간혹 유능한 인재로 알려진 사람이 새로운 직위에 부임한 지 몇 달 만에 ‘실패한 리더’로 전락하는 경우를 본다. 리더십 전문 연구기관인 CLC(Corporate Leadership Council)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997년)에 따르면, 신임 리더의 절반이 3년 이내에 실패에 이른다고 한다. 외부에서 영입한 신임 리더는 그 확률이 더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더의 외부 영입이 늘어나면서 실패 확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업의 비용 손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할 수 있다.
 
신임 리더로 뽑힌 사람들은 대부분 탁월한 역량과 경험을 가진 핵심 인재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새로운 조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 리더십 컨설팅 기관인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는 이에 대해 “리더 자신의 역량 부족보다는 상사, 동료, 부하 등 타인과의 관계와 관련한 애로 사항이 그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그림1) 사실 신임 리더는 부임 초기에 업무를 파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정작 자기 조직의 구성원들과 만날 여유가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신임 리더에 대한 조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서는 탁월한 인재를 뽑아놓고도 그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조직에 정착하지 못하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어시밀레이션은 이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직 차원의 노력, 즉 신임 리더를 위한 연착륙 프로그램이다.
 
이 개념은 1973년 미국 GE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다. GE는 조직 책임자가 새로 부임한 후 1∼3개월 안에 그와 구성원이 함께 어시밀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다. 어시밀레이션은 △회사가 리더를 조직원들에게 소개하고 △리더가 조직원의 기대 사항과 관심, 궁금증에 대해 답변하며 △자신의 비전을 조직원들에게 밝힘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팀워크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현재 일부 국내 기업들도 어시밀레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어시밀레이션 프로그램의 대상은 팀장에서 사장까지 신임 리더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리더가 외부에서 영입된 사람이라면 꼭 실시해보는 편이 좋다.
어시밀레이션의 프로세스
 
 

 
어시밀레이션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첫째, 적절한 상황과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 둘째, 리더와 구성원이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 제3자인 노련한 진행자(facilliator)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어시밀레이션의 구체적 운영 방법은 다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참가 인원 50명 미만
소규모 인원이 참가해 즉석에서 질의응답이 가능한 경우다. 사실 어시밀레이션에서는 이런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진행자는 조직원들이 현장에서 포스트잇에 적어 제출한 질문을 칠판 등에 붙여놓고, 리더가 답변을 하도록 한다. 이때 리더의 답변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이야기하듯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기본적 어시밀레이션에는 보통 두세 시간이 걸린다. 전체 진행 프로세스는 <표1>과 같다.
 
 
 
②참가 인원 50명 이상
인원이 50명 이상 되면 질문을 받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경우에는 진행자가 사전에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질문 내용을 준비해둬야 한다. 진행자의 역할은 프로그램 진행에서도 중요하다. 진행자는 문답을 매끄럽게 진행해야 하며, 진행 중간에 게임이나 동영상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고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진행자가 준비해온 질문에 차례로 답변을 하면 된다. 물론 즉석에서 소수의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참가자가 종이비행기에 질문을 적어 날려 보내는 방식 등을 활용하면 재미도 있고 참여도도 높일 수 있다.
 
③온라인 어시밀레이션
이것은 일대일 또는 일대다의 방식으로 모두 진행이 가능하다. 일대일의 경우 조직원이 정해진 기간 안에 리더에게 e메일로 질문을 보내면 리더가 이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일대다 방식에서는 메신저 또는 전자 게시판을 이용해 문답을 진행한다. 온라인 어시밀레이션은 문자라는 표현 수단의 제약으로 한 주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시간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댓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리더십 어시밀레이션의 기대 효과는?
“팀장님, 참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쁜데 이런 것을 왜 하나 싶었는데, 팀장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래, 어떤 면이 새롭다고 느끼셨나요?”
 
“사실 다들 팀장님에 대해 업무 중심 스타일이며, 스마트하고 강직한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그렇게 본다고요? 하긴 내가 그런 면도 있지. 하지만 사람은 한쪽 성격만 갖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잘 알게 되기 전까지는 그런 성격이 잘 나타나지 않지요. 저도 알고 보면 꽤 따뜻한 사람입니다.”
 
위의 예는 새로 부임한 B팀장이 어시밀레이션 후에 팀원 한 명과 나눈 대화다. 그는 얼마 전까지 다른 팀을 맡고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에 대해 대강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인상은 피상적일 경우가 많다. 신임 리더가 조직 내 선입견에 의해 단정 지어질 우려가 크다는 말이다. 신임 리더는 어시밀레이션을 통해 이런 선입견을 깨고 자기 이미지를 재정립하며, 자신의 생각과 방향(비전)을 명확히 해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어시밀레이션의 효과는 리더 자신과 구성원,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정리해볼 수 있다. 먼저 어시밀레이션은 리더가 자신을 조직원에게 이해시키는 좋은 계기가 된다. 특히 외부 영입자나 승진 인사로 옮겨온 다른 부서 출신의 리더에게는 이런 기회가 무척 도움이 된다. 또 리더는 어시밀레이션에서 조직의 운영 방향을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조직 전체를 목표를 향해 정렬시킬(align) 수 있다.
 
구성원들은 리더 개인과 그의 조직 운영 및 인재 육성 방향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해결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리더와 어떻게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신임 리더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이해하면 불필요한 낭비나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조직 차원에서는 신임 리더의 소프트 랜딩을 통해 채용 및 업무 손실과 관련한 기회 비용을 최소화하고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리더의 조기 정착은 오늘날과 같은 스피드 경제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마이클 왓킨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손익 분기점’으로 표현했다. 손익 분기점이란 신임 리더가 소비한 가치의 합과 창출한 가치의 합이 같아지는 지점이다.
 

 
<그림2>에서 보듯, 신임 리더가 손익 분기점을 통과하는 데는 평균 6.2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리더가 조직 내에서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는 스피드 경제 안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이며,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저서로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을 하나로 만드는 마음매니지먼트>가 있다.
 
  • 김성완 김성완 | 통코칭 대표

    중앙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조직 개발 내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했다. LG디스플레이 HRD 현업지원팀 파트장을 지냈다. 현재 통코칭 대표로 리더십과 조직 개발, 기술 창업에 대한 코칭을 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문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는 『리더의 마음혁명』 『리더십 천재가 된 김팀장』 『팀장의 품격』 등이 있다.
    coach@tongcoac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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