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한방화장품 ‘설화수’가 홍콩에 이어 미국과 중국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사진)은 15일 홍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1∼6월) 설화수가 미국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에도 명품 백화점들을 중심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최초로 연 매출 5000억 원을 넘어선 설화수는 2004년 홍콩에 진출해 현재 홍콩과 마카오에 5개 매장을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50억 원이던 설화수 해외 매출을 중국과 미국 진출을 계기로 2015년엔 2000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 사장은 “설화수는 오랜 인삼 수출국인 한국의 전통 미학을 담은 화장품”이라며 “‘코리안 고급 약초 화장품’이란 이미지로, 화장품 메이저리그인 미국과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당당하게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선 한국 전통 기법을 살린 고급 한방 스파도 다음 달 첫선을 보인다. 총 3개 층에 걸쳐 운영될 이 스파는 루이비통 등과 함께 작업해 유명한 프랑스 디자인업체 BETC가 디자인을 맡았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선진 시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순정’ 브랜드를 앞세워 프랑스에 진출했지만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서 사장은 “먼지가 뽀얗게 쌓인 제품들을 직접 회수하면서 철저한 현지 시장 조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며 “이번엔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아모레퍼시픽’과 ‘라네즈’ 등 진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인들은 낯선 한방 화장품에 대해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최근 미국 상류 사회에선 젓가락을 쓸 줄 아는지가 지식인의 척도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아시아 문화 및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동서양 간 질서를 바꾸는 변곡점이 됐기 때문에 동양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려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