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기준은 ‘이익 극대화(profit maximization)’다.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매출 확대, 이익 증가, 원가 절감 등 계량화된 지표를 토대로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경영자의 핵심 역할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와 다른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이해관계자 가치를 중시하는 의사결정 방법이다. 이해관계자란 종업원, 주주, 고객, 사회 등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영자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개념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물론 이 둘 가운데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하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자도 어느 정도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민하기는 한다. 하지만 대다수 경영자는 둘 가운데 어느 한쪽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과연 두 종류의 의사결정 기준 가운데 어느 쪽을 강조하는 것이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미국 선더랜드 글로벌경영대학원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갖고 전 세계 52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조직 이론 분야의 최고 학술지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최신 호(Vol. 53)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CEO가 의사결정에서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임원들이 느끼는 해당 CEO의 리더십 스타일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CEO가 경제적 이익을 더 고려할수록 임원들은 이 CEO가 ‘독재적 리더십(autocratic leadership)’을 행사한다고 인식했다. 반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더 고려할수록 임원들은 CEO가 ‘비전적 리더십(visionary leadership)’을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이런 리더십 유형의 차이는 일반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에도 차이를 가져왔다. CEO가 비전적 리더십을 행사한다고 보는 직원들은 업무에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했다. 이는 곧 기업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졌다. 독재적 리더십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에 끼친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경제적 가치만을 너무 강조하는 경영자는 주로 숫자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숫자를 중시하면 다른 반론의 여지가 끼어들기 힘들다. 연구팀은 이런 CEO들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숫자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조직 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임직원들은 독재적 리더십이 형성됐다고 믿게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토대로 이해관계자 중심의 의사결정이 기업 성과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의사결정이 장기적 성장의 기반이 된다는 식의 막연한 논리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헌신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은 창조 경영의 시대, 경영자들은 의사결정 기준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