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브랜드로 잘 알려진 제스프리는 유독 한국으로 향하는 키위만큼은 아이들도 한 손에 쥘 수 있는 달걀만 한 크기만 골라 선적한다. 왜일까? 영양의 보고인 키위에 완전식품인 달걀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서다. 또 아이들이 손쉽게 키위를 먹을 수 있도록 키위를 반으로 갈라 스푼으로 떠먹는 ‘스푼 마케팅’을 펼쳤다. 결과는 대성공. 철저한 시장 분석으로 제스프리는 한국 진출 10년 만에 매출을 6배로 늘렸다.
“회사 출범 12년 만에 키위 하나만으로 이만큼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 있는 품질과 현지 마케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키위회사인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의 레인 재거 대표(사진)는 21일 뉴질랜드 타우랑가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제스프리의 성공비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1997년 설립된 제스프리는 2700여 곳의 키위 재배 농가가 공동 소유하는 ‘기업형 영농조합’이다. 매년 60여 개국에 약 30만 t의 키위를 수출한다. 연매출이 10억 뉴질랜드달러(약 7580억 원)로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다. 세계 키위 시장의 25% 정도를 점유한다. 특히 뉴질랜드산 키위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5월에는 세계 시장점유율이 70%까지 높아진다.
재거 대표는 제주도에서 제스프리와 제주 농민이 함께 키위를 재배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의 생산철인 5∼10월에만 한국에서 키위를 유통시키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한국산 키위가 시장에 나오도록 해 한국 키위 농가와 상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제주 지역 136개 농가가 99만1740m²(30만 평)의 농지에서 제스프리 골드키위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한국 농민이 제스프리로부터 재배기술뿐만 아니라 이후 수출로 이어지는 마케팅 노하우를 함께 배울 기회”라고 말했다.
재거 대표는 6월부터 정식 협상에 들어가는 한국과 뉴질랜드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산 키위에 붙는 관세는 45%에 이르는 반면 경쟁제품인 칠레산 키위에 대한 관세율은 20% 선에 불과하다”며 “한국과 뉴질랜드 간 FTA가 체결되면 칠레산 키위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