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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괄의 난(亂)’을 아십니까?

문권모 | 3호 (2008년 2월 Issue 2)
이괄(李适)은 인조반정 때 큰 공을 세운 무장입니다. 거사 당일 반정군은 총대장 김류가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자 크게 동요했습니다. 이때 임시로 대장직을 맡아 대오를 정렬, 진격을 명한 사람이 바로 이괄입니다. 그가 없었으면 인조반정은 시작도 못해보고 실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괄은 이듬해인 1624년 재차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유능한 장수를 반란군의 수괴(首魁)로 바꿔놓은 것은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이괄은 반정계획에 늦게 참가했다는 이유로 혁혁한 공에도 불구하고 2등 공신이 됐습니다. 게다가 반대파의 견제로 자신의 아들이 역모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막다른 골목에 몰렸습니다. 결국 1만여 병력으로 반란을 일으켜 한성을 점령하지만, 관군에 투항하려는 부하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잘못된 논공행상, 조직성과 저해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펴보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 예가 수없이 많습니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논공행상, 즉 업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끝내는 조직의 성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성과평가는 조직원 동기부여의 핵심이며, 추가적으로는 보상재원의 배분 및 핵심인재 판별 등의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후진적인 성과관리는 조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짓밟고 기업의 고성과 창출을 방해합니다.
 
문제는 우리 기업의 성과평가가 아직까지 후진적이며, 상위 경영진도 성과평가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박광서 타워스페린 사장에 따르면 선진 기업의 성과관리 시스템 및 역량 수준을 100점으로 할 경우 국내 대기업은 70점, 일반 기업은 55점밖에 되지 않습니다.(동아일보 1월21일자 B1면 참조)
 
우리 기업은 특히 잘못되거나 왜곡된 평가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아직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사에게 찍히면 실적에 상관없이 낮은 평가를 받거나, 심지어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해외의 선진 기업들은 주관적 평가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는 전년도에 비해 평가점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올라간 직원이 있으면, 반드시 그 이유를 알아본다고 합니다. IBM은 최고 및 최저성과 평가에 대해서는 관리자 전원의 동의를 얻도록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애초의 평가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평가자가 문책을 당합니다.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아직도 기업 현장에는 “평가나 인사에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해. 34개월만 지나면 다 원상회복이 돼”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당장 망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해도 될까요? 34개월의 업무공백과 신규인원 채용 비용을 합치면 결코 만만한 액수가 아닐 것입니다. 반사이익을 보거나, 불만으로 퇴사한 인력을 흡수한 경쟁사의 이익까지 합쳐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가시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최근 한 정보기술(IT) 업체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개발비 900억 원이 들어간 통신기술을 빼돌리려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회사의 내부조직 개편과 인사에 대한 불만에서 ‘배신’을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사례 모두가 돈 때문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바로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공정한 성과평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잘못된 평가를 최대한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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