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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원주 동부 감독

선수의 마음을 읽어라 그의 의욕은 보석이다

하정민 | 29호 (2009년 3월 Issue 2)
발목 부상으로 실업팀 입단 1년 만에 농구를 접은 선수가 있었다. 이후 구단 주무로 밑바닥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 관리, 숙소 및 식당 예약, 감독과 코치 수발, 홍보까지 안 해본 업무가 없다. 10년 프런트 생활 끝에 지도자로 변신했지만 주위의 평가는 차가웠다. 그러나 그는 그 어떤 스타 선수보다 화려한 농구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원주 동부 전창진 감독의 이야기다.
 
지도자로서 전창진 감독의 성공 시대를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무 출신이 감독을 해?”라는 식의 비아냥만 난무했다. 그가 처음 감독 지휘봉을 잡은 20022003 시즌에 보란 듯 우승컵을 거머쥐었을 때도 “김주성 같은 특 A급 선수를 두고 누구는 우승 못하냐”는 식의 폄훼가 이어졌다. 당시 우승은 정규 리그 3위 팀이 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유일무이한 사례였지만, 세간의 평가는 인색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6년 동안 2번의 우승컵과 1번의 준우승컵을 더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제는 아무도 그에게 ‘선수 덕분에 잘나가는 감독’이란 말을 꺼내지 않는다.
 
전 감독은 오랜 프런트 생활을 통해 선수는 물론 미디어, 코치, 트레이너, 구단 직원, 찬모와 운전기사에 이르기까지 농구단 안팎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었다. 식사와 술 외에도 전화, 문자, 채팅, 목욕탕 대화 등 선수들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이든 사용한다. 찬모에게 화장품 세트를 선물하고, 구단 운전기사를 깍듯이 ‘형님’으로 모시며, 한 줄짜리 기사를 위해 밤늦게 언론사에 간식을들고 찾아가는 그의 행동 자체가 한 권의 인맥 관리 교본이다. ‘좋은 지도자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라는 그의 지도자론 또한 여기에서 탄생했다.
 
삼성 프런트 시절 ‘세계적 주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세심한 선수 관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프런트 시절 얘기부터 해주시죠
지금은 구단 직원들의 업무가 모두 나눠졌지만 제가 프런트를 하던 시절에는 업무 분담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선수 관리부터 홍보까지 무조건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밤에는 어린 선수들의 잠자리를 챙겨주고, 고참 선수 방에는 술 마시러 나가지 말라고 술과 안주 접시를 넣어줬어요. 술도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소주와 맥주를 구분해서 줬습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술을 못하지만, 선수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자주 가지며 고민 상담을 해줬습니다. 심지어 여자 문제로 고민하는 선수 때문에 문서 위조 비슷한 일까지 해봤습니다. 운동 선수들이 단순해 한 번 여자에 빠지면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오빠, 운동만 열심히 해야 돼”라는 여자친구도 있고 “오빠, 놀러 가자. 왜 오빠는 전화도 안 해?”라고 하는 여자친구도 있죠. 후자는 꼭 사고를 쳐 남자친구의 선수 생명을 위태롭게 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시시각각 선수들의 고민을 파악하고 어떤 일이 있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벌써 감독 부임 후 8번째 시즌입니다. 지금의 전창진 감독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감독 부임 후 처음 2년 동안 배운 것이 가장 많았습니다. 제가 감독 첫해 정규 리그 3위를 하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우승까지 했습니다. 당시 김주성, 신기성, 양경민이라는 세 스타 선수가 있었고, 현 KCC 허재 감독이 식스맨으로 있었습니다. 이 4명에게 시선이 집중되었고, 저도 이 선수들을 가장 믿었습니다.
 
시즌 중에 제가 주전들을 너무 혹사시킨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제가 보기엔 주전 선수와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너무 커서 나머지 선수들을 기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감독으로서의 제 경험 부족이었죠.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고만 생각하고 후보 선수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낼 생각조차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정규 시즌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던 윤제한, 지형근, 신종석 등 후보 선수들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너무 잘해주는 겁니다. 결국 식스맨들의 활약 덕에 첫해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러고 보니 저의 선수 활용 전략이 얼마나 단조로웠는지, 선수들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좀 알겠더군요. 감사하게도 감독 첫 해에 그런 일이 일어나줘 감독으로 빨리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20032004 시즌에는 정규 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KCC에 4대 3으로 패했습니다. 이때는 무엇을 배우셨나요
전술과 전략을 어떻게 구사해야 할지에 대해, 그리고 우승을 하려면 단 1%의 이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저희가 그해 정규 리그에서는 KCC에 그다지 밀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KCC 신선호 감독님이 챔피언전에 대비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에서 용병 최고 센터였던 R.F 바셋이란 선수를 임대해왔습니다. 골 밑(포스트)이 약했던 저희는 바셋이 활약한 KCC에 결국 우승컵을 내줬습니다. 트레이드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돌발 변수에 대비하고, 예상 못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 즉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의 경험으로 알았습니다.1
 
저희도 올해 시즌에 레지 오코사 선수를 오리온스에 주고, 대신 크리스 다니엘스를 받아오면서 많은 화제를 뿌렸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깜짝 트레이드지만, 다 제가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겁니다. 감독은 시즌 전부터 어떤 선수를 누구와 트레이드하고, 그것을 언제 발표할 것인지도 미리 구상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7년 동안 3번 우승했는데 일관성 있게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남들은 동부에 김주성 외에는 특별한 선수가 별로 없다고 하지만, 제 눈에는 모두 특별한 선수입니다. 김주성한테만 의존할 수는 없으니 하나하나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표명일, 김진우, 강대협 등이 대표적이죠. 이 선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줬습니다. 특히 강대협은 우리 팀에 안 왔으면 운동을 못했을 친구입니다. 5개 팀을 전전하며 자유계약선수(FA)가 됐는데, 아무도 계약을 안 하려 했어요. 신인 이광재 선수도 제가 가능성을 보고 뽑았고요.
 
강대협 선수처럼 남들이 버린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저는 의욕 단 하나만 봅니다. 기량과 성격보다는 열정과 승부 근성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저 선수가 승부 근성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압니다. 강대협 선수는 김승기 코치와 모비스에 같이 있었어요. 김 코치에게 물어봤더니 “다른 선수들과 융화를 잘 못하는데 운동 욕심은 강하다. 운동 욕심 하나는 타고났다”고 하더군요. 당장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융화는 제가 시키면 되니까요.
 
표명일 선수도 그래서 트레이드했습니다. 테크닉은 좀 부족했지만 투지와 의욕이 매우 강한 선수거든요. 사실 라이벌 KCC에 있을 때는 제가 표명일 선수를 너무 싫어했습니다. 우리 팀 신기성 선수 전담이었는데, 사사건건 신기성 선수를 못살게 했거든요. 못살게 구는 방법도 너무 거칠어서 이유 없이 싫었어요.(웃음)
 
트레이드 첫날, 사무실에서 표명일 선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농구 선수가 표명일인데, 너랑 농구를 같이 하게 됐다”고요. 사실 표명일 선수는 제가 꼭 필요해서 데리고 온 선수입니다. 투지 넘치는 가드가 절실했고, 그 거친 승부 근성이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동부는 김주성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다른 선수들도 소홀히 다룰 수 없을 텐데요
똑같이 다룹니다. 돈 적게 받고 많이 받고 구분할 이유가 없죠. 저는 선수들에게 ‘돈 벌려고 농구하려면 우리 팀에 오지 말아라. 여기서 적은 연봉 받는 대신 차근차근 배워서 다른 팀에 가서 많이 받아라’라고 합니다.
 
어차피 저희 팀은 트레이드를 하기 어려운 팀이에요. 트레이드의 주 대상은 연봉 2, 3억 원 선수층인데 우리 팀엔 그렇게 받는 선수가 없잖아요. 트레이드해 달라는 데도 없고, 해 주지도 않습니다. 성적이 좋으니까 좋은 신인 지명권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드래프트 최하위 선수가 옵니다. 결국 있는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모든 선수들을 똑같이 대해야 합니다.
 
프런트 시절 ‘감독이 되면 이런 행동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느꼈던 점은요
감독이 선수를 심하게 야단친 후 제대로 어루만져주지 않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당연히 혼이 나야 하는 선수도 있지만, 가끔은 억울하게 혼이 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을 제대로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나쁜 마음을 먹습니다. 바로 그때 같이 술을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그 선수들이 감격해서 훨씬 잘할 텐데 말이죠. 괜히 애꿎은 선수를 야단쳐서 그 선수 마음에 병이 들게 하고 팀 분위기까지 다 망치는 일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제가 지도자가 되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선수들에게 힘든 훈련에 대한 준비를 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는 여름 훈련에 돌입하기 최소 4주 전부터 훈련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합니다. “8주 스케줄로 이뤄질 것이고, 몸 관리 잘해서 훈련 잘 받아라. 힘들겠지만 이 훈련 못하면 결코 너희들 경기에 투입 안 시킨다.” 힘든 훈련을 이겨내야만 선수들의 자신감, 성취 의식, 도전 의식이 살아납니다. 갑자기 “다음 주부터 훈련이니까 준비해!” 이러는 감독님들을 프런트 때 몇 번 봤어요. 선수가 기계도 아니고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유머 감각도 중요해요. 선수들과 식사할 때 감독이 무뚝뚝하게 밥 먹는 것보다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너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먹어. 살 안 빼?”라고 하면, 선수도 “에이, 감독님이 저한테 그런 말 하실 처지는 아니죠” 이러면서 둘이 같이 웃고 마음을 열죠. 농담 속에 제 마음을 담아 선수들에게 전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마음고생을 하신 경험은 없나요
20042005 시즌 중 용병 처드니 그레이를 아비 스토리로 교체할 때, 팬들의 쓴소리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플레이오프는 몰라도 4라운드까지는 그레이를 쓰려고 했는데, 1위를 쫓기는 신세가 돼 시즌 중간에 교체할 수밖에 없었어요.
 
불러서 얘기를 꺼내는데, 몇 마디 채 하기도 전에 그레이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군요. 저도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용병 연봉으로는 최저를 받고 왔지만 진짜 고생을 많이 했고 실력도 뛰어났거든요. 당시 다른 용병이 15만 달러를 받을 때 8만 달러를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저라고 왜 안타깝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그레이는 골 밑 플레이가 안 돼 팀의 기둥인 김주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없었어요.
 
당시 팬들은 우승 욕심에 조강지처를 버렸다고 무척 반발했습니다. 그때 제 팬 카페가 있었는데, 회원 절반 이상이 저를 욕하고 게시판이 욕설로 가득 찼어요. 어린 아들이 그 글을 보고 “아빠가 무엇을 잘못했어?”라며 대성통곡하더군요. 바로 카페를 접었습니다. 지도자의 길이 얼마나 험한지에 대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문화적 배경과 사고방식이 다른 용병을 잘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처음부터 용병의 기를 단단히 죽이고 들어가는 겁니다. 저는 용병과의 첫 대면에서 거듭 말합니다. ‘너희가 어디 가서 이렇게 큰 돈을 벌겠냐. 이 월급을 주는 한국과 구단에 감사해라. 미국에 있으면 매일 햄버거나 스파게티만 먹을 텐데, 여기서는 음식도 상다리 부러지게 잘 나온다. 네가 원하는 것 다 해주는데, 너는 내가 원하는 것 단 한 가지를 못하면 안 된다.’
 
용병들이 월평균 2만5000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미국 대학 졸업자 초임 연봉이 4만 달러 아닙니까. 그런데 한 달에 2만5000달러를 주니 엄청난 돈이죠. 그 돈을 주면서 제가 용병한테 끌려다니면 안 되죠. 연습 안 하고 말썽 부리는 용병이 간혹 있어요. 이 때문에 그 선수 개인은 물론 팀도 망가지고, 구단 이미지도 추락하죠.
 
때문에 용병을 뽑을 때는 한국 선수와 달리 심성과 성격을 더 많이 봅니다. 한국 농구가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식으로 개인 농구만 하면 팀에 공헌하지 못합니다. 팀에 녹아드는 훈련을 시키려면 심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허재와 강동희라는 걸출한 스타 코치와 일하신 적이 있죠. 스타 코치를 관리하는 비결은요
20042005 시즌 종료 후, LG 코치였던 강동희 코치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동부의 전신인 TG 삼보는 경영난으로 농구단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어요. 저희가 6개월간 급여도 못 받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죠. 농구장은 원주에 있는데 제가 서울에 회의하러 갈 일도 잦았어요. 제가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코치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강 코치가 미국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무조건 만나자고 했습니다. ‘사실, 당장 너한테 월급도 못 준다. 하지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고, 좋은 팀에서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만 했어요. 흔쾌히 승낙하더군요. 강동희 코치는 저와 학연, 지연이 전혀 없어요. 월급도 못 받는 상황에서 저를 믿고 와준다니 너무 고마웠습니다. 강 코치가 오니 선수들도 더 열심히 훈련하더군요.
 
강 코치는 훈련장 분위기만 보고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금방 알아차리더라고요. 외부에서 ‘이제 강동희도 감독해야지’라며 흔드는 사람도 많은데 저를 믿고 묵묵히 따라와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야구의 신’인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지도자는 외로운 자리라며 선수나 코치랑 식사도 함께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모든 지도자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저는 감독이 되고 나서 훈련장에서는 선수들과 하루에 1번만 만나려고 합니다. 모자란 대화는 식사나 목욕을 같이하면서 채워 넣습니다. 특히 선수들과 목욕탕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늘은 목욕탕에서 이광재 선수를 만났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졌는데 이광재 선수가 너무 못해 화가 많이 났습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몸이 많이 무거웠다고 하더군요. 이제 갓 2년차다 보니 몸이 무거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몰랐던 거죠. 그래서 말했습니다. ‘1년 54게임 내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는 없다. 몸이 무거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가 연구해서 깨우쳐야 한다. 안 좋을 때도 경기를 치를 줄 아는 선수가 진짜 잘하는 선수, 팀의 주전 선수가 된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그걸 코트에서 드러내면 너는 결국 별 볼일 없는 선수밖에 안 된다.’ 별것 아닌 감독의 말 한마디가 선수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다듬게 합니다.
 
좋은 지도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마음을 읽는 감독, 선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뿐 아니라 구단 식구들 모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시즌 초기에도 기대했던 모 선수가 너무 이상해 독대를 했더니 역시 여자 문제가 있더군요. 선수단에서도 아무도 모르던 상황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해결할 테니 운동에만 전념하라’고 안심시켰죠. 그 문제를 해결해줬더니 진짜 펄펄 날더군요.
 
코치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일단 믿고 맡긴 후 철저히 권한을 분배해야 코치들의 마음을 얻습니다. 동부가 센 훈련으로 유명한데, 저는 체력 훈련과 체육관 훈련은 철저히 담당 코치들에게 맡깁니다. 전술 훈련만 제가 하죠. 감독이 스트레칭부터 일일이 간섭하면 좋은 훈련이 되겠어요? 그렇게 간섭하면 코치들도 주인 의식이 없어져 연구를 게을리합니다.
 
물론 저도 코치들 하는 것이 100% 성에 안 찰 때도 있습니다. 체력 훈련이 부족하다 싶으면, 훈련이 다 끝난 다음 코치에게만 살짝 말합니다. 선수 앞에서는 절대 아무 말 안 합니다. ‘이건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훈련 좀 더해야 하지 않을까’라고요. 이때는 ‘내가 잘 몰라서 물어본다’는 표현이 핵심입니다. 제가 그 상황에서 “훈련 왜 이 모양이야, 똑바로 못 시켜?” 이러면 코치가 저를 믿고 따라오겠습니까.
 
한국 농구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군대 문제로 신인들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한국에서는 상무를 가야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상무도 선수 선발을 한다는 거예요. 상무에 못 뽑히는 선수들은 그냥 일반 병사로 군대에 갑니다. 선수 생명이 끝나는 거죠. 그래서 저는 프로 농구단도 2군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동부는 아직 2군이 없고 4, 5개 팀만 2군이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개별 구단이 아니라 KBL에서 신경 써야 할 문제예요. 상무 선발자를 늘리든, 군대 팀 수를 늘리든 어떤 식으로든 선수를 구제해야 합니다. 열심히 뛰는 선수가 제도 때문에 선수 생명을 접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와 경영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탁월한 리더십, 효율적인 팀워크, 치밀한 전략이 모두 어우러져야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나 메이저리그 우승팀 감독이 기업의 최고 인기 연사로 떠오를 만큼 스포츠에서 경영 화두를 찾는 일이 일반적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스포츠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리더들을 만나 지혜와 통찰을 들어보는 ‘Management @ Sports’코너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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