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다 반발자국만 앞서가겠습니다

2호 (2008년 2월 Issue 1)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한국 최대의 인터넷 포털 기업 NHN. 이제 10년차인 이 회사는 코스닥에서 확실한 대장주로 자리 잡으면서 2007년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07년 9000억 원대였던 매출액은 올해 30%가 넘는 성장을 지속해 1조2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잘나가는 회사의 최고 경영자(CEO)는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씨도, 한게임의 창업자인 김범수 씨도 아니다. 연합뉴스와 YTN을 거친 기자 출신의 최휘영 대표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인 젊은 기업 NHN에서 그는 1964년생으로 최고령 10위 안에 꼽힌다. 2002년 입사 이후 네이버 부문장을 거쳐 2005년 공동대표에 올랐으며, 2년 뒤 단독 대표가 됐다. 올 3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아무도 그의 연임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 대표는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한다. 때마침 IT 산업이 성장하고 있었고, 인터넷의 산업화 초창기에 NHN도 좋은 기회를 맞으면서 기세 좋은 말(馬) 등에 올라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척 겸손한 모습이지만 자신감도 배여 있다. 그는 NHN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쟁이 앞에 놓여있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업체이자 NHN 못지않게 젊은 기업인 구글이 등장했고 국내 2, 3위 인터넷 포털 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미래를 읽고 있으며, NHN을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가?
 
이달 초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최휘영 대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미래는 만들어 가는 것
미래를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이 관점은 현재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미래를 ‘위험’으로 여기는 사람은 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마련이다. 반면 미래를 ‘도전’으로 보는 사람은 개척정신을 갖게 되고 안전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노리게 된다.
 
최휘영 대표는 우선 NHN의 기업문화를 통해 자신의 미래관을 피력했다.
 
“좀 더 신속하게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도전정신, 열정, 기술력, 이런 것들이 NHN의 기업문화입니다. 우리는 미래 전략을 위해 외부 컨설팅 회사의 자료 등을 참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주체의 의지만 중요하고 미래분석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아니다. 그는 맥락의 파악을 통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의 미래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도 인터넷은 개화기”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며 따라서 인터넷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그는 성장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미래예측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구글의 도전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엄청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구글은 누구에게나 두려울 존재이지만 설사 그들이 한국시장 점유율을 높인다고 해도, 그 이상으로 산업 자체가 팽창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는 구글이 학습의 모델이자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장시키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는 미래에 대한 그의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전 부서가 미래예측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예측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로열 더치 셸은 1960년대 후반 시나리오 전략가들을 활용해 석유 산지인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고, 이에 대비해 7위 수준이었던 회사를 2위까지 끌어올리는 기회로 활용했다.
 
그런데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NHN에는 의외로 미래예측 전담 부서가 없다. 이 점에 대해서 최휘영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특정한 미래 키워드에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에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용자의 행태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예측합니다. 어떻게 보면 전 부서가 미래예측 부서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단지 반발자국만 앞서가려 합니다. 고객에게 세 발자국쯤 앞선 서비스를 내놓으면 이용을 어려워하고, 금세 다른 서비스로 이동하고 맙니다.”
 
네이버에는 하루 1600만 명이 드나든다. NHN은 이용자의 궤적에 대한 막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왜 이 키워드가 선택되었는가?’, ‘왜 이용자들은 구석에 있는 메뉴를 여러 번 방문한 것일까?’ 등을 지속적으로 탐문하고 추적한다. 그것을 통해 고객들의 움직임을 반발자국 앞서가는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데이터는 양과 질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다. 국내의 다른 어떤 기업도 이런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취향과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실시간으로 네이버의 레이더에 걸린다는 말이다.
 
그의 ‘반 발자국론’은 철저히 현장 지향적이다. 그는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트렌드를 찾아내는 사람이라고 본다. 이들의높은 안목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배려하는 것이 CEO가 할 일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돌발적이거나 호의적이지 않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검색 1위 기업이 갖는 막강 파워 때문에 이용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몰두하기보다 이용자를 리드하는데 익숙해질 수 있다. 최근 안철수연구소가 4월부터 네이버의 무료 보안서비스인 PC그린에 백신엔진을 추가하기로 한 것은 결국 네이버의 파워에 밀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이용자의 입장을 통해서 보면 백신 서비스를 무료로 받는 것이 나쁠 리 없다.
 
하지만 독주에 대한 반감이 이용자의 마음 속에 꾸물거릴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독주에 반감을 가진 이용자들은 구글의 등장에 환호하고 애플의 매킨토시를 응원하며 리눅스를 기다린다. 여전히 윈도의 독주는 계속되지만 작게만 들리는 이런 노이즈(noise)가 어느 순간 거대한 변화로 폭주할 수 있다. 상황이 어느 순간 이용자의 습관이 쫓아가기 버거울 정도로 급격히 변화할 것에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정보 선택의 기준은 이용자의 이로움
한 발자국이든 반 발자국이든 앞서가기 위해서는 현재에 노출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취합하고 그를 통해 미래를 추적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널려있고 CEO인 그에게는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가 몰린다. 무수히 올라오는 기획서를 읽어보기에도 숨이 찬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기준으로 정보와 지식을 선택할까?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 이용자의 이로움이 있는 선택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입니다.”
 
철저하게 고객을 선택의 기준으로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용자의 이로움이란 어떤 것일까?
 
NHN의 입장에서 그 해답은 검색의 효율성이다. 이용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찾고자 할 때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령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용자 행태분석을 통해, 예컨대 특정한 키워드를 입력한 후 나온 페이지에서 해답을 찾았는지 아니면 계속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지에 대한 이용자 행태분석을 통해 검색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적한다.
 
여기서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가 나타난다. 영어권의 수많은 자료들이 널려있는 환경에서는 구글처럼 자료와 링크를 잘 시켜주기만 해도 되지만 한국어 사용권에서는 가치 있는 자료 자체가 드물었다. 따라서 네이버는 정보와 지식 자체를 만드는 것까지 고려해야 했고, 그것이 지식인과 같은 다양한 지식 생산 체계를 네이버 안에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NHN과 관련해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위해 ‘집단 지성’ 개념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상향식(bottom-up)과 하향식(top-down) 의사소통이 상호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NHN은 ‘위로부터의 명령’에 익숙한 국내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아래로부터의 정보 흐름’이 훨씬 강하다.
 
“잭 웰치가 말한 대로 트렌드를 짚어 내는 것은 CEO의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개개의 조직원들도 트렌드를 찾아내는데 깊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NHN에서는 시장과 소비자의 주요 흐름이 밑에서부터 탐지(detect)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사용자→실무조직→경영진으로 정보가 올라오죠. 저는 이 정보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취사선택하고, 실무자들이 더 발전시키게 하거나 토론에 부칩니다. 특히 토론이 가능한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토론을 통해 조직원의 창의성이 극대화되고 집단 지성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NHN이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은 기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그는 늘 앞선 경험을 한 기업가들의 인사이트(insight)를 적극적으로 들으려고 노력하고 의견교환을 많이 한다.
 
최 대표의 경청 대상에는 직원들도 포함된다. 그는 리더로서 CEO가 미래를 예견하고 깃발을 앞세우기보다 집단 지성을 쌓아가는 가이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고경영자는 많이 아는 것보다 올바르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맥을 짚어주는 것이죠. 그런데 CEO가 자기 취향대로 ‘Yes, No’를 결정할 땐 큰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10대들이 이용하는 게임에 대해 제가 더 많이 아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기업 내부에서 직원들의 소통과 상호 협력을 통해 모아지는 정보와 지식들이 집단 지성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미래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하는 정보들은 어떻게 입수하는 것일까?
최 대표는 각종 신문의 뉴스를 클리핑하고, 다양한 기획서와 보고서를 보는 것과 동시에, 여러 분야의 책에서 정보를 얻고 사색을 한다.
 
“CEO가 되니 책을 마음대로 사서 읽을 수 있어서 좋더군요. 경영학뿐만 아니라 문학 서적이나 ‘사진 찍는 법’과 같은 실용서, 만화책도 읽습니다. 주로 주말에 읽는데, 사실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많습니다. (웃음) 시간이 없으니까 목차와 머리말, 읽고 싶은 부분만 읽는 경우도 흔하고요. 시간이 날 때는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다시 보기도 합니다. ‘위키노믹스’란 책은 전에 별 생각 없이 넘겼던 부분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향후 3년간 화두, 글로벌
NHN은 한국 IT 산업의 리딩 컴퍼니다. 따라서 최휘영 대표의 생각은 산업 변화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10년이나 20년 후를 말하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3년’이다. 3년이 그와 NHN이 만들어 갈 구체적 미래이기 때문이다.
 
NHN 입장에서 향후 3년간 만들어갈 미래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 IT 기업들의 글로벌화, 디지털 컨버전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다.
 
그는 글로벌화에는 NHN 뿐만 아니라 한국 IT 산업의 성장이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어요. 한국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세계로 나갈 때입니다. 이것은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관건은 ‘한국이라는 환경에 맞춰진 기술력, 이용자에 대한 이해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적용될까’라는 점이다. 언어 환경이 비교적 문제가 되지 않는 게임의 경우 한게임재팬이 일본 웹게임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지만 검색 서비스는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NHN은 일본과 중국, 미국에 우선 집중하는 한편 동남아시아와 유럽도 겨냥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인도와 중국, 그리고 남미 지역까지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디지털 컨버전스다. 이를 위해 NHN은 이동통신 3사와 모바일 검색 서비스 제휴를 시작했고, KT의 메가TV에서 네이버 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 최휘영 대표는 “IT화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며, 따라서 IT기업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사회적 가치의 창출이다. 그는 이미 네이버 검색이 정보 경쟁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작은 돈으로 일상적 기부를 하는 ‘해피 빈(happy bean) 서비스’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이미 2007년에 해피 빈으로만 36억 원의 기부를 실행했다.
 
최휘영 대표는 ‘이용자가 만드는 미래’라는 그림을 갖고 있다. 미래라는 도전의 영역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도 않지만,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곳도 아니다. 이용자는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고, 기업은 그 선택을 존중한다. 최소한 그와 NHN의 미래는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그는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회사를 이렇게 정의한다.
 
“NHN은 아직 어린 기업입니다. 여전히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회사죠.”
 
김경훈 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 국내 최초의 트렌드 분석서 ‘한국인 트렌드’를 펴냈다. 중장기적 흐름에 영향을 주는 미래 트렌드에 대한 추적 및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트렌드 맵(trend map)을 구축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